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179
– 180화 –
시간이 훌쩍 흘러 5월이 지나 6월이 됐다.
봄은 마치 아련한 첫사랑처럼 짧게 스쳐 지나갔고,
슬슬 더워지는 날씨와 함께 옷차림도 얇아질 무렵…
모두가 기다리던 축제이자, 대한민국이 외환위기를 완벽히 극복하고 다시 한 번 일어나 뛸 거라는 신호탄.
바로 2002년 FIFA 월드컵이 시작됐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은 유럽과 미국 밖에서 열린 최초의 월드컵임과 동시에 아시아 최초라는 상징성 역시 가지고 있었기에, 아직도 외환위기의 후유증을 앓던 국민들에게 커다란 위로가 되어줬다.
특히 6월 4일.
조별리그 D조 소속 대한민국과 폴란드의 경기 중.
전반 26분 황선홍의 첫 골을 시작으로, 후반 9분 유상철의 중거리 슛을 기록하며 2:0으로 승리! 월드컵 진출 사상 첫 승리를 거머쥐며 온 국민이 승리의 포효를 부르짖었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굴러들어온 돌’ 취급을 받으며 정말 농담 안 하고 역적 취급까지 당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재조명 또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축구 협회와의 극단적인 갈등과 더불어 언론의 날카로운 비판 속에서도 그는 그저 ‘실력으로 입증하겠다’라는 말을 남겼기에 더더욱.
– 아! 승리! 승리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월드컵 승리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겼습니다!
준성 역시 그 역사적인 순간을 TV로 지켜봤는데, 골을 넣을 때마다 정말 집집마다 ‘우워어어!’ 함성을 내질러 지진이라도 난 것 같을 정도였다.
물론, 그건 준성의 집 역시 다르지 않았다.
“어머! 준성아! 저거 봐봐! 우리가 이겼다네!?”
어머니 역시 월드컵 승리가 좋으셨는지, 축구에 대해 잘 모르셨음에도 활짝 웃으며 기뻐하셨다. 이에 준성 역시 모든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웃으며 ‘그러게요, 좋네요’했다.
사실 준성은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애초에 워낙 일에만 집중해 승마와 골프(그나마 이것도 접대와 영업을 위해서 한 거였다)를 제외한 스포츠는 잘 접할 수 없었기에, 자연스레 관심과 멀어졌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회귀 전에도 2002년 월드컵 당시 자진해서 야근을 했었는데, 동료들은 그런 준성을 보며…
– 와, 미친 새*
– 너 같은 일 중독은 처음 본다, 진짜.
… 라고 할 정도였다. 근데 그럼에도 준성이 굳이 회귀 이후에 결과를 다 아는 축구를 관람한 이유는 간단했다.
‘…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바로 광고 때문이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광고는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의 앞뒤가 제일 효과가 좋다.
그렇기에 2002년 월드컵 당시 15초짜리 광고 하나 내는데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 수밖에 없었고, 대기업들의 무자비한 광고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월드컵 중간에 끼는 제품들은 보통 기업에서 대놓고 밀어주는 주력상품을 집어넣기에, 사실상 기업들의 자존심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그 대기업들의 광고 전쟁터 속에,
디움과 네스트의 광고가 끼어들었다.
– (붉은 악마 티셔츠와 악마 머리띠를 한 전지혜) 대~한민국! 짝짝! 짝짝짝! 네스트가 대한민국의 승리를 응원합니다!
– (역시나 붉은 티셔츠와 머리띠를 맨 김국지) 축구는 한국! 그리고 커피는 네스트! 정말~ 맛있어서 큰일이라니까!?
– (뿔테안경을 쓴 전지혜) 하아~ 전반전 놓쳤는데, 어떡하지…? 아! 디움 보면 되겠다! 제일 빠른 뉴스! 제일 빠른 하이라이트! 디움에서 찾아보세요! 빠르고 편리해요!
물론, 그 광고가 매우 혁신적이거나 전략적이진 않았다.
그저 다른 기업들이 다 그렇듯 월드컵의 인기에 편승한 그저 그런 광고 중 하나였을 뿐. 하지만 저 광고를 소비자가 아닌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지기 시작한다.
기라성 같은 대기업들 사이에,
네스트와 디움이라는 신생 기업이 끼어든 거였다.
이는 곧 네스트와 디움의 이 정도로 커졌다는 포고임과 동시에, 경쟁자들에 대한 경고와도 같았다. 특히 여러 경쟁사들은 저 광고를 보며 허탈해하고 있으리라.
