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337
– 338화 –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전 10시.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후 12시.
준성을 필두로 네스트가 이번 남아시아 대지진에 대한 신속 대응을 선언했을 무렵.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는 때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이유가 뭔가 하니…
– 지금 당장에라도 국가 재난 사태를 선포해야 합니다! 이번 지진은 규모가 심상치 않단 말입니다! 현재 아체 지역과 모든 통신이 끊어졌고, 도시 인프라가 마비됐습니다! 이대로라면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 그래. 나도 알아.
– 근데 도대체 왜 가만히 있는 겁니까!?
– 거긴 분쟁 지역이니까. 아체 지역은 분리주의를 바탕으로 독립을 주장하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내전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 설마 분리주의자들의 기반이 무너지게끔 의도적으로 방치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당장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이게 무슨…!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 에헤이, 이 사람 보게. 자칫 잘못해서 대민지원을 보냈다가 반군들이 반대라도 했다간? 사람 여럿 죽어 나갈 수도 있어. 그럼 자네가 책임질 건가? 아체 지역 사람만 사람이고, 자와 섬 사람은 사람이 아닌가?
– 그런 뜻이 아니잖습니까! 지금 같은 재난 상황에 이념이네, 민족이네, 지역주의네 하는 게 뭐가 중요합니까! 사람이 죽고 있단 말입니다! 사람이!
인도네시아 고위층은 서로 갑론을박을 주고받고 있었다.
한쪽은 지금 같은 재난 상황에는 그런 정치적 문제 따윈 뒤로 미뤄두고 재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한쪽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이며 시간을 끌었다.
당장 실시간으로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는데 시간이나 끌고 있다니? 재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애간장이 끓는 표정으로 대통령을 쳐다봤다.
2004년 12월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의 대통령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였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오랜 군부 독재 시절에서 장성을 지낸 사람으로, 대통령이 된 지 겨우 2달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특히 당시의 인도네시아 정치판은 정말 농담 안 하고 개판 5분 전이었는데, 이를 알기 위해 간단히 인도네시아의 역사를 짚고 넘어가자면…
– 1600년, 네덜란드의 식민지배.
– 1942년, 일본의 식민지배.
– 1945년, 세계 2차 대전 종전, 일본 패망.
– 1945년, 8월 [수카르노]가 인도네시아 정부 수립.
– 1945년, 네덜란드 독립 반대. 독립 전쟁 시작.
– 1949년, 독립 전쟁 승리. 인도네시아 독립. 하지만 독립투사였던 [수카르노]가 독재자 변모.
– 1965년, [수하르토]가 쿠데타에 성공. 이후 정적 제거라는 명분으로 지식인, 정치인, 중국인 100만 명 학살.
– 1997년, 외환위기로 경제 박살. [수하르토] 퇴진.
– 1998년, 인도네시아 민주화 성공. 하지만 정권은 교체되지 않음. 시민들은 제 손으로 독재당에 투표함.
– 1999년, [압둘라만 와힛] 당선, 하지만 곧 탄핵.
– 2001년, [수카르노]의 딸 [메가와티]가 임기를 이어받음. 인도네시아 최초 여성 대통령.
– 2004년, [메가와티]의 극심한 레임덕. 독재 시절 군 장성 출신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당선. 분명 민주화가 되긴 했지만, 아직도 당은 교체되지 않았음. 반쪽짜리 민주화.
… 대충 이런 상황이었다.
인도네시아는 분명 민주화가 되긴 했지만, 아직도 독재의 잔재가 남아 있었고 국민은 여전히 정치를 불신했다.
그뿐이랴? 오랜 독재 시절 동안 무분별한 탄압으로 인해 능력 있는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모조리 사망했기에, 이런 재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 대통령 각하! 제발 뭐라고 말씀 좀 해주십시오!
그렇게 재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이 목소리를 높이자, 유도요노 대통령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봐, 자네.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아나?”
– 예?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입니까?
“바로 단합이야. 우리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식민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오랜 독립 전쟁을 벌여 독립을 쟁취했지. 하지만 아체에 있는 그 녀석들은? 우리 피땀 흘려 이 인도네시아를 되찾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그런데 이제 인도네시아가 자리를 잡아 가니 분리 독립을 주장해?”
콰앙 – !
유도요노가 책상을 거칠게 내려치자,
대책 회의실 안으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체 지방에 있는 분리 세력은 버러지만도 못한 놈들이다! 그리고 이번 지진은 그 버러지들에게 내려온 재앙이다!”
그 말에 재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던 정치인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유도요노에게 애원했다.
