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324
– 325화 –
2004년 10월 15일. 코엑스.
모두의 기대 속에 D-Star 게임쇼가 개최됐다.
비록 이전까지 정부의 지원을 받던 KAMEX(Korea Amuse World Game Expo)라는 행사가 있긴 했었지만, 디움이라는 아주 강력한 스폰서가 끼었기 때문일까? 이전까지의 행사들이 모두 ‘그들만의 리그’였다면, D-Star는 조금 달랐다.
와글와글 –
당장 행사 시작 전에 마지막 리허설을 진행할 때부터 기자들이 구름처럼 몰려 왔거니와, 한국에서 개최되는 세계구급 대형 게임쇼를 기대한 게이머들 역시 기꺼이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준성 역시 본인이 정성 들여 준비한 LOL의 데뷔 무대를 확인하고자 행사장에 행차했고, 머잖아 하-얗게 탈색된 장민우와 비교적 편안해 보이는 곽권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오셨어요?”
“예. 그나저나 오늘 사람 엄청 많네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 것 같아요.”
“그러게요. 저도 디움 쪽 일은 아니라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건네 들은 바로는 예상치의 2배 이상 왔다고 합니다. 덕분에 코엑스 측에서도 진행요원 추가로 배치해 주고…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경찰 파견 인력도 추가한다더군요.”
아무래도 권영은 이런저런 일을 겪어봤기 때문일까?
아니면 디움이 아닌 유니드어스의 일이었기 때문일까?
비교적 편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야, 좋네요.”
“예? 뭐가요?”
“익숙해 보여서요. 99년에 서울대에서 기업 설명회 했던 거 기억나세요? 그때 PT 준비하신다고 얼어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이런 행사쯤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요.”
그 말에 권영은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었다.
“당연하죠. 저는 글로벌 기업 디움이자, 동시에 앞으로 세계를 바꿀 기업 디움의 사장이니까요. 대표님께서도 말씀하셨잖아요. 언제 어디서나 기품있게 행동하라고요.”
“예, 그래야죠. 그러라고 맡긴 CEO 자리니까.”
권영은 그 말에 프흡 웃기도 잠시.
이내 준성의 시선을 민우 쪽으로 환기하며 말했다.
“근데 장민우 사장님께선 아직 적응이 덜 되신 모양이신 것 같네요. 제가 일단 캐어를 해드리긴 했는데, 역부족인 것 같아요. 이대로 내버려 둬도 될까요? 어째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데 말이죠. 과거의 저처럼요.”
누가 준성의 둘째 제자 아니랄까 봐, 민우에게도 본인에게 가르쳐 줬던 것처럼 같은 것을 해 달라는 뜻이리라.
“하이고, 이제 오너를 부리시려고요?”
“안 됩니까? 대표님께선 제게 온갖 업무를 죄-다 맡기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오늘 하루 정도는 저도 욕심내렵니다.”
“어련하시겠어요.”
말은 저렇게 해도 권영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니 도움을 청한 것이리라. 이를 아는 준성이었기에, 피식 미소를 머금은 채 작은 하극상(?)을 뒤로하고는 민우에게 향했다.
그는 마치 유명 만화에 나오는 권투 선수처럼, 자리에 늘어지듯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보나 마나 화이트 아웃 상태인 모양이리라.
‘… 하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5인짜리 게임 사무실에서 외주용 게임이나 만들던 장민우다. 근데 그 짧은 시간 안에 회사가 이렇게까지 커졌으니 저럴 만도 하지.’
비록 [복수 사건] 이후로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장민우는 유독 사람을 대하는 데 약한 모습을 자주 보였던 경영자다.
근데 D-Star 첫날 방문객만 2만 명이 조금 넘을 정도로 미어터지게끔 사람이 몰려오는 상황이었고, 이제 곧 장민우는 그 개막 축사를 진행해야만 했다.
농담 조금 섞어 사형 집행대에 올라가는 기분이리라.
“… … … 장민우 사장님?”
준성이 몇 번 정도 부르자, 민우는 그제야 현실 세계(?)로 돌아왔는지 화들짝 놀라며 인사를 건네왔다.
“아, 예! 대표님! 언제…”
“방금 왔어요, 방금. 진정하시고. 이거 먹어요.”
준성은 제 품에서 청심환을 하나 꺼내 건넸다.
