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19
– 420화 –
2005년 11월.
작년 가을에 시작한 D-Star 게임쇼가,
이번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됐다.
원래대로라면 1회 때처럼 코엑스로 할 계획이었지만, 아무래도 올봄에 대영과 한바탕 치고받았기 때문일까?
– 갑작스럽게 연락드려 죄송합니다만, 급히 스케쥴 수정이 생겨 D-Star 개최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9월쯤에 뜬금없이 예약 파기 통보가 날아왔다.
이에 당연히 유니드어스 측은 어이가 없어 항의했고, 장민우 사장 역시 격노하며 따졌지만, 돌아오는 답변이라고는 ‘내규상 이유는 밝힐 수 없습니다’가 전부였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납득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나,
정작 준성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 지금 코엑스 사장이 푸른 혈맹이었을 거다.’
그는 대영 물산에서 임원을 하다 물러났고, 어떻게 줄이 닿아 반쯤 공기업에 가까운 코엑스 대표로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니 공식적으로는 현재 대영의 사람이 아니었지만…
원래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아니던가? 그 와중에 대영과 싸운 ND 그룹의 행사를 승인하기는 퍽 껄끄러웠을 터.
마광위나 피승원의 지시가 있었든 없었든 간에 불안정한 혼합물 같은 ND 그룹과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으리라.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굉장히 고까운 상황이었으나,
뭐 어쩌겠는가. 쟤네가 싫다는데.
본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법이다.
‘… 애초에 이런 사소한 걸림돌 같은 건 대영과의 싸움을 시작할 때부터 예상했다. 이런 일에 하나하나 감정 소모할 필요 없어. 그러다간 내가 먼저 지쳐 쓰러진다.’
아마 이건 시작에 불과하리라.
대영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던 사람들은 물론이오, 대영 그룹에 속한 하청업체. 더 나아가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존재들까지. 모두 ND 그룹과의 협력을 꺼리리라.
이는 그만큼 대영의 영향력이 강력하다는 반증이었고, 실제로 [대영 공화국]이라 불리는 재계의 최강자에게 덤빈 대가였다. 하지만 어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어차피 저런 어중이떠중이들은 힘의 균형이 이뤄지거나, ND 그룹이 우세해지기 시작하면 금방 이쪽으로 붙을 터. 그러니 깔-끔하게 무시해주기로 했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
D-Star 개최 1일째.
작년이 그러했듯, 메인 스폰서인 디움의 곽권영 사장과 개최기업인 유니드어스의 장민우 사장이 각각 개회식에서 축사를 읊음과 동시에 D-Star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덤으로 이 과정에서 살짝 재밌는 일이 있었는데,
작년만 하더라도 민우는 머리가 아주 깔-끔하게 리셋된 것 마냥 버벅거렸었지만, 꼭 처음이 어렵다는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올해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축사를 진행했다.
아마 작년에 축사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였던 건으로 인터넷에 [게임 열사], [게임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회자되며 이래저래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까닭이리라.
덤으로 올해에도 어김없이 대한민국의 게임사가 잔뜩 참전했고, 더불어 이번에는 한국 시장을 겨냥한 여러 외국 게임사들 역시 대거 참전 의사를 밝혔다. 소니, 베데스다, EA 등.
아무래도 한국이라는 나라는 비교적 작은 편에 속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온라인 게임의 선두주자 같았기 때문에 이것저것 시장 공기를 살피러 온 것 같아 보였다.
게다가 디움이 직접 총대를 메고 게임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 움직임을 보여줬던 덕일까?
D-Star에 참가한 여러 회사들은 한국 게임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는지, 본인들의 게임을 공식 한글화하겠다는 소식을 밝혀 많은 게이머들이 흥분을 지우지 못했다.
– 와, 오블리비언 한글화 리얼이냐!? 베데스다 날 가져요! 당장 출시해라! 지갑 열고 사 줄 테니까!
– 확실히 디움 끼고 나서 게임계 분위기가 확 변했네. 예전에는 게임 죽이기가 만연해서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는데… 디움이 끼고 나서 E-Sports도 활성화되고, 외국 게임사들도 한국 시장 노크하기 시작하네. 좋은 일이야.
– 하, 씨*… 한국에서 이런 대규모 게임쇼가 열리다니… 난 이제 뒈져도 여한이 없다… 여기가 천국이구나…
준성은 그렇게 축제가 한창인 행사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기뻐하는 사람들을 살펴봤고, 효과가 퍽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입안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
D-Star 개최 2일 차.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유니드어스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중소 게임사]와 [외국 게임사] 그리고 [B2B] 위주로 대형 부스가 배치됐던 1일 차와 달리. 2일 차부터는 본격적인 대형 게임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3N1U(넥스타, 넷샌드, ND소프트 + 유니드어스)는 말할 것도 없었고. 그 외에도 라그나-도어로 대박을 친 크레이터. 뮤이로 고공행진을 기록 중인 넷젠 등.
