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338
– 339화 –
12월 27일. 재앙 발생 2일 차.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전 8시 13분.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전 10시 13분.
준성이 승강기를 타고 디움 본사로 향하고 있을 무렵. 미국 CNN에 [남아시아 대지진]에 대한 뉴스가 보도됐다.
– (헬기 위에서 촬영한 재난 현장)
– (기자가 안전 장구를 맨 채 열린 헬기 문을 배경으로 기자 보도를 시작함) : 여기는 현재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아체 지역입니다! 이곳은 마치 지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대도시로부터 30km 떨어진 곳에서 엄청난 크기의 쓰나미가 생성됐고, 머지않아 도시를 강타했습니다!
–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의 화면이 잠시 지나감. 아직도 물이 빠지지 않아 아수라장임)
– (기자) : 현재 아직 제대로 된 사망자 집계가 되고 있지 않지만, 최소 10만 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실종자와 피해자까지 합치면 100만 명 이상의 피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 (카메라 화면에 잠시 어느 한 집이 보임. 간호사인 로즈의 집. 거기에 사람 몇 명이 창문에 몸을 내밀고 도움을 청하는 모습이 잡힘.)
– (기자) : 보다시피 도시 내에 아직 많은 사람들이 고립되어 있으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직 그렇다 할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상. 인도네시아에서 브록 기자였습니다!
…
같은 시각.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 로즈의 집.
로즈는 헬기 소리를 듣고 창밖에 몸을 내밀고 미친 듯이 도움을 청했지만, 헬기는 멈추지 않았다. 그저 도시를 한 바퀴 빙 둘러본 뒤 사라졌을 뿐이었다.
잠시나마 피어났던 희망의 불꽃이 꺼졌기 때문일까?
로즈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헬기 소리가 사라지자마자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벌써 사건 발생 후 26시간이 지났지만, 도움이 올 기미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쓰나미가 모든 것을 헤집고 가는 과정에서 도시의 인프라가 망가졌고, 도로는 흙더미에 파묻힌 상황이다. 그러니 구조대가 오려면 도로를 정리하며 와야 하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겠지. 게다가 그뿐이랴?
‘해안 도시는 분명 여기랑 비슷한 상황일 거야… 그나마 구조대를 보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대도시는 내륙도시 팔렘방(Palembang)인데, 거기도 거의 800Km나 떨어져 있어… 수도인 자카르타는 1,000Km 이상이고…’
로즈는 거기까지 닿자 가슴이 차갑게 식었다.
동시에 헛된 희망과 낙관적인 생각보단, 앞으로 더 악화될 상황을 견디기 위해 냉철하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죽을지도 몰랐기에.
‘… 최소 닷새. 길면 20일 이상 갇혀있어야 해.’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물이었다.
쓰나미가 덮치며 도시의 인프라는 모조리 작살이 나버렸고, 그 과정에서 수도관이 망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나마 로즈는 재난 시 대처 요령을 알고 있었기에…
– 물! 지금 수도 작동할 때 빨리 물 받아 놔요! 나중에 수도 잠기면 갈증으로 죽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변기에 있는 물도 전부 병에 옮겨 담으세요!
그나마 약 15L 정도의 물을 비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이 피난처에 있는 사람은 로즈를 포함해 6명.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빠듯한 양이 아닐 수 없었다.
로즈는 그렇게 생각하며 제 이를 꽉 깨물었다.
…
12월 27일, 재난 발생 2일 차.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전 8시 20분.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전 10시 20분.
대한민국 서울, ND빌딩 5층.
디움 본사는 네스트와 달리 평소 같은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서비스업이라 세계 각지에 점포가 퍼져있는 네스트와 달리, 안전한 도시에 법인만 박아놓은 디움이었다. 그러니 상황을 바라보는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리라.
그걸 증명하듯 디움은 이번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경미한 데미지 리포팅을 확인한 게 전부였을 뿐. 마치 이번 재난이 남의 얘기라도 된 양 고요하기만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게 나쁘단 얘기는 아니다.