– 각하! 분명 아체 지역에 분리주의 세력이 있긴 하지만, 선량한 시민들 역시 있습니다! 제발 재고해 주십시오!
“이봐, 국민안전부 장관. 자네가 정치를 잘 모르나 본데, 국가는 번영과 안전에는 항상 피가 따르지. 애국이 별 게 아니야. 국가의 성장을 막는 버러지들을 잡는 것도 애국이지.”
대통령의 매우 단호한 말에 국민안정부장관, 알바로는 마치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미친 새끼들… 다 미쳤어…’
그렇게 유도요노의 철권 아래로 이번 재난 대책 회의는 종결됐고, 그저 [재난 대책은 3일 후부터 준비한다]는 어이없는 결론만이 남았다.
…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전 11시.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후 1시.
지진 진원지 바로 옆 대도시 반다 아체.
로즈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창밖을 쳐다봤다.
혹여라도 쓰나미에 쓸려가는 사람이 있으면 로프를 던져주기 위함이었지만… 그저 시체로 추정되는 덩어리를 제외하고는, 산 사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그녀가 구한 사람 중 한 명이 어깨에 손을 얹었다.
“… 이제 할 만큼 했어요. 저 쓰나미에 휩쓸리고도 살아남을 사람은 많지 않은 거 알잖아요. 좀 쉬어요.”
“하지만… 혹시라도…”
“괜찮아요, 할 만큼 했어요… 당신 덕분에 우리가 살았잖아요. 이미 당신은 우릴 구한 거라고요.”
로즈는 그 말에 피난처가 되어 버린 제 방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사람 5명을 쳐다봤다. 만약 로즈가 없었다면 저들 모두 쓰나미에 휩쓸려 사망하게 됐으리라.
몇 초 정도 쳐다봤을까?
로즈는 그제야 감정이 밀려왔는지,
몸을 떠는가 싶더니 눈물을 토해냈다.
“어흐어어억, 어흐억…”
그녀가 구해 준 청년이 그녀의 등을 쓸었다.
“괜찮아요… 곧 정부가 손을 쓸 거예요… 아니면 반군 세력이라도 도움을 주겠죠… 그러니까 조금만 버텨요 우리…”
그렇게 그들은 마지막 희망으로 정부를 기다렸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태업 중이라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전 11시 39분.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후 1시 39분.
대한민국 경기도 인천항. 더욱 정확하게는 항구에 정박 중인 로네(로안-네스트) 3호에 문득 전화가 걸려왔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이에 함교에서 성인잡지를 읽던 선장이 조용히 전화기를 들었다. 그 발신인은 말할 것도 없이 네스트였다.
“로네 3호 응우… 예. 예. 예? 예. 뭐라고요?”
–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아까 말씀드린 창고에 생수가 가득 담긴 컨테이너가 쌓여 있을 겁니다. 그거 하역해서 베트남 호치민으로 향하세요.
– 약 3시간 전에 인도네시아 서부에서 해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네스트는 이에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구호물품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한시가 급하니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주십시오.
그 말을 들은 선장은 바로 들고 있던 성인잡지를 휙 집어 던지고는 갑판장(Chief Officer)에게 바로 소리쳤다.
“갑판장! 지금 밖에 나가 있는 애들 불러와! 그리고 인천항만 관리소에 전화해서 급하게 물건 실을 준비해! 그리고 트럭커(Trucker, 트럭 운전사)들 연락해서 이 주소에 있는 창고에서 컨테이너 옮기고,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 바퀴가 달린 컨테이너 하역용 기중기) 사용 예약해!”
“가, 갑자기요?”
“뭐가 갑자기야 이 새*야! 군기 빠져서는! 대기도 업무 중 일부라고 몇 번을 말해! 빨리 애들 모아 와!”
“아, 알겠습니다. 근데 아시다시피 어제가 크리스마스라 몇몇 선원들이 몰래 도시로 빠져나간 것 같은데…”
“네가 책임지고 찾아와. 늦는 놈은 그대로 바다에 집어 던져 버릴 테니까! 알겠어!?”
그 말에 갑판장은 부리나케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사실 지금 민간 해운사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렇지, 로네 3호 선장 역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군인 아니던가? 아마 문제가 생기면 아주 높은 확률로 치도곤을 치르리라.
그렇게 갑판장이 움직이고 있을 무렵.
선장은 다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항해사! 야! 항해사 이 새끼 어디 갔어!”
