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328
– 329화 –
마이닝 크래프트.
2019년 기준 가장 많이 팔린 PC 게임이자,
게임 업계 가성비 끝판왕이라 불린 게임이며,
학교에서 교구재로도 쓸 정도로 완벽한 게임이었다.
‘… 그리고 유니드어스의 다음 화제작이 될 게임이다.’
물론, 이제 곧 LOL이 런칭될 시기에 새로운 게임 개발은 살짝 시기상조처럼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긴 했다. 일반적으로 소위 말하는 ‘대작 게임’은 기본 3~10년 이상 가니까.
그렇기에 이미 던전 앤 워리어와 LOL을 가진 유니드어스가 살짝 쉬어 가도 됐다마는… 마이닝 크래프트라는 새로운 게임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멀티 플랫폼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멀티 플랫폼(Multi platform).
사전적인 의미로는 여러 종류의 컴퓨터에서 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뜻했다. 게임을 예로 들자면 [PC], [콘솔], [모바일] 등이 있었다. 그리고 이 멀티 플랫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 시장에 대한 이해가 조금 필요했는데…
2004년의 게임 시장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오락실(Arcade)과 컴퓨터(Personal Computer),
그리고 콘솔(Console, 게임기)이 그것이다.
애초에 수익성 자체가 ‘판’ 당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매우 빠른 회전성과 더불어 반복 플레이가 중요한 시장이었다. [컴퓨터]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플랫폼이었다. 실물 패키지를 사서 플레이하거나, 온라인 다운로드를 받아서 플레이하는 형태가 있었다.
가장 표준적이고 높은 사양을 가졌으며 가정마다 폭넓게 퍼져 있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플랫폼이었다. [콘솔]은 우리가 흔히 아는 넌텐도, PS(플레이 스타디움), Zero Box 등의 전문 게임기기 플랫폼을 말했다.
PC 게임 점유율이 높은 아시아와 달리, 미국과 유럽은 대학생이나 오피스 워커가 있는 가정이 아니고서야 컴퓨터를 잘 들여놓지 않아 콘솔 시장이 조금 더 강한 경향이 있었다.
이렇듯 04년만 하더라도 게임은 보통 저 세 가지 플랫폼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어가야만 했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00년 무렵부터 슬슬 오락실의 숨통이 끊어지고 있었기에, PC와 콘솔 둘 중 한 시장을 선택해야만 했다.
이유? 간단했다.
‘이 무렵만 해도 콘솔의 독점작 관리가 까다로웠거든.’
당장 까놓고 생각해 보자.
콘솔 게임기를 많이 팔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그 안에 재밌는 게임이 많아야 한다.
제아무리 게임기 성능이 날고 기어봐야, 그걸로 할 게 없으면 그 애물단지를 어디에다가 쓴단 말인가?
그렇기에 콘솔 제작 회사는 제 게임기로 플레이 가능한 질 좋은 게임을 확보해 독점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근데 그 와중에 만약 어느 게임이 [넌텐도], [PS], [PC], [아케이드] 전 기종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고 해보자.
그럼 콘솔 측이 어떻게 나오냐면…
– 아, 그러세요? 그럼 그냥 딴 데 가세요.
– 우리는 앞으로 당신네 게임 안 받을 테니까.
… 라며 게임의 발매 및 유통 자체를 거절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 전략은 좋은 효과를 발휘했다.
그걸 증명하는 게 바로 위에서 언급된 콘솔 중 하나인 Zero Box의 몰락이다. 참고로 Zero Box는 MS(마이크로 소프트)의 CEO가 직접 진두지휘해서 만든 차세대 콘솔이었다.
당시 세계 1위 부자였던 빌 게이츠가 제 사심 채우려고 자본 걱정 안 하고 온갖 거 때려 박아서 만든 만큼, 성능과 가격 어느 면에서든 넌텐도나 PS 둘 모두를 압도했지만…
정말 불쌍할 정도로 처참하게 망했다.
패배 요인은 명확했다.
이미 넌텐도와 PS 측이 괜찮은 게임들을 선점해 놓은 상태였던 탓이다. 그래서 Zero Box를 사 봐야 할 게임이 많지 않았으니 뭐 어쩌랴.
이렇듯 게임 독점 유치로 살벌한 레이싱이 벌어지던 게 바로 04년의 게임 시장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08년을 기점으로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온라인 유통이 넓게 활성화되며,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게임 개발비가 치솟으면서부터는 얘기가 조금 달라지기 시작한다.
