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18
– 419화 –
2005년 10월.
슬슬 바람이 냉기를 머금기 시작함과 동시에 사람들의 옷가지가 두꺼워지고, 나무에도 낙엽이 지며 본격적인 갈색 계절이 오고 있을 무렵.
드디어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디움의 세 번째 플랫폼 비즈니스.
[항공권 검색 서비스]가 완성됐다.
이미 자체적인 알파 테스트는 옛적에 끝났고, 본격적인 런칭을 앞두고 있을 무렵. 말레이시아에서 에어 아시아의 왕이자, 가성비의 경영인. 토니 페르난데스가 찾아왔다.
아무래도 적도 부근에 있는 말레이시아와 달리 비교적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이었기 때문일까?
그는 말레이시아에서와 만났을 때와 달리, 굉장히 두꺼운 양복에 코트까지 입은 상태였다. 한국인이야 추위에 익숙해 긴 팔에 가디건 한 장이면 충분했을지 몰라도… 그에게는 퍽 추운 날씨였기 때문이다. 뭐,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적도 부근에 있는 국가들은 온도가 조금 떨어지기만 해도, 동사자(!)가 발생할 정도의 나라였다. 심지어 얼음이 얼지도 않는 상황에 말이다.
반대로 준성 역시 적도 인근 열대 국가에 가면 더위 때문에 손에서 부채를 손에 놓지 않지 않던가?
“반갑습니다! 디움 본사는 또 처음이네요!”
언제나 그렇듯, 토니는 남인도계 특유의 큼지막한 리액션과 시원시원한 웃음을 머금으며 준성에게 인사를 건넸다.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찾아와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에어 아시아 덕분에 개발이 매우 수월했거든요.”
“에이~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항공권 가격 정책을 공유함과 동시에, 저희 홈페이지에서 사용하는 검색엔진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을 뿐인걸요. 일은 디움이 다 했지요.”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도 이번에 만들어진 [항공권 검색 서비스]는 사울과 그의 직원들이 공을 들여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그와 별개로 만약 토니 페르난데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워낙 폐쇄적인 항공 산업 시장의 정보 장벽을 뚫지 못해 온갖 헛짓거리로 시간을 잔뜩 날려 먹었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 시간을 줄여준 에어 아시아 역시 한몫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쨌든. 그렇게 으레 주고받는 인사 이후,
권영과 사울의 주도하에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됐다.
제일 먼저 사울과 그의 아내인 개발팀장이 [항공권 검색 서비스]에 대한 골자를 연이어 설명해 나갔고,
이후 권영이 바톤을 넘겨받아 이 서비스가 디움 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아가 어떤 것을 목표로 하는지에 대해서. 또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쓸지에 대한 얘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 … … … 저희의 목표는 최종적으로 [정보의 독점]입니다. 기존 고객들처럼 최저가 항공권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며 여러 곳을 비교할 필요 없이. 클릭 한 번에 최저가 항공권에 대한 정보를 제공. 추후 결제까지 이어줄 생각입니다.
– 이러한 항공권 가격의 공개는 곧 바람직한 가격 경쟁을 야기하게 되며, 이는 곧 [업계 최저가]를 비전으로 잡은 에어 아시아 측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권영의 말에 토니 페르난데스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덤으로 에어 아시아는 공항을 제외한 오프라인 티케팅 없이 100% 온라인 발권만 했기 때문일까?
의외로 토니 역시 IT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던 건지, 사울과 권영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댔다.
–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궁금증이 하나 생기는군요. 내부 기밀입니다만, 현재 에어 아시아는 계열사를 통한 기업 분리를 준비 중입니다.
– 기존 동남아를 허브로 단거리 노선 위주의 [에어 아시아]와 중장거리 노선을 전문으로 한 [에어 아시아 X]. 그리고 베트남 진입을 위한 로컬리제이션 합작법인 [비엣젯 에어] 이렇게 세 개입니다.
– 그나마 에어 아시아와 비엣젯 같은 경우는 항공권의 가격 결정 정책에 큰 변화가 없지만, 에어 아시아 X 같은 경우 몇 가지 변수가 더 끼어 훨씬 더 복잡한 가격 결정이 모델이 적용되는데… 그 변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또한, 가격 결정 모델과는 달리. 각 법인의 판촉의 목적으로 본인의 판관비(판매-관리비)를 사용할 경우에도 검색에 포함되는지가 궁금하군요.
확실히 그 역시 경영자는 경영자였던 걸까?
평소의 유쾌한 옆집 형 같던 토니였지만, 회의가 시작되자 디움이 제시하는 서비스에 대해 꼼꼼히 묻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서비스가 시작될 경우 FSC(Full-Services Carrier, 일반 항공사)를 이용하던 고객 중 많은 사람이 LCC(Low-Cost Carrier, 저가 항공사)로 몰릴 것은 당연지사.
그러니 서비스에 대한 세부 사안을 숙지해, 런칭과 동시에 그 효과를 극한으로 뽑아 먹겠다는 생각 같아 보였다.
이에 지켜보고 있던 사울이 대답했다.
– 그 질문엔 제가 대답하겠습니다.
