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209
– 210화 –
2002년 말. 준성. 아니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준성의 사주를 받은 동민에 의해 [르비에보 작전]에 대한 소문이 시장에 퍼지기 시작했다.
동민의 동료 기자들부터 시작해서,
소문에 민감한 홍보대행사들을 통해,
주가에 영향 주는 소문을 수집하는 증권가까지.
마치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속담을 증명하듯,
소문은 그 어떤 것보다도 빠르게 확산됐다.
게다가 전문가들뿐만이 아니었다.
이러한 예민하고 자극적인 소문은 머지않아 소위 개미라 불리는 이들. 아마추어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퍼지기 시작했고… 그 반응은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 르비에보? 그거 원래 작전이었잖아?
– 모르고 들어간 사람들은 아무 조사도 안 한 거고… 솔직히 이렇게 대놓고 작업 치는데 소문 안 나는 게 이상하지.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슬슬 발 뺄 준비 하자고.
전문가들은 이미 다들 아는 사실이었기에,
소문에 딱히 커다랗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 여러분! 작전이라는 얘기는 전부 괴소문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흔들리지 말고 믿어야 돼요! 르비에보는 시장을 뒤흔들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 선동과 날조네! 이거 르비에보에서 신주 발행해서 물타기 하려는 거 그럴싸하게 상쇄하려고 그러는 거 아냐!? 안 속아 이 새끼들아!
– 개소리 집어치워! 여기에 내 전 재산 다 꼴아박았어! 나는 이 주식 산 지 얼마 안 됐다고! 르비에보 주가 절대 안 내려가! 아니, 못 내려가!
– 소문났다고? 그래서 어쩌라고? 어차피 작전세력이 계속 올려줄걸? 나는 적당히 눈치보다고 털고 나갈 거야!
반면 르비에보가 본인에게 돈을 벌어다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거나, 이미 매몰 비용에 휘둘리는 이들은 준성이 흘려 준 [마지막 탈출 기회]를 믿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믿고 싶지 않아 했다.
본디 사람은 상황을 본인을 중심으로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람들이 바로 오태희가 말한 ‘피해자’가 아닌 ‘투자자’였다.
그들은 태희 말대로 사기를 당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에 돈을 투자한 것이었기에… 추후 그 판단에 대한 대가는 본인이 감당하면 되리라.
– 어? 이거 작전이었어…? 돈 빼야겠다. 어차피 오를 만큼 올라서 괜찮아. 욕심부리지 말자.
–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이건 미친 짓이야. 올리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너무 심했어.
– 와, 눈 뜨고 코 베일 뻔했네. 미친! 이거 불법이면 불법이라고 얘기를 해줬어야 할 거 아니야! 팔자!
소수의 사람들은 탈출을 감행했다.
거기에는 정말로 작전인 줄 몰랐던 사람도 있었고, 이쯤 벌었으면 만족한다는 방어적인 투자자도 있었으며, 그냥 지인의 말만 믿고 샀다가 바로 발을 빼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말 그대로 소수였을 뿐이었다.
이미 오르는 주가에 취한 사람들은 소문을 믿으려 하지 않았고, 혹여 작전이 맞다 한들 본인은 그 작전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 거라 근거 없는 확신을 했다.
돈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집단 사고가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아니면 막연한 희망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그건 알 수 없었다.
알 필요도 없었고.
그저 그렇게 르비에보 사태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졌지만, 그 기회를 잡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는 것만이 중요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사건의 마무리를 알리는 장송곡이 울리기 시작했다.
…
얼마 후 르비에보 본사에 압수수색 영장이 날아왔다.
이에 르비에보 사장은 적잖이 당황했으나, 어차피 예상한 일이라는 듯 반쯤은 체념한 표정으로 수사에 협조했다.
‘… 올 게 왔나.’
어차피 르비에보 입장에서 이번 작전 사태는 그저 지나가는 태풍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이번 기회로 나쁘지 않은 돈을 만졌다.
사장은 본인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적당히 시중에 내놓아 공장 내에 기계를 교체했다. 사실 더 팔아 부당이익을 챙길 수도 있긴 했지만…
‘… 그래도 적당히 해야지. 아무리 내가 잘못한 거 아니라지만, 거기에 협조하면 나도 범죄자 되는 거야.’
그럼에도 그가 주식을 팔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바꾸기 이전에 있었던 설비가,
소위 ‘사람 잡아먹는 설비’였기 때문이다.