콘솔 제작사에서 지원금 받고 독점하는 것보다, 멀티 플랫폼을 선택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게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콘솔 제작사들 역시 독점작들을 하나둘씩 포기하고는, 본인들이 직접 관리하는 퍼스트 파티(일종의 자회사, 좋은 예로 넌텐도의 슈퍼 마리지 브라더스)에만 집중했다.
이렇듯 게임 시장은 차츰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준성의 품 안에 [스마트폰]과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인 [ESD]가 개발되고 있는 상태. 그러니 그 문을 여는 동시에 멀티 플랫폼이 가능하다고 증명해 타 게임사들의 유입을 독려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
거기에 쓰일 게 바로 이 [마이닝 크래프트]였다.
“… 오호라? 기본적으로는 아침엔 땅을 파서 광물을 캐내 광산과 집을 만들고, 밤에는 몰려오는 적들을 방어하거나 안전지대에 숨는 게임이네요. 타이쿤과 디펜스의 혼합형이라… 이거 재밌어 보이네요.”
“예, 맞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핵심은 그게 아니에요. 다음 페이지를 확인해 보시겠어요?”
민우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손을 움직였다.
팔랑 –
“허-? 게임 내 모든 게 [블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요? 그리고 모든 블록은 캐내서 원하는 곳에 재설치할 수 있고요. 이거 사실상 레고랑 비슷하네요?”
레고(Lego).
덴마크의 완구 회사이자, 빌룬트라는 지역을 먹여 살려 사실상 기업도시로 만들었을 정도로 강력한 기업이었다.
“예. 정확합니다. 그저 조금 다를 게 있다면 레고는 정해진 설명서와 부품이 있지만, 저희 [마이닝 크래프트]는 온갖 곳에 블록이 무한히 넘친다는 거죠.”
“… 이거 정말 괜찮은데요? 레고도 보면 정작 애들 장난감인데, 주 매출은 30~40대 남성에게서 고르게 나오잖아요? 게다가 그래픽은 도트에, 극단적인 저사양… 그리고 방향키에 마우스만 이용한 간단한 조작까지…”
“가능하겠습니까?”
“예. 이 정도면 저 혼자서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제작 난이도가 쉬워요. 물론, 도트 찍어 줄 잡무 인력이랑 그림 그려줄 아트팀 전문 인력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요.”
민우는 살짝 개발 욕망에 스위치가 들어갔는지 제 눈을 반짝였지만, 그것도 몇 초. 이내 경영자로서의 판단 잣대와 약간 충돌이 있었는지, 슬쩍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 근데 이거 MMORPG 용은 아니네요?”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
굉장히 길고 어려운 단어 같지만, 그냥 여러 사람이 하는 덩치 큰 온라인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쉬웠다.
“예. 개발 방향을 그렇게 잡을 수도 있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1~20명 정도의 소수가 함께 즐기는 소규모 멀티플레이 게임이죠.”
현재 유니드어스는 [온라인 게임 제작사]였다.
근데 준성이 가져온 건 [싱글 게임]이다.
물론, 개인이 서버를 오픈해 다른 사람들과 즐길 수 있긴 했다만… 던전 앤 워리어나 LOL처럼 유니드어스가 직접적으로 서버를 공급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저 게임을 MMORPG로 통일된 서버에 밀어 넣을 경우, 농담 안 하고 자원 부족과 인구 과잉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 거의 사회 논문으로 써도 될 정도의 아포칼립스가 터지게 된다.
실제로 미국의 어느 한 초등학교에서 도덕 수업 과정으로 이 게임을 이용한 사례가 그러한데…
처음 초등학생들은 한정된 공간 내에서 자원을 가지고 싸우다가 전쟁을 벌여댔다. 이에 교사가 중간에서 중재하자 나중에는 협력해서 문명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민우는 갑자기 준성이 가져온 싱글 게임 제작을 지시한 것에 생각했으나,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 갑자기 싱글 게임을 가져오셨다는 건, 제가 모르는 더 큰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 알아도 될까요?”
그러고 보면 항상 그랬다.
준성은 마치 수수께끼를 던지는 사람처럼 홀연 듯 나타나 얼핏 보기엔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내렸는데…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항상 그 말이 맞았었다.
그렇기에 민우는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했고,
준성 역시 침묵으로 그 말에 긍정했다.