제 1회 D-Star에서도 사람들을 끌어모았던 제작사들은 이번에도 여김 없이 제일 좋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그렇게 한창 여러 부스들이 활기찬 가운데.
메인 홀에서 이번 D-Star의 중요 이벤트 중 하나인 [네스트 배 로드컵] 제0회 결승전이 진행됐다.
덤으로 1회가 아닌 0회인 이유는 저번에도 한 번 언급했듯, 장민우 사장의 강력한 주장으로 인해 단순 대회가 아니라 인게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게끔 테스트를 하기 위함이었다.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 드디어 한국에 스타 크래프트에 이은 두 번째 E-Sports이자, 최초의 대형 국산 게임 E-Sports 종목이 생겨났습니다! 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역사적인 자리입니까!
참고로 준성은 재민과 함께 이번 [스타벅스를 향한 첫 번째 전술핵]의 최종 테스트를 확인하기 위해 참석.
이후 살짝 살집이 있어 울림통(?)이 좋아 보이는 해설자 겸 진행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덤으로 준성은 게임에 대한 관심이 조금 있었기에, 전략 확인과 더불어 경기 관람 역시 목표였으므로 양손에 음식과 마실 것을 들고 있었지만… 반면 재민은 전략에 더 큰 관심이 있었기에 매의 눈으로 행사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봤다.
덤으로 그는 스폰서 축사에서…
– 안녕하십니까, 네스트의 김재민 사장입니다.
– 어렸을 적 생각이 나네요. 초등학교 때 교장 선생님께서 훈화 말씀을 길게 하면 참 싫었었거든요. 근데 지금 관람객 여러분들께서 그러실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짧게 하겠습니다.
– 참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게 즐겨 주십시오. 네스트는 게이머 여러분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이상입니다.
… 라는 아무 짧고 담백한 축사를 하고 내려왔다.
어찌 보면 살짝 성의 없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재민의 유머러스한 표정과 말투와 더불어 이런 형식적인 절차(?)엔 관심이 크게 없던 게이머들이었기 때문일까?
정말 농담 안 하고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쏟아졌고, 준성은 그걸 보며 푸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 자, 그럼 역사적인 제0회 로드컵!
– 지금부터, 시이이작! 하겠습니드아아아!
그 이후 간단한 소개 동영상과 함께 현재 로드 오브 레전드의 스토리 진행 상황을 간략하게 요약한 트레일러 동영상이 재생.
이번 대회가 무엇을 위해 열린 대회인지, 또한 이 결과로 인해 무엇이 바뀌는지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설명한 뒤…
본격적인 밴픽이 진행됐다.
밴픽(Ban-Pick)이란 팀 단위 게임에서 진행되는 일종의 전략적 선택으로, 드래프트 방식으로 [A]팀과 [B]팀이 각각 번갈아가며 금지하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을 뜻했다.
참고로 이번 대회는 테스트를 위해 45일 이란 짧은 기간으로 준비됐기 때문인지 전부 아마추어 선수들이었고, 그 까닭인지 그 흔한 팀 스폰서도 없는 개인 팀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소위 OP(OverPower, 게임 내 밸런스를 망가뜨릴 정도로 강력한 캐릭터)라 불리는 몇몇 챔피언이 금지. 그 외에도 이미 유명한 선수들을 견제하기 위한, 주력 챔피언 역시 금지. 이후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이 시작됐다.
이에 준성은 손에 든 과자를 집어 먹으며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경기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
전설의 전당.
각자의 신념과 사정에 따라 참전한 챔피언들이 각각 제 본진에서 대기하고 있기도 잠시. 하늘에 떠 있는 관측용 마법 구체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전설의 전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이번 전투는 249번째이며, 침략 및 식민지배 문제로 [도국연]과 [드 휼라] 측의 결투 재판 형태로 진행됩니다. 참가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드 휼라 측의 블루팀.
탑 라인 – [시간의 마법사] 아스트랄로스.
미드 라인 – [현상금 사냥꾼] 헤롤드.
바텀 라인 – [네윔토라의 가디언], [연쇄살인귀] 리퍼.
로머 – [전쟁 영웅] 이빨 분쇄기.
도국연 측의 레드팀.
탑 라인 – [개구리 기사] 말라린, [식물학자] 에니그마.
