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276
– 277화 –
사울이 D-Melody의 골자를 만든 뒤,
거래를 통해 연예계 견제책을 마련하고,
과거의 악연 제이리버와의 협력이 시작된 다음.
준성은 참다운 로펌의 박홍철 대표를 찾아갔다.
과거 네스트와 디움의 본사가 있던 서초동 법무타운.
그리운 느낌으로 차를 몰고 익숙한 어느 한 건물로 들어갔고, 머지않아 박홍철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참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었지만,
박홍철은 변호사보다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었다.
비만과 보통 그 중간 어디쯤 있는 체형, 귀까지 오는 곱슬머리, 기른 건지 내버려둔 건지 모를 수염, 목이 죄는 느낌이 싫은지 넥타이 없이 윗단추 두 개를 푼 셔츠까지.
사실 변호사라는 직업은 의뢰인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깔끔한 차림을 하고 다녀야 했지만, 박홍철만은 예외였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제 스타일을 고수하고 다녔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
저 허허실실한 외모 안에는 다른 존재가 들어 있었다.
‘저런 사람이 법조계에서 유명한 미친개라는 게 참 아이러니하지. 그런 성격을 덮으려고 일부러 저런 모습을 하고 다니는 것일 수도 있고 말이지.’
비록 여태까지 경쟁에 있어 법적인 공격을 자주 하지 않아서 그렇지, 박홍철 역시 추후 대영. 더 나아가 준성의 적들을 물고 늘어질 용맹스러운 용병이었다.
그리고 그건 이번에도 똑같을 거고 말이다.
“아이고~ 이거 참 오래간만입니다.”
“그러게요,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그럼요. 아무렴요. 네스트 덕분에 항상 웃음꽃이 끊이질 않죠. 법무 외주를 탄탄하게 주셔서 이제는 변호사 한 명당 실무직 3명씩 붙여 줘도 될 정도라니까요? 하하하 – !”
참고로 이제 네스트도 어느 정도 덩치가 커졌기에 내부 법무팀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여전히 큰 건은 박홍철의 도움을 받는 편이었다. 게다가 그뿐이랴?
– 아…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까? 보상은 못 받아도 그 사람 하나 작살 내 드리죠. 괜찮은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유니드어스 복수 사건 때에도 큰 도움이 되어 줬다.
물론, 저건 돈 되는 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태까지 지속해온 네스트와의 파트너쉽을 생각한 일종의 ‘서비스’에 가까웠지만… 어찌 됐든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었다.
“잘 지내셨다니 다행이네요. 더불어 먹고 사는 인생이잖습니까. 박 대표님 잘되시는 거 보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렇게 활짝 웃으며 대화하기도 잠시. 이내 올백 머리에 뿔테 머리를 쓴 남자 한 명이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분명 들어올 때 잡무 비서로 추정되는 여직원을 봤었다는 걸 생각했을 때, 박홍철이 일부러 들여보낸 것이리라.
“어, 그래. 오 변호사 왔어? 잠깐 앉아. 이 분이 이준성 대표님이셔. 저번에 자네가 해낸 그 건 맡겨 주신 분.”
이에 준성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마 저 사람이 곽상혁을 법으로 압박해 숨통을 조인 오낙우 변호사이리라. 그는 꾸벅- 인사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 친구가 일을 참 잘해요. 그 저번에 말씀하신 곽상혁 있잖습니까? 지금 압류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알아보니 집단소송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사람들 끼고 추가 소송 진행하고 있고요. 사실상 그 사람 나가리죠. 하하하.”
박홍철 대표는 ‘우리 오 변호사가 그런 거 참 잘해요’라며 제 부하직원을 다독였다. 아마 준성이 찾아온 이유가 그 건에 대한 경과를 물으려는 것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하하, 고맙습니다. 덕분에 제 부하직원이 발 뻗고 편하게 잠을 자겠네요. 하지만 근데 아쉽게도 오늘은 그 건 때문에 온 게 아닙니다. 다른 걸 부탁드리고 싶었거든요.”
“아- 그러셨구나… 하하하… 이거 참… 쓰읍-”
박홍철이 그렇게 말하며 오낙우 변호사를 쳐다보자, 그는 제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다시 한 번 꾸벅- 인사하고는 사라졌다.
뭐, 어쨌든. 그렇게 작은 오해 뒤.
준성은 본인이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이번에 전자 음원 유통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그 말에 푸근해 보이던 박홍철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비록 겉모습만 보면 살집 있는 검은색 푸들처럼 보이는 그였으나, 애초에 그 역시 변호사고 승부사. 그 눈동자에는 숨길 수 있는 호전성이 번들거렸다.
