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288
– 289화 –
“이제 중국 SSE(상해 증권 거래소)에 투자할까 합니다.”
중국이라는 말에 오태희는 복잡한 반응을 보였다. 약 3,000억 원이라는 돈을 굴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기회를 앞둔 것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불안감이 덮친 것이리라.
사실 오태희는 워낙 자본주의자 기질이 짙은 사람이라, 사업 기회가 오면 마치 전투를 준비하는 광전사같은 태도를 보였거늘… 이번만큼은 살짝 예외였다.
“중국 시장이요?”
준성은 그런 태희의 반응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하긴,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중국 주식은 농담 안 하고 변동성(리스크)이,
무슨 보름달 뜬 날 광년이 머리채처럼 휘날린다.
게다가 그뿐이랴?
중국은 거의 사실상 독재기 때문에 권력자에게 온 힘이 몰려있고, 사회주의 국가라 기본적으로 기업에게 매우 배타적인 나라다.
그걸 증명하듯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을 보며 기회의 땅이라며 어마어마한 투자를 한 세계 각지의 기업들이 작게는 몇조, 크게는 몇백조 단위의 손실을 내며 퇴각하지 않았던가?
그에 더해 중국은 어마어마한 인구와 자원을 바탕으로 소위 ‘배짱 장사’를 하고, 거기다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외국인의 소송을 국가가 직접 나서서 막아주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투자 한 번 잘못했다가 정말 농담 안 하고 땡전 한 푼 건지지 못하고 알거지가 될 수도 있는 곳이다.
근데 그 도박판 같은 곳에,
디움의 금고를 꼴아 박는다?
아무리 호전성 넘치는 오태희라도 멈칫할 만했다.
“왜요, 문제라도?”
“… 아시겠지만, 중국 시장은 변동성이 너무 큽니다.”
“압니다. 거꾸로 기회가 넘친다는 뜻이기도 하죠.”
“예. 부정할 수 없는 말씀이긴 하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이 외국인 상대로 장난질 치는 거 보면 영 꺼려져서요…”
그 말에 준성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게 솔직히 말로 해서는 어느 정도인지 잘 감이 안 올 수 있는데, 쉬운 이해를 위해 사례를 하나 들어 보자면…
이 분야에서 매우 유명한 [중국 원양 자원]이 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원양어선을 운영하는 어업 회사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보면 딱히 그냥저냥 평범한 기업 같지만, 문제는 저들이 [허위공시], [분식회계], [주가조작]을 통한 연타로 투자자들에게 연타로 빅엿을 먹였다는 거다.
때는 한창 중국이 세계의 자원을 빨아들이며 연평균 10~15% 이상의 미친 듯이 성장하고 있을 무렵.
그와 동시에 중국의 1인당 GDP 역시 부쩍 올라 값비싼 해산물 소비율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 원양 자원]이 혜성처럼 나타났다.
이들은 많은 어선을 운영해 매우 건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고, 주식시장에 공시된 정보가 이를 뒷받침했다. 이에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 중국 원양 자원의 주식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쭈욱- 기존 10배까지 상승했을 무렵.
문득 어느 한 외국인 투자자가 의문을 제시한다.
– 너희 공시 내용 보니까 이번에 배를 또 샀네? 저번에 한 대 샀잖아? 원양어선이 애들 장난감도 아니고, 그걸 벌써 살 수 있다고? 말이 좀 안 되지 않나?
당연한 얘기겠지만, 어업 회사가 배를 하나 더 구입한다는 건 호재였다. 그만큼 영업이익이 늘어난다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중국 원양 자원의 경우 배를 추가하는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고, 소수의 투자자들의 의심을 시작했다. 이에 대한 중국 원양 자원의 대답이 가관인데…
– 어, 샀어. 지금 바다에 있는데? 가서 보든가. 아 진짜 샀다니까? 네가 직접 가서 보라고. 늬들 자꾸 보여달라고 하는데, 이거 영업방해야 이 자식아! 어선 한 번 불러들이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 줄 알아!?
그 어떠한 정보도 없이, 구입한 배가 이미 출항했다며 확인하고 싶다면 직접 하라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연한 얘기지만, 투자자가 어떻게 바다에 직접 나가 그 배를 하나하나 확인한단 말인가? 비용이 한두 푼도 아닌데?
그렇게 투자자들이 뭔가 구린 냄새를 맡는 사이에도 중국 원양 자원은 계속해서 배를 구입. 결국, 투자자들의 의심이 폭발해 그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라며 반발했다.
– 야, 이 개**들아! 배 샀다며! 근데 왜 보이질 않냐! 그리고 제일 중요한 어업일정이랑 통신 내역은 왜 비공갠데!? 너희 구라 치는 거 아니야? 패 까 봐!
이에 중국 원양 자원은 어쩔 수 없이 배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게 또 가관인 게… 농담 안 하고 기존에 썼던 배 사진에 조잡한 포토샵으로 숫자만 바꿔 놓은 거였다.