‘마음 같아서는 스마트폰과 ESD 혁신으로 인한 게임 시장이 급변한다는 것까지 알려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이건 미래의 정보다. 당신에게는 알려줄 수 없어.’
서운할 수도, 의뭉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민우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애초에 개발 난이도 자체가 어렵지도 않고, 소수 인력으로도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고마워요.”
“아닙니다, 대표님께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이 정도야 당연히 해야죠. 그리고… 항상 대표님의 말씀을 따라가면 항상 제 손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더라고요. 감사합니다.”
그 말에 준성은 피식 웃음을 머금었다. 솔직히 애초에 준성이 혁신적인 것을 제시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장민우 사장님이시니까 가능한 거죠. 매번 말씀드렸듯, 전략은 누구나 짤 수 있습니다. 단지 그걸 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이죠. 근데 장민우 사장님은 해내셨습니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겁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준성은 등을 돌렸다.
이로써 스마트폰 혁신과 더불어 [플랫폼 비즈니스]를 게임 시장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는 공성추 [마이닝 크래프트]의 씨앗이 유니드어스에 파종됐다.
아마 저게 발아하고 난다면…
분명 디움을 바싹 올려 줄 추진제가 되어 주리라.
‘완성됐을 때가 기대되네.’
하지만 섣부른 기대감을 갖진 않기로 했다. 과한 기대는 추후 느낄 카타르시스를 깎을 독이 될 수도 있었기에.
…
2004년 10월 하순. 미국 어느 한 자연 관련 잡지에 꽤 섬뜩한 내용의 한 기사가 올라왔다.
– 남아시아에 지진의 징후 발견?
– 최근 남아시아에 대형 지진의 징후가 발견됐다. 최근 NASA가 발표한 항공사진에 따르면 인도양 북동쪽에 심상치 않은 지진운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를 제외해도 여러 불안한 징조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 태국 남부, 말레이시아 서부, 인도네시아 서부에 지각 활동으로 인한 지하수의 이상 수위 상승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지진을 대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들의 대이동 역시 자주 관측되고 있다.
– 몇몇 지질학자들은 규모 8.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고하는 상황이나, 태국과 말레이시아 그리고 인도네시아 정부 측은 이러한 주장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 자칫 잘못하면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주의를 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남아시아. 정확하게는 인도네시아 서부 쪽에 기이한 이상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기사였다.
이에 준성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
12월 24일. 인도네시아 서부에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게 되고, 이로 인해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인도네시아를 강타한다.
아마 미래가 바뀌지 않는 이상에야 분명 현실이 되리라.
사실 제일 좋은 건 저런 재앙이 일어나지 않게끔 막는 것이었으나, 아쉽게도 이준성은 신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닌… 그저 미래의 지식을 아는 경영자였을 뿐.
아마 막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리라.
게다가 이미 많은 학자들이 지진을 예고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그러니 굳이 나서서 얘기한다고 한들 결과가 달라질 것 같진 않았다. 이에 준성은 문득 어느 책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구절이 떠올랐다.
– 사람들은 힘들 때마다 신을 찾아서 부르짖는다.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왜 막아주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이러한 불평불만은 옳지 않다.
– 신은 언제 어디에서나 당신의 곁에 있었다. 언제나 당신에게 재앙의 징조를 알려줬고, 어디에서나 당신이 그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을 짚어줬다.
– 그게 뉴스의 형태였을 수도, 꼭 잔소리처럼 들리는 지나가는 사람의 말이었을 수도, 그게 아니라면 아주 사소한 징조였을 수도 있다. 이렇듯 신은 어디에서나 있었다.
– 그저 본인이 듣지 않았을 뿐.
덤으로 준성 역시 저 ‘신의 목소리’를 가장해 저 대지진에 대한 정보를 세상에 흩뿌려 놓았다.
당장 저 잡지에 글을 쓴 지질학자에게 익명의 후원금을 보냈고, 인도네시아 정부 관련 환경활동을 하는 단체에 익명으로 지진의 징후를 알리는 경고 메시지 역시 보냈다.
그러니 이제 ‘인간 이준성’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으니, 때를 기다렸다가 ‘경영자 이준성’으로 활동하면 되리라.
톡- 톡- 톡- 톡-
세계 커피 시장의 질서가 개편될 순간이자,
첫 번째 전술핵이 터지기까지 남은 시간.
65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