“전자 음원이요? 거기 지금 살벌하지 않나요? 지금 가요계가 카르텔 만들어서 칼을 마구잡이로 날리고 있을 텐데요.”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보통 변호사는 영업 및 집중을 위해 [가정], [형사], [교통] 등 제 전문 분야를 가지기 마련이었지만… 박홍철은 한 로펌의 대표로서 이런저런 케이스에 관심이 많은 모양인지 단번에 핵심을 짚어냈다.
“압니다. 그래서 여기에 찾아온 거고요.”
그랬다. 사실 준성 역시 [연예계 견제]와 [자체 스트리밍 시스템]으로 불법 유통을 방조한다는 명분을 제거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방책일 뿐.
실질적인 방어책은 디움 내부 법무팀이 전부였기에, 보다 확실하고 강력한 방패. 더 나아가 방파제가 필요했다.
“… 어려운 건을 던져주시네요. 하- 참- 이거- 진짜 어려운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하나…”
박홍철은 제 곱슬머리를 긁기도 잠시.
이내 검지와 엄지를 붙여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아마 요게 많이 들 겁니다. 상대방이 마음먹고 걸고넘어지면 변호사 한 명으로는 감당이 안 돼요. 팀 단위로 움직여야 해요. 그리고 1~3년짜리 초장기전이 될 수도 있고요.”
“그 문제라면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쓸 데 쓰려고 모아놓은 돈이데, 아끼면 안 되죠. 그리고 박 대표님 같은 고급 인력이 도와주시는데 가격이 싼 것도 이상하고요.”
어차피 돈이야 많다.
제아무리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이 있듯 연예인이 돈을 잘 버는 직업이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직업’으로 한정했을 때 얘기다.
그들이 카르텔로 뭉쳐봐야 글로벌 기업을 2개나 운영하는 준성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방어는 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하죠. 잘 찾아오신 겁니다.”
준성의 물음에 박홍철이 어딘가 섬뜩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저 그뿐인데도 왜 그의 치아가 사람의 것이 아닌 개과 짐승 같은 톱니처럼 보이는 건 왤까.
“일단 확답은 못 드립니다만, 아주 높은 확률로 방어할 수 있어요. 잠시만요…”
박홍철은 이후 전화를 들어…
– 수영 씨, 이번에 소리대륙 소송 건 자료 긁어서 가져와 봐. 그리고 어느 로펌이 했는지 알아보고, 개인이면 따로 연락처 가져와. 이거 중요한 건이니까 최우선으로 처리해.
… 라고 말하고는,
이번에는 제 핸드폰을 들더니…
– 어, 나 박홍철이. 잘 지내지? 엉~ 당연하지. 나야 항상 잘 지내지. 살? 에이, 임마. 됐고. 이번에 소리대륙 건 누구네가 했었지? 그거 잠깐 시끄러웠잖아. 아~ 아~ 걔네? 우리 후배네? 혹시 걔네 기수 연락처 있어? 어~ 어~ 고마워! 다음에 술 한잔해야지! 그럼~ 잘 지내!
… 그 자리에서 바로 정보를 캐냈다.
“얘기 들어보니까 그렇게 센 곳은 아니네요. 붙으면 제가 이겨요. 그러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네요.”
참으로 든든한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파격’이라는 단어를 몸에 두르고 다니는 것 같은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그 실력만큼은 좋았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일 테고 말이다.
“좋습니다. 그럼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방어를 준비해 주세요. 대금은 추후 디움을 통해 드리겠습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럼 그렇게 처리하긴 하겠습니다만, 되도록 소송전은 없었으면 하네요. 저는 돈 좀 못 벌겠지만, 그래도 디움은 그게 더 좋을 테니까요.”
“하하, 립 서비스인가요?”
“아뇨. 진심인데요. 음원 사업 그거 잘 되면 어차피 저희한테 외주 큰 거 많이 들어올 거 아닙니까? 그러니 차라리 순항하는 게 큰 그림으로 보면 더 좋죠.”
그 말에 준성은 피식 미소를 짓고는,
박홍철 대표와 참다운 로펌을 뒤로했다. 그렇게 혹시 모를 소송에 대비한 [법조계 미친개의 방파제]가 마련됐다.
…
2004년 3월 말. 서초 테헤란 밸리.
사울이 D-Melody의 골자를 만든 뒤,
거래를 통해 연예계 견제책을 마련하고,
과거의 악연 제이리버와의 협력이 시작됐으며,
박홍철을 통해 소송 방어용 방파제를 준비한 뒤.
디움의 특투실장 오태희를 필두로 재무팀장과 영업팀장이 [네오워즈]에 도착했다. 과거 토킹클럽을 양수받으러 왔을 때만 하더라도 작디작은 사무실에 불과했지만…
04년의 네오워즈는 조금 달랐다.