뭐 그건 어디까지나 경쟁사 얘기고…
준성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그리고 비슷한 시각, 권영의 집.
권영은 월드컵 승리를 짧게나마 만끽한 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잠시나마 시간을 쪼개 일에 대한 생각을 떠올렸다.
– 국내 시장이 수성전이었다면, 해외 진출은 공성전입니다. 제가 그 공성 무기를 준비해 드리죠.
‘… 틀린 말은 아니야. 해외 진출은 절대 쉽지 않다.’
마치 망망대해에 나침반과 지도 한 장만 덜렁 쥐여 쥔 채 떨어진 기분이 이러할까? 그나마 다행히 준성이 건조해 준 대형 선박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권영은 참 앞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현재로썬 미국과 중국에 지사만 세워졌을 뿐.
디움이 자랑하던 대부분의 서비스는 지역 강자들이 쌓아 올린 진입장벽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고, 그나마 지식인과 동창회를 기반으로 한 SNS 서비스만 살아남았을 뿐. 점유율 약탈에는 실패했다.
‘커다란 한 방이 부족한 건가.’
그러고 보면 항상 그랬다.
디움이 어딘가에 걸려 멈춰있을 때면, 준성은 언제나 커다란 전략을 가져와 그 위기를 넘기지 않았던가?
아마 분명 이번에도 그러리라.
그러나 그와 별개로 권영은 마음이 무거웠다.
혼자서 해외를 정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회만 주워지면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세상은 권영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특히 베트남 RO는 그렇게나 노력했음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아 철수했고, 그나마 천만다행으로 미국과 중국 지사를 세우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을 뿐.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
반면 재민은 어떻던가?
결혼을 통해 네스트와 동남을 사돈 관계로 엮어 믿음직한 동맹국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공적인 게 아니라 사적인 부분이라 치고 제외.
재민은 혼자만의 힘으로 [인스턴트 커피] 사업을 성공시켰으며, 더 나아가 [캡슐 커피]로 까지 확장했다. 분명 그 중간중간 준성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그 대부분은 모두 오롯이 재민 혼자 한 것이었다.
반면 권영은 여태껏 준비된 아스팔트 도로만 달렸다.
준성이라는 압도적인 전략가가 제시해준 길 위에서 그저 운전대를 잡고 엑셀을 밟았을 뿐. 제힘으로 뭔가를 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분명 그 역할도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건 알았지만… 그럼에도 가끔씩 벽에 부딪혀 허우적거릴 때면, 무의식중에 재민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 권영이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민이 권영과 본인을 비교하며 괴로워했다면, 지금은 권영이 재민과 본인을 비교하며 괴로워했다.
하지만 뭐 어쩌랴.
준성이야 아무 생각 없이 두 경영자 모두 평등하게 사랑(?)해 준다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은근슬쩍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겠지.
으레 첫째가 둘째를 질투하고,
둘째 역시 첫째를 질투하듯.
권영과 재민 역시 똑같았다.
덤으로 이번에 셋째(유니드어스의 장민우 사장)가 생기긴 했지만, 그 친구는 아직 신생아(?)라 자연스럽게 제외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좌절하진 않기로 했다. 준성의 옆에서 보고 배운 것 중 제일 뼈저리게 느낀 게 하나 있었다면…
‘싸움은 기다리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끈질기게 기다리고, 또 기다려서. 언젠가 내가 할 일이 찾아왔을 때. 그때 잘 해내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더 노력하자 곽권영. 앞으로는 대표님 도움 없이 나 혼자 자립하는 방법을 배워야 해.’
권영은 그렇게 생각하곤,
일단 지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게임 유통을 준비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애초에 그러라고 대표님께서 날 여기에 남겨 놓은 거니까. 나는… 디움의 사장 곽권영이니까.’
딱 거기까지 생각하곤,
권영은 잠자리에 누웠다.
…
그리고 같은 시각,
ND 빌딩 2층 유니드어스 본사.
민우는 늦은 시각까지 회사에 남아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유니드어스는 그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는 회사로 유명했는데… 그 덕에 싱크탱크 내에서도 독특한 별명을 하나 가지게 됐다.
그게 뭔고 하니…
바로 싱크탱크의 등대 되시겠다.
시커먼 밤에도 불이 켜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민우는 마치 뭐에 홀린 사람처럼 계속해서 개발을 이어나갔다. 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던 와중에 잡은 황금 동아줄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리라.
