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336
– 337화 –
04년 12월 26일. 재앙 발생 당일.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전 9시.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전 11시.
준성은 뉴스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일어났다.
마치 출발 총성을 들은 경주마가 이러할까?
아니면 전장으로 향하는 장군이 이러할까?
서두르되 절도 있고 기품있게. 허리를 쫙 펴고 턱을 당긴 채 움직여 준성이 향한 곳. 바로 한창 스타벅스와의 전쟁을 앞두고 국제 경영 전략 교육이 진행 중인 회의실이었다.
휘익 – !
준성은 그 회의실 문을 아무런 고민 없이 열었다.
– 국제 경영 전략에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글로벌 스탠다드와 로컬리제이션이 그것인… 대표님?
이에 한창 교육을 진행하던 재민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잠시. 준성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1시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서쪽 30km 지점에 규모 9.3의 해저 강진이 일어났습니다. 그 결과 쓰나미가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인도] 등. 여러 국가의 해안 도시를 집어삼켰습니다. 데미지 리포팅과 더불어 대응 전략 준비할 거니까, 바로 회의 참석하세요.”
그 말에 재민은 저게 뭔 소린가 싶기도 잠시.
이내 저 말의 뜻을 깨닫고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현재 네스트는 위의 언급 된 국가 중 인도와 스리랑카를 제외한 세 국가에 진입한 상태였다. 특히 태국은 방콕에 프리미엄 로스터리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 아니던가?
그렇기에 재민은 즉시 마이크를 거의 집어 던지듯 내려놓고는 바로 준성의 뒤를 따라갔다.
마치 태풍이 지나간 듯한 고요가 이러할까?
위이이이잉 – ! 하는 마이크 노이즈 사이로 회의실에 참가하고 있던 [네스트 인도네시아 법인] 관계자들 역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나마 네스트 인도네시아 법인과 점포는 자와 섬(사건 발생지인 수마트라의 남동쪽에 있는 섬)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큰 피해는 입지 않았을 게 분명했지만…
그럼에도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현재 이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운 좋게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는 거였다.
특히 준성이 스타벅스와의 전쟁을 두둔하며 ‘전 직원’을 한국으로 소환했기에 더더욱. 그렇기에 몇몇 직원들은 마치 코앞으로 총알이 스쳐 지나간 표정을 지었지만…
“뭘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어, 이 자식들아! 부법인장은 나 따라오고, 나머지는 현지 피해 상황 파악해!”
인도네시아 법인장만이 정신을 퍼뜩 차리고는 부법인장과 함께 급히 회의실을 떠나 준성과 재민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
04년 12월 26일. 재앙 발생 당일.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전 9시 22분.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전 11시 22분.
이후 준성은 일남과 네프로의 신칠익 사장을 포함한 크라이시스 대응 능력이 뛰어난 베테랑들을 불러 모았고, 재민 역시 각 부서장들을 소집했다.
네스트 설립 이후 처음으로 맞는 해외 크라이시스 때문이었을까? 김재민과 각 부서장들의 눈에 혼란과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반면 윤일남은 절제된 표정을 유지하다가, 버벅대는 직원들을 보며 엄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정신들 차리세요! 지금 네스트는 창사 이후로 처음으로 크라이시스에 맞닥뜨렸습니다. 본사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당신들이 우왕좌왕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한 고함!
평소 워낙 유순하고 부드러웠던 일남과는 퍽 다른 모습에, 회의실에는 일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이에 준성은 그제야 좀 조용해졌기에 바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오전 8시. 대한민국 오전 10시. 인도네시아 지진이 발생했고, 이후 쓰나미로 2차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아직 피해 상황이 파악되진 않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만 최소 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네스트가 진출한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여러 해안 도시 역시 곧 밀려올 쓰나미에 난리가 난 상태였다.
“일단 네스트의 피해 상황 먼저 집계하겠습니다. 인도네시아 법인장. 현재 인도네시아 법인 피해 상황 보고하세요.”
그 말에 인도네시아 법인장이 발표를 시작했고, 동시에 회의실 한켠에서 해외영업팀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이 위성 전화를 들고는 각 법인용 핫라인을 쑤셔댔다.
