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341
– 342화 –
2004년 12월 27일. 재난 발생 2일 차.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후 9시.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후 11시.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
로즈의 피난처는 암흑에 휩싸여 있었다.
전기와 수도 그리고 가스까지. 그 모든 게 차단된 도시는 그저 콘크리트로 만든 정글에 불과했다. 지식과 기술로 이뤄놓은 인류 편의의 정점이 모두 사라진 상황. 그런 상황에서 로즈와 피난민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웅크리고 있는 것뿐이었다.
달빛에 의지해 간신히 제 손 실루엣 정도만 가늠할 수 있을 암흑 속. 문득 암흑 속으로 누군가의 뱃속에서 난 것으로 추정되는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 식량이 너무 부족해.’
만약 로즈가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물자를 비축해 놨으면 모를까, 이 집은 그녀 혼자 살던 집. 음식이 많지 않았다.
특히 그녀는 간호사로 일하며 교대 근무를 나갔기에 식사 대부분을 직장에서 때웠기에 더더욱.
까닭에 구조대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그나마 있었던 식량을 최대한 아껴야만 했고, 어제오늘 로즈와 피난민들이 먹은 거라곤… 물에 불린 생쌀 몇 줌이 전부였다.
– 형, 배가 너무 고파…
– 우리 좀만 참자.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올 거고, 그럼 다 괜찮아질 거야. 알겠지?
– … 사람들은 언제 오는데?
– 조금만 더 기다리자. 분명 올 거야.
– 알겠어.
그걸 증명하듯 암흑 속으로 형제의 대화가 들려왔다. 대화 내용과 목소리를 봤을 때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동생과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미장일을 한다는 형제인 것 같았다.
그렇게 대화가 끊어졌을 무렵…
삐이익- 삐익-
갑자기 호루라기인지 휘파람인지 모를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피난민들은 대꾸할 힘도 없어 가만히 있기도 잠시. 그게 한 10초 정도 이어지자 누군가가 짜증을 담아 외쳤다.
– 거 조용히 합시다. 다 같이 힘든데.
– 동생 관리 좀 해요. 저 정도면 다 컸구만 뭘.
– 죄송한데 저희 아니에요. 동생 제 옆에 있어요.
– 그럼 이 소리는 뭔데요? 안 보인다고 장난치지 마쇼.
로즈는 적당히 끼어들어 제지하려는 찰나… 그 소리의 진원지가 방 안이 아니라 창밖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잠깐만요, 이거 창밖에서 난 소리 아니에요?”
로즈는 그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용 랜턴의 스위치를 켰다. 혹여 밤에 구조대가 올 것을 대비해 신호용으로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이후 창밖으로 향해 빛을 쏘아대자…
삐이이이익 – ! 삐이이이익 – !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물에 떠밀리는 잔해 사이에 앉아있던 사람이 급히 호루라기를 불며 제 손을 휘저었다. 급류에 휩쓸리긴 했지만, 운 좋게 밟고 올라갈 게 있어서 살아남은 것으로 보였다.
그걸 확인한 로즈는 바로 창밖에 나갈 때 썼던 간이 로프를 그 사람 쪽으로 던졌고…
“당겨요! 저 사람 구해줘야 돼요!”
이후 피난민들이 힘을 합해 표류하던 사람을 건져낼 수 있었다. 그렇게 로즈는 한 사람을 더 구해낼 수 있었지만, 정작 그녀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났어. 물이 충분할까?’
장담할 수 없었다. 동시에 그녀는 정작 사람을 구해 놓고 물자 부족 따위나 생각하는 자신이 참 혐오스러워졌기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이제 지쳐가고 있었다.
동시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 악몽이 끝났으면 했다.
…
2004년 12월 28일. 재난 발생 3일 차.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전 1시.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전 3시.
미국 및 유럽 쪽 언론들이 이번 재난에 대한 자세한 상황을 보도함과 더불어, 인도네시아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 재난 앞에 드러난 정부의 무능? 일각에서는 분리주의 세력을 약화하기 위한 정치적 움직임이라는 의견이 나와…
– 인도네시아, 오랜 독재의 잔재? 재난 상황 대비 및 대처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져 파문.
…
2004년 12월 28일. 재난 발생 3일 차.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전 10시.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후 12시.
인도네시아 정부가 드디어 재난 상황을 인정했고,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원래 현 대통령인 유도요노의 계획대로였다면 오늘이 아닌 내일이 돼야만 했지만…
– 당장에라도 재난 사태 선포해야 합니다! 이미 지금도 충분히 늦은 상황이고, 이대로라면 세계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는단 말입니다!
이념과 정치적 신념이 없이 오로지 안전만 생각하는 국민안전부 장관의 강력한 주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로써 뭉그적거리던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 ‘아무런 일도 없다, 이번 사태는 인도네시아 혼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태도로 일관하던 폐쇄주의 역시 철회했다.
…
2004년 12월 29일. 재난 발생 4일 차.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전 6시.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전 8시.
아침 뉴스에 인도네시아 대지진 관련 특집이 편성됨과 동시에, 그 가운데 우동민의 뉴스가 울려 퍼졌다.
– (인도네시아의 참상과 관련된 뉴스가 잠깐 흐름)
– (남자 앵커) : 말씀드렸듯 이번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막심한 상황입니다. 현재 사망자만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특히 지진 발원지에서 가까운 도시인 반다 아체는 거의 폐허가 됐습니다.