혹시나 민우가 이럴지도 모르겠다 싶어 챙긴 거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그에겐 아직 이런 자리가 영 부담스러웠나 보다.
“… 고맙습니다.”
민우는 건넨 청심환 반 개를 씹은 뒤,
옆에 있는 이온음료와 함께 꿀떡 삼켰다.
“괜찮아요?”
솔직히 안 괜찮아 보였다마는,
그래도 일단 예의상 물었다.
“… 예. 괘, 괜찮습니다.”
개뿔.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어차피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장민우 사장님께서 하실 건 올라가서 ‘재밌게 즐겨주세요’라고 축사를 읊는 게 전부예요. 솔직히 가서 온갖 실수를 남발한다고 해도 D-Star 진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겁니다.”
맞는 말이었다. 애초에 여태까지 민우는 게임을 개발 및 운영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사실상 게임쇼 준비는 죄다 경영지원팀장이 처리해주지 않았던가?
그러니 말 좀 심하게 하면, 장민우 사장은 솔직히 여기에 없어도 되는 사람이었다. 그저 게임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유니드어스의 사장이었기에 참여했을 뿐.
“… 고맙습니다. 좀 도움이 되네요.”
“아뇨, 아뇨. 제가 봤을 땐 아직 안 됐어요.”
“… 예. 솔직히 지금 아무 생각도 안 나요. 이럴 줄 알았으면 축사 내용을 좀 짧게 쓸 걸 그랬어요.”
내심 힘준다고 이런저런 얘기 주절주절 적어 놓은 모양. 준성은 그 모습에 웃음이 나왔으나, 꾹 참고는 말했다.
“있잖아요. 좀 힘이 날 말을 해드릴게요. 예전에 지하철 타셨을 때 잡상인 만난 적 있으시죠? 벨트 3개에 만 원 판다거나, 양말 두 켤레 천 원에 판다는 사람들이요.”
“네. 자주 봤었습니다.”
“혹시 그 사람들 얼굴 기억나세요?”
“… 아뇨?”
“그렇죠. 사람은 참 신기해요. 분명 잡상인이 제품을 소개했을 때 장민우 사장님은 그 사람을 자세히 쳐다봤을 거예요. 근데 딱 10초 지나면 기억나질 않아요. 그쵸?”
“… 그러게요?”
“장민우 사장님도 똑같아요. 여기 온 사람들 대부분. 특히 게이머들은 다 게임 정보 얻으려고 온 거지, 장민우 사장님 보러온 게 아니잖아요. 긴장 좀 그만해요. 주인공도 아니면서 자꾸 무게 잡기는. 누가 보면 주연배우인 줄 알겠네.”
살짝 농을 섞어 얘기해 준 게 효과가 있었던 걸까?
민우는 그제야 좀 힘이 났는지 미소를 머금었다.
덤으로 권영은 그 모습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참 신기하신 분이셔.’
참고로 준성의 제자들.
[재민]-[권영]-[민우]-[진택] 이 넷 중,
준성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 많게는 8살에서 적게는 1살 정도 많았는데, 항상 준성은 제자들이 고민에 빠졌거나 힘들 때면 마치 아이를 다독이듯 잘 위로해주는 편이었다.
‘… 저게 경영자로서 가져야 할 카리스마인가?’
권영은 ‘닮고 싶다’라고 생각하기도 잠시.
– 곧 시작합니다! 스탠바이 해주세요!
행사 진행요원의 외침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제 축사를 외우기 위해 A4용지로 눈을 옮겼다.
…
얼마 후. 오전 10시.
일정에 따라 D-Star가 시작. 행사가 열림과 동시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움직였고, 개회식이 진행됐다. 으레 대부분의 행사가 그렇듯 [스폰서] 역할인 디움의 사장인 곽권영이 무대 위로 올라가 짧은 축사를 진행했다.
– 안녕하세요, 디움의 곽권영 사장입니다.
– 사실 아는 분은 알고 계시겠지만, 디움은 [게임 정보 서비스]를 필두로 [온게임 TV 프로 스타 리그 후원]을 포함해 여러 게임에 대한 컨텐츠를 진행했었습니다.
– 이에 많은 사람들이 묻더군요. ‘왜 게임입니까?’ 라고. 겨우 전자오락 아니냐며, 디움이 다룰 수 있는 그 많고 많은 사업 중 왜 하필 불투명하고 리스키한 게임이냐고 말입니다.