– 첫 번째로, 회사 간의 가격 정책이 달라진다고 한들 검색에서 누락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 기본적으로 저희 [항공권 검색 서비스] 곧, [디움 스카이 서치]는 항공사들이 본인들의 내부 데이터베이스 쿼리(query, 질의어, 일종의 검색) 알고리즘을 파악. 이후 여러 회사의 결괏값을 통합해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 그렇기에 항공사가 타사와는 다른 완벽히 다른 자체적인 DB를 가지고 있거나, 타 기업과 극명하게 다른 쿼리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은 무조건 검색됩니다.
– 두 번째로, 회사의 가격 결정 모델 그리고 DB 구축 방식과는 다른 별개의 변수는 일절 포함되지 않습니다.
– 까닭에 영구적이지 않은 모든 변화. 곧 일시적인 가격 할인은 검색 값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저희 역시 어쩔 수 없습니다. 기술적 한계니까요.
그 말에 토니 페르난데스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중국계로 보이는 그의 비서가 그 내용을 모조리 기록했다. 그렇게 약 2시간쯤 회의가 이어졌을까?
“고맙습니다. 디움 덕을 크게 보네요.”
“아닙니다. 에어 아시아와의 협업은 항상 네스트와 디움에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났군요. 언제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 이번 일의 담당자인 권영과 토니가 악수를 하고 있자니, 인연이라는 말에 토니가 픽 웃었다.
“인연(因緣)이라. 꽌시(关系)를 말씀하시는 건 아닌 것 같으니 살짝 말을 덧붙이자면… 리비아의 누가 그러더군요.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불러들인다고요. 남자를 꽃에 비유하긴 좀 뭣합니다만, 본디 좋은 꽃에는 벌이 모이는 법이죠. 그러니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좋은 꽃을 피워 주셔서.”
그 인사를 마지막으로 회의가 마무리될 무렵.
훈훈한 분위기 속으로 준성이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이번 회의는 IT 관련된 지식이 없거니와, 전략을 논하기보다 결과에 대한 보고를 주고받는 자리였기에 지켜보기만 했었지만… 회의와 별개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뭐였냐면…
– 대표님, 저희 전용기 하나 마련하시죠? 해외 출장으로 빠듯한 스케쥴이 잡힐 때면 아주 삭신이 비명을 지릅니다.
– 이 늙은이를 호되게 부리시는 것은 괜찮은데, 이왕 그러실 거면 좋은 가마 정도는 마련해 주시면 어떨까 청합니다.
– 그 옛날 조선 시대. 세종이 늙은 황희를 부릴 때도 집에서 출퇴근하라며 가마를 하사하거나 서류를 집으로까지 가져다줬다는데… 우리는 뭐 그런 거 없습니까?
얼마 전 있었던 일남의 청원이었다.
사실 말은 저렇게 했어도, 최근 네프로의 신칠익 사장이 건강에 황신호가 켜진 것 같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일까?
일남은 제 부하를 챙기기 위할 겸, 직원들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움직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본인이 총대를 멨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었고,
납득 가능한 합당한 청원이었기에,
준성 역시 액션을 보여야만 했다.
“토니 대표님. 회의가 일찍 끝난 김에 드릴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전세기를 2개 정도 빌리고 싶습니다.”
그 말에 순간 토니가 벙-찐 표정을 짓기도 잠시.
넝쿨째 굴러들어 온 호박 같은 의뢰의 등장에 잇몸을 만개하는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오, 전세기요? 훌륭하신 선택입니다! 네스트와 디움 정도의 회사라면 응당 항공 운송 수단이 필요하지요! 말씀만 하십시오! 뭐가 필요하십니까? 여객기? 화물기? 제트기? 헬기?”
이에 준성 역시 웃으며 답했다.
“제가 항공기를 잘 모릅니다만, 여객기와 화물기 둘 다 되는 건 없습니까? 워낙 유지비가 비싸니 이왕 오래 빌릴 거, 수륙양용으로 쓰고 싶거든요.”
“하하! 화물-여객 둘 다 할 수 있는 항공기. 그럼, 있지요. 대신 30인까지는 편안한 좌석이 마련되어 있지만, 오너가 전용으로 쓸 수 있는 편리한 공간은 없습니다. 그리고 30인을 초과하는 사람은 불편한 간이 좌석에 앉아야 하고요.”
말은 저렇게 했지만,
사실상 화물기로 사람 나르라는 뜻이었다.
준성은 곰곰이 고민하는가 싶더니 대답했다.
“그럼 여객기 한 대, 화물기 한 대로 합시다.”
그 말에 토니는 제 엄지와 검지로 동그란 동전 모양을 만들더니 헤-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이제 가격 얘기를 좀 해볼까요? 전세기 한 대에 기본적으로 [기장]과 [부기장] 역할의 파일럿 2명,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승무원] 3명이 포함됩니다. 본래라면 이들의 월급은 미포함이지만… 저희의 동반 관계를 생각해 이들의 임금은 저희 측에서 50% 부담하겠습니다!”
