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339
– 340화 –
“이제 SNS에 기부 독려 캠페인으로 [콜드 워터 챌린지] 전략을 시작할 겁니다. 그 시작은 곽권영 사장님이시고요.”
갑자기 뚱딴지같은 단어가 튀어나왔기 때문일까? 권영은 이해하지 못한 채 버벅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콜드 워터 챌린지는 이 행위는 2013년 미국 북부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사회 운동이었다. 본래 처음만 하더라도 그 이름대로 ‘차가운 물에 뛰어들기’와 ‘100달러를 원하는 곳에 기부하기’를 둘 중 고르는 간단한 캠페인이었으나…
2014년에 와서 그 의미가 조금 바뀌었다.
사회 참여율을 더욱 높이고자 [원하는 곳에 기부]한다는 기존 룰을 [루게릭병]으로 한정. 그에 더해 루게릭병에 걸리면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는 것에 착안해 [콜드 워터]가 [아이스 버킷]으로 교체.
이후 페이스북에 해당 도전을 녹화한 영상을 업로드한 뒤, 다음으로 참가해야 할 사람 셋을 지목하게끔 변한 게…
바로 그 유명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준성은 그 사회 활동을 이번 인도네시아 대지진과 엮음과 더불어, 디움으로부터 출발하게끔 만들기로 했다.
‘주어진 조건 역시 충분하다.’
이미 디움의 SNS는 전 세계 6억 명이 사용하는 강력한 미디어로 성장했고, 명분이 되어 줄 인도네시아 대지진 역시 있으며, 이 활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부 시스템까지 갖춰놓지 않았던가? 그러니 보나 마나 성공할 수밖에 없으리라.
준성이 딱 저기까지 설명하자,
권영과 사울은 질렸다는 듯 입을 쩍 벌렸다.
“생각보다 완전 괜찮은데요?”
“… 사울 말이 맞습니다. 특히 SNS 유저들은 본인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죠. 그러니 본인을 빛내줄 수 있는 이 사회 활동 역시 반길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그뿐이랴?
준성이 지금 준비하는 [콜드 워터 챌린지]는 그 시발점이 디움이라는 회사가 아닌 곽권영이라는 개인이었다.
그러니 기업이 기부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동시에, 인도네시아 대지진으로 인한 기부에 대한 환기 및 시민들의 참여 역시 강하게 독려할 수 있으리라.
그나마 올 수 있는 비판이 하나 있다면…
– 인도네시아 대지진이라는 재난을 이용해 본인들이 사회적으로 깨어있는 시민이라 광고할 목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피해자들에 대한 조롱이다.
… 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긴 했다만,
이 문제에 대해서 준성은 간단히 생각했다.
‘입바른 소리는 누구나 할 수 있지. 하지만 요는 기부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다. 이런 문제에선 선과 악, 의도 따윈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결과다.’
잠깐 생각해 보자.
제 이익을 위해 위선을 행하는 악과,
옳고 그름을 논하며 행동하지 않는 중립.
둘 중 누가 옳은지는 매우 철학적인 논제라 정확히 답을 낼 순 없지만… 딱 하나 확실한 건 있었다.
어떠한 의도든 간에 전자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제 주머니를 연 거고, 후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거다.
당장 피해자들에게 과연 둘 중 누가 더 큰 도움이 될지는… 굳이 입 아프게 언급할 필요가 없으리라.
적어도 준성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두 분 다 동의하셨으니, 바로 시작합시다.”
…
12월 27일, 재난 발생 2일 차.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전 9시.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전 11시.
대한민국 서울, ND 빌딩 옥상에 물이 가득 든 자그마한 양동이와 카메라가 세팅됐다. 그리고 그 앞에는 곽권영이 살짝 긴장된 눈초리로 이쪽을 쳐다봤다.
“준비 끝났습니다.”
준성이 디움 전산 부서 직원에게 눈빛을 보내자, 세팅된 카메라가 녹화를 시작했다. 동시에 사울이 커다란 글자들이 인쇄된 종이를 치켜들었고, 권영이 영어로 입을 열었다.
– 안녕하십니까, 저는 디움의 CEO 곽권영입니다.