– 인도네시아 법인장입니다. 교육 건으로 인해 한국 국적의 직원 일체와 주요 점포 점주들이 한국에 있기에, 부득이하게 건물 관리인을 통해 확인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준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청했다.
– 다행히 법인 소재지인 자카르타에는 큰 피해가 없습니다. 하지만 직영 점포 점주 및 직원 네 명이 마침 고향 방문차 아체 지역으로 향했는데… 연락이 두절됐다고 합니다.
참으로 씁쓸한 말이었지만,
그들이 살아남았을 확률은 희박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준성이 인도네시아 법인 측 전 직원을 안전한 한국에 소환했고, 동시에 수도인 자카르타에는 큰 타격이 없다는 것 정도였다.
“알겠습니다. 다음 해외 지사 보고하세요.”
그 말에 해외영업팀장이 바로 발표를 시작했다.
– 제일 먼저 [베트남]입니다. 지진 피해는 일절 없다고 하며, 쓰나미 역시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에 모두 막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또한, 쓰나미 위험 구역에 운행 중인 선박도 없어 피해가 전무하다고 합니다.
그 말이 끝나자 위성 전화로 핫라인을 쑤셔대던 해외영업팀 직원이 슬쩍 쪽지를 건넸고, 해외영업팀장은 그걸 곁눈질로 훑으며 입을 열었다.
– 다음으로 [말레이시아]입니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엔 아직 별다른 피해가 없으며, 현재 서쪽 해안 관광지인 페낭에 있는 12개 점포 관계자가 피난 중이라고 합니다.
– [태국]입니다. 수도인 방콕과 파타야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태국 남서쪽에 있는 푸켓과 끄라비 쪽은 아직 연락되지 않고 있습니다. 업데이트되는 대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비록 준성은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이번 지진과 쓰나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이었다.
“알겠습니다. 다음으로 재무팀장, 현재 각 국가별 투자금 얼만지 조사하고. 그에 따른 피해 추정액 산정 및 복구에 필요한 예산 확보하세요.”
– 알겠습니다.
재무팀장은 대답한 직후 제 전화기를 꺼내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 준성은 그걸 확인하곤 입을 열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어요. 다행히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네시아는 어찌저찌 운이 좋았지만,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아닙니다. 돈 아끼지 말고 피난에 집중하세요. 건물은 무너지면 다시 세우면 되지만, 사람은 아니니까.”
– 알겠습니다!
“이 상황부로 경영지원팀장과 해외영업팀장은 즉시 대응팀 꾸려서 해외 상황 및 피난 유도 하세요. 당장!”
그 말에 제 발표를 끝낸 경영지원본부장과 해외영업팀장이 일어났고, 그 뒤로 해당 부서 직원들이 우르르 이동했다. 그저 상황 업데이트를 위해 해외영업팀 과장급 인력 한 명과 대리급 인력 한 명이 남았을 뿐이었다.
이로써 일단 네스트의 초기 대응은 끝난 상태.
하지만 준성은 전사적 회의를 끝내지 않고는,
바로 다음 전략으로 넘어갔다.
“자. 이제 블랙스완 대응은 조금씩 이루어질 테니, 바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번 대지진 사건은 분명 안타깝고 슬픈 사건이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재민과 일남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제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당장 블랙스완 터져서 리스크가 보름달 뜬 날 미친년 머리채처럼 휘날리는 데 뭔 소린가 싶었겠지.
이에 준성은 바로 추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시다시피 네스트는 스타벅스의 선전포고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 여러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게 됐습니다. [리저브 로스터리]로 네프로를 침략한 스타벅스뿐만이 아닙니다. 블루 보틀, 팀 홀튼즈, 글로리아 진즈. 모두가 적이죠.”
하지만 네스트에게는 다른 이들과는 다른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짧은 창립 역사와 더불어 극단적인 팽창의 부작용이었을까? 기본적으로 50~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다르게, 네스트는 아직 신생아와도 같았다.
아무리 매출액이 늘고 점포가 늘어봐야 그건 어디까지나 재무제표상에 찍히는 숫자에 불과했을 뿐.
아직 세계에 이름을 알릴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기에, 소비자들은 아직도 네스트라는 존재 자체를 잘 알지 못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한 준성의 전략은 간단했다.
“네스트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국가에 엄청난 양의 구호물품을 보내기 시작할 겁니다.”