솔직히 당장 회귀 전의 준성만 하더라도,
이 재앙에 대해 어떠한 관심도 없었다.
그저 먼 나라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해 사람이 죽었고, 그냥 3초 정도 가볍게 애도한 뒤 넘어갔을 뿐이었으니까.
– 피해 상황은?
–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현재 피해 권역 국가에 있는 법인들 모두 안전지대에 있어서 적당히 주의 명령만 내렸습니다. 그 외에 이번 사건에 대한 추모 배너를 준비 중입니다.
– 그래. 그거 최대한 빨리 완료하고, 다음 건으로 넘어가. 안 그래도 요즘 플랫폼 비즈니스 때문에 바쁘니까.
준성은 이번 사태를 짧게 정리하는 직원들을 지나 걷기도 잠시. 얼마 후 사울의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볍게 노크 후 들어가자 그 안에는 미리 연락을 받은 사울과 권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왔어요?”
“오셨습니까.”
평소였다면 활짝 웃으며 서양인 특유의 커다란 리액션을 보이던 사울이었지만, 현재 네스트가 재난 대책으로 정신없다는 걸 고려했던 탓인지 매우 담백한 인사였다.
“상황이 급박하니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겠습니다. 어제 인도네시아에 대지진 터진 건 아시죠?”
모를 리가. 당장 그것 때문에 평소라면 칼퇴근을 하던 네스트가 등대 모드로 날밤을 깠거니와, 디움도 해당 사건으로 인한 데미지 리포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예, 얘기 들었습니다. 네스트 쪽 피해는 어떤가요?”
걱정스레 묻는 권영.
“다행히 별일 없습니다. 마침 스타벅스와 전쟁을 위해 인도네시아 직원들을 불러들였는데, 우연히 일치했네요. 점포 몇 개 정도는 날아가겠지만… 뭐 어쩔 수 없죠.”
“… 인명피해가 없는 게 불행 중 다행이네요.”
준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찾아온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얼마 전 디움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기부 서비스]의 개발을 완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초에 이럴 계획으로 딱 현재 시점에 맞춰 개발 기간을 잡은 거였으니 이제 그걸 활용해야 하리라.
“비록 디움은 이번 재앙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회사지만, 그와 별개로 [SNS]와 [토킹클럽] 그리고 [메신저]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죠. 그러니 남아시아 대지진 기부 광고를 실었으면 합니다.”
그 말에 천성이 선한 권영은 이익과 별개로 이번 기부활동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찬성했고, 사울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준성은 조금 생각이 달랐는데…
이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기본적으로 선한 성향의 권영, 사울과 달리 준성은 절대로 제 이익이 되지 않는 한은 움직이지 않는 차가운 심장을 가진 경영자였다.
‘분명 [기부]는 그 아래에 선한 의도가 깔려있어야 하는 거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투자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세계의 이목이 쏠린 경우에는 더더욱.’
게다가 보통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의 기부는 보통 제일 [먼저] 쾌척하는 사람과 제일 [많이] 하는 사람. 그리고 제일 [인상적으로] 하는 사람이 자연스레 주목을 받기 마련인데…
‘지금부터 [네스트]와 [디움]. 내 두 기업이 저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해 세계 무대의 스타가 될 거다. 그러기 위해 준비한 전략이고, 그러기 위한 기부 시스템이니까.’
어찌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준성은 어디까지나 오로지 제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의사결정을 했지만, 정작 그 결과로 재앙에 휩쓸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광고요? 알겠습니다. 일단 기존에 스케쥴 잡혀 있던 광고주에게 양해를 구하고, 중간에 끼워 넣겠습니다. 근데 어떤 형식으로 하려고 하십니까?”
