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261
– 262화 –
시사회가 진행되는 극장에는 활기가 가득 찼다.
아무래도 VIP들만 초대되는 곳이었기 때문일까?
영화관 로비에서부터 큼지막한 홍보 팸플릿이 세워져 있었고, 배우, 개그맨, 가수 등 연예인들이 그 위로 올라가 서로 간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이에 성희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기 있기도 잠시.
본인은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익숙했지만, 준성이 대중매체 노출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딱히 별다른 말 없이 들어가려는 찰나…!
뚜르르르 – 뚜르르르- 뚜르르르 –
문득 준성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미안. 중요한 전화일 수도 있어서.”
“아니야. 괜찮아~”
받아 보자 잔뜩 신난 전지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대표님! 와주셨군요! 고맙습니다!
이에 도대체 어떻게 알았나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기도 잠시. 이내 언젠가 스치듯 봤던 전지혜의 매니저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저 사람이 알려준 것이리라.
– 제대로 인사하고 싶었는데, 밖에는 기자분들이 너무 많아서요… 상영관 안으로 들어오시면 다시 인사드릴게요! 오늘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요. 그럼 안에서 봬요.”
전지혜는 혹여 준성이 길이라도 잃을까 싶었는지 ‘6관이에요!’라고 덧붙이고는 기분 좋은 듯 헤실헤실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
상영관 안에는 소수의 선택받은 기자들만 들어와 있었고, 감독과 배우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본인이 초대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전지혜 역시 있었는데…
– 앗! 아!
지혜는 준성이 상영관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마치 주인 맞이하러 오는 강아지처럼 오도도- 계단을 올라왔다. 하지만 그 경쾌한 리듬도 잠시.
준성 옆에 서 있는 낯선 여자의 존재에 발걸음이 무거워졌고, 이내 오도도-하고 경쾌하던 소리 역시 멈춰버렸다.
꼭 머리를 망치로 맞기라도 한 기분이 이럴까?
신났던 기분은 한순간에 저 멀리 사라졌고,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뛰어다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혜는 애써 정신을 차리곤,
이내 밝은 척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언제나 그렇듯 항상 경쾌하게.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변을 파스텔톤으로 물들이는 그녀였지만, 유독 오늘은 그 색감이 슬퍼 보이는 이유가 뭘까.
“반가워요, 지혜 씨. 초대해 줘서 고마워요. 지혜 씨 덕분에 네스트랑 디움이 큰 덕을 보네요.”
“하하-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항상 감사드리죠! 근데… 오늘 같이 오신 분은 누구… 세요?”
이후 신성희와 전지혜의 눈이 마주쳤고, 둘은 그 순간 본능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연적(戀敵)이라고 말이다.
특히 성희는 지금 지혜와 처음 본 것이었지만… 그녀는 살면서 저런 눈빛을 여럿 받아봤었다. 제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를 뺏기기 싫어하는 여자의 눈빛 말이다.
애초에 성희 역시 빼어난 외모로 남자와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사뭇 많은 여자의 질투를 받아왔던 몸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성희는 묘-한 미소를 지었고,
지혜는 입은 웃으면서도 눈은 날카롭게 떴다.
여자들 특유의 살벌하면서도 날카로운 신경전도 잠시.
“아, 예. 이쪽은 신성희 씨입니다.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사이에요. 마침 오늘 약속이 겹쳐서 같이 오게 됐습니다.”
“안녕하세요, 신성희입니다. 준성 오빠 아는 동생이에요. 아직은. 서로 안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성희는 ‘오빠’라는 단어와 ‘아직은’이라는 단어에 힘을 빡- 줘서 선제공격을 날렸고, 그 능숙한 일격에 지혜는 잠시 멈칫거렸으나… 그녀 역시 빼지 않고 바로 반격했다.
“아~ 그러시구나~ 어서 오세요.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 오늘 제가 준 넥타이 매셨네요!? 헤헤- 좋다!”
그 말에 이번엔 성희가 잠깐 멈칫거렸다.
하지만 두 여자가 서로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걸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아는 데 신경 안 쓰는 건지… 준성은 별다른 반응 없이 넥타이를 매만지며 웃었다.
“예. 항상 잘 차고 있어요. 고마워요.”
대화는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지혜는 ‘오늘 영화 재밌게 봐 주세요!’ 라며 조심스럽게 물러났고, 성희 역시 지혜를 경계하듯 쳐다보며 제 자리로 향했다.
