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21
– 21화 –
서초동. 도토루 커피 한국지사.
한참 철수가 진행 중인 와중에 우편이 한 통 날아왔다.
“오치아이 지부장님.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창 골치 아픈 서류 더미에 고개를 박고 있던 와중이었기 때문일까? 지부장은 굉장히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어이, 마츠노. 이 바보 같은 녀석! 내가 뭐라고 그랬어!? 큰일 아니면 부르지 말랬잖아! 네 선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안 그래도 머리 아픈데 뭐야, 또!”
“그게… 저희 회사를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 말에 지부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구매? 인수 말하는 거야? 도대체 어느 얼빠진 놈이 도토루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건데?”
“어… 그게 조금 복잡합니다. 인수긴 한데 도토루 한국 영업권이나 상표권은 전혀 필요 없다고 합니다.”
그 말에 지부장은 턱을 괴고는 눈을 굴렸다.
‘다 망해서 철수하는 회사에 조인트 벤처나 합작 요청을 하려는 건 아닐 테고. 그럼 답은 하나라는 얘긴데…’
도토루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을 틈타 그 설비를 싼값에 사서 새로운 커피 회사를 만들 가능성이 커 보였다.
‘우리가 엄청난 자원을 들여서 힘들게 만들어 놓은 결과를 싼값에 날름 집어먹겠다는 게로군? 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는군!’
분명 감탄스러운 타이밍이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곱게 보이지 않기도 했다.
지사장 입장에선 낯선 나라에 와서 본인이 직접 고생하며 일군 텃밭이 바로 이 한국지사였다.
근데 철수한다는 말 듣자마자 쪼르르 달려와서 그 피와 땀의 결과물을 헐값에 산다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하지만 그렇다고 뭔가 손을 쓸 수도 없었다.
이미 본사에서는 도토루의 한국 시장 침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지부 전체의 철수 조치가 내려왔다.
주어진 시간도 겨우 한 분기. 그게 지나면 모든 설비를 은행에 넘기거나 경매에 올려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오치아이 지부장에게 남은 과업은 하나였다.
한국에 남아있는 설비를 최대한 비싼 가격에 팔아서,
본인의 경력에 적힐 손해액을 최소화하는 거였다.
‘쯧. 어차피 망한 사업인데 뭐 어쩌겠나. 내가 일궈서 애착이 간다지만, 어차피 실패는 실패야. 최대한 비싸게 팔아주는 게 여기서 일한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겠지. 그래야 손해를 최소화해야 본사에 그럴싸한 변명이라도 할 수 있겠고.’
지부장은 그렇게 마음먹고는 입을 열었다.
“한 번 만나보자고 얘기해.”
*
연락을 받은 준성은 곧장 서초동으로 향했다.
도토루 한국지사는 서초동 대로에 있는 큼지막한 오피스 빌딩의 6층에 있었다. 제아무리 일본 중저가 커피 계의 일인자인 도토루라고 할지라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한국 시장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사무실 역시 아담한 크기였다.
‘직영점 근무자 제외하고 지사만 따져서 총 사원 20명 정도인가. 나쁘지 않은 규모야.’
비록 이전에 대영에 일했을 때처럼 시야가 확- 트일 정도로 넓은 사무실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할 회사치고는 퍽 만족스러울 크기임은 분명했다.
그렇게 밖에서 사무실을 훑고 있자니,
한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이준성 님?”
가볍게 긍정하자 직원이 안내를 시작.
머지않아 지부장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부장실 안에는 딱 봐도 일본사람 같아 보이는 올백 중년 남성과 그것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30대 중후반의 남성이 보였다.
지부장과 그 아래로 딸려온 본사 인력처럼 보였다.
“はじめまして、私はドトール韓国支社長である落合星地です。(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도토루 한국 지사장인 오치아이 호시지로라고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중년 올백이 일본어를 내뱉었고…
그 이후 부하 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어딘가 묘한 억양의 한국어로 그 말을 통역을 시작했다.