– 오늘 제가 카메라 앞에 서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최근 발생한 남아시아 대지진 때문입니다. 그 재난으로 인해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쓰나미에 휩쓸려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분들의 고통을 공감하는 동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 (이후 권영은 이번 콜드 워터 챌린지에 대한 설명을 한 후, 물이 가득한 양동이를 본인에게 끼얹음.)
– 그리고 저는 룰에 따라 다음으로 이 챌린지를 시도할 3명을 지목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구글 CEO인 세르게이 브린], 두 번째로 [에어 아시아 CEO 토니 페르난데스], 세 번째로 [한국 배우 전지혜]입니다.
– 지목받으신 분은 24시간 내로 이 챌린지에 동참하거나, 이번 재난에 50달러를 기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약 2분 정도 되는 짧은 영상 녹화가 끝난 뒤.
준성은 12월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찬물을 뒤집어쓴 권영을 위해 수건과 핫팩을 건네줬다.
“수고했습니다.”
“수고는요. 이런 제 행동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몇 번이든 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극단적인 선을 추구하는 권영답게, 분명 ‘굳이 CEO까지 돼서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싶은 일이었음에도 힘들거나 짜증 나는 기색 없이 웃으며 대답해줬다.
“방금 곽권영 사장님께선 선의를 위한 첫 불씨를 지피신 겁니다. 아마 이로써 사람들의 선의가 모이기 시작할 테고, 더 나아가 커다란 희망이 되겠죠.”
그렇게 준성과 권영이 서로 훈훈함을 피우고 있기도 잠시. 그걸 지켜보던 사울이 슬그머니 제 고개를 내밀었다.
“대표님, 권영.”
“어, 왜?
“예, 사울. 말씀하세요.”
그는 슬쩍 물 양동이를 쳐다보고 있는가 싶더니,
어딘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저도 해도 돼요? 좋은 일 하는데 빠지긴 뭐해서요.”
이에 준성은 안 될 게 어디 있냐며 바로 그에게 권했고, 그와 동시에 사울은 물을 흠뻑 뒤집어쓰고는 본인이 아는 사람 세 명을 지목했다.
그렇게 [네스트 생수를 통한 구호물품 제공]과 더불어 [디움의 부가서비스를 통한 기부 대란 촉진]이라는 큼지막한 전략 2개가 장전 완료됐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
재난 발생 후 30시간 남짓이었다.
…
권영이 SNS 페이지에 [콜드 워터 챌린지]에 대한 영상을 올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한창 퇴근을 준비하던 세르게이에게 한 통의 이메일 도착했다. 뭔가 싶어 열어보자…
– 발신인 : 래리 페이지.
– 내용 : 지금 당장 곽권영 SNS 페이지 확인해 봐!
이에 세르게이 브린은 ‘뭔데 저래?’라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던 옷을 벗고는 컴퓨터 앞에 앉았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해 SNS 페이지를 뒤지기도 잠시.
– 저는 다음 챌린지 도전자로 [구글 CEO인 세르게이 브린]을 지목하겠습니다.
갑자기 제 이름이 나타나자 깜짝 놀란 세르게이는 즉시 전화기를 들어 래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래리! 이거 뭐야?”
– 뭐긴, 사회 공헌 캠페인이지. 어떻게 할 거야?
사실 공식적인 제안은 아니었기에 무시해도 큰 상관은 없었지만, 그럴 경우 세르게이에게는 살짝 냉혈한 같은 이미지가 부여될 수도 있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세르게이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재밌겠네, 뜻도 좋고. 당연히 해야지.”
– 자식, 그럴 줄 알았다! 앞마당으로 나와! 내가 호스 들고 물 뿌려줄게! 그리고 다음엔 나 지목해야 된다?
“하이고, 이런 거 안 좋아하면서 갑자기 왜?”
– 왜긴, 왜야. 디움이면 [미스터리] 회사잖아. 저거 보나 마나 그 사람이 계획한 캠페인일걸? 그러니까 도와줘야지!
“그래? 그럼 우리도 질 수 없지. 구글도 기부금 꺼내자고. 이런 좋은 경쟁에 빠지긴 좀 그렇잖아?”
세르게이는 신이 난 얼굴로 제 비서에게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믿을 수 있는 기관에게 기부하라 지시하곤, 동시에 최대한 가볍게 입고는 앞마당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캠코더를 이용해 즉시 영상을 녹화.
