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21
– 422화 –
제0회 로드컵 경기 결과는,
최종적으로 블루팀(드 휼라)의 승리였다.
비록 초반부터 탑 라이너인 아스트랄로스가 무리한 돌격으로 선취점을 내주긴 했지만, 그 이후 시간을 끌며 상대방을 계속 라인에 붙잡아 놨고…
20분 무렵에 헤롤드와 이빨분쇄기가 레드팀(도국연) 측의 에이스인 파이로멘서를 제압. 이후 이빨분쇄기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전장을 휩쓸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블루팀의 본진이 무너지면서 경기 끝났습니다!
– 사실상 첫 공식 대회였음에도 매우 수준 높은 경기였다는 감상을 지울 수 없네요. 특히 레드팀의 한 명을 정글로 빼내서 전장을 뒤흔드는 전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 예, 맞습니다. 저게 최근 유럽 서버 쪽에서 유행하는 메타(Most Effective Tactic Available, 전략)인데, 폭딜이 가능한 공격수를 솔로 미드에. 단단한 탱커 혹은 유지력이 좋은 챔피언을 솔로 탑에. 후반을 도모할 수 있는 성장형 챔피언과 그걸 보조할 수 있는 챔피언 듀오를 봇에. 그리고 습격에 용이한 챔피언 한 명을 정글에 빼내는 포메이션입니다.
– 호오, 완벽한 역할 분담이군요?
– 사실 아직 게임이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진 않았지만… 일단 현재 공식전 승률 100%로군요.
– 하하! 예! 그렇죠, 이게 공식적인 첫 경기니까요!
– 아. 말씀드리는 순간 시상식이 시작되네요.
해설자와 캐스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얀 종이들이 축포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이번 로드컵 우승팀 5명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들은 덴마크에서 온 팀으로서 통역을 대동한 채 이런저런 인터뷰를 진행했다.
[Q – 이번 경기 유일의 유럽팀인데 우승 기분은?] [A – 한국 대회에서 우리가 상을 타가서 미안하다. 한국은 스타 크래프트와 WCG로 사실상 게임의 스포츠화 포문을 연 국가고, 실제로도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은 국가다. 그런 국가에서 우승했다는 게 자랑스럽다. 다음에도 또 이런 좋은 대회가 개최되면 좋겠다. 로드컵 화이팅.] [Q – 8억 원의 우승 상금은 어떻게 쓸 생각인가?] [A – 사실 엄청나게 큰 액수라 굉장히 얼떨떨하다. 행사장이 비교적 작아서 진짜 8억 원이나 되는 상금이 주어질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이 정도 금액이면 프로게이머 전체 상금 순위에 이름이 올라갈 정도다. 일단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게이머를 해 볼 생각이다.]이후 덴마크 팀은 다섯이서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고 웃으며 사진을 찍어댔고, 이후 각각 2등과 3등인 [한국 팀]과 [인도네시아 팀]이 상금 액수가 적힌 플라스틱판을 든 채 활짝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었다.
제아무리 2등과 3등이라지만, 상금 액수가 워낙 커서 만족감이 가득했기 때문이리라.
우승자와 상금 수여식 다음으로는 이번 제0회 로드컵의 결과를 스토리에 반영하겠다고 당부한 유니드어스의 말대로… 장민우가 직접 무대 위에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 안녕하십니까, 유니드어스의 사장 장민우입니다. 일단 제일 먼저 이번 제0회 로드컵 우승자인 덴마크의 헌터즈 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겠습니다.
– 최종 경기 결과 [제0회 로드컵] 결승은 [드 휼라] 측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그 결과 도국연 소속의 작은 도시국가는 드 휼라에게 정복됐고, 도국연은 영토를 잃었습니다.
– (작은 기침) 추후 이와 관련된 스토리가 진행될 예정이며, 관련 단편 애니메이션이 공개 및 이번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아이템이 나올 예정입니다.
민우가 이후 리모콘을 꾸-욱 누르자,
미리 준비해 뒀던 아이템이 등장했다.
– 해당 아이템은 [정복자의 도끼]입니다. 이번 드 휼라의 승리를 기념하는 아이템이며, 다음 패치 때 추가하겠습니다.