“저는 우 마츠노 부장입니다. 통역은 제가 맡을 테니 편하게 한국어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아무래도 재일교포 2세인 모양이었다.
이에 준성은 알아들었다는 눈빛을 보내곤 입을 열었다.
“피차 바쁠 테니 바로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현재 도토루 한국지사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물론, 상표권이나 영업권이 필요한 건 아니고, 그저 본사 건물 및 압구정 1호점. 그리고 커피 관련 기계 일체를 구입하고 싶습니다.”
편지로 주고받은 내용과 같은 내용.
지부장 역시 어차피 철수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딱히 방어적인 스탠스 없이 바로 흥정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비싼 가격이 튀어나왔지만, 어차피 초구는 찔러보기식 정찰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준성 역시 툭- 쳐냈다.
그렇게 몇 번이나 흥정을 주고받기도 잠시.
지부장과 준성의 머릿속에 생각이 교차 됐다.
– 흐음, 콩고물 노리는 기회주의자치고는 좀 하는데?
– 어차피 시간 지나면 떨이로 넘길 거 다 아는데, 이제 적당히 하고 패까지? 피곤하게 시간 잡아먹지 말고.
이후 그렇게 몇 수 정도 더 주고받기도 잠시.
“이미 철수가 결정됐다면, 머지않아 경매에 넘어갈 것 아닙니까? 그러면 도토루 측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요. 복잡하게 가지 말고, 그냥 적당한 가격에 합의 보시죠.”
준성이 승부수를 던졌고,
“흐음. 본사 측과 조율을 해보겠습니다.”
지부장 역시 더 이상의 흥정은 불필요하다고 느꼈는지 적당히 못 이기는 척 받아들였다.
…
그렇게 다시 사흘이 흘렀을 무렵.
– 본사에서 결재 떨어졌습니다. 토요일에 거래하시죠.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이에 준성 역시 다시 한 번 도토루 한국지사를 찾았다.
아직 주5일제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토요일임에도 전 직원이 출근해 있었다. 약 20여 명쯤 되는 직원들은 준성을 굉장히 묘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그 눈동자 중 약간은 기대로 가득 차 있었고,
다른 몇몇은 두려움이 보이기도 했으며,
남은 약간엔 체념이 스쳐 지나갔다.
준성은 그런 눈빛을 슬쩍 훑고는,
딱히 별다른 반응 없이 바로 지부장실로 들어갔다.
회사 인수에 있어 딱히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
지부장은 본사의 결정에 따를 뿐이었고, 준성 역시 인수 자체에만 흥미가 있었기에 딱히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그저 법무팀 대신 데려온 로펌 변호사의 주도하에 인수가 이루어졌고, 서로의 사인과 직인이 추가됨으로써 도토루의 사무실과 설비를 포함한 알맹이들이 준성에게 귀속됐다.
*
한창 인수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
지부장실 밖에 사원들이 모여있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업무 시간이었지만,
어차피 곧 사라질 운명이었던 회사에 그딴 게 대수랴.
그들에게는 오히려 철수 절차에 들어가 사라지려던 회사가 갑작스레 인수가 결정됐다는 게 더 중요했기에, 다들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
“어떻게 될까요?”
“뭐 더 말할 것 있나. 분위기로 볼 때 인수는 확정이야. 중요한 건 사장만 바뀌느냐, 아니면 회사가 통째로 바뀌느냐겠지. 뭐. 어느 쪽이든 어차피 나는 나갈 거지만.”
재무팀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까닥거렸다.
그 외에도 많은 직원들이 별 신경 안 쓴다는 듯 재무팀장의 말에 동의했다.
이미 도토루 한국지사는 철수 절차에 들어갔던 회사.
기존에 있던 사원들 모두 퇴직이 기정사실 된 상태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실직’이라는 표현이 옳았지만 말이다.
