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325
– 326화 –
마치 축제의 현장이 이러할까?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던 커다란 게임쇼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수도 없이 많은 게임 기업들과 게이머들이 디움이 만든 판 위에서 즐거움을 만끽했다.
제일 먼저 홍진홍과 임기한의 이벤트 매치가 진행됐다.
사실상 E-Sports의 최대 인지도를 가진 두 사람의 경기였던 만큼, 그 열기 역시 무시무시할 정도로 불타올랐다.
– 지금 저 움직임은 뭐죠? 임기한 선수! 치즈, 치즈 러쉬입니다! 벙커링을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 홍진홍 선수 해처리 막 완성돼서 이거 못 막으면 게임 이대로 끝납니다!
– 아, 홍진홍 선수! 다행히 오버로드로 확인합니다! 하지만 늦었어요! 벙커 지어지기 시작합니다! 드론 다 내려오나요! SCV 1기! 잡았습니다! 막았어요!
– 아무래도 저번에 세 번 연속으로 벙커링을 당해서 그런가 온 힘을 다해서 막네요.
– 아, 그 사건 말씀하시는 거군요? [1이 2에게 3번 하는 것]이라는… 당시 결승전이 30분 만에 끝나서 굉장히 놀라운 결과였죠.
– 하지만 홍진홍 선수 이제 3번 당했으니 충분했는지 잘 막아 냅니다! 그리고는 역공을 가는군요!
– 게임 중반에 이르렀습니다!
– 임기한 선수는 이제 탱크와 골리앗을 이용해 점점 더 라인을 굳히고 있고, 홍진홍 선수는 울트라와 디파일러 준비하는군요! 어? 근데 저 미니맵에 살짝 걸린 거 뭔가요? 잠깐 옵저버 확인 좀 해줄 수 있습니까?
– 아, 해처리! 몰래 해처리입니다! 그리고 커널이 지어지기 시작합니다! 지금 홍진홍 선수의 본진에는 울트라와 디파일러가 눈 부릅뜨고 대기하고 있거든요!
– 커널 연결됐습니다! 땅굴을 통해 저그의 물량이 쏟아지네요! 아, 임기한! 임기한! 본진에 불났어요! 근데 회군하기엔 이미 늦었죠! 탱크들 남진합니다!
– 아, 임기한 선수 결국 GG가 나오네요… 역시 이벤트전의 끝판왕 홍진홍답습니다! 이벤트 전에서는 지질 않아요!
그렇게 홍진홍의 승리로 1세트가 끝났을 무렵.
곽권영은 관람을 마친 뒤 시간 문제로 제 볼일을 보러 가야겠다며 사라졌고, 준성 역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기도 잠시. 문득 옆쪽에 유니드어스 경영지원팀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 문제라도 생겼나요?”
“대영전자의 마창수 상무가 포착됐습니다.”
그 말에 준성의 미간이 가늘어졌다.
현재 준성과 창수는 적이다.
비록 공식적인 선전포고가 오가지는 않았지만, 광위의 지시로 인해 대영은 디움과 빅셀이 이뤄낼 [스마트폰 혁신]을 물심양면으로 견제하려고 하고 있던 상황.
근데 그 와중에 마창수가 D-Star에 나타났다.
‘… 마창수가 D-Star에? 어째서?’
솔직히 이해할 수 없는 행보였다. 게다가 준성과 창수는 인수 전쟁 당시, 대영과 디움 그리고 제이리버의 삼자대면 때 멀찍이서 얼굴만 본 게 전부 아니던가?
이런저런 의문이 머릿속을 뛰어다니기도 잠시.
준성은 생각을 접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D-Star는 디움과 유니드어스의 행사다.
그러니 주인 된 입장으로서 손님을 맞아줘야 하리라.
“어디 있습니까?”
“맨 앞 좌석 우측 끝에 있습니다.”
“예, 일단 경영지원팀장은 하던 일 계속하세요.”
…
다음 이벤트 매치에 앞서 15분간의 휴식 시간.
준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창수에게 향했다.
그는 마치 나들이라도 온 듯 손에는 맥주를, 다른 한 손에는 감자칩을 들고 있었다. 게다가 옷차림 역시 하늘색의 케쥬얼 셔츠에 검은색 청바지로 가벼웠고 말이다.
‘… 푸른색 계열의 컬러를 좋아하는 건 여전하군. 회귀 전에도 넥타이는 항상 파란색만 했었지.’