덤으로 토니는 마침 에어 아시아에 한국 출신 파일럿이 있다며, 쿨거래(??)를 하면 그 사람을 배치해 주겠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견적표 있습니까? 자료 먼저 보고 싶은데요.”
“아. 그럼 서서 얘기하기도 뭣하니, 사무실로 가죠. 판 비서. 본사 연락해서 전세기 담당팀 소집해서 화상회의 준비하고, 네스트 팩스로 견적표 보내라고 연락해.”
…
[디움 스카이 서치] 회의 이후,연이어 [전세기 대여] 회의가 준비되는 사이.
준성이 휴게실에서 가볍게 탄산수를 마시고 있자니, 권영과 사울이 어딘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봤다.
“… 거, 부담스럽게 왜 그렇게 쳐다봐요?”
“대표님이 좋아서요. 너무 좋아서요.”
이에 사울이 헤헤헤 웃으며 답했고,
“… 중간에 단어 좀 생략하고 말하지 말래요?”
준성은 닭살이 돋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하, 사울. 장난은 그만해. 대표님 기겁하시잖아. 그냥 전세기 마련한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서요. 새로운 일은 언제나 가슴 설레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사회 통념상, 자체적으로 비행기를 굴릴 정도의 기업은 꽤나 성공한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까?
권영은 제 꿈의 기업인 디움이 무럭무럭 성장했다는 것에 기쁜 듯했고, 사울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전세기에서 샴페인을 터트려 보고 싶다며 소년처럼 까르르 웃었다.
“뭐, 조금 이르긴 합니다만… 어차피 언젠가는 마련했어야 할 운송수단입니다. 비록 디움은 급하게 움직일 일이 적지만, 네스트는 저번 [남아시아 대지진] 때도 그렇고, [MD], [콜라보] 전략 때도 그렇고 급히 물자를 나를 일이 많으니까요.”
“그나마 2대라 다행입니다. 1대였다면 아무래도 함부로 쓰기가 조심스러우니까요. 배려 감사드립니다.”
이에 준성은 탄산수를 마저 입에 털어놓고는,
진담과 농담을 반씩 섞어 권영과 사울에게 돌려줬다.
“아뇨. 배려가 아닙니다. 기다리는 시간 줄여서 일 더 하라는 의도였어요. 이제부터는 전세기 생겼으니 비행기에서도 짬 내서 일하세요.”
이에 권영은 농담이라는 걸 알았는지 그냥 피식 웃어넘겼지만, 반면 사울은 기겁하며 ‘아우, 악마다 악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댔다.
…
전세기 대여는 빠르게 마무리됐다.
애초에 큰 사업도 아니었거니와, 토니 페르난데스라는 사람 자체가 속전속결을 선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덕에 네스트는 에어 아시아의 비행기 2대의 스케쥴이 끝나는 날. 곧 2006년 1월부터 전세기를 갖게 됐다.
여담으로.
이 회의가 끝난 뒤 며칠 후. 살짝 재미있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ND 빌딩 내부에 예상치 못한 손님이 둘이나 찾아왔다는 거였다. 그들은 바로 [한산 대안항공]과 그의 강력한 경쟁자 [금하 코리아나 에어]의 일원이었다.
저들은 도대체 어떤 채널로 네스트와 디움이 전세기를 구한다는 말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차치하고. 둘은 마치 경쟁입찰이라도 하듯 견적서를 들이밀었다.
– 저희 대안항공을 이용해 주신다면, 저희가 가진 공항 및 격납고 수수료를 90%를 인하해 드리겠습니다! 또한, 최고 수준으로 교육된 기장과 승무원을 배치하겠으며, 언제나 최선의 만족을 느끼실 수 있게끔…
– 코리아나 에어는 기업인 여러분께 항상 큰 힘이 되어 드리고 있습니다. 한 때 대영그룹에게 전세기를 제공했었음은 물론, 이를 시작으로 많은 재벌 관계자 여러분께서 저희 코리아나와 동행해 주셨습니다. 이는 곧 … … …
이에 준성은 피식 웃고 있기도 잠시.
사실 되도록 전세기 같은 경우, 빠른 피드백을 위해 국내 기업을 쓰는 게 좋긴 했다마는… 이미 토니 페르난데스와 서면 계약이 끝나 있거니와, 준성은 개인적으로 두 기업 모두 좋아하지 않았다. 이유? 뭐 별것 있겠는가.
‘나는 갑질 좋아하는 기업은 영 별로라서. 권위적인 오너와 그의 친족들은 경영상의 리스크가 될 수 있거든.’
준성은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그들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했다.
덤으로 공항 이용료와 격납고 비용?
그냥 쿨하게 쓰면 그만이었다.
까짓거 그거 얼마나 한다고.
…
2005년 11월.
그렇게 [디움 스카이 서치]가 런칭하고,
ND그룹이 에어 아시아를 통해 전세기를 마련했을 무렵.
스타벅스를 향한 첫 번째 전술핵이자,
디움의 네 번째 플랫폼 비즈니스이며,
유니드어스의 미래 동력을 책임질 일.
이 세 가지 전략이 모두 섞인 콤비네이션이,
2회를 맞은 게임쇼 [D-Star]에서 발표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