– 앞으로 대회 결과에 따라 이러한 자잘한 변화가 생길 예정이며, 추가 챔피언, 추가 전장 등을 추가할 생각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관람 중이던 관객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아무리 온라인 게임이 유저와 운영진 간의 소통이 활발하다고 할지라도, 시간과 인력의 한계 상으로 대부분이 묵살됐기 때문일까?
까닭에 유니드어스가 그저 유저들의 목소리에 경청해 주고, 더 나아가 그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줬을 뿐임에도… 그 반응은 가히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E-Sports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제0회 로드컵]과 더불어 [최초의 스토리 연동 대회]가 끝났을 무렵.
재민이 어딘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확실히 장민우 사장도 일을 잘하네요.”
“예. 잘해야죠. 누가 뽑은 사람인데.”
그 말에 재민은 준성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사실 저는 이런 식으로 대회에 스토리를 넣는 것에 회의적이었습니다. 일은 많은 반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대회에 스토리를 포함하자는 제안을 묵살하고, 스타벅스와의 싸움에 집중하게 하려 했습니다만… 제가 틀렸던 모양이네요.”
재민 역시 처음만 하더라도 주판을 굴리며 경기를 관람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자 이 경기에 깊게 몰입하게 됐다.
침략을 일삼는 드 휼라와 독립을 쟁취하려는 도국연.
그 사이에서 각 챔피언들이 남긴 발자취와 이해관계.
얼핏 사소하게 보이는 것들이 경기 관람에 큰 도움을 줬고, 이게 생각보다 더 큰 몰입감을 선사해준다는 것 역시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제가 잠시 스타벅스와의 전쟁에 눈이 팔려서 본질을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니드어스 역시 본인들의 사정이 있거니와, 게임이라는 건 예술 매체라 득실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죠.”
사실 재민은 이제 딱히 더 가르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제 몫을 다하는 경영자가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성장을 갈망했던 걸까? 그는 계속해서 날카로운 자기성찰을 이어나갔기에, 준성 역시 흡족한 표정으로 그를 다독였다.
“그럴 수도 있죠. 원래 겪으면서 배우는 거니까요.”
“… 대표님께서도 그러셨나요? 한 번도 실수하지 않으셨고, 이번에도 잘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신다는 듯 장민우 사장의 말에 반대조차 하지 않으셨잖습니까.”
“저도 실수 많이 했었습니다. 과거에는요.”
“과거요? 언제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물음에 준성은 아득한 미소를 머금었다.
“… 꽤 먼 과거요. 지금은 갈 수 없는.”
퍽 시적인 표현 때문이었을까? 재민은 어딘가 범접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기에, 별다른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D-Star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 본사로 귀환해 다시 스타벅스와의 전쟁에 집중하기 위함이리라.
“그럼 저는 먼저 본사로 귀환하겠습니다.”
“예. 그러세요. 저는 아직 더 확인해야 할 일이 있으니 여기에 좀 더 있다가 가겠습니다.”
…
비슷한 시각. D-Star 행사장 내.
제0회 로드컵을 지켜보던 한 여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에밀리 삭스. 스타벅스 코리아의 공동 법인장 중 한 명이었다. 원래는 스타벅스의 불모지인 한국인지라, 본사 내에서 고공분투를 하고 있었어야 했지만…
스타벅스와 네스트의 세계전쟁이 벌어지면서부터는 얘기가 조금 달라졌다.
어차피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없는 한국 시장은 사실상 반 포기 상태였기에, 에밀리 삭스의 주요 임무가 네스트의 감시로 변경됐기 때문이었다.
‘일단 규모를 보거나, 0회라는 이름을 볼 때 테스트인 게 분명하지만… 굉장히 매서운 전략이다. 경계해야 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제 전화기를 들었다.
덤으로 그녀 말고도 이번 행사를 감시하던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는데… 바로 대영 비서실 소속. 조금 더 정확하게는 게임 산업에 관심이 있던 마창수가 직접 보낸 염탐꾼이었다.
그 역시 대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
미국, 시애틀. 스타벅스 본사.
한창 네스트를 향한 공격을 준비하던 주빌로스트에게 짧막한 보고와 더불어 유튜브 주소 링크가 적힌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 발신자 : 스타벅스 코리아.