이에 전화기를 들고 있던 갑판장이 급히 ‘2시간 전에 화장실 간다고 해놓고 사라졌어요! 아마 자고 있을 겁니다!’하자, 선장은 악귀나찰 같은 표정으로 선실로 향했다.
끼릭 – 끼릭 – 쾅 – !
이후 거칠게 문을 연 뒤 잠들어 있던 항해사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깨운 뒤 금방이라도 씹어 먹을 듯 말했다.
“내가 대기는 휴가가 아니라고 거듭 말했을 텐데?”
“아… 선장님? 저기, 그러니까…”
“마음 같아선 네놈 항문에 화약과 뇌관 꽂고 어뢰관에 처박아다 물고기 밥으로 사출시켜주고 싶지만, 딱 이번 한 번만 참아주마. 당장 일어나! 문제 터졌다, 이 새*야!”
가히 살벌한 어휘 구사가 아닐 수 없었기에,
항해사는 얼굴을 새하얗게 굳힌 채 벌떡 일어났다.
“정확한 위도는 모르지만, 인도네시아 서쪽에서 해저지진이 일어났다. 보나 마나 쓰나미 때문에 바다 상황 개판일 거야. 일단 베트남까지 갈 거라 파도 대부분은 인도차이나 반도에 막히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항로랑 바닷길 상황 체크해.”
“아, 알겠습니다!”
선장은 항해사와 함께 함교로 복귀했다.
약 30분 정도 급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을까?
정보를 수집하던 항해사의 표정이 새하얗게 질렸다.
“서, 선장님…”
“바빠서 신경 날카로우니까 끊지 말고 말해. 안 그럼 네놈 혓바닥을 뽑아다가 귓구멍에 처박아 버릴 테니까.”
“어우, 저 욕 좀 진짜… 어쨌든. 규모 9.3 짜리랩니다. 100M짜리 쓰나미 생겼대요. 이 정도면 분명 베트남으로 향하는 항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거예요. 게다가 여진이나 추가 지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고요.”
“그래서? 어쩌라고?”
“… 가다가 죽을 수도 있어요. 계약도 계약인데, 자칫 잘못하다간 배 엎어진다고요!”
“야, 항해사.”
“예.”
“씨*, 그래서 어쩌라고? 저 정도 해일이면 항구도시는 작살 나고, 인도네시아랑 말레이시아 사람이 최소 만 명은 죽었다는 뜻이야. 그리고 지금 우리가 싣고 갈 건 생명수다. 인도네시아에서 누군가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생명수! 그리고 선원이 까라면 까는 거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그 말에 항해사는 ‘안 되는데…’라고 중얼거렸지만, 이내 머릿속에 계약 불이행 페널티와 더불어 고향에 있는 가족들 그리고 아주 조금이나마 재앙의 피해자들을 생각했다.
“… 하아, 알겠습니다. 항로 짜 볼게요.”
로안 3호 선원들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록 겉보기에는 군기가 쫙 빠진 것 같아 보였지만, 나름대로 엘리트들이었기 때문일까? 응우옌 선장의 지휘 아래 모두가 하나 되어 움직여 머지않아 하역이 시작됐다.
그렇게 20시간 동안 쉴 새 없이,
30대의 트럭이 창고와 하역장을 오가고,
갠트리 트레인이 트레일러를 배 위에 실었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났을 무렵. 선장은 근엄한 명령과 함께 로네 3호의 기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자, 출항이다!”
뿌아아아아아아앙 – !
…
12월 27일. 재앙 발생 2일 차.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전 8시.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전 10시.
대한민국 서울. ND 빌딩 6층.
꼬박 밤을 새워 전략을 진두지휘했던 탓일까?
준성은 잠시 시간을 쪼개 의자에 반쯤 눕듯이 기대어 쪽잠을 자고 있기도 잠시. 테이블 위에 놓인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띠리-
“… 예, 이준성입니다.”
– 대표님, 경영지원본부장입니다. 로네 3호, 로네 4호에서 연락 왔습니다. 방금 인천항에서 출항했다고 하며, 베트남 호치민까지 최대한 서둘러서 5~6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그 말에 준성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알겠습니다, 수고했어요.”
이로써 대충 급한 불은 껐다. 배가 호치민으로 향하는 6일 동안은 네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준성은 즉시 행동을 개시했다.
이유? 간단했다.
[네스트]가 할 일이 없을지라도,
다른 곳에는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화기를 들어 익숙한 번호를 누르는가 싶더니…
“사울. 저 이준성입니다. 곽권영 사장님과 함께 [기부 시스템] 관련으로 나랑 얘기 좀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