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187
– 188화 –
나흘 뒤.
대도토루 전략 시행 1일 차.
준성이 준비한 첫 번째 전술핵이 투하됐다.
바로 동맹국인 파리 브레드와의 협업을 통해 수준 높은 빵들이 네스트 곳곳에 배치되기 시작한 거였다. 이에 파리 브레드 후쿠오카 지점 측은 제 총수의 눈총 아래로 정말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뛰어다녀 가까스로 유통책을 마련.
농담 안 하고 빵을 무슨 취급 주의 딱지 붙은 명품 도자기처럼 안전하고 빠르게 네스트 각 점포에 운송해줬다.
물론, 그동안 네스트 저펜이 논 건 아니었다.
그들 역시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기 위해 기존 메뉴판을 모조리 재단장했음은 물론, 추가 메뉴 런칭에 따른 초반 폭발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 온갖 마케팅 수단을 동원했다.
그렇게 파리 브레드와 네스트 저펜 두 기업이 밤낮없이 일을 처리한 결과, 네스트에 새로운 메뉴가 추가될 수 있었다.
*
얼마 후. 네스트 저펜 직영 1호점.
그곳에는 평소와는 다른 전운이 몰아치고 있었다.
– 영한아. 잘 들어라. 지금 일본에 대표님하고 사장님 와 계신 거 알지? 지금 분위기 장난 아니야. 5시간 만에 파리 브레드 엮어서 계약 따내고, 완전 도토루 작살 낼 분위기라고.
– 앞으로 모든 일에서 직영 1호점이 선두에 서게 될 건데, 무조건 잘해야 한다. 우리 여기서 자칫 잘못하면 정말 낙동강 오리알 될 수도 있다고.
– 우리 대표님 성향 알지? 파죽지세에 무슨 폭주 기관차처럼 밀고 나가신다고. 그거 못 따라가면 너나 나나 죽도 밥도 안 되는 수도 있다. 도토루가 한국에서 깨지고 식물법인 됐던 거 기억하지?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 긴장하자.
– 이거 잘만 하면 우리 인생 완전히 핀다. 알았지?
네스트 일본 지사장이 정말 눈에서 레이저를 쏠 기세로 반드시 실수 없이 진행하라며 압박을 넣은 것과 더불어…
짝 – 짝 – 짝 – !
“안녕하십니까. 네스트 사장 김재민입니다. 앞으로 잠시 동안이나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무려 네스트 사장이 직접 필드에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덕에 네스트 저펜 직영 1호점 점장은 정말 농담 안 하고 영혼이 나갈 것만 같았다. 당장 말 한마디로 본인을 잘라 버릴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옆에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게다가 점장이 기억하기로는…
‘김재민 사장, 저 사람 아마 필드 출신 아닌가…?’
정답이었다. 당장 커피숍에서 청소부터 시작해서 점장으로 승진.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점포관리팀장이 됐고, 네스트 창립 이후에는 부사장 승진에 얼마 전 사장까지 달았다.
으레 현장 감사를 올 때 제일 무서운 사람이 ‘현장 출신 임원’이듯, 지금 역시 똑같았다. 농담 안 하고 재민이 마음만 먹으면 점장을 영혼까지 털어버릴 수도 있으리라.
아무리 재민이 그럴 생각이 없다지만,
적어도 점장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됐다.
칼자루 쥔 사람과 칼 맞을 수도 있는 사람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 뭐 어쩌겠는가. 뭐, 네스트 사장이라는 자리가 그 정도로 높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점장이 그러거나, 말거나…
스읍- 하아-
재민은 간단한 제 소개와 함께 오픈 준비를 마친 뒤, 정말 그립다는 미소를 지으며 심호흡을 했다.
혹여 업무에 피해를 줄까 싶어 오픈 2시간 전에 출근해서 매장 구조를 외우고, 매뉴얼까지 점검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떨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필드에 직접 서는 건 오래간만이네.’
마치 오래된 옛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 이러할까?
본사에 앉아서 페이퍼 워크 위주의 사업을 굴리고, 전략을 짤 때 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느껴졌다.
‘잊지 말자. 서비스업의 전략은 필드에서 완성된다. 전략을 짜고 기획을 하는 것만이 일의 전부가 아니야.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필드가 받쳐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참고로 현재 재민이 여기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 현장 지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분명 연달아 투입되는 신메뉴 때문에 아주 높은 확률로 현장에서 병목이 생기거나, 여러 문제가 터져 나올 수도 있습니다.