그 질문에 준성이 대답하려는 찰나…
사울이 휙 끼어 들여 말했다
“지금 기부 서비스 런칭 기념으로 [해피 하트]라는 걸 적용했거든요? 근데 이게 굳이 충전할 필요 없이 디움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본적으로 몇 개씩 지급돼요. 그러니 아마 지금 대부분의 유저가 1~5개(개당 100원) 정도의 하트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걸 써달라는 식으로 하면 어때요?”
정답이었다.
본디 기부라는 건 어디까지나 해달라고 ‘부탁’하는 거지, ‘강요’할 순 없는 것 아니던가?
그 와중에 디움은 서비스 런칭 기념 및 사회 환원 차원에서 유저들에게 해피 하트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기에, 이 ‘공짜 돈’을 써달라고 하면 되리라.
“예. 사울 말이 맞습니다. 이번 재난을 이용해 디움의 기부 서비스 존재를 알리고, 세계에 디움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을 홍보할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소비자들 역시 굳이 자기 돈 쓸 것 없이 하트를 소진할 수 있고요.”
“아, 그렇군요… 근데 그로 인한 비용이 만만찮을 텐데요? 무료로 하트를 줬다는 건 곧 디움이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뉴스 보니까 엄청난 재난이던데, 소비자 참여도에 따라서 심각한 양의 지출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기부에 호의적이던 권영이 내뱉었다기엔 퍽 언밸런스한 말이 아닐 수 없었다마는, 저게 마냥 이해 못 할 말은 또 아니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듯… 디움 유저들에게 100원씩 뿌린 [해피 하트]를 모두 모으면 못 해도 30억, 많으면 200억 정도의 비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솔직히 사람 좋은 것도 정도가 있지…
조용히 있으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제 손으로 초대형 광고를 때려서 200억이라는 기부금을 낸다?
제아무리 권영이 생불에 가까운 사람이라지만, 그 역시 경영자. 디움의 이익을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특히 지금처럼 [스마트폰 혁신]과 [플랫폼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비용이 미친 듯이 많이 필요한 시점에는 더더욱.
이에 준성은 이 문제를 아주 간단히 처리했다.
“예. 맞습니다. 많은 비용이 들 겁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그 비용은 네스트에서 모두 감당할 거니까요.”
“… 예? 네스트가요? 지금 피해 복구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이다. 하지만 이러려고 준성이 오태희를 풀어 악착같이 돈을 모아 금고에 꾹-꾹- 쑤셔 박아놓지 않았던가?
“아, 말씀 안 드린 게 있는데. 지금 네스트는 중국 상해 증권 거래소에 투자해서 약 6,000억 정도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러니 그 정도 기부 비용은 감당 가능합니다.”
그 말에 권영은 순간 잘못 들었다는 듯 굳어버렸고, 사울은 작게 ‘쿨럭’ 소리를 냈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말씀해 드리죠. 이번 기부활동에 수반되는 비용은 모두 네스트가 감당합니다. 모든 상황은 제가 직접 책임질 테니 일 진행하세요.
돈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됐기 때문일까? 권영과 사울은 즉시 디움의 모든 페이지에 이번 재난 기부와 더불어 디움의 기부 서비스에 대한 광고를 올리겠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일이 모두 끝난 것처럼 보여,
권영이 밖으로 나가 일을 처리하려는 찰나…
준성이 그런 권영의 어깨를 붙잡고는 말했다.
“미안합니다만, 아직 전략 전달 안 끝났습니다. 디움은 이번 재난을 이용해 [기부 대란]을 만들 생각이거든요. 그러니 참여 유도 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론 부족합니다.”
한 마디로 전략이 아직 하나 더 남았다는 뜻이었다.
이에 사울과 권영이 궁금하다는 듯 뭐냐고 묻자,
준성은 아주 짧고 간략하게 대답했다.
“이제 SNS에 기부 독려 캠페인으로 [콜드 워터 챌린지] 전략을 시작할 겁니다. 그 시작은 곽권영 사장님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