…
[나의 그대를 소개합니다]는 그냥저냥 괜찮았다.비록 전지혜의 전작인 [엽기스러운 그대]와 매우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긴 했지만…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이 영화 자체가 엽기스러운 그대의 중국 메가 히트 이후, 홍콩의 100% 투자로 만들어진 일종의 속편 비슷한 거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영화가 다 끝나고 크래딧이 올라갈 무렵.
보통 시사회에서는 크래딧까지 다 보는 분위기였기에 적당히 팔걸이에 팔을 올려놓고 있자니…
포옥 –
준성의 손 위로 성희의 손에 얹어졌다. 이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성희가 씨익 미소를 지은 채…
“… … … 었어.”
크래딧 BGM에 묻혀 잘 듣지 못했다는 제스쳐를 보여주자, 그녀는 조용히 제 귓바퀴를 톡-톡- 두드렸다. 아마 얘기하기 위해 귀를 빌려달라는 것이리라. 이에 그녀 쪽으로 슬쩍 몸을 기울이자… 귀에 달콤한 목소리가 울렸다.
“고마워, 나 사실 VIP 시사회는 오늘이 처음이었어.”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오른쪽 팔뚝에… 말캉- 하고 부드러운 압박감이 느껴졌다가 사라졌다. 온 신경이 그쪽에 집중되기도 잠시. 준성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 확실히 몸이 젊어지긴 했네.’
예전 같았다면 별 감흥 없었겠지만, 아무래도 회귀 후 몸이 젊어지며 반응이 온 것이리라. 하지만 자극은 저게 전부가 아니었다.
성희는 준성의 엄지와 검지 사이를 살금- 살금- 쓸어내리는가 싶더니, 준성의 손을 들어 그대로 깍지를 꼈다.
이건 또 뭔가 싶어 쳐다보자…
“왜? 우리 애들 아니잖아. 손도 못 잡아?”
이번에도 오른 팔뚝에 뭔가 꾸욱- 하는 느낌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준성 역시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뭐, 애들이라기엔 나이가 너무 많긴 하지.”
“됐어, 그럼. 이대로 있자. 좋으니까.”
마치 여우가 손을 장난스레 텁- 문 기분이 이러할까?
뭔가 공략당하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긴 했다만, 그게 딱히 나쁘지는 않아 그냥 어울려 주기로 했다. 덤으로 보들보들한 그녀의 손 감촉도 좋았고 말이다. 그렇게 크래딧이 모두 끝났을 무렵…
–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감독님과 주-조연 배우님과의 질답 시간을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자의 목소리와 함께 급히 앞쪽에 테이블이 세팅됐고, 거기에 감독을 포함한 배우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중에 전지혜도 있었지만… 준성은 딱히 작품에 대해 할 말은 없었기에,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 상영관 밖으로 나가는 사이…
전지혜는 유심히 준성을 찾다가,
그가 성희와 손을 잡은 것을 확인했고,
뭔가 가슴 속에 울렁거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반면 성희는 계단을 오르던 중,
잠시 멈춰 뒤를 돌아 전지혜를 확인했고,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어딘가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승리했다는 듯 준성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그렇게 두 여자가 남자는 모르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지만, 정작 준성은 알아채지 못한 채 걸음을 재촉했다.
애초에 지혜와 성희 둘 다 본인의 저런 모습을 준성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니와, 준성 역시 딱히 알고 싶어 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뭐 어쩌랴.
성희나 지혜. 준성에게 있어선 둘 다 아직 ‘여자’가 아닌 그냥 생물학적 성별이 여성인 ‘지인’에 불과했다.
적어도 아직은.
그러니 그들이 신경전을 벌이든 말든.
딱히 신경 쓸 필요도 없었고,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
시사회 인터뷰가 끝난 뒤. 다음 스케쥴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밴 안. 지혜의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 지혜야 괜찮아?”
“아… 네? 부르셨어요?”
“괜찮냐고. 너 인터뷰 할 때도 집중 못 하는 것 같던데. 요즘 많이 힘드니? 너 안 그래도 요즘 연기 때문에… 실장님한테 말씀드려서 다음 스케쥴 빼볼까?”
지혜는 그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지혜는 탑스타라 부르기에 모자람 없는 명성을 누리고 있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연기력에 논란이 조금 있었다.
물론, 그나마도 압도적인 외모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됐기에 적당히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내심 연기에 대해 부담감을 조금씩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A급 여배우치고는 꽤 파격적인 장르도 찍어보고, 연기력 상승을 위해 여러 장르에 도전해 봤지만 따라오는 건 모조리 흥행 실패였을 뿐.