“이번 인수가 도토루 50%, 새로운 사장 50%로 진행되는 합작형 인수면 모를까, 그거 아니면 의미 없어. 솔직히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외자계 대기업이란 이름 보고 들어왔잖아? 근데 갑자기 사장 바뀌고 간판 바꾼다? 메리트가 사라져. 그냥 나가리라고. 경력 작살날 걸.”
영업팀장도 이번 인수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는지 비아냥대는 말투로 대답했다.
인사-총무팀장 역시 그에 동의하는 듯했지만, 어차피 관둘 거 굳이 그렇게까지 얘기하냐는 듯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와중에 오로지 한 사람.
비교적 젊어 보이는 김재민 점포관리팀장만이 희망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글쎄요. 저는 이번 인수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차피 도토루는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새로운 의사결정자 아래에서 새 출발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요. 선구자가 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 말에 몇몇 직원들이 동의하는 듯했지만,
팀장급 직원들은 ‘에휴, 뭘 알고 지껄이는 거야?’라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그뿐. 어차피 떠날 회사였기에 서로 얼굴 붉히긴 싫었는지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침묵 속에 기다림이 이어지기도 잠시.
끼익 –
문이 열리며 지부장이 나타났고…
“이 시점 부로 도토루 한국지사는 이준성 대표에게 인수가 결정됐습니다. 인수는 다음 달에 진행될 것이며 그와 동시에 도토루 한국지사는 사라지고, [네스트]라는 기업으로 변경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퇴직금은 도토루 측에서 지급할 것이며, 혹여 남고 싶은 사람은 이직의 형태로 인사이동이 결정될 것입니다.”
그 말에 기존에 직원들은 실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직원들이 수군거리는 사이로 준성이 나타났다.
“반갑습니다. 2주 후에 [네스트]라는 사명으로 이 회사의 대표가 될 이준성입니다. 여러분들 중 몇 분이나 저와 일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떠나는 분은 잡지 않겠습니다.”
준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슬쩍 직원들을 훑어봤다.
‘개판이군. 5명 남으면 많은 거겠어.’
지금 있는 저 인력 중 대부분은 [도토루]라는 일본 대기업 이름에 혹해서 들어온 이들이었다. 그리고 한국지사 철수와 동시에 다들 이직 혹은 퇴직을 생각하던 상태.
그 와중에 아무런 명성이나 보증이 없는 새로운 회사에 남을 가능성이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았다.
‘떠나고 싶으면 떠나라. 하지만 한 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만 알아둬야 할 거야.’
굳이 인생역전의 기회를 제 발로 차 버린 사람들까지 챙겨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인수 후 회사에 정시 출근하신 분은 자동으로 이직을 신청하신다고 판단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죠.”
준성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도토루 한국지사를 떠났다.
..
승강기를 타고 밖으로 나오는 길.
준성은 문득 인포 데스크 뒤쪽에 있는 안내판을 바라봤다.
– 601 [도토루 커피 한국지사]
비록 당장은 도토루 커피의 간판이 달려 있었지만,
아마 다음에 올 때쯤엔 [네스트]로 바뀌리라.
‘… 드디어 내 이름으로 직접 기업을 만들었다.’
저번 삶은 그저 남의 밑에서 노예로 일만 하다 죽었다.
직접 만든 전설 같은 사업들의 이익은 모두 주인에게 갔고, 그 노동의 끝에 받은 거라곤 그저 죽음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 다르다. 이번 삶은 철저히 내 중심으로. 내가 주인으로 살아가겠다.’
비록 이 오피스 건물 한켠에 놓인 작은 회사였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본디 아무리 큰 과업이라고 할지라도, 그 시작은 사소하기 마련이었으니까.
‘하지만 머지않아 네스트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커피 산업계의 패왕이 될 거다. 내가 직접 그렇게 만들 거다. 내가 바로 이준성이니까.’
끝
ⓒ 김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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