“사장님, 저희도 게임 좋아하니까 밤낮없이 개발하는 건 그렇다 쳐도… 축구까지 패쓰하는 건 좀…”
물론, 모두가 그걸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사장이야 제 회사니 미친 듯이 달려댈 수 있었지만, 그 아래에 있던 직원들은 죽을 맛이었기 때문이다.
“봤잖아, 축구.”
“보긴 뭘 봐요! 도트 찍으면서 라디오로 듣기만 했는데! 아! 거기다가 이번이 월드컵 첫 승리잖아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아오! 진짜!”
“야, 괜찮아. 디움에 하이라이트 올라와 있어.”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
그 말에 장민우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야! 나도 축구 좋아해! 그리고 나도 여자 친구 있어! 근데 왜 맨날 일만 하는 줄 알아!?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을 만들고 싶으니까! 꿈이 있으니까! 너도 그 꿈 가진 거 아니야!?”
“… 가지긴 가졌죠.”
“근데 그 꿈 언제까지 가지고만 있을 거냐? 너도 남들처럼 매일 꿈만 꾸면서 똑같은 하루하루 살아갈 거야!? 다들 쉴 때 너도 쉬면 똑같은 사람 된다. 엑스트라 되는 거라고. 우리도 주인공 한 번은 돼봐야 하지 않겠냐!? 지금 눈앞에 우리 인생 역전 티켓이 있는데, 그걸 그냥 버릴 거야!?”
평소 카리스마가 약해 유해 보였기 때문일까?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는 민우의 모습에,
직원은 입을 다물고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 죄송합니다.”
“… 아니야. 미안하다. 내가 좀 욱했네.”
“… 아니에요. 저도 그냥 축구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 그냥. 우리 회사가 투자받기 전까지만 해도 남 외주나 하면서 죽어가던 식물 법인이었어. 근데 여기 들어오고 나서 다 변했거든. 그래서 증명하고 싶었어. 내 능력을. 유니드어스의 저력을. 그리고 우리가 만든 게임을.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 게임 나오면 인센티브 엄청 쏴줄게. 정말로.”
“… 네.”
“그리고… 다음 축구는 그냥 보자. 나도 이렇게까지 하니까 마음이 편치 않기는 하네.”
그 말에 직원들이 벌떡 일어나서 환호했다.
참 어지간히도 축구를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민우는 그런 직원들을 보고 있기도 잠시.
검지로 코를 쓱 훔치며 웃었다.
‘… 이준성 대표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 작은 사무실에서 세계를 놀라게 할 게임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이제 약 3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
역시나 비슷한 시각. 디움 싱크탱크 내부에 있던 MP3 역시 본인들이 가진 기술을 바탕으로 자그마한 공장과 계약. 프로토타입 생산에 돌입했다.
…
다음날 오전.
준성은 제 개인 사무실로 출근했다.
얼마 전 김재민에게 네스트 사장직을 물려줬기에, 준성은 이참에 제 개인 공간을 아예 없애려고 했지만…
– 예? 그럼 디움으로 오시죠. 괜찮은 사무실 하나 배치해 놓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대표님 공간이 없는 건 좀…
– 아니, 디움이랑 네스트의 주인이신 분이 사무실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러실 거면 저 사장실 안 쓰겠습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입니까?
권영과 재민의 극심한 반대로,
기어이 네스트 한켠에 준성의 사무실이 생겼다.
사실상 핵심 그 자체인 준성의 집무실이 없는 게 각 사장진 입장에서도 퍽 마음이 안 좋기도 하거니와… 정해진 거처(?)가 없으면 중요한 순간에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리라. 그 덕에 준성 역시 그냥 못 이기는 척 받기로 했다.
그렇게 제 개인 사무실에서 역사상 첫 월드컵 승리로 도배된 신문을 모니터링하고 있기도 잠시.
똑똑똑 –
노크와 함께 재민이 들어왔다. 손에 뭔가 들고 있었는데, 추측건대 [캡슐 커피]와 [캡슐 커피 머신]으로 보였다.
“안녕하… 커흐음-! 커흠! 안녕하세요.”
재민은 제 목을 쓰다듬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어제 월드컵을 보며 정말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던 모양이다.
“어제 축구 재밌게 보셨나 보네요.”
“아, 예…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네스트 광고 모니터링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엄청 괜찮게 나왔던데요?”
“다행이네요. 이번 광고 제가 안 짜서 걱정했습니다만, 누가 짠 거죠?”
“마케팅팀장이 직접 진행했습니다. 얼마 전 대기업에서 이직해 온 친구인데, 홍보실 쪽에서 근무해서 그런지 실력이 꽤 괜찮더라고요. 특히 사람 부리는 능력이 좋아요.”
