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340
– 341화 –
비슷한 시각.
대한민국 서울, 전지혜의 집. 오래간만에 짬을 내서 쉬고 있자니, 문득 그녀의 핸드폰에 진동이 들려왔다. 이에 지혜는 한참 달리던 트레드밀에서 내려와 핸드폰을 체크했다.
– (매니저 오빠) : 지혜야, 너 SNS 확인했니? 혹시 안 바쁘면 디움 곽권영 광고주님 페이지 좀 보고 연락 좀 줘.
디움이라는 이름 때문이었을까? 지혜는 잠시나마 준성 생각이 났지만 이내 머리를 흔들어 지워버렸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지혜 역시 의도적으로 준성을 피했다. 그렇기에 광고 역시 권영과 재민을 통해서만 해결했을 뿐. 이제 서로 간의 접점은 없었다.
지나간 인연을 강제로 붙들려 하면 미련이 되는 법. 지혜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준성의 생각을 털어냈다.
‘… 뭐길래 저러시지?’
지혜는 PC를 켠 뒤 바로 권영의 페이지를 확인. 이후 [콜드 워터 챌린지]와 함께 다음 도전자로 본인이 지목됐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뚜르르- 뚜-
– 어, 지혜야.
“할게요.”
– 그래? 만약 광고주님이라 부담돼서 하는 거면 안 해도 돼. 어차피 공식적인 것도 아니고, 디움이 이런 걸로 뒤끝 부리는 회사도 아니잖아.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아뇨, 그냥 할게요. 이준성 대표님과 있었던 일은 이제 다 지난 일이잖아요. 그리고 좋은 일인데 빼기도 그렇고요.”
– 알겠어. 그럼 어떻게 촬영할래?
“저희 집 마당에서 할게요.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 어. 바로 갈게.
…
04년 12월 27일, 재앙 발생 2일 차.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후 5시.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후 7시.
준성은 SNS 페이지를 돌아다니며 [콜드 워터 챌린지]가 퍼져나가는 걸 확인하는 동시에, MIS(경영 정보 시스템)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기부 현황을 체크했다.
– 안녕하십니까, 빌 게이츠입니다. 저는 이번에 구글의 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에게서 재밌는 도전장을 한 장 받았습니다. 바로 이번 지진을 위한 사회 활동이 그것인데…
– 토니 페르난데스입니다. 이번 대지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금 제가 진행하는 챌린지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끼고자…
– 안녕하세요, 전지혜입니다. 저는 디움의 곽권영 사장님께 콜드 워터 챌린지의 다음 도전자로 지목되었습니다. 이번 지진 피해자분들께 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다음 도전자로 DOG의 김태성 님, 개그맨 김국지 님, 그리고 항상 제 옆에서 응원해주시는 매니저 오빠를 지목하겠습니다.
꼭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걸 지켜보는 기분이 이럴까?
준성에게서 나온 이 캠페인 곽권영이라는 개인으로 시작해 미국, 말레이시아, 한국 등지로 퍼져나갔으며… 한 명이 도전을 받아들일 때마다 정확히 3배씩 커져 나갔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콜드 워터 챌린지]에 참가하는 동시에 디움을 통해 기부를 실현했고… 이에 디움의 해피 하트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걸 보며 준성은 문득 어느 유명한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광대 모습을 한 악당이 내뱉었던 말을 떠올렸다.
– 광기는 중력 같은 거야. 살짝 밀어주기만 하면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하거든. 그리고 서로를 전염시키며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지. 어때, 아름답지 않아?
– 나는 이 광기를 너무나도 사랑해. 보통 사람들은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거든. 왜냐고? 그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 하지만 만약 이 도시의 시장이 갑자기 죽을 거라고 하면, 다들 기절초풍을 할 거야! 그건 당연하지 않은 일이고, 계획에 없던 일이니까! 이 모든 게 광기가 낳는 혼돈이라고!
뜬금없이 저 대사가 떠오른 이유는 간단했다.
저 영화에서는 악당이 [광기]를 톡- 밀어 사회의 혼란을 만들어 냈다면, 준성은 [선의]를 툭- 던져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스스로 움직이게끔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평소라면 뉴스를 보며 ‘아, 사람 많이 죽었겠네’라며 짧은 동정을 던지곤 일상으로 돌아갔겠지만… 콜드 워터 챌린지를 통해 사람들이 이 사건을 환기했고, 그 후 마치 선의에 가속도라도 붙듯 더 큰 선의를 끌어모았다.