다음 챌린지 대상자로 [구글의 공동 CEO 래리 페이지], 평소 존경하던 경영자 [MS의 빌 게이츠] 그리고 개인적이 친분이 있던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를 지목했다. 덤으로 그가 지목한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자선활동이 왕성하던 사람들이라는 거였다.
당장 빌 게이츠부터가 제 재산을 기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줬고… 안젤리나 졸리는 캄보디아 아이를 입양하는 동시에 유니세프의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런 사회 활동은 당연히 환영하며 받아줄 테고, 유명인사였던 그들의 활동은 시민들의 인식 재고와 함께 더욱 많은 사람들을 이 기부에 동참하게 만들리라.
…
준성과 권영이 피워낸 작은 불꽃이 구글을 통해 마이크로 소프트로 옮겨가고 있을 무렵.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에어 아시아 본사에 있던 토니 페르난데스 역시 [콜드 워터 챌린지]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인도네시아의 피해가 가장 심한 건 맞긴 했지만, 말레이시아 역시 인도네시아 옆에 착 달라붙어 있는 상황. 당연히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히 공항이나 격납고 등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지진파로 인해 혹여 발생할 수 있는 항공 사고를 방지하고자 날이 서 있을 수밖에.
하지만 그럼에도 토니 페르난데스는 침착한 표정으로는 SNS 페이지를 확인했다.
– 다음 챌린지 도전자로 [에어 아시아의 CEO 토니 페르난데스]를 지목하겠습니다.
이에 토니는 일이 바빠 무시할까 싶기도 잠시.
‘… 잠깐만.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특히 토니 페르난데스는 [가성비의 경영인]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마케팅 비용을 아끼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제 개인 SNS 페이지를 홍보용으로 잘 사용하는 기업인이었고 말이다. 근데 그 와중에 디움이 좋은 기회를 덥석 던져 준 상황.
분명 미친 듯이 바쁘긴 했지만,
잠깐 정도는 짬을 내서 어울려 주기로 했다.
“물 양동이랑 카메라 가져와. 이 판에 우리도 낀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지진 피해자를 위한 기부를 할 거니까, 관련 예산 자료 확보해 놓고 기자회견 준비해. 이왕 좋은 일 하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니까.”
토니는 그렇게 이번 사회 활동에 함께하며,
참 괜찮은 전략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얼핏 보기엔 가벼워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 SNS는 사람들의 과시욕을 자극하는 서비스다. 근데 그걸 역이용해서 이런 기부를 불러오다니… 확실히 무서운 기업이야.’
동시에 저번 [네스트], [디움] 협업 과정에서 얼핏 스쳐 지나가듯 들은 ‘오너 이준성’에 대한 얘기가 떠올랐다.
‘보나 마나 그 양반 작품이겠지. 하. 대단하군. 역시 세상은 넓고, 강력한 경영자는 많단 말이지.’
촤락 – !
토니 페르난데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제 머리 위에 물을 끼얹었고, 다음으로 말레이시아의 유명인 3명을 지목했다. 그리고는 다시 업무로 복귀하는 길. 그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 잠깐만? 왜 디움만 움직이지?’
생각해 보니 기이했다.
이준성이 가진 기업은 디움 하나가 아니다.
당장 에어 아시아 콜라보 때만 하더라도 네스트와 디움이 세트로 움직였거니와, 이번 지진 해일로 인해 네스트 역시 여러 점포를 잃는 동시에 인적 피해를 입었을 터.
근데 이번 콜드 워터 챌린지는 어디까지나 디움에게만 이득이 될 뿐. 네스트에게는 그 어떠한 영향도 없었다.
‘… 보통 이준성 같은 경영자는 판에 깔린 모든 변수를 100% 활용하려 하는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어. 분명 네스트도 지금 독자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을 거다.’
토니는 딱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한 치의 고민도 바로 비서를 호출했다.
“지금 네스트 뭐 하고 있어? 전략 조사 좀 해 봐.”
그리고 만약 네스트가 그의 예상대로 뭔가 물 밑으로 뭔가를 진행하고 있다면… 토니 역시 적당히 상황 보다가 거기에 숟가락을 한 번 얹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좋아, 네스트. 어차피 우리는 동맹국이잖아? 그러니까 재미는 혼자 보지 말고, 같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