1년에 꼭 한 번씩 사고가 나서 누군가는 손톱을, 누군가는 손가락을, 누군가는 손을 잃었다. 심지어 이번에 들어온 인턴도 실수로 옷이 빨려들어 가 큰일이 날 뻔했었지만…
그 이후 인턴은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 죄, 죄,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할게요! 저, 잘리는 거 아니죠…? 저 여기서 일해야 돼요… 제발…
자칫 잘못했으면 손이 잘릴뻔한 상황.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 인턴은 제 몸보다 일자리를 먼저 생각했다. 아마 그만큼 절박했으리라.
사장은 그걸 보며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아무리 공장을 돌린다지만 그래도 사람이 먼저인데…
그래서 르비에보 사장은 저 주식에 손을 댔다. 본인이 가지고 있던 지분 중 일부를 시장에 풀어 이익 냈고, 그 돈으로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새로운 기계를 들여놨다.
안다. 불법이다. 부당한 이익이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어차피 걸려봐야 벌금으로 끝날 터. 그러니 차라리 그 돈 내고 자기 직원들 안전 챙기는 게 더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르비에보 내에 있던 직원들 역시 자잘한 재미를 봤다. 누군가는 지분을 팔아 차를 바꿨고, 또 누군가는 전세를 탈출해 제집을 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수사는 수사였기에…
르비에보 측은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
*
얼마 후.
다단계 기업 옴브릿지 인근 르비에보 작전팀 사무실에 경찰이 기습했고, 이와 동시에 개판이 났다.
현장 담당자는 영장을 제시하라며 큰소리를 치며 시간을 벌었고, 그 사이에 실무자들은 급히 주식을 매도하려 했지만… 그나마도 경찰들의 습격에 제지당했다.
보통 이러한 경제형 지능 범죄의 경우, 실무에 능한 수사관이 있지 않은 이상은 조사 및 검거가 매우 어려운 편에 속했다. 관련 법률 및 규정이 복잡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범죄자들 역시 바보가 아니었기에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다님은 물론, 차명계좌 및 은신처를 이용해 수사망을 피해 다녔기에 잘 잡히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얘기가 달랐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왔는지 경찰은 르비에보 작전팀의 사무실을 기습하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 일망타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옴브릿지 부회장은 경찰에게 포박되어 끌려가는 와중에도 상황을 이해조차 할 수 없었다.
‘… 도, 도대체 어떻게? 어디서 새어나간 거지?’
이 정도로 정교한 기습이라면 분명 내부 고발자가 있다는 얘기. 이에 그는 본인에게 악의를 품을 만한 사람을 헤아려 봤으나…
사기로 점철된 그의 인생 20년.
아쉽게도 적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세상을 참 쉽게만 살았던 사기꾼이자, 자본주의를 너무나도 사랑한다며 법과 규정을 무시하던 부회장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철퇴가 떨어지리라.
그는 룰을 지키며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을 바보 취급했고, 항상 더러운 수로 지름길만을 선택했다. 그러니 그 역시 이제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때였다.
한때 그가 했던 말.
– 대한민국 만세!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그는 본인이 그렇게나 좋아하던 대한민국의 법률에 따라 심판을 받을 일만 남았다.
…
작전세력 검거 이후 르비에보 주가는 요동쳤다.
검찰의 움직임을 보고받은 증권사 및 프리랜서 트레이더들이 제일 먼저 매도 주문을 날려댔고, 이에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한 거였다.
이에 공포에 질린 개미들 역시 시장에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기에 너도나도 탈출하는 문으로 향했으나… 슬프게도 그 문은 이미 나가려는 사람들로 가득해 막혀 있었다. 주식은 팔려는 사람은 가득하고 사려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욕심에 눈이 멀어,
마지막 기회를 잃은 자들의 최후였다.
…
또한, 이러한 상황에 한국 거래소는 추가적인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거래 중지]를 시도해 나가는 문을 원천 봉쇄했고, 이와 동시에 르비에보의 주식 거래가 막혀버렸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댔고, 누군가는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에 저주를 퍼부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애초에 탈출할 기회는 분명 주어졌다.
그럼에도 남은 사람 선택을 한 사람들은 이제 쉽게 돈을 벌려던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아마 거래 중지가 풀릴 때쯤이면 르비에보는 상장 폐지가 되거나 혹은 현재 주가의 최소 20토막은 날 터. 인과응보였다.
…
르비에보 사건이 그렇게 빠르게 마무리된 후.
KBC에는 우동민 기자의 주도하에 [르비에보 사태]에 대한 특집 방송이 편성됐다. 그는 준성에게 건네받은 자료를 통해 그 어떠한 기자보다도 빠르게 기사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이번 사태에 대해 낱낱이 고발하기 시작했다.