그 순간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에 떠 있던 물음표가 동시에 느낌표로 치환됐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기업이 세계적인 이목을 받기란 절대 쉬운 게 아니다. 게다가 특히 글로벌 기업은 여러 국가에 발을 뻗기 때문에 탐욕스럽다는 인상이 박히기 마련인데…
만약 그 와중에 글로벌 기업의 신생아 네스트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람들을 도와주게 된다면?
말할 것도 없이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으리라.
“물론, 그 비용이 절대 싸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네스트는 [정의로운 기업]이라는 이미지와 동시에, [이 정도로 곳간을 풀 수 있는 재력]을 가졌다는 강력한 대외 홍보가 될 겁니다. 아마 이는 그 어떠한 마케팅보다도 아주 강력하게 적용하겠죠.”
게다가 저게 전부가 아니었다. 현재 집중적으로 구호물품이 전달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시장은 셋 모두 성장동력과 인구가 넘쳐나 미래 잠재력이 뛰어난 국가다.
그렇기에 이번 구호물품 전달은 사실상 말이 지원이지, 투자의 성격이 짙다고 봐야 옳으리라.
“그리고 이러한 구호물품 전달은 [속도]와 [규모]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 어떠한 기업보다도 빠르게, 그리고 그 어떠한 기업보다도 많이. 저희는 이번 사고의 피해자를 포함한 수도 없이 많은 이재민들에게 지원을 쏟아부어야 할 겁니다.”
딱 거기까지 말하자,
회의실 안에 열기가 넘쳐났다.
영업팀장은 각 국가 정부 재난 관련 부서와 연결하겠다며 코트라에 관련 정보를 요청하겠다고 말했고, 재무팀장은 이로 인한 추가 예산 편성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며, 점포관리본부장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모두가 네스트를 위해 불타고 있을 무렵.
준성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 그리고 말씀 못 드린 게 있는데. 이미 구호 대책은 어느 정도 마련해 뒀습니다.”
이미 2004년 중반부터 착실히 준비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를 모르는 재민은 뭔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예? 그게 무슨…?”
“이미 올여름부터 많은 학자들이 지진과 쓰나미의 위험성을 세계 언론에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혹시나 싶어 따로 마련해 둔 카드가 있었는데, 운이 좋았네요.”
준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말을 이었다.
“점포관리본부장. 인천에 창고 하나 임대했었죠?”
“예, 항만 부두에 커다란 창고 하나를 임대하라고 지시하셔서 그렇게 처리해 놨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어떤 제품이 들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모를 수밖에.
애초에 준성은 이 문제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거니와, 심지어 유통 역시 [생수 제조사]인 [라이프 사이클]에게 준성이 직접 의뢰하지 않았던가?
“창고에 쌓아놓은 물건은 바로 [생수]입니다. 보통 재난이 발생하고 나면 수도가 끊기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갈증에 시달리게 되죠. 저희는 그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할 겁니다.”
본디 인간은 물 없이 7일도 생존할 수 없다.
특히 이런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도시 인프라가 마비되기 때문에 수도관이 잠길 수밖에 없고, 씻을 물은커녕 마실 물조차 부족한 상황이 태반이었다.
그렇기에 특히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처럼 재난 대비 및 사회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선 무슨 일이 발생하게 되냐면…
정작 재난으로 죽은 사람들 보다,
터전을 잃은 채 관리받지 못해 죽은 사람 숫자가,
훨씬 더 많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근데 만약에 네스트가 그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한다면?
심지어 정부가 재난 대응에 서툴러 버벅대는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건 당연지사였고,
많은 사람들이 네스트를 기억하게 되리라.
“생수 공급은 제가 직접 알아서 처리할 테니, 남은 직원들은 각자 네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시길 바랍니다. 이에 대한 전권은 윤일남 이사님께 모두 일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김재민 사장님은 이제부터 저와 함께합니다.”
사실 컨트롤 타워에 경영 자문의 일남이 아닌 사장인 재민을 남겨 놓는 게 더 좋긴 했지만, 그럼에도 준성이 재민을 끌고 가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부터 세상이 바뀔 거다. 그러니 네스트를 책임지게 될 김재민에게 세상을 바꾸는 법을 가르칠 필요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