– (여자 앵커) : 이번 지진과 쓰나미에서 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들이 있지만, 아직 살아남았다는 안심도 할 수 없습니다. 머물 것과 마실 것도 없고,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남자 앵커) :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대지진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구호의 손길이 퍼져나가고 있는데요, 이에 관련해 우동민 기자가 보도하겠습니다.
– (화면 전환. 폐허가 된 도시)
– (우동민 기자) : 반다 아체는 성한 건물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폐허가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재난에 휩쓸려 사망했으며, 살아남은 사람들 역시 간절히 구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본과 인력의 부족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 (화면 전환, 인도네시아 공무원이 움직이는 장면)
– (우동민 기자) : 이러한 상황에 많은 국가들이 구호 성금을 모금하고 있고, 많은 기업들 역시 기부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끄는 일이 있었습니다.
– (빌 게이츠가 찬물을 뒤집어쓰는 장면이 나옴)
– (우동민 기자) : 바로 [콜드 워터 챌린지]라는 사회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쓰나미에 휩쓸린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시에 기부를 하는 운동으로써, 인터넷 SNS를 이용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중입니다.
– (우동민 기자) : 그 시작은 [디움]의 곽권영 사장으로, 현재 추산 참가자 약 3,000명입니다. 하지만 챌린지 이후 다음 도전자 3명을 지목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그 숫자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 (화면 전환, 고려대가 잠깐 스침)
– (고대 사회학과 교수) : 이번 콜드 워터 챌린지는 굉장히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많은 사회 운동이 그 뜻을 관철하고자 매우 경직된 형태로 진행되는데… 이번 콜드 워터 챌린지는 얼핏 보기엔 가벼워 보이면서도 그 뜻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사회 활동 정기능으로 보입니다.
– (화면 전환, 마이크를 든 채 서 있는 우동민)
– (우동민 기자) : 이렇듯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은 희망의 불씨를 피우고 있습니다. 이상, KBC 경제부 기자 우동민이었습니다.
준성은 그 뉴스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을 맡길 때마다 느끼는 거였지만, 기사 하나는 잘 내는 우동민이었다. 특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디움을 밀어주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에게 디움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게다가 저 뉴스는 얼핏 보면 디움이 빌 게이츠를 움직인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는 여지가 있다.’
참고로 빌 게이츠가 움직인 건 어디까지나 사회 활동 및 기부를 위해서였을 뿐. 디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일반인이 봤을 땐 [디움이 기부활동을 시작함] = > [빌 게이츠가 합류함]이라고 보이기에 충분했다. 아마 이는 사람들에게 디움의 영향력이 이 만큼 대단해졌다는 각인을 박기에 충분하리라.
…
2004년 12월 29일. 재난 발생 4일 차.
인도네시아 아체 현지 시각 오후 3시.
대한민국 서울 현지 시각 오후 5시.
인터넷에서 무섭게 번져나가는 [콜드 워터 챌린지] 때문이었을까? 영국, 독일, 미국 등 여러 국가의 언론이 디움이 시작한 이 훈훈한 활동에 대한 뉴스를 토해내고 있을 무렵…
준성은 한창 로켓과 전략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별다른 일이 없다는 가정하에 05년 1월 2일에 네스트 생수를 가득 실은 로안-네스트 3, 4호가 베트남 호치민 시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니 인도네시아로 그 물을 옮기기 위한 절차를 준비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곧 있으면 로네 3, 4호가 호치민에 도착할 겁니다. 추가로 대여한 선박으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왕복하며 생수를 유통하세요. 이 일은 로켓 상무에게 일임하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
“얼마 전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재난 상황 선포했고, 외국의 구호 지원을 받는다고 했으니 딱히 세관 및 통관 문제는 크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자칫 잘못하면 발목을 잡힐 수 있으니 미리 처리해두는 게 좋을 겁니다.”
– 예.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문제라는 말에 준성은 흠- 소리를 내며 물었다.
“뭡니까?”
– 일단 배는 스탠바이 시켜 뒀는데, 알아본 결과 수마트라 섬에 있는 대다수의 항구가 파손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쓰나미로 인해 피해 지역으로 가는 도로 상황 역시 좋지 않다고 하고요. 거기서 시간이 지체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꽤 난처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만큼 강렬했던 쓰나미였으니까.
사실 육로와 해로가 막혔기에 항공 수단이 있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다마는… 뭐 어쩌겠는가. 네스트가 항공기를 운영하는 기업도 아닌데.
“알겠습니다. 뭐 어쩔 수 없죠. 일단 손 닿는 대로 처리하세요. 그리고 인도네시아가 어렵다면 일단 육로를 통해 태국과 말레이시아에라도 구호품을 뿌려주시길 바랍니다.”
– 예, 알겠습니다.
준성이 이후 돈 아끼지 말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얘기를 해 주고 있을 찰나… 문득 사무실 안으로 노크 소리와 함께 윤일남이 들어왔다.
“전화 중에 미안합니다만, 급히 할 말이 있습니다.”
이에 준성은 잠시 로켓에게 양해를 구하곤,
일남 쪽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예. 무슨 일입니까?”
“방금 에어 아시아 CEO인 토니 페르난데스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지금 네스트가 생수 보내고 있다는 정보를 습득했고, 해로와 육로가 막혀 있을 테니… 항공 쪽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합니다.”
그 말에 준성이 제 동공을 부풀렸다.
지금 그렇게나 필요하던 항공 운송 수단이,
타이밍 좋게 본인이 알아서 찾아왔다.
예상치 못한 지원군의 등장에 놀라기도 잠시. 지금은 놀랄 시간조차 없었기에 준성 바로 행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에어 아시아랑 화상 회의 연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