– 예, 맞습니다. 솔직히 기업입장에서 게임은 참으로 다루기 힘든 분야입니다. 투자 대비 리스크가 너무 높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장담도 없죠. 하지만…
– 저는 그냥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따지자면 할 수 없는 이유는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는 이유 따윈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했습니다.
– ‘그냥, 좋아서요’라고요. 예, 맞습니다. 이유가 뭐 어딨습니까. 그냥 게임이 좋고, 저 역시 어렸을 적 갤러그, 콘트라, 돈키콩 등을 하며 꿈을 키웠던 사람입니다.
– 그렇기에 저는 여러분들 역시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셨으면 하는 기분에서, 이렇게 게임 사업을 차츰차츰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드디어 결실을 맺는군요.
– 부디 D-Star를 즐겁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이상, 디움의 곽권영이었습다.
매우 자연스러운 축사였다.
너무 길어 시간을 잡아먹지도 않았고, 게임과는 관련이 전혀 없이 쓸데없는 공치사가 섞인 지루한 시간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곽권영부터가 개발자임과 동시에 인터넷에 관한 것들을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그걸 증명하듯 축사를 들은 많은 게이머들 역시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준성도 말이다.
‘확실히 잘 키운 경영자 하나, 열 용병 안 부럽네.’
다음으로는 주최 역인 유니드어스의 장민우가 올라왔다. 그는 과거 KAMEX때 [던전 앤 워리어] 홍보를 위해 부스를 차린 경험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행사를 주최하는 입장이 된 건 또 처음이었는지 꽤 떠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 (마이크를 잘못 잡아 위잉- 하는 노이즈)
– 아, 안녕하십니까. 유니드어스의 장민우입니다.
– 사실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이 인파를 보니 유니드어스가 정말 커지긴 커졌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 (박수 소리에 잠시 침묵하는 장민우)
– 여기까지 오는 데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우여곡절도 겪었고, 좋은 일도 겪었죠. 그래서 이런 일에 참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제 착각이었나 봅니다.
– 원래는 그럴싸한 축사를 준비하긴 했는데 정작 올라오니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네요.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여러분.
– 게임을 좋아해 주셔서, 게임을 사랑해주셔서, 게임을 이끌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부디 오늘 저희가 준비한 이 시간,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셨으면 합니다.
참으로 담백한 축사였다.
비록 공식적인 자리에는 살짝 어울리지 않는 감이 없잖아 있는 감성적인 말들이 섞여 있었지만, 딱히 신경 쓰지는 않기로 했다. 어차피 축제 아니던가?
‘그러고 보면 장민우 사장도 참 고생 많이 했지.’
게임이 좋아서 게임 개발을 시작했지만 사기를 당해 꿈을 짓밟혀 보기도 하고, 시궁창 같은 현실에 처박혀 질식 직전까지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준성을 만난 이후 모든 게 달라졌고, 지금에 와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쇼까지 개최하게 됐다.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냉혈한이겠지.
와아아아 – !
쏟아지는 환호 속.
장민우는 그걸 지켜보는가 싶더니,
이내 눈에서 작은 눈물방울 몇 개를 흘렸다. 이에 준성은 꼭 제 아들 학예회를 지켜보듯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참 어지간히 좋았겠거니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 유니드어스! 유니드어스!
게이머들이 커다란 목소리로 외쳐대자, 민우는 제 안경을 벗고는 눈물이 그렁그렁 달린 채 손을 들어 화답했다.
그렇게 짧은 헤프닝도 잠시.
혹여 이 일로 분위기가 다운될까 싶었던 찰나, 이벤트 매치를 위해 온게임 TV에서 붙여준 유명한 해설자 겸 진행자가 휙 끼어들며 다음 일정을 진행했다.
– 아, 여러분의 게임에 대한 열정이 여기까지 느껴집니다! 너무나도 감동적이군요! 그럼 지금 이 순간부터, D-Star를 시이이이~~~자아아아악! 하겠습니다!
– 그리고 그와 동시에 D-Star 개최 기념으로 홍진홍 선수와 임기한 선수의 이벤트 매치가 이어지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함성이 터져나왔고… 그렇게 성황리에 D-Star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