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26
– 26화 –
김재민은 뜬금없는 골프 얘기에 당황했다.
“고, 골프요? 쳐 본 적은 있습니다.”
“얼마나 치십니까?”
“그냥 몇 번 쳐 본 게 전부입니다.”
대답을 보아하니 몇 번 안 쳐 본 모양.
골프 좀 쳐 본 사람이라면 저러한 질문에는 비거리로 답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보나 마나 사장이 물어보니 관심사 맞추려고 해본 척을 한 것이리라.
뭐, 그렇다고 한글 큰 상관은 없었다.
준성은 사무실 구석에 있던 싸구려와 중저가 그 어딘가쯤에 있을 법한 골프채를 하나 가져왔다.
“이제부터 중요한 과업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김재민은 힘을 꽉 준 채 경청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금빛 미래를 그리기도 잠시.
하지만 준성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이제부터 강남, 여의도에 있는 실내 골프장 싹 다 뒤지시면서 김국지를 찾으십시오. 혹시라도 스크린 골프가 있다면 거긴 반드시 들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김국지라는 말에 김재민은 바싹 얼어붙었다.
“기, 김국지요? 그 개그맨 김국지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준성은 샤리에서 김국지와 마주 앉아 사업을 하나 만들어본 적이 있지만, 김재민은 그 일을 몰랐으니 말이다.
“예. 맞습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긍정.
“… 찾으셔서 뭘 하시려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사업가가 연예인을 만날 이유는 정해져 있죠.”
이에 재민은 눈을 약 2초 정도 감았다가 굳건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그 모습에서 큰 용기를 냈음이 살짝 드러났다.
“대표님. 분명 2~7호점의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현재 상태로 김국지를 부르는 건 시기상조 같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적자와 피해 누적으로 인해 자본잠식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충직한 직언이었다.
본디 직장인이란 입이 무거운 법이었다.
특히 옳은 거 옳았다고 말해서 인사고과 까이고, 틀린 거 틀렸다고 지적해서 제 직장 인생의 마침표가 찍힐 수도 있을 때는 더더욱 그랬다.
근데 말 한마디로 제 목을 날릴 수 있는 대표의 앞에서 직언이라? 그것도 대표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대하며?
‘좋은 직원이군. 하지만 아직 모자라.’
준성은 내심 김재민 팀장이 네스트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훌륭한 직원이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아직 제 대표의 능력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하긴.
뭐 같이 일한 지 얼마나 됐다고 알겠는가.
‘대영 시절 쓰던 인력들도 호흡 맞추기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까지 걸렸다. 분명 김재민 팀장은 쓸만한 인재지만, 아직은 딱 그 정도 수준이다.’
까닭에 준성은 굳이 대답해 줄 필요가 없음에도,
그냥 짧게나마 진실을 알려주기로 했다.
“걱정은 고맙지만, 이 회사 재무 사정은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제 회사니까요. 더 하실 말씀 있습니까?”
“… 없습니다. 주제넘은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이에 준성은 짧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는 좋습니다. 직언하십시오. 언제나 의심하고, 회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고민하며, 진리라고 믿었던 진실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런 직원이 많아야 회사가 건강해지니까.”
이에 김재민은 준성이 제 무례를 덮어주려 배려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곤 사라졌다.
*
그 날 이후로 김재민은 빠르게 뛰어다녔다.
사실 이런 종류의 잡무는 직책이 낮은 사람이 하기 마련.
‘하지만 대표님은 어떤 이유에서든 내게 이 일을 시켰다.’
게다가 굳이 김국지를 찾는 것에 함구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어디까지나 찾기만 할 뿐. 접촉을 요구한 건 아니었기에 김재민은 이 일을 비밀로 했다.
그렇게 김재민은 지금은 보기 힘든 굵고 뚱뚱한 노란색 전화번호부를 뒤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114에 일일이 전화하며 골프장들을 찾아다녔다.
어떨 때는 아주 대놓고 ‘여기 혹시 김국지 씨 다니십니까?’라고 물어보기도 했고, 또 어떨 때는 슬쩍 구경하는 척 골프채를 들고 휘적휘적 돌아다니기까지 했다.
그렇게 강남 일대를 다 돌았지만,
김국지는 보이지 않았다.
사막에서 바늘이라도 찾는 심정에 지쳐갈 무렵.
재민은 MBS와 KBC 방송국에서 가까운 스크린 골프장에서 찾아 헤매던 김국지를 드디어 찾을 수 있었다.
당시 그는 골프에 맛이 들려 스케쥴이 비어있을 때는 항상 방송국에서 가까운 스크린 골프장에서 기거했다.