– 그리고 후쿠오카에 있는 점포들에 한해, 영업이 끝나고 나서 현장 교육을 추가로 시행할 겁니다. 김재민 사장님께 이 부분을 맡기고 싶네요. 제일 믿음직하니까요.
바로 준성이 직접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김재민은 사장이라는 직함을 통해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출중한 현장 경험까지 겸비한 말 그대로 수륙양용의 인재.
지금 상황을 고려한다면, 재민이 현장 지휘를 하고 준성이 컨트롤 타워에 앉아 전략의 유지보수 및 후처리를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준성의 그러한 판단은 정확했다.
“자!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단 메뉴판 교체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입간판 세워서 신메뉴 출시 알리시고, 냉장고에 [슈], [샌드위치], [슈가롤] 등 신선도가 중요한 제품들을 배치해 주세요. 그리고 시야 환기를 위해 정문에 신메뉴 알림 포스터 붙이는 것도 잊지 말아주시고요!”
재민은 말 그대로 폭풍처럼 몰아쳐 점포를 정비.
그 덕에 갑작스러운 신메뉴 추가였음에도, 별다른 혼란 없이 잘해낼 수 있었다. 적어도 직영 점포 1호점에서는.
…
네스트 개점 이후 많은 고객들이 몰려왔다.
그리고는 갑작스레 추가된 메뉴와 더불어, 카페에서 취급하기엔 꽤 수준 높아 보이는 빵들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 헤에? 미사카쨩! 여기 봐봐! 새로운 메뉴!
– 와아~ 예뻐~ 진짜 예쁘다… 근데 비싸겠지?
– 아무래도… 디저트니까… 아쉽다…
첫 고객은 여대생으로 보이는 두 여자였다.
그들은 일본인 특유의 커다란 리액션을 보이며 파리 브레드의 힘이 그득-그득- 들어간 조각 케이크를 보며 웃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갑이 가벼웠는지 입맛만 다시기도 잠시.
고동색 앞치마를 한 남자가 다가와,
살짝 어색한 발음의 일본어로 접객을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오늘 새로 들어온 신제품인데, 아직 주문한 가격표가 도착하질 않아서요. 가격은 250엔입니다. 부득이하게 불편하게 만들어 드렸네요.”
“우와- 정말요? 싸다!”
“예. 싸지요. 네스트는 고객님들께서 만족만 하신다면, 자사의 이익률을 얼마든지 낮출 준비가 되어 있는 기업입니다. 드셔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우니까요.”
“이거 하나 주세요!”
“감사합니다, 음료와 함께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재민은 꾸벅 인사하고는 결제를 완료했다. 직영점 1호점 사장은 마치 수천, 수만 번을 반복해 익숙하다는 듯 해내는 그 모습에 어딘가 모골이 송연해졌다.
‘… 근데 저 케이크 가격 너무 싼 거 아닌가?’’
250엔. 대충 계산 때려서 2,500원 남짓한 돈. 02년 시점의 한국에서는 꽤 비쌀지 몰라도, 일본에서는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다.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일본의 물가는 소위 [일본 거품경제]라고 불리는 1980년대에 정점을 찍었고, 그 이후부터 거품이 무너지며 심각한 디플레이션(물가 감소)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디플레이션의 시대엔 직장인의 연봉이 동결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삭감(!)되기까지 했다.
까닭에 전체 임금 수준이 깎여 동시에 물가 역시 내려갔고… 일본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잃어버린 10~30년]으로 불리며 아직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일본의 총리 아베가 소위 아베노믹스라 불리는 특유의 경제 정책을 통해 돈을 미친 듯이 찍어냈고, 소위 친기업적 성향인 비둘기(반대는 매)파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며 물가가 아주 잠시나마 ‘찔끔’ 상승했다.
덤으로 이러한 아베가 온갖 개판(제국주의 시절로의 회귀적 성향, 영토 갈등)을 치고 있음에도 계속 연임이 되는 이유 역시 이와 연관이 아예 없지는 않다.
당장 개판 정치와 징병제 부활 움직임에 제국주의적 회귀고 나발이고,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는 와중에 아베 당선되고 월급 오르고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
일본 국민들 입장에선 환영할 수밖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쨌든 위와 같은 이유로 일본의 물가는 사실상 거품경제 시기에 완성되어 있었고, 현재만 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의 물가 차이가 매우 심한 편이었다.