근데 환장할 노릇인 건,
저기에 몇 번은 투자자들이 속았다는 거다.
게다가 그뿐이랴?
중국 원양 자원의 오너 역시 온갖 기행을 벌이는 존재로 유명했다. 이 양반은 호재만 터지면 뭔 짓을 했냐면 본인이 가진 지분 중 대부분을 싸-악 팔아버렸다.
참고로 오너가 제 지분을 아무런 말도 없이 판다는 건 회사가 두 쪽 나기 직전 아니고서야 잘 없는 일이다.
– 야, 야, 야! 씨* 저거 뭐야! 중국 원양 자원 오너가 왜 갑자기 자기 지분을 싹 털어!? 이거 이상하다! 공산당이 기업 조지고 있는 거 아니야!? 일단 탈출해! 이거 잘못하면 땡전 한 푼 못 건진다! 팔아 이 자식들아!
이에 투자자들 역시 기겁을 하며 같이 투매 행렬에 동참하게 됐고, 그와 동시에 주가가 요동쳤다.
그렇게 딱 이틀 정도 지났을 무렵.
오너가 주가가 내려간 주식을 다시 매집했다.
그 결과 시세 차익으로 인해 오너의 주머니에 수도 없이 많은 양이 돈이 들어가게 됐고, 투자자들이 이번에도 광분하며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자…
– 아, 그거? 팻 핑거(Fat Finger)였어. 이거 내가 산다는 게 실수로 팔아버렸네~ 하하하, 미안들 합니다!
팻 핑거.
원뜻은 손가락이 두꺼워 다른 키가 같이 눌린 입력 오류를 말하는 것이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주문 실수’를 의미한다. 당연히 구라도 저런 시뻘건 쌩구라가 따로 없었다.
이에 어이가 없어진 투자자들은 단체로 소송을 내지만,
아니나 다를까 중국은 ‘대륙의 기상’을 보여주는데…
– 아니 소송 건 게 언젠데 아직까지 진행이 안 돼!
– 소송 진행되고 있으니 기다리십쇼.
의도적인 태업으로 소송을 지연시킴과 동시에, 외국인들이 중국 내에서 낼 수 있는 영향력을 모조리 잘라버렸다.
그렇게 중국 원양 자원은 온갖 사기로 외국인 돈을 죄다 빨아먹다가 어떻게 됐느냐?
기어이 사기를 친 게 들통나서 상장폐지 됐다.
덤으로 그 과정에서 CEO는 행방불명 됐고 말이다.
뭐, 이게 말이 행방불명이지…
– 꺼어어억~ 나는 간다, 이 병*들아!
… 실상은 이랬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후 그의 행보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동서남북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볼 때 더더욱.
이렇듯 중국 주식시장은 개판 5분 전이었다.
물론, 예시로 든 기업이 워낙 개막장을 달리는 극단적인 사례긴 했다만… 중요한 건 자칫 잘못 물렸다간 진짜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다는 거였다.
준성이 미소 지은 채 침묵만 유지하길 약 15초.
뭔가 기시감을 느낀 오태희가 물었다.
“… 그럼에도 상해 시장을 노리신다는 건, 그에 상응하는 전략이 준비되어 계신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가 기억하기로 준성의 회사인 네스트는 IT 버블 당시 귀신 같은 투자 전략으로 지뢰를 피해가며 엄청난 투자 이익을 남긴 적이 있었다.
‘… 만약 내 예상이 맞다면, 이번 상해 투자는 제2의 황금 기회일 가능성이 크다. 네스트가 IT 버블 때 벌었던 것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을 땡겨올 수도 있겠지.’
긴장감에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리길 몇 초.
준성이 태희의 기대에 부응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조만간 상해 시장에 [파생상품 시장]이 열림과 동시에 외국인 거래가 허용될 겁니다. 이제부터 저희는 그 시장에 뛰어듭니다.”
파생상품 시장.
파생상품은 자산의 가치 변동에서 파생된 금융 상품을 말했다. 제일 유명한 것들로는 [옵션]-[선물]-[스왑]이 있으며, 소위 금융 거래의 꽃이라 불리는 것들이었다.
이는 당연히 [자본주의]에 관련된 것들이었고, 그렇기에 오랜 시간 공산주의를 유지했던 중국 입장에선 매우 낯선 제도다. 그리고 으레 ‘정부’들이 다 그렇듯, 시장보다 속도가 매우 느려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문제는 상해 시장이 [외국인 파생상품 거래]를 너무나도 일찍 열었다는 거였다. 그 결과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세계 각지의 자본주의의 망령들이 우르르 몰려와 중국 주식시장을 말 그대로 휘저어 버렸다.
그 결과 무슨 일이 벌어졌냐면…
외국인 투자가 열린 2004년 5월을 기점으로,
정확히 1년 만에 SHA가 1,000%가 상승(!)했다.