얼마나 골프를 좋아했냐면… 김국지를 보고 싶으면 스크린 골프장 구석에 있는 9번 방으로 가라는 말이 개그맨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을 정도였다.
– 어~ 여보세요? 나야! 수형아, 너 촬영 끝났지? 밥 먹자!
김재민은 김국지를 발견하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골프장들을 뒤지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무슨 유니콘이나 장산범을 찾는 느낌이었거늘, 진짜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 대표님. 김재민입니다. 김국지 찾았습니다.”
*
김국지가 있는 스크린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
준성은 문득 옛 생각이 났다.
‘골프. 참 애증의 스포츠지.’
전생에 참 많이 쳤던 스포츠였다.
접대하랴, 영업하랴, 비밀스러운 지시를 받으랴.
한창 바쁠 때는 주말도 없이 골프에만 매달렸던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부상을 당해서 고생을 한 적도 있었고 말이다. 얼핏 보기에 얌전해 보이는 골프에 부상이 웬 말이냐 싶기도 할 수 있는데…
의외로 골프는 굉장히 위험한 스포츠였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에게는 더더욱.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준성도 골프를 치다가 갈빗대가 나가고, 등 근육을 찢어먹은 적이 있었다.
‘비거리 늘린다고 힘껏 치다가, 실수로 땅을 때렸지.’
그대로 가슴과 등 쪽에서 ‘뽀각’과 ‘뚝’ 소리가 동시에 들렸고, 병실에서 어이가 없어서 허탈하게 웃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에 일어난 헤프닝.
이제부터 업무를 위한 골프를 쳐야 했다.
꽤 비싼 회원 등록을 하고 방을 안내받기도 잠시.
준성은 복도. 정확하게는 김국지가 거의 반쯤 전세 놓은 룸 앞에 앉아있는 매니저에게 아는 척을 했다.
“어? 안녕하세요, 강 매니저님. 여기서 뵙네요?”
이에 매니저는 잽싸게 준성을 알아보며 고개를 숙였다.
“오~ 반갑습니다, 이준성 컨설턴트님! 그간 잘 계셨나요?”
“아, 예. 저야 뭐 잘 지내고 있죠. 잘 지내시죠?”
다 알고 왔음에도 괜히 모르는 척 인사를 받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자니 호기심이 생긴 걸까?
방문이 열리며 김국지가 쑤욱 모습을 드러냈다.
“오~! 반갑습니다! 잠깐 짬 내서 골프를 치러 왔는데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아~ 예. 안녕하세요, 이준성 씨. 저야 스케쥴 없을 땐 항상 여기에 있습니다. 골프 좋아하시나 봐요?”
“그럼요, 좋아하죠. 이래 봬도 제가 공 좀 칩니다.”
준성은 씨익 웃으며 도발적인 미소와 함께 미끼를 툭- 던졌다. 딱 김국지의 승부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정도였다.
“오~ 그러세요? 그럼 한 게임 어떠십니까? 혼자 치기에 적적했는데 잘됐네요! 저도 좀 치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김국지가 미끼를 덥석 물었다.
이 시점의 김국지는 머지않아 프로를 준비할 정도로 매우 뛰어난 실력자. 일반인 수준에서는 대적자가 없었으리라.
근데 그 마당에 도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하룻강아지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고 싶었을 게 분명했다.
“나쁘지 않죠! 저야 환영입니다!”
이에 준성은 릴을 당기는 낚시꾼의 심정으로 씨익 웃었다.
‘미끼를 물었구나, 김국지.’
…
그렇게 김국지와의 스크린 골프가 시작됐다.
아무래도 김국지는 이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지만, 준성은 이곳에 처음 온 상황. 이를 고려해 김국지 쪽에서 2점 정도 페널티를 얻겠다고 자처했다.
그 모습에서 절대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묻어났다.
그렇게 게임이 세팅되고 준성이 먼저 클럽을 들었다.
‘하, 이 지긋지긋한 골프. 결국엔 또 치게 되네.’
준성은 과거를 회상하며 몸 전체를 이용해 채를 휘둘렀다.
딱 – ! 하는 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날아가는 볼!
그걸 확인한 김국지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불과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그는 준성이 허세를 부리겠거니 했었다.
근데 이게 웬일?
치는 폼부터 예사롭지 않은 데다가,
날아가는 비거리 역시 심상치 않았다.
‘… 채는 싸구려에, 오늘 스크린 골프가 처음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저런 비거리가 나온다고? 이게 무슨…?’
김국지는 웃음기를 싹 지우고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
딱 – ! 따악 – ! 딱 – !