– 내용 : 네스트의 [E-Sports 대회 전략] 테스트 영상입니다. 자회사인 유니드어스가 개최하는 행사 D-Star에서 진행됐으며, 매우 뜨거운 반응을 보여줬습니다. 별첨한 링크는 현지 반응을 찍은 유튜브 영상입니다.
주빌로스트는 이후 유튜브 영상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스타벅스와 네스트가 전쟁 중이었기에, 그 관련 계열사의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는 게 보통이었지만… 아쉽게도 그러기엔 이미 디움이 너무 커져 버렸다.
‘… 그렇게 따지면 스타벅스 SNS 페이지부터 닫아야겠지. 근데 그러기엔 네스트의 자회사인 디움의 덩치가 너무 커졌어. 아마 얼핏 무한해 보이는 네스트의 자금 역시 디움에서 나온 거겠지. 쯧.’
유튜브 링크를 따라서 동영상을 관람하자, 정말 대회장이 떠내려갈 정도로 엄청난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걸 보며 주빌로스트는 내심 짐작했다.
‘레드불의 전략을 쓰는 건가.’
레드불.
1987년에 설립된 오스트리아의 음료 회사로, 자칫 의약품 같은 느낌이 날 수 있는 피로 회복제를 젊은 감성의 [에너지 드링크]로 리-포지셔닝해서 대박이 난 기업이었다.
특히 이들은 시작 자체가 의약품 느낌이 짙은 [고카페인+과라나 추출물 혼합물]을 그냥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로 보이게끔 하고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레드불에게 [열정], [짜릿함], [승리] 등의 이미지를 씌우는 거였다
이게 얼핏 말로만 들으면 이해가 잘 안 갈 수 있는데…
위에서도 언급했듯 [피로 회복제]는 사실 의약품 같은 느낌이 너무나도 강하게 든다. 그 까닭에 굳이 없는 [에너지 드링크]라는 말을 만들어 냈지만…
레드불은 아직 그 정도만으로는 본인들을 가치를 증명하기에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무슨 짓거리를 하냐면…
소위 말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농담 안 하고 온갖 돈을 다 때려 박기 시작한다.
날다람쥐 같은 옷을 입고 날아가는 윙슈트 비행,
실수 한 번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곡예비행,
스피드 하나에 올인한 극한의 스포츠 레이싱,
파도에 몸을 맡겨 바다를 질주하는 서핑,
하늘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빙,
하늘을 날아다니는 패러글라이딩,
거친 산을 오르는 마운틴 사이클,
남자의 로망 오토바이 레이싱.
조금만 익스트림 하다 싶으면 레드불 측에서 메인 스폰서로 나서거나, 혹 그게 아니더라도 해당 스포츠 경기에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때려 박아 본인의 광고판을 제일 잘 보이는 것에 노출한다.
저들이 저런 짓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게 바로 식품 기업의 마케팅이었다.
IT나 전자제품처럼 하이테크 마케팅이나 톡톡 튀는 마케팅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방법으로 매우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마치 한 곳에 올인해서 깊은 우물을 파듯이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주빌로스트는 네스트에게서 비슷한 감상을 받았다.
‘… 반면 네스트는 비교적 정적인 [커피]의 이미지를 탈피해, 젊음과 감성이 넘치는 음료로 리-포지셔닝 하려고 있다.’
솔직히 나쁜 선택은 아니다.
오히려 스타벅스에게는 제일 뼈아픈 공격이었다.
특히 스타벅스는 본인들이 만든 이미지를 통해 세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굳이 그 판에서 싸울 것 없이 파격을 통해 새 판을 짜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 영악하군.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영악해. 하지만 우리 역시 가만히 있어 줄 생각은 없다. 파격을 원한다고? 해봐라. 우리는 바위처럼 굳건하니.’
주빌로스트는 슬쩍 달력을 쳐다봤다.
현 날짜 2005년 11월.
이미 스타벅스를 위한 다큐멘터리가 제작 중이거니와, 곧 있으면 다큐 채널을 포함한 여러 프로그램에 PPL이 쏟아져 내릴 터. 그러니 조금만 기다리기로 했다.
‘저번과는 조금 다를 거다, 네스트.’
…
비슷한 시각, 대영전자.
마창수 상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인은 뭐 말할 것도 없이… 그가 풀어놓은 염탐꾼에게서 온 거였다.
– 이번 D-Star 관련 보고를 드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