근데 250엔짜리 케이크?
저가도 이런 저가가 따로 없었다.
심지어 도토루조차 명함을 내밀 수 없을 정도로.
그 덕에 케이크는 정말 농담 조금 섞어서 날개라도 돋친 양 휘리릭 팔려 나갔고, 오후 3시가 됐을 즘엔 모두가 완판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재민이 직접 필드에 있으며 시험 삼아 토종 한식(?)인 허니 브레드를 실험 삼아 내놓았는데… 이 역시 압도적인 가격에 힘입어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매출을 기록. 재민을 포함한 많은 현장 근무자들이 행복한 비명을 질러대야만 했다.
덤으로 준성 역시 전략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것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말이다.
…
비슷한 시각.
도토루 후쿠오카 지점은 난리가 나 있었다.
준성이 일본에 도착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의 디저트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거였다.
특히 도토루는 중저가를 바탕으로 다른 커피숍을 가격 경쟁력으로 찍어 누르는 기업이었기 때문일까? 그 덕에 오치아이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 250엔? 도대체 어떻게 이 가격이 가능하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네스트가 한국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 얘기.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초장기전이 예상되는 싸움에 저런 극단적인 출혈을 감수할 리 없었다.
‘카시마 제과와의 공생으로 극한까지 낮춘 도토루의 샌드위치와 핫도그가 350엔이야. 근데 도대체 어떻게…?’
당연히 이해가 안 될 수밖에.
애초에 네스트가 파리 브레드의 50%를 소유하고 있음과 더불어, 거의 혈맹에 가까운 동맹관계라는 건 관계자 말고는 알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근데 그걸 일본에 있는 오치아이가 안다? 심지어 제과나 제빵 기업 관계자도 아닌 사람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 덕에 오치아이는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일격이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도토루의 다섯 구성원 중 하나인 [카시마 제과]의 카시마 가문은 네스트의 이러한 공격적인 전략에 매우 큰 불쾌감을 드러냈고, 그 결과…
– 나 카시마 야스오일세.
– 어, 오치아이 팀장. 고생이 많아. 저번 회의에서 꽤 힘들었지? 근데도 자네가 직접 나서서 네스트를 견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지. 나는 자네가 옳다고 믿었다네.
– 네스트, 그 녀석들 생각보다 위험해 보이더군. 자체 조사 결과 믿음직한 협력업체가 있는 것 같아. 돌아가는 꼴을 볼 때 간단한 공작으로 끊을 관계가 아닌 것 같아. 그러니까… 마케팅이나 영업 쪽으로 승부해야 할 것 같다, 이 말일세.
– 잘 해보게나. 믿고 있으니까.
카시마 가문의 수장에게서 압박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네스트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니, 슬슬 불안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리라. 특히 네스트가 한국을 그 짧은 시간에 제패했기에 더더욱.
이에 오치아이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했지만, 딱히 별다른 수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일단 네스트 막아! 아직 본격적인 프로모션은 안 들어갔으니까. 도토루에서 선수를 친다! 해피아워 적용해서 점심시간과 오후 시간에 상시 33% 세일 때려!”
일반 미봉책이나마 일단 공격을 막는 거였다.
저러한 저가 정책은 네스트에게도 크게 부담이 될 거라며, 저러한 출혈성 침투 전략은 길게 유지하지 못할 거라며 홀로 세뇌하며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건 겨우 초탄일 뿐이었고,
오치아이가 겪을 악몽의 시작에 불과했다.
그건 겨우 닷새가 지나고 나서 밝혀지게 되는데…
“티, 팀장님! 네스트에서 또 신제품을 출시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야후 저펜(점유율 1위)에 배너 광고 달고, 20~30대 사이에 권위 있는 잡지에 일제히 광고가 올랐습니다!”
그 말에 오치아이는 제 귀를 의심했다.
디저트를 추가한 지 겨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아직 매출 데이터 및 전략 평가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게 분명한데, 또 새로운 신제품이라고? 이, 이게 무슨…’
“제품 뭔데?”
그건 바로…
준성이 준비한 두 번째 전술핵이자,
한국에서 스타벅스를 반신불수로 만든 제품.
“미, 밀크 가키고리(かきごおり, 빙수)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