한동안 말없이 공만 주고받기도 잠시.
초반에는 준성이 국지를 바싹 따라붙었지만, 홀이 진행될수록 점수 차가 벌어지며 준성의 패색이 짙어졌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상대방은 스케쥴 외엔 골프만 쳐대는 매니아였으며,
동시에 진지하게 프로를 준비하는 준비생이었다.
어디까지나 잔재주와 기교로 딱 상대방이 딱 기분 좋게끔 져줄 수 있을 정도로 골프를 배운 준성과는 달랐다.
하지만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다.
애초에 이길 생각으로 온 게 아니었으니까.
‘어차피 여기 온 목적은 김국지와의 만남이다. 그리고 추후 김국지가 프로 골퍼 도전으로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한 씨앗을 심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이기기 위해서가 아냐.’
까닭에 어느 정도 승부가 결정된 시점에서 입을 열었다.
“이야~ 골프 정말 잘 치시네요. 놀랐습니다!”
슬쩍 띄우는 비행기에 김국지가 기분 좋았는지 픽 웃었다.
“에이~ 아닙니다. 저는 오래 쳐서 그렇죠. 오히려 제가 놀랐습니다. 골프 얼마나 치셨어요?”
“하하. 그냥 짬짬이 약간 쳤습니다. 아는 형님이 골프 좋아하셔서, 그냥 따라다니며 도둑질로 배웠죠, 뭐.”
처음에는 골프에 대한 화제로 시작됐고,
다음에는 근황을 물으며 샤리에 대한 화제로 토스.
자연스레 광고 매출과 엮으며 커피 사업 얘기를 꺼냈다.
“아, 맞다. 제가 최근에 커피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오호? 그래요오?”
그 말에 국지가 흥미롭다는 듯 쳐다봤다.
이전 미팅 때에도 사장 젖혀두고 혼자서 대부분의 일을 진행했기에, 꽤 신기하게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컨설턴트가 아니라 대표님이시군요.”
“하하, 대표는요 무슨. 그냥 작은 사업체인데요. 그나저나 요즘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이번에 광고를 한 번 해볼까 하는데, 아무래도 자본이 조금 부족해서요. 그래서 투자를 한 번 받아볼까 하는데…”
준성은 이후 방금까지와는 다른 경영자의 눈으로 김국지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혹시 저희 회사에 투자 한 번 해보실 생각 있으십니까?”
그 말에 김국지 역시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투자라뇨?”
“일반적으로 투자는 주식을 매매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만, 김국지 씨의 직업이 직업인 만큼… 조금 특이한 제안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회사 주식과 채권을 드리겠습니다. 대신 광고를 부탁드리고 싶군요.”
꽤나 묘한 제안이었다.
일반적으로 비상장 주식은 소위 말하는 거래소에 등록되지 않은 주식을 얘기했다.
따라서 리스크가 매우 높으며, 때에 따라서는 어마어마한 이익을 안겨 줄 수도 있었다. 까닭에 트레이더들은 리스크가 너무 높아 쳐다도 보지 않는 종목이었다.
하지만 저건 관망해야 하는 입장일 때 얘기.
본인이 회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때는 다르다.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김국지님께 가는 수익 역시 커질 겁니다. 그리고 전 그 투자금으로 김국지님의 광고. 나아가 장기적인 관계를 받고 싶군요. 어떠십니까?”
그 말에 김국지는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구찌니빵]을 만든 샤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 일의 핵심에 이준성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 다 죽어가던 팔립을 살리고 샤리라는 작은 기업을 한 번에 띄워준 제품을 만든 사람이란 말이지. 어떡할까.’
고민은 짧았다. 어차피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배당률 20,000%짜리 도박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좋습니다. 그 제안 받아들이죠.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김국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도 잠시.
“앞으로 종종 골프 좀 같이 칩시다.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없어서 실력 증진이 안 되거든요. 아. 그리고 다음부터는 일부러 힘 조절 안 하셔도 됩니다. 접대 골프는 별로라.”
김이 퍽 새는 얘기에 준성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김국지에게 골프는 중요한 문제였던 모양이다.
“아… 접대 골프인 거 많이 티 났습니까?”
“예. 후반부에는 특히요. 근데 제대로 치셔도 제가 이길 것 같긴 하네요. 하하.”
“어쨌든.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뇨.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제 투자금을 이끌어 주시는 대표님이신데 말입니다.”
준성과 김국지가 씨익 웃으며 악수했다.
그렇게. 준성은 다시 한 번 김국지를 얻어냈다.
‘좋아, 마케팅 수단은 확보했다.’
끝
ⓒ 김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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