미드 라인 – [방화범] 파이로멘서.
바텀 라인 – [집행자] 로 라이트, [전투 골렘] G4.
– 전설의 전당에 걸맞은 페어플레이를 당부드립니다. 부적절한 행위가 발각될 시 즉결 처분되며, 귀하께선 각 국가의 대표로서 참가하셨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 그럼, 전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각 챔피언들이 본인이 맡은 자리를 향해 달려나갔고, 머지않아 미니언이 도착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
경기 시작 1분 30초. 탑 라인.
시간의 마법사 아스트랄로스는 늙은 외모와 달리 온몸이 근육질로 이뤄진 노인이었다. 특이하게도 중력에 거스르기라도 한 양 온몸의 털이 거꾸로 솟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시간에서 벗어나기라도 한 양 기이해 보였다.
“전투는 오래간만이구만. 허허허…”
그렇게 웃고 있기도 잠시.
머지않아 건너편에 개구리 기사와 식물학자가 도착했고, 이에 개구리 기사가 제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레베의 현자를 만나 뵙게 영광입니다. 하지만 귀공께서 혐오스러운 몬스터들과 손을 잡다니, 레베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것입니까? 탄식을 금할 수 없군요.”
“마음대로 생각하게, 양서류 기사여. 가끔 살다 보면 제자와 후학들을 위해 타협을 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
“그러시겠죠. 저는 살면서 수도 없이 많은 변절자들을 만나왔지만, 모두가 귀공과 비슷한 말을 내뱉더군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저는 그들 모두를 베어 넘겼고, 당신 또한 그렇게 할 것이니.”
“허허허, 해보시게. 어차피 우리가 논쟁을 하려고 만난 것도 아니지 않던가? 설전은 학자들에게 양보하고, 지금은 전투에 집중하도록 하지. 그러니 오시게. 실력을 보여드리지.”
첨예한 신경전은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개구리 기사는 동료로 참전한 식물학자에게 눈빛을 보내고는…
후욱- 파앗 – !
개구리 특유의 강력한 다리 관절을 이용해 도약!
순식간에 시간의 마법사에게 돌진했다. 하지만 상대는 시간을 초탈했다고 해도 될 만큼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노장이었기 때문일까?
우으응 –
기이한 진동음과 함께 시간의 마법사 아스트랄로스가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르게 몸을 숙인 뒤! 반동을 줘서 몸을 일으키며 그대로 날아오던 개구리 기사의 몸에 주먹을…
후웅 – 뻐억 – !
둔탁한 소리! 명중이었다.
그와 동시에 개구리 기사가 공중에 붕 떴지만…
우으으응 –
다시금 기이한 진동과 함께 시간이 굴절,
개구리 기사가 슬로우 모션처럼 붕- 떠 있는 사이,
아스트랄로스가 빠르게 날아들어 공격하려는 찰나!
휘리릭 – 촤압 – !
그런 아스트랄로스의 몸을 갑자기 땅에서 빠르게 자라난 가시넝쿨이 옥죄듯 감싸버렸다! 상황을 지켜보던 식물학자가 손을 쓴 거였다.
“말라린! 지금!”
그와 동시에 말라린이 급히 제 혓바닥을 휘둘러 아스트랄로스의 목을 감쌌고, 마치 자석처럼 끌려가듯 날아가…
푸욱 – !
*
–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 시작 2분 만에 레드팀(도국연) 쪽에서 선취점이 나왔습니다!
– 상당히 괜찮은 연계였습니다. 식물학자의 군중 제어기 이후, 개구리 기사가 돌진기로 마무리했어요.
– 아, 이러면 조금 곤란해지는 거 아닌가요? 지금 블루팀(드 휼라) 같은 경우, 플레이어 한 명이 라인에 상주하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거든요!
– 예, 맞는 말씀입니다. 지금 로머(roamer, 배회자) 역할을 한 이빨 분쇄기가 점수를 내주지 않으면 게임이 순식간에 기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스트랄로스의 경우, 2:1의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을 끌었어야 했는데… 조금 아쉬운 플레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준성은 해설자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마따나 아스트랄로스의 가속과 감속 스킬을 이용해 상대방과의 거리를 벌리며 술래잡기하듯 시간을 끄는 게 조금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준성은 계속해서 경기를 집중하기도 몇 분. 분명 경기 자체도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었으나, 그와 별개로 경영자로서도 꽤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괜찮네. 5:5 팀 전투라 보는 맛이 있어. 확실히 네스트랑 유니드어스를 엮은 건 좋은 선택이었다. 이대로 판 키워서 세계로 뿌리면 강력한 홍보 수단이 되겠지.’
준성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