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09
– 410화 –
그렇게 일남이 말레이시아에서 AFF를 만나,
2006년에 개최될 경기의 스폰을 선언했을 무렵.
준성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손에 있는 스페이스 X 측과의 약속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아무래도 외국에 있는 회사거니와, 워낙 폐쇄적인 항공 우주 산업이었기 때문일까?
메일과 팩스 그리고 전화를 통해 연락하자…
– 네스트요? 카페 네스트 말씀하시는 겁니까?
… 라는 반응을 보여왔다.
그나마 최근 여기저기서 언급됐던 까닭인지, 다행히 네스트를 모르는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와 별개로 ‘커피 기업이 우리는 왜…?’라는 말투였다.
하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항공 우주 사업은 ‘수익성’이 그렇게까지 큰 사업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수익성이라는 측면으로 따지면 아주 높은 확률로 손실이 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위성 하나 쏴 올리는 데에도 비용이 장난 아니게 들어가거니와… 필요한 설비와 인력 모두 최고급밖에 없어 유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용이 살벌하게 들어간다.
그 와중에 민간 기업인 스페이스 X는 아직 적은 경험으로 인해 안정성과 신뢰도가 확보되지 않았고, 까닭에 그나마 있는 고객들은 죄다 국가(미국, 러시아 등)가 소유한 공영 기업 쪽으로 눈을 돌려대는 와중이었다.
그러니 스페이스 X 입장에서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고], [마케팅에 도움이 될 만큼 덩치가 큰 회사]를 협력 파트너로 삼고 싶어 했다.
그 와중에 갓 글로벌 기업 간판을 단 네스트라?
어찌 보면 영 못마땅한 게 정상이었다.
물론, 곡창의 왕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의 농업 비상장 기업 [카길] 역시 자체적인 위성을 굴리는 상황이었으니, 양보 조금 많이 해서 네스트 역시 [커피 농장 활성화를 위한 위성 확보]라는 이유가 붙여댈 수는 있었으나…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현실성은 거의 없는 얘기였다.
까닭에 스페이스 X은 싸늘하기만 했다.
– 검토한 뒤에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준성은 강한 러시아 악센트가 가득 묻어나는 담당자와의 전화를 끊고는 피식 웃음을 머금었다.
‘뭐,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회사 설립 자체가 3년밖에 되지 않았고, 핵심 인력들 역시 전부 정부기관에서 일했거나 평생 학문에만 몰두하던 사람들이니까.’
으레 저런 사람들에게는 [합리적인 명분]이나 [납득 가능한 이유] 같은 게 중요하기 마련이었고, 거기에 공무원으로서의 빠듯함까지 얹어졌으니 저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하지만 그럼에도 준성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옛말에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정문이 닫혀 있으면 뒷문을 트면 그만이다.’
준성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
ND 빌딩 6층, 네스트 본사.
어느 한 남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이름은 김진욱.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 후 작년 하반기 공채로 입사한 네스트의 신입사원이었다. 그가 네스트에 입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만 하더라도…
– 우리 아들이 네스트에 간다고!? 경사 났네!
– 청년 실업이다 뭐다 뒤숭숭한데, 고생 많았다.
어머니는 펄쩍 뛰며 동네방네 제 아들이 네스트에 입사했다고 자랑하며, 커피 마실 땐 무조건 네스트만 가라고 떠들고 다니셨고… 평소 과묵하셨던 아버지조차도 소주를 앞에 놓고는 진욱의 손을 잡으며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렇기에 진욱은 기대했다.
자료만 놓고 보면 ‘이거 사기 아니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친 듯이 성장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기업 중 최초로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된 커피 회사이며, 최근 언론기관 조사 결과 취업 준비생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 1위를 당당히 달성한 네스트가 아니던가?
그 안에서 벌어질 청춘 드라마 같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과 더불어, 여태까지 자신이 배운 지식을 총동원해 멋진 직장인 라이프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딱 마케팅팀에 배정돼서,
첫 임무가 주어지기 직전까지는 말이다.
– 어? 왔어? 앉아. 나는 이제부터 진욱 씨 사수가 될 마케팅 3팀 정서율 대리야. 저기 저분은 마케팅 3팀장님이신 한희정 차장님이시고.