꽤 오래간만이었다.
회귀 이후에도 전장에서는 한 번 만나보긴 했지만, 창수는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는 마치 인격이 2개라도 된 양 [경영자 마창수]와 [인간 마창수]가 판이하게 달랐는데…
전자가 수학 문제를 풀 듯 경영을 다루는 FM의 화신이라면, 후자는 넉살 좋은 동네 형 같은 이미지였다.
당장 대영 라이온즈의 중요한 경기 때마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것부터가 그랬고, 마예라랑 함께 야구를 볼 땐 응원봉으로 그녀의 머리를 찌르는 등 우스운 장난을 치기도 했었다.
준성 역시 그런 창수의 극명한 차이에 꽤 혼란스러웠지만, 그것도 잠시. 차츰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며 함께 골프나 야구를 보러 갔을 땐 참 괜찮은 사람이다 싶었다.
물론, 딱 회귀 전까지만.
그딴 좋았던 감정은 마병수가 준성의 목에 칼을 박아 넣으며 모두 사라졌고, 헌신에 대한 대가로 죽음을 받은 순간 모두 휘발됐다.
지금은 그저 적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적어도 준성은 그렇게 생각하려 했다. 언젠가 제 손으로 직접 목을 치게 될 상대와 친분을 쌓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렇게 과거 생각을 하며 창수에게 가까워지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피승원이 준성을 경계하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시야 한켠, 멀-리 떨어져 있던 사복 경호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쪽으로 몰리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준성은 온화한 미소를 흉내 내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디움의 오너 이준성입니다. 예상치 못한 방문이군요. 미리 말씀해주셨다면 자리를 마련했을 텐테요.”
이에 창수는 준성을 보고 ‘오!’ 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악수를 청하려고 하기도 잠시. 손에 묻은 감자칩 가루 때문이었는지, 손을 거두곤 어색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안녕하세요, 마창수입니다. 저번에 한 번 뵀었죠?”
“예. 제이리버 건 때 뵀었습니다. 잘 계셨습니까?”
“그럼요. 잘 지내고 있죠. 디움 덕분에 요즘 일이 많긴 하지만, 어차피 일 많은 게 하루 이틀입니까? 아, 이쪽은…”
“압니다. 피승원 비서실장님이시죠. 마광위 회장님께 초대받았을 당시에 한 번 뵌 적 있습니다.”
이후 피승원은 아무런 말 없이 그저 가볍게 고개를 까닥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언제 봐도 참 인간미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사람이었다.
“하하- 그렇군요. 그나저나 덕분에 좋은 구경을 하게 됐네요. 고맙습니다. 사실 저도 게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오늘도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온 겁니다. 그래서 특혜 없이 티켓도 제가 직접 기다려서 산 거고요.”
아마 진실일 확률이 높았다.
공과 사의 구분이 확실한 사람이었으니까.
게다가 창수는 야구만큼이나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된 대영의 최고 기밀 사안 중 하나가… 바로 [대영이 게임 산업에 손을 댄 이유]다.
– 그래? 창수가 전자오락을 하고 싶어 한다고?
– 피 비서. 가서 게임 산업 진행해. 그리고 창수가 좋아할 만한 게임도 하나 만들어 봐. 돈 아끼지 말고. 알겠어?
무려 마광위가 직접 진행했다.
창수의 나이 11살 때 일이었다.
그리고 04년 기준으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지만, 미래에 게임계의 빅 쓰리 중 하나인 [넥스타]가 회사를 팔려고 매물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이에 창수의 아들 마하준이 하던 조용히 즐기던 온라인 게임 하나가 서비스 종료 절차를 밟게 되고…
– 아빠, 우리는 게임 산업 안 해? 솔직히 우리 핸드폰에 들어갈 만한 게임을 직접 만들면 좋잖아. 요즘 배그나 포트처럼 게임 하나 잘 만들면 세계적으로도 잘 나간다는데…
– 아니, 절대로 내가 하던 게임이 사라진대서 그런 건 아니고… 나도 솔직히 게임 쪽 관심 있으니까… 그냥…
이에 사춘기에 들어간 아들이 칭얼거리자, 창수는 이참에 소원해진 부자 관계를 잘 해결할 수 있겠다 싶어 제 비서에게 이런 지시를 내리는데…
– 지금 넥스타 매물로 나왔다지? 한 번 알아봐.