그렇게 월드컵과 관련해서 가벼운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잠시. 얼마 후 자연스럽게 일 얘기로 화제가 넘어갔다.
“동남 쪽에서 나온 캡슐 커피 프로토타입입니다. 캡슐 커피는 대표님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동남 측에서 자체적인 노하우를 결합해 만들었고, 머신은 구조에 딱히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외주로 맡겼습니다.”
“… 빠르네요.”
솔직히 이 부분은 조금 감탄했다.
재민이 수연과의 결혼을 통해 동남과의 합작이 시작된 게 겨우 지난 3월 말 쯤이었다. 현재 날짜를 생각했을 때 사실상 75일 남짓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건데…
겨우 그 짧은 시간 안에,
동남은 캡슐 커피와 머신을 뚝딱 만들어냈다.
“예.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보니까 크래프트 푸즈에 기술 지원 요청한 것 같더라고요. 일단 캡슐 몸체는 플라스틱에, 내용물은 압축-가공한 원두를 넣었고… 머신 역시 디자인, 단가, 무게를 고려해 플라스틱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슬쩍 본 결과, 나쁘지 않았다.
확실히 동남은 인스턴트 커피의 제왕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니, 아마 그 작품 역시 괜찮은 수준이리라.
“한 번 드셔 보시죠.”
철컥- 카각- 꾸욱-
드르륵- 드드드드득 – !
간단히 시험을 위해 머신 안에 캡슐을 넣고 버튼을 눌러보자, 급속 가열을 위한 특유의 소음과 함께 겨우 30초 만에 아메리카노 한 잔이 완성됐다.
호로록 –
마셔보니 인스턴트 치고는 꽤 괜찮은 맛이었다.
물론, 직접 내린 커피와 비교하면 둘이 비교하는 게 미안해질 정도로 맛의 차이가 심하긴 했다만… 어차피 중요한 건 이 캡슐 커피는 어디까지나 ‘인스턴트’라는 것 아니던가?
노트북과 데스크탑의 성능을 비교하는 게 무의미하듯, 캡슐 커피와 로스팅 커피를 비교하는 것 역시 무의미하리라.
“이 정도면 괜찮은데요? 상상 이상합니다.”
“다행이네요. 저도 마셔보고 바로 상용화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근데 참 신기합니다. 아이디어가 정말 좋아요. 근데 알고 보니 동남 내부에서도 비슷한 아이디어가 올라온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오? 그래요?”
“네. 하지만 이 캡슐 커피 머신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자판기 형태였거든요. 그래서 B2B 영업으로 기업들 노리려고 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캡슐 같은 형태로 커피를 유통한다는 생각은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하긴. 애초에 본인들 아이디어가 더 좋았다면 협력이고 나발이고 본인들이 먼저 사업을 시작했으리라.
“나쁘지 않네요. 그럼 유통은 언제부터 시작하나요?”
그 말에 재민은 슬쩍 턱을 쓸었다.
분명 해당 제품은 당장 시중에 풀어도 될 만큼 완성도가 높았으나, 그 외적인 것에서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었다.
“흐음… 그게 마케팅 쪽에 의견이 분분해서요. 아직 일정은 잘 모르겠습니다. 조율 중이에요.”
“마케팅이요? 왜죠?”
“동남 내부에서는 아예 크기를 대형화해서 기업들을 타겟으로 노리자고 하더라고요. 일반인들은 잘 사지 않을 것 같다면서요. B2B 쪽에 마케팅 비용도 적으니, 기업들 위주로 테스트 돌려볼 생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민은 ‘굳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음에 안 드시는 모양이네요.”
“예. 제 생각에는 기업보다는 일반 대중들을 겨냥해야 더 잘 팔릴 것 같거든요. 근데 동남 측에선 분명 사치품으로 인식돼서 역효과만 날 거라고 합니다.”
이에 준성은 뭔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지만, 권영의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괜히 모르는 척 물었다.
“어떻게 하시면 좋을 것 같으세요?”
“고민스럽습니다. 저 역시 네스트의 의사 결정자로서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할 것 같은 확신은 있는데… 논거가 없어요. 아무래도 동남은 대기업인 만큼 절차가 중요한데…”
한 마디로 본능적인 확신은 서는데,
그걸 말로 설득할 자신이 없다는 거였다.
이에 준성은 슬쩍 뭔가를 짚어주기로 했다.
“그래요? 이참에 피어 프레셔 써보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