정 대리는 책상에 앉아 단발머리 휘날리며 열일하고 있는 한희정 차장을 가리켰다. 덤으로 준성이 ND빌딩에 사내 유치원을 만들고자 마음먹게 한 장본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녀는 네스트 내에서도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으로서, 사뭇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과 경계를 한몸에 받는 사람이었다. 그걸 증명하듯 그녀 손에서 시작된 전략들 역시 네스트에게 큰 힘이 되어줬고 말이다.
– 그래. 알아. 우리 한 차장님이 한 미모 하시지. 근데 그렇게 굳이 빠-안히 쳐다봐서 그걸 다시금 나한테 인식시켜줄 필요는 없어, 김진욱 씨.
– 일단 네스트가 뭐하는 기업인지는 다 알고 왔을 테고… 연수 과정에서 네스트 공동 서식 및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배웠을 거야. 그러니까 중요한 업무를 하나 줄게.
그 말에 진욱은 눈을 반짝거렸다.
난생처음으로 맡는 업무! 고등학교 시절부터 오랜 세월을 공부해왔고, 이제 그 공부를 바탕으로 제 날개를 펼쳐야 할 순간이 왔음을 깨달아 동공을 부풀리며 기대했지만…
그에게 건네진 건 네스트의 중요한 전략이나 사업 보고서 따위가 아닌, 포스트잇 한 장이 전부였다.
– 이, 이게 뭡니까?
– 이제부터 진욱 씨가 해야 할 중요한 일.
– 아, 아이디랑 패스워드처럼 보이는데요? 인트라넷 계정인가요? 인사팀에선 한 달 정도 시간 걸릴 거라고…
– 어. 인트라넷 계정 아니야. 이건 [네스트 SNS 페이지 계정]이거든? 그러니까 일단 디움 SNS 서비스 들어가서 이걸로 로그인해. 사람들이 저기다가 댓글 달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럴 거야. 그거 대답해 줘.
진욱은 머리 위로 제 인생에서 띄웠던 물음표 중,
단연코 제일 크다고 확답할 수 있는 녀석을 띄웠다.
– 허어- 아… 예에?
– 왜 그래? 불만 있는 얼굴이네?
– 아, 아뇨. 하지만 이런 일은 보통 실무직이나 계약직 사원이 하는 일 아닌가요?
틀린 말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사소한 업무 같은 경우, 대기업들은 아주 높은 확률로 파견직 혹은 잡무담당 실무직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혹 그것마저 낭비라고 생각되면 아예 전문 홍보대행사에 맡겨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고 말이다.
그뿐이랴? 당장 네스트가 뽑는 인력은 거의 80% 이상이 엄청난 고스펙자였고, 진욱 역시 SNS 관리를 하기에는 오버 스펙이었다. 적어도 진욱은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정 대리는 얼굴을 구겼다.
– ‘계약직이 해야 할 일’? 흥미로운 단어 선택이네. 일에 하찮고 귀하고가 어딨어? 꼭 정직원이 하면 안 될 일이라는 게 따로 정해진 것처럼 얘기하네?
– 얼핏 보기엔 없어 보이겠지만, 이것도 네스트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야. 소비자의 니즈 파악과 더불어 고객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일이니까.
– 밖에서 네스트에 대해 어떤 얘기가 나돌다 다니고, 진욱 씨가 무슨 얘기를 들었으며, 어떤 생각으로 여기에 입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은 옳지 않아. 생각하는 건 말리지 않겠는데, 적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고. 알겠어?
그렇게 김진욱 신입사원은 그렇게 출근 이후 [네스트 SNS 페이지 관리]라는 업무를 맡게 됐다.
솔직히 일 자체는 쉬웠다. 애초에 SNS라는 곳이 비교적 가벼운 공간이기도 하거니와, 일하는 도중 고객들이 장난을 걸어오는 일 역시 잦아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진욱은 어딘가 공허함을 느꼈다.
‘… 나는 이러려고 네스트에 온 게 아닌데.’
그는 사실 직접 발로 뛰며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어마어마한 마케팅 전략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그리고 세계로 팽창하는 네스트의 첨병이 되고 싶었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건 뭐란 말인가?
전쟁으로 따지자면 최전방을 뛰어다니는 게 아니라,
후방에 처박혀 녹슨 총기나 닦고 있는 꼴이었다.