– (뉴스 타이틀) 연이은 주가조작 정황 발견! 대한민국 주식 시장은 이대로 안전한가?
– (남자 앵커) 안녕하십니까, 최근 다시 한 번 주가조작 정황이 발견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KBC 취재 결과를 특집 보도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경제부 우동민 기자?
– (우동민 기자) 안녕하십니까, KBC 경제부 우동민 기자입니다. 어제 오후 2시, 광진구 군자동 한 빌딩을 압수 수색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익명의 제보를 통해 검찰이 [르비에보] 사건의 주가조작 정황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 (우동민 기자) 이들은 다단계 판매 기업인 [옴브릿지]의 인 김** 씨의 제안에 따라, 5개 저축은행에서 자본을 끌어와 [르비에보]의 주식을 일괄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
– (여자 앵커) 저축은행이요? 대출은 어떻게 진행된 것이죠?
– (우동민 기자) 그에 대해서도 현재 조사 중입니다. 또한, 이에 대해 수사관은 저축은행들의 무분별한 대출 행위 및 여신 심사 과정에서 불법적인 정황이 포착될 경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남자 앵커) 수법이 매우 악질이군요.
– (우동민 기자) 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김** 부회장은 다단계 판매기업의 옴브릿지 직원들에게 이익금을 분배해 준다며 계좌를 개설하라 유혹했고, 거래를 대신 해주겠다며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를 요구했습니다.
– (여자 앵커) 그럼 주식을 팔고 싶어도 못 팔지 않나요?
– (우동민 기자) 맞습니다. 이에 현재 최소 옴브릿지 내부 피해자만 300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주식에 투자한 간접적인 개인 투자자들까지 합치면 피해자 숫자는 훨씬 더 불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 (남자 앵커) 그럼 이 사건의 원인이 되는 옴브릿지라는 회사는 어떤 회사입니까? 다단계 회사라고 하셨었는데요.
– (우동민 기자) 예. 맞습니다. 현행법상 [다단계 판매]는 불법이지만, [다단계 판매 회사]는 합법이라는 법의 틈을 이용해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검찰 측은 옴브릿지라는 회사 또한 조사 중입니다.
– (이후 조금 더 상황에 대한 얘기가 이어짐)
– (우동민 기자) 이렇듯 최근 연이어 주가조작 사건이 벌어지는 가운데, 지능형 범죄에 대한 인식 촉구가 시급합니다. 이상. KBC 경제부 우동민 기자였습니다.
준성은 딱 거기까지만 보고 TV를 끄곤,
핸드폰으로 우동민에게 ‘수고했습니다’라고 전송했다.
‘이걸로 이번 사건은 끝인가.’
아마 이로써 옴브릿지라는 다단계 회사와 더불어, 르비에보 작전을 지휘했던 부회장은 말 그대로 작살이 나리라.
원래대로였다면 수상한 움직임이 보였음과 동시에 주식을 털고 잠수를 탔겠지만, 이번에는 준성의 신고로 인해 그게 불가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덤으로 르비에보 본사는 조사 결과 죄가 없다면 상장 폐지나 법적인 조치 없이 다시 영업활동을 이어가리라.
‘실제로 회귀 전에도 르비에보는 그저 피해자였을 뿐이다. 그러니 딱히 별다른 타격 없이 회사 운영을 계속하겠지.’
그 외에도 부당이익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고 그에 대한 환수 조치가 이뤄질 테지만, 준성은 바보가 아니었다.
주가조작에 관련된 환수조치는 매우 어렵다.
작전세력을 직접 이끈 이들에 대한 철퇴는 반드시 내려지겠지만, 문제는 그 작전세력에 올라탄 개미들이다. 그들은 그저 소문을 듣고 차트를 분석해 ‘투자’했을 뿐.
그런 그들의 행동에 고의성을 입증한다?
애초에 투자는 정량적 의사결정이다.
특히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가 적용되며 투자자들이 집에서 직접 투자하기에, 남는 건 거래기록밖에 없는데 거기에 어찌 사람의 감정을 파헤쳐 낼 수 있으랴.
애초에 저걸 다 잡을 수 있다면 증권사들 역시 르비에보에 올라타지 않았을 테고, 오태희 역시 그러지 않았겠지.
뭐, 결국…
이익을 챙길 사람은 챙겼고,
작전세력을 이끈 이들은 처벌을 받았다.
그냥 좋게 끝났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