아마 이게 바로 대중의 힘이리라.
준성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슬슬 시간 됐네,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준성은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살포시 묻어둔 언론 쪽 씨앗. 바로 우동민을 꺼내다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뚜르-
– 예, 대표님.
전화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던 걸까?
동민은 채 신호음이 한 번이 끊기기도 전에 받았다.
하긴. 부를 때마다 어마어마한 특종을 가져다준 준성이었으니,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잠깐 얼굴 좀 봅시다.”
– 바로 나가겠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ND 빌딩 후문(지하 쪽 입구)으로 오세요.”
…
04년 12월 27일, 재앙 발생 2일 차.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후 5시 30분.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후 7시 30분.
동중국해에서는 악천후와 높은 파도를 뚫고 로안-네스트 3호가 한창 베트남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솨아아아아 – ! 철퍽 – !
마치 빗방울이 우박처럼 떨어지고, 성난 파도가 선박을 때려대는 와중에서도 로네 3호는 낼 수 있는 최고 속력으로 계속 전진하고 있었다.
또한,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고자 선원들이 제 허리에 있는 안전고리를 이용해 몸을 묶은 채 좌현과 우현을 돌아다니며 상황을 체크했고 말이다.
항해사는 그 모습을 보고 있기도 잠시,
슬쩍 눈치를 보다가 선장에게 말했다.
“슬슬 바다가 거칠어집니다. 속도 좀 늦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무 빠른 것 같은데요. 선원들도 지쳤고요.”
그 말에 선장은 전혀 문제없다는 듯 대답했다.
“규정 내 최고 속도다. 문제없을 텐데?”
“예. 문제는 없죠. 근데 지금 상황이 좀 특수하지 않습니까. 지금 이것도 날씨 때문이면 다행인데, 문제는 곧 있으면 필리핀 판 쪽을 지나야 한다는 겁니다. 규모 9.3이면 해저에 추가 지진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 있을 수도 있지. 없을 수도 있고. 근데 그 불확실한 일 가지고 속도를 늦추자고? 안 돼. 빠듯해.”
“… 알겠습니다.”
그 말에 항해사가 쩝 소리를 내곤 자리에 앉자,
선장도 너무 외골수처럼 굴었나 싶어 입을 열었다.
“이해가 되지 않을 거야.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죠.”
“… 옛날얘기를 조금 해주지. 베트남 다낭에서 큰 전투가 있었어. 당시 나는 거기 소년병으로 참전하게 됐었지. 근데 결과적으로 우리 부대는 패배했고, 난 귀환하지 못해 소대원 몇 명과 미군 점령지역에 숨었어야 했어.”
“그래서요?”
“발각되면 죽을 운명이었지. 그래서 폐허가 된 도시 속 무너진 건물 잔해에 숨어 몇 날 며칠을 버텼어. 근데 거기서 제일 부족했던 게 뭔지 알아?”
모든 게 부족했지만, 유독 ‘물’이 부족했었다.
그나마 정글이나 땅굴에 있었다면 물이라도 얻을 수 있었겠지만… 시가전을 치르다 고립된 탓에 그들은 콘크리트 폐허 속에서 조금씩 말라죽어 갔다.
“아침에는 저격수가 있어 시체처럼 지나다가, 밤에는 밀고자를 피해 다니며 조금씩 물을 구해봤지만… 그것도 역부족이었어. 소대원 여럿이 죽었고, 결국 난 미군에 투항했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말이지…”
나를 구하러 와 줄 것이다.
누군가가 분명 도와줄 것이다.
… 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나는 결과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했지. 전쟁터였으니까. 그러니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아. 고립된 상황이 얼마나 두렵고 절망적인지. 그렇기에 난 그 사람들을 도울 거다.”
“…”
“그래. 개인적인 감정이다. 그러니 불만 있으면 이번 항해 끝나고 본사에 보고해. 내가 한 일이니 책임을 져야지.”
“… 됐어요, 뭐 사내새끼가 돼서 꼰지르고 그럽니까. 뭐, 살다 보면 상사 잘못 만나서 구르는 일도 있는 법이죠.”
항해사는 투덜거렸지만,
더는 불평하지 않았다.