이걸 한국으로 따지면 800(04년 한국 기준)이던 코스피가 1년 만에 8,000(!!)이 된 것과 다름없을 정도의 미친듯한 폭등이었다. 게다가 저게 종합주가 지수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아마 안에 있는 기업들은 엄청나게 요동을 쳤으리라.
‘하지만 저기서 끝난다면 참 좋겠지만…’
문제는 최고점 기준으로 정확히 1년 만에 원상 복귀했다.
그 덕에 정말 농담 안 하고 그래프 자체가 무슨 등반이라도 하듯 쭈-욱 올랐다가 자유 낙하하는 것처럼 떨어진다.
국가 자체가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놀아난 꼴이었다.
그 결과 수도 없는 개미들과 기업들이 파산. 중국 정부는 외국인들의 참교육(?)에 정신을 못 차리곤, 한동안 옵션거래 시장 자체를 없애버리는 초강수를 둬버렸다.
하지만 그딴 건 준성의 알 바 아니었다.
어차피 중국에서 일어날 경제 재난 아니던가?
막아줄 이유 또한 없고, 이득을 취함으로써 가까운 누군가가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니었으니… 남은 답은 하나였다.
“외국인 거래가 허용되자마자 돈 있는 데로 끌어모아서 시세 차익을 모으세요. 몇몇 종목은 제가 짚어 드리고, 나머지는 재량에 맡기겠습니다. 기간은 딱 11개월 드리죠.”
너무나도 확신에 찬 듯한 목소리였기 때문일까?
오태희가 조심스레 이유를 물었다.
“… 파생상품 시장이면 안 그래도 심한 리스크가 몇 배는 더 심해집니다. 꼭 가야 하는 이유라도 알려 주십시오.”
이유.
사실 오태희가 [재민], [권영], [민우] 같은 공들여 키우는 인재라면 그럴싸한 전략으로 포장해 줄 수 있었지만… 준성은 굳이 태희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경영자가 아닌 용병 내지는 사냥견 아니던가?
그렇기에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해 줬다.
“오 상무 말이 맞습니다. 중국은 믿을 만한 거래 상대가 아니죠. 그러니 중국은 믿지 마십시오. 대신 외국에 수도 없이 많은 상어들과 자본주의의 망령들. 그리고 그들이 가진 비틀어진 욕망을 믿으세요. 이 정도면 답이 됐습니까?”
그 말에 오태희는 말뜻을 곱씹기도 잠시.
이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는 듯 눈동자를 떨었다.
‘… 그래. 돈이라면 영혼까지 팔 자본주의자들에게 중국이라는 새로운 먹잇감이 던져졌다. 보나 마나 상어떼마냥 달려들어 걸레 조각을 만들어 놓겠지. 대표님은 빅 웨이브를 보신 거다. 우리도 그 흐름에 타자는 거였어!’
그 소름은 머지않아 호승심으로 치환됐고,
오태희는 전장으로 돌진하는 광전사처럼 대답했다.
“네, 이해했습니다. 그럼 바로 착수하겠습니다.”
준성은 그런 오태희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모습이 사냥견 머리를 쓰다듬는 것처럼 보였다.
“항상 수고가 많아요, 오 상무.”
“믿고 맡겨 주신 만큼 최선의 성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렇게 오태희가 중국 시장을 물어뜯기 위해 퇴장한 뒤.
혼자 남은 준성은 바로 다음 수를 계산했다.
‘이번 투자를 통한 추정 수익은 약 500% 정도다.’
물론, 태희가 더욱 힘을 쓴다면 저것보다 더 높을 수는 있겠지만… 낙관적인 계산은 하지 않기로 했다. 세상에는 혹시 모를 일이라는 게 있으니까.
현재 날짜 2004년 5월.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한 게 2008년이다.
이제 슬슬 승부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머지않아 [스마트폰 혁신]이 발생하게 될 테고, 그와 동시에 디움은 세상을 바꾼 기움이 될 수 있으리라. 성공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현재 디움이 수집한 기술은 [MP3], [카메라], [라디오], [DMB], [사전], [계산기], [GPS], [인터넷], [통신], [간편 결제], [케이스], [중력 감지 센서], [스피커]인가.’
솔직히 그간 신경 쓰지 못한 사이 오태희가 참으로 부지런히 재료들을 모아줬다. 비록 아직 완벽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최소 사양 정도는 마련한 상태.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PDA 제조 기업을 인수한 뒤, R&D 부서에 올인해서 스마트폰을 통한 혁신을 이뤄내야만 한다.’
물론, 그게 쉬운 건 아니리라.
IT 기술 관련 R&D는 말 그대로 밥 대신 돈을 먹는 하마였기에 어마어마한 자본이 필요하겠지.
‘그걸 감당하기 위한 상해 투자다.’
이제 돈이 들어오기까지 약 1년.
그 전에 PDA 기업을 하나 인수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