토킹클럽 양수 당시였던 99년도만 하더라도 네오워즈는 전화선 인터넷 접속 사업인 [투 클릭]이 망해 무너져 가고 있었으나… 그것도 잠시.
괜찮은 투자자를 만나 사업 영역을 게임 포털로 확대. 협력 개발사가 만든 [스페셜 거너]와 [카르마 거너]가 대박을 치며 게임사로서 변태.
그에 더해 본인들이 운영하는 [파망]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맞고, 고스톱, 포커 같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보드게임으로 꽤 많은 유저를 확보. 이후 ‘파망 런처’를 이용해 굵직하고 안정적인 회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기본 골자 자체가 게임이 아닌 IT였기 때문일까?
네오워즈는 여전히 타 산업으로의 다각화를 꿈꾸는지, 얼마 전 아이스-디지탈을 인수. [벡스]를 통해 음원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그렇게 덩치가 훅 커진 네오워즈 신-사옥 안으로 오태희가 들어왔고, 비서를 통해 회의실로 안내받았다. 그러자 그 안에는 꽤나 신경을 쓴 듯 화려한 실무진과 더불어 김도희 대표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앉으시죠.”
과거 자그마한 사무실을 운영할 때와는 퍽 다른 태도.
하긴. 그때만 하더라도 겨우 전 직원 20명 남짓한 회사의 사장이었다면, 지금은 협력회사 직원 포함 500명 이상을 거느리는 경영자였다. 비록 왕까진 아니더라도 지방 영주 정도는 되는 포지션으로 봐야 옳으리라.
물론, 그렇다고 오태희가 기가 죽거나 하진 않았다.
애초에 승부사 내지는 사냥견으로 길러진 사람 아니던가? 게다가 저쪽이 뱀의 머리라면 이쪽은 용의 꼬리다.
그러니 굳이 굽히고 갈 필요는 없었다.
“전화와 서면으로 말씀드린 것처럼, 디움 측은 음원 유통 사업인 [벡스] 사업을 인수하고자 합니다.”
그 말에 네오워즈 김도희 대표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99년 4월 토킹클럽 판매 이후로 그가 제일 많이 들은 말이 뭐냐 하니…
– 야, 도대체 그거 왜 팔았냐?
… 되시겠다.
심지어 몇몇 기자는 대놓고 쳐들어와서는,
– 만약 현재 토킹클럽을 운영하고 계셨다는 가정 하에 약 2,5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보셨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 라며 김도희 사장의 속을 마구잡이로 긁어내려 갔다.
게다가 현재 토킹클럽은 디움의 [SNS], [동창회], [메신저] 서비스와 시너지를 발휘. 세계 각지에서 약 5억 명 정도가 쓰는 공룡급 채팅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한 마디로 김도희 입장에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톱만 한 금덩이 하나에 팔아 재낀 기분이 들 수밖에 없으리라.
그 와중에 다시금 디움이 찾아왔다. 근데 이번엔 네오워즈가 진입한 지 얼마 안 된 [벡스]를 팔라고 한다.
이에 김도희 사장은 인수를 희망한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으나, 그 역시 한 기업체의 사장. 주판을 굴리기 시작했다.
‘… 디움이 음원 사업을 시작한다?’
‘디움은 하는 족족 대박을 친 IT업계의 전설이다. 그러니 이건 곧 음원 사업이 가능성 있다는 얘기야. 호재다.’
그렇기에 디움을 떠보고자 이 자리를 마련한 거였다.
만약 저들이 엄청난 금액을 부른다면 그만큼 이 사업이 가능성이 있다는 거니까.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무조건 떠보려는 것만은 아니었다.
준성이 미리 방어를 준비한 게 옳은 선택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네오워즈 역시 벡스를 통해 음원 유통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소송장부터 날아오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사업 유지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미 투자금은 거의 다 까먹었고, 게임으로 번 수익 중 많은 양이 그 출혈을 막기 위해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만약 적당한 가격이 제시한다면,
네오워즈 사장은 벡스를 팔 생각이었다.
물론, 싸게는 절대 안 팔겠지만.
“예, 그래서 인수 희망가는 얼마입니까?”
김도희 대표는 저렇게 말하며 생각했다.
‘자, 어디 한번 나불거려봐 디움. 너희가 얼마를 준비했더냐? 너희의 포부를 밝혀 봐라! 토킹클럽 때와는 다를 거다. 절대 싸게는 안 팔아! 아니, 못 팔아!’
그리고 그의 그런 생각이 박살 나는데 걸린 시간.
딱 3초였다.
“800억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