까닭에 그는 조바심이 났다. 특히 제 팀장인 한희정 차장이 소위 [핵심 권력 3인방]이라 불리는 오너, 사장, 경영자문에게 자주 호출될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었기에 더더욱.
그래서 매번 제 사수인 정서율 대리에게 이제 SNS 페이지 관리는 그만하고 일 좀 달라고 은연중에 어필했지만, 돌아오는 말이라고는…
– 정신 차려. 지금 하는 일이 하찮아 보이지? 그거 알아? 진욱 씨가 ‘하찮다고 생각하는 일’이 마케팅의 시작이야.
휴게실에서 담배 연기 섞인 핀잔이 전부였다. 까닭에 그는 언제나 그렇듯 공허한 표정으로 모니터만 쳐다보며 본인이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에 사로잡혀 있기도 잠시.
–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세요, 대표님!
문득 시끄러워짐과 동시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변 직원들의 사기를 고취시키는 존재이자, 네스트라는 전설을 써내려간 기적의 경영자.
바로 이준성이었다.
진욱은 준성을 바라보며 선망의 시선을 보냈다. 30대 초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이런 거대한 기업의 오너가 됐다니…
‘대표님께서 네스트를 처음 인수했을 때가 내 나이 무렵이었다지…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진욱은 딱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겨우 SNS 페이지나 관리하는 본인이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째 준성의 걸음이 진욱이 있는 마케팅 3팀으로 향하고 있었고, 얼마 후 정말로 마케팅 3팀에 도착해 한희정 팀장과 가볍게 안부를 주고받은 뒤…
“김진욱 사원, 잠깐 나 좀 도와줄 수 있나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을 내뱉었다. 이에 진욱은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예- 예? 저요?”
“네. 본인이 SNS 페이지 관리 업무 맡고 계시죠?”
“예! 맞습니다!”
그 말에 준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일 하나만 합시다. 정말 중요한 일.”
이후 준성은 벙- 쪄있는 진욱에게 [엘런 머스크]라는 사람의 SNS 페이지를 검색하게끔 지시했다.
바로 네스트가 협력해야 할 스페이스 X의 창립자임과 더불어,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의 CEO인 사람이었다.
타닥- 탁- 타다다닥-
진욱이 키보드를 두드리자, 얼마 후 디움 공식 인증 마크가 박힌 [엘런 머스크]의 SNS 페이지가 나타났다.
하지만 꽤나 독특한 모습이었는데…
프로필 사진으로는 제 얼굴 대신 일본 유명 만화인 [철완의 연금술사]의 주인공 [대런 엘릭]이 꽂혀 있었고, 그 SNS 페이지 역시 온갖 유머와 농담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그 덕에 디움의 인증 마크가 없었다면, 사칭이 아닐까 싶었을 정도로 퍽 가벼워 보이는 페이지였다.
상당히 재미있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한국은 유교적인 문화가 어느 정도 남아 있어, 고위층의 겸손은 미덕처럼 여겨졌다. 그렇기에 경영자들 역시 경거망동하기보다는 굳건하고 믿음직하게 보이는 것을 더 선호했고 말이다.
하지만 서양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당장 미래의 트럼프 대통령부터가 SNS를 통해 온갖 비공식 발언을 날려대는 통에, 백악관 내부에 아침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을 처리하는 전문 팀이 있을 정도였다.
이렇듯 미국의 경영인들. 특히 IT를 다루는 사람들은 거의 열에 아홉은 디움 SNS 페이지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통해 사람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에 준성은 그걸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회사가 문을 안 열면 경영자를 공략하면 그만이다.’
이후 준성은 김진욱 사원을 시켜,
엘런 머스크에게 바로 공식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이 오갈 수도 있는 계약에 대해 얘기한다기에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담백한 어조였다.
이에 김진욱 사원은 그 메시지를 타이핑 하며 놀라움에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꾹- 참아내야만 했다.
그렇게 메시지를 보낸 뒤.
준성은 그 자리에 앉아 가볍게 커피를 마시며 한희정 차장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기도 잠시.
띠링 – !
컴퓨터 알림음과 함께,
엘런 머스크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김진욱은 가히 상상도 못 할 방법으로 사업의 포문을 열어 재끼는 준성을 보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고… 동시에 준성은 예상한 일이라는 듯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케이, 엘런 머스크. 미끼를 물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