매니저 역시 이를 알았기에 전지혜가 피로한 기색을 보이면 슬쩍 스케쥴을 바꾸는 등 유동적으로 대응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오빠.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은 거 맞아? 지혜 너 다 좋은데… 가끔 보면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 보여. 그러다가 몸 망가지면 한 방에 훅 가는 거야. 나 과로로 쓰러지는 여배우들 여럿 봤다.”
그 말에 지혜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배시시 웃었다.
“오빠, 나 체력 좋아요. 그리고 오늘은 연기력 논란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에요. 다른 문제 때문이에요.”
“뭔데?”
“그냥… 뭐랄까… 공허하고… 복잡하네요…”
그 말에 매니저가 백미러로 지혜의 얼굴을 슬쩍 살피곤,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 너 혹시 연애하니? 아니지? 제발 아니라고 해줘. 걸리면 나부터 시작해서 스탭들 죄다 줄초상 난다. 응?”
연애라는 단어에 지혜는 회색빛 미소를 짓고는,
얼마 전 그녀가 가졌던 물음에 대해 확신했다.
– 이준성 대표님은 내게 어떤 사람일까?
사실 스스로 물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그냥 동경 내지는 고마운 감정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애매했던 자신을 건져내 탑스타로 만들어 준 후원자 같은 존재라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확신할 수 있었다.
준성의 옆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걸 봤을 때.
기분이 이상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낯선 감정. 바로 질투였다.
준성 옆에 자기가 있어야 하는데.
저 여자 대신 내가 저기에 있었어야 했는데.
내가 저 여자보다 훨씬 더 오래 알고 지냈는데.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준성은 언제나 지혜를 애 취급했고,
그저 일적으로만 대했으니까.
지혜는 그렇기에 다짐했다.
이제 애가 아니라 여자가 되겠다고.
홍보모델이 아닌 한 사람의 여인이 되겠다고.
그래서 앞으로 증명하리라 마음먹었다.
당신이 후원해 준 소녀가 이제 어른이 됐다고.
그리고 당신 옆에 어울리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연애요? 제가요? 설마요. 안 해요.”
지혜는 그렇게 말하고는 ‘하지만 나중에는 모르겠네요’라는 뒷말을 꾹 삼켰다. 비록 여배우라는 입장으로 연애는 독과 같았지만, 그딴 거 뭐 어쩌랴. 피 끓는 청춘이오, 가슴앓이하는 소녀에게 그런 문제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다행이네.”
매니저는 그런 그녀의 속도 모른 채,
운전을 계속했다.
…
그렇게 다이나믹하다면 다이나믹하고,
별일 없었다면 별일 없었던 데이트가 끝났다.
적어도 준성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흐음- 나쁘지 않네.’
하지만 다른 두 여자는 달랐는데…
– 전지혜라, 강적이네. 하지만 상관없어. 어차피 직장 동료 같은 거잖아? 하지만 나는 그 사람한테 있어 여자야. 그러니까 괜히 초조해할 필요 없어.
신성희는 전지혜라는 강적의 출현에 긴장했고,
– 나도 이제 마냥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거야. 바보처럼 뺏기기만 하는 건 싫어. 어차피 나도 대표님이랑 시간 맞추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전지혜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제 마음을 확실히 알았고, 이제부터는 기존과 달리 공격적으로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두 여성의 달콤하면서 살벌한(?),
연애 경쟁이 시작됐다.
솔직히 천문학적인 돈이 움직이는 기업들의 경쟁에 비하면 참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마는… 적어도 그녀들에게 있어서 저 싸움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니 존중해 주는 게 옳겠지.
아마도….
…
시간은 훌쩍- 훌쩍- 잘 흘러 2004년 2월.
네스트 아래에 두 개의 자회사가 설립됐다. 바로 [네스트 프리미엄 로스터리]와 [네스트 캡슐 커피]였다.
뭐, 후자는 사실 동남과의 합작이었기에 완벽한 자회사라고 하기엔 문제가 좀 있었다마는… 어쨌든 일단은 그랬다.
[프리미엄 로스터리]는 회사 창립 이후 독자적인 노선으로 일을 진행하기 시작. 이후 [한국], [베트남], [미국] 그리고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 세울 네스트의 랜드마크들을 계획하면서도, 큼지막한 일을 진행했다.
바로 [이탈리아 실사]였다. 이를 위해 준성은 기존에 얘기했던 대로 일남과 함께 이탈리아행 항공기에 몸을 싣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덤으로 김재민 역시 캡슐 커피 및 네스트의 유럽 진출을 위해 동남 식품의 류수연 상무 그리고 필요인력들을 대동한 채 공항에 모였고 말이다.
그렇게…
네스트는 유럽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