그리고 이게 기자들 사이에 소식이 잘못 알려져 [대영 넥스타 인수설]이 딱 이틀 동안 돌아다니게 된다. 이에 언론들이 들끓기 시작하자… 일이 너무 커져 인수 생각이 없다고 어쩔 수 없이 딱 잘라 검토만 했다고 얘기했던 일이 있었다.
이렇듯 창수 역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경영자 이미지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숨겼을 뿐.
이에 준성 역시 피식 웃음을 머금고는 말했다.
“그렇게까지 해주셨다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대영도 따로 게임 관련 컨텐츠를 진행하지 않던가요? WCG요.”
WCG(World Cyber Games).
대영그룹이 스폰서로 있는 게임쇼. 아니, 더욱 정확하게는 게임 대회라 부를 만한 행사가 있었다. 준성이 한창 대영에서 일할 무렵엔 창수가 손을 뗐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꽤 공들인 행사로 알고 있었다.
“예, 그렇죠.”
“공교롭게도 디움과 대영이 자꾸 경쟁자로 만나는 것 같네요. [MP3 플레이어]에 이어 [게임쇼]까지도요.”
덤으로 [스마트폰]과 [PDA]에 대한 사안은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 비록 대영 그룹이 이미 포착하긴 했지만, 굳이 이쪽에서 먼저 카드를 드러낼 필요는 없었기에.
창수 역시 이를 알았는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게요. 자주 부딪치네요. 근데 죄송해서 어쩌죠? MP3 플레이어 때도 결국 대영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고, WCG 역시 매번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지요. 어째 제가 항상 이기는 것 같네요. 미안합니다.”
“아뇨, 당연하죠. 디움이라는 작은 기업이 어떻게 대영을 이기겠습니까? 불가능하죠. 적어도 아직은.”
언중유골이었기 때문일까? 창수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능숙하게 받아쳤다.
“마치 언젠가는 넘어설 것 같다는 말투네요. 그런 호승심은 기업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죠. 응원하겠습니다. 열심히 해보세요. 어차피 결과는 항상 같겠지만. 하하.”
“예, 정점에서 기다리시죠. 조만간 뵙게 될 테니.”
딱 거기까지 얘기했을 무렵.
– 정말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D-Satr 이벤트 매치 2세트!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해설자 겸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이 짧은 대화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부디 재밌게 즐겨주시길.”
“하하, 예. 고맙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준성은 등을 돌렸다.
짧은 대화였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다시금 의지를 북돋워 줬기에.
‘… 마창수, 너를 향한 총알은 느리게나마 아주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그때도 지금 같은 표정 지을 수 있나 보자고.’
준성이 그렇게 언젠가는 대영을 꺾을 생각으로 마음을 불태우고 있을 무렵. 창수 역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준성, 이런 성격이었나. 본인이 펼치는 전략만큼 성격도 매우 호전적이야. 재미있는 친구네. 아버지께서 원하는 인재상에 딱 맞기도 하고. 나쁘지 않은 만남이었어.’
동시에 창수는 광위가 왜 그렇게까지 준성을 감싸드는지, 어째서 자꾸 본인을 준성과 붙이는지를 가늠해 봤다.
‘보나 마나 내 성장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하셨겠지. 아니면 나중에 영입해서 내 책사로 쓰려고 하셨거나.’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다. 저런 고급 인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창수 역시 광위의 기대에 응하기 위해 준성을 꺾을 필요가 있었다.
‘열심히 해 봐, 이준성. 기다리고 있으마.’
창수는 딱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맥주를 마셨다.
그러자 조용히 지켜보던 피승원이 슬쩍 끼어들었다.
“어떤 분 같습니까?”
평소 가구라도 된 듯 아무 말 없던 그의 질문이었기 때문일까? 창수는 내심 저게 광위에게 전달하기 위한 물음이라고 알 수 있었다.
“부하 직원으로서는 좋은 사람 같네. 반면 경쟁자로서는…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꺾을만한 재미는 있는 사람 같아. 곧 전쟁이 있을 PDA 쪽이 기대돼.”
이에 피승원은 뭔가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게임이 시작됐기에 창수는 조용히 손바닥을 보여주며 말했다.
“경기 보는 데 방해되니까, 나중에. 아, 그리고 이번 WCG 상금 더 풀어. 판 좀 더 키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