‘여기에 실린 건 단순한 물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희망과 생명을 줄 수 있는 구호품이야. 그러니까 서두르자.’
선장은 이를 꽉 깨물었다.
…
04년 12월 27일, 재앙 발생 2일 차.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후 6시 21분.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후 7시 21분.
대한민국 서울, ND 빌딩 지하 1층.
일산에서 출발한 우동민 기자가 후문에 도착했다.
본래 준성은 경영자가 기자와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기에, 되도록 회사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나는 편이었지만… 오늘 만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당장 지진 발생 이후 퇴근조차 하지 못했거니와, 잠 역시 잠시 짬이 날 때마다 사무실에 누워 쪽잠을 잤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굳이 따로 시간을 쪼개기 아까웠던 탓이다.
“급박한 상황이니 인사는 생략하겠습니다. 인도네시아 대지진 사건 얘기 들으셨습니까?”
못 들었을 리가.
동민은 준성에게서 25일부터 시간을 비워두라는 얘기를 들었기에, 공중파 3파와 케이블 뉴스 전문 채널을 동시에 켜놓은 채 모든 뉴스를 모니터링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동민은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 상황 좋지 않다고 하더군요. 왜 그러십니까?”
사실 동민은 네스트가 일을 터트릴 땐 경제와 관련된 일이 전부였기에 국제 뉴스는 딱히 크게 관심을 두진 않았다.
게다가 솔직히 커피 파는 기업인 네스트와 정보를 취급하는 디움 아니던가? 그러니 이번 지진과는 딱히 큰 연관이 없이 보여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딱 준성이 입을 열기 전까지만.
“네스트와 디움이 그 재난을 이용할 겁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스윽 –
준성은 딱히 더 말할 것 없이 각봉투를 건넸고,
동민 역시 그 봉투를 열어 서류 더미를 확인했다.
“시간이 없으니 보면서 들으세요. 현재 네스트는 긴급 구호물품인 생수를 베트남으로 보냈습니다. 거기서 작은 배에 옮겨 실어 인도네시아로 보낼 예정입니다.”
“기부… 하신다는 말씀이시군요?”
생각보다 그렇게 큰 특종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재난 자체가 동남아 쪽에서 일어나 한국의 관심이 옅기도 하거니와, 이런 종류의 기부는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기업이면 자주 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걸 증명하듯 동민의 얼굴에 작은 실망이 스치기도 잠시.
“다음 장 펼쳐보시면 생수병 디자인 나올 겁니다.”
동민은 준성의 말대로 페이지를 넘겼고,
팔랑 –
“…!”
그걸 확인하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 하! 이미지 마케팅이군요. 맞습니까?”
“예. 정답입니다. 이제부터 네스트는 재난 피해자를 위해 아낌없이 곳간을 연 기업으로 기억될 겁니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번에 콜드 워터 챌린지에 대해 아십니까?”
“… 아뇨?”
“다음 장 넘겨 보시길.”
팔랑 –
동민은 지시대로 다시 한 번 서류를 넘겼고, 이후 준성이 짜놓은 콜드 워터 챌린지를 읽어 내리며 동공을 부풀렸다.
‘하, 하하하… 이런 미친…?’
사실 맨 처음 네스트가 생수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겨우 이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날린 건가?’라는 생각에 짜증이 살짝 솟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건 단순한 기부가 아니야… 세계가 움직이고 있다… 디움이 구상한 챌린지를 통해 구글과 마이크로 소프트가 움직였어. 그리고 저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분명 전 세계가 움직이게 되리라.
특히 으레 경영판이 그렇듯, 유명한 사람이 뭔가를 준비하면 그 콩고물을 집어 먹으려는 ‘편승 효과’가 나타나는데…
디움은 그 파이어 스타터로 구글과 마이크로 소프트를 선택했다. 게다가 그뿐이랴? 한국의 전지혜와 할리우드 스타인 안젤리나 졸리까지. 가히 최고급 스타터인 만큼 저들은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화염을 만들어 내겠지.
그리고 그 불의 발원지가 바로…
눈앞에 있는 이준성이었다.
기사로 만들기 딱 좋은 프레임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치 자로 잰 것처럼 모든 상황 맞아 들어갔다.
그제야 동민은 이 상황을 연출하고자 준성이 본인에게 대기 명령을 내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떻게 기사 좀 만족스럽게 나올 것 같습니까?”
그 말에 동민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 예. 충분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