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22
– 423화 –
비슷한 시각, 대영전자. 마창수의 사무실.
언제나 그렇듯 피승원 비서가 꼭 가구라도 된 것처럼 아무런 기척 없이 서 있고, 고요함 속으로 마창수가 두들기는 키보드 소리만 들려오는 가운데.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마창수의 업무용 핸드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그 발신인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창수가 풀어놓은 염탐꾼이었다.
– 이번 D-Star 관련 보고를 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대영은 인력 물갈이 및 혹여라도 있을지 모르는 내부 고발자 내지는 취약 인물들을 갈아 치우고 있던 상황.
그렇기에 당장은 ND 그룹과 음지 난타전을 벌이고 있진 않았지만, 창수는 추후 있을 2차전을 고려해 미리 하수인을 풀어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 일산 신도시라는 비교적 좋지 않은 입지 조건에도 불구하고, D-Star는 성공적이었습니다. 1회와 달리 이번엔 외국의 대형 게임사들 역시 참전했으며, 유니드어스는 스토리와 대회를 연계해 게이머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었습니다.
– 그 외에도 뉴월드 그룹과 합작 중인 스타벅스 코리아의 공동 법인장 중 하나인 에밀리 삭스의 모습 역시 포착됐으며, 중소기업청의 박상진 청장 역시 얼굴을 비쳐 [이준성], [곽권영], [김재민], [장민우] 등. ND 그룹의 핵심 인물들과 친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 정확한 자료는 현재 작성 중이며, D-Star가 마무리된 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창수는 딱 거기까지만 듣고는 전화를 끊었다.
솔직히 마음이 딱히 좋지만은 않았다. 대영의 영향력을 발휘해 행사 개최지를 코엑스에서 일산으로 강제로 변경시키기까지 했음에도, 타격은커녕 오히려 더 성공적이라니?
심지어 그 규모가 대영그룹. 아니, 더 정확하게는 창수가 직접 지휘한 WCG보다도 훨씬 더 큼지막해졌다.
더불어 투입된 비용과 인력의 질까지 고려한다면, 사실상 그 효율이 3배 이상 벌어지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톡- 톡- 톡- 톡-
창수는 불쾌와 짜증이 섞어 제 검지로 데스크를 두드리기도 잠시. 이내 조용히 있던 피승원이 끼어들었다.
원래 의사결정자가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그였지만, 광위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네 역할은 어디까지나 보좌가 아닌 교육이다. 혹여라도 창수가 길을 잃고 있다면 네가 직접 조언을 하며 가르쳐라. 이준성 그놈을 포섭하기 전까지는 말이지.
대영그룹의 왕이자, 그의 신이 내린 명령.
그렇기에 피승원은 기꺼이 그렇게 따랐다.
“제안을 몇 개 드려도 되겠습니까?”
흔치 않은 행동에 창수가 흥미롭다는 듯 답했다.
“해 봐.”
“현재 판을 봤을 때 이번 D-Star 게임쇼는 ND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모두 포함된 혼합 전략입니다. 네스트는 유니드어스와의 합작으로 게임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디움 역시 유니드어스와 협업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이에 [게임 산업 공격]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흥미롭네. 더 얘기해 봐.”
“과거 [카페인 중독]이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ND그룹 측에 동남, 보교, CK라는 강력한 우군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게임은 다릅니다. 오히려 CK그룹이 자회사로 [넷샌드]라는 계열사를 가지고 있으니, ND그룹과 CK그룹 둘 다 공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요.”
틀린 말은 아니다.
저번 전쟁에서 동남은 어디까지나 네스트 사장인 김재민의 장인 역할로 참가했고, CK 역시 핸썸 플레이스라는 커피 프랜차이즈를 가지고 있었기에 참가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게임은 어떻던가?
비록 준성의 장인인 보교그룹이 낄 여지와 더불어 대영과 전면전을 시작한 CK는 분명 적의를 드러낼 테지만… 문제는 명분이 없다는 것과 더불어, 유니드어스 하나 지키자고 저 둘이 움직이기엔 수지가 맞질 않는다는 거였다.
그뿐이랴?
ND 그룹은 유니드어스를 통해 게임 산업에서의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게임이 타 산업에 비해 아직 그 파이가 작긴 했다마는, 무형의 데이터를 파는 산업이기 때문에 현금 융통이 원활한 사업이다.
이는 곧 디움에 이어 유니드어스가 ND 그룹 2의 금고가 될 수도 있다는 뜻과도 같았고 말이다.
‘… 미래의 보급고를 미리 터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물론, 방법은 저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게 아니면 아예 내가 게임 산업에 직접 올라타서, 유니드어스라는 기업을 박살 낼 수도 있겠지. 아니면 예라가 하거나. 걔는 항상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을 좋아했으니까.’
마창수는 딱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말했다.
“지금 마예라 부문장 어딨지?”
“…”
흔치 않은 침묵.
이에 마창수는 뭔가 기이함을 느껴 다시금 물었다.
“흠?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서류상으로는 베트남 투자 건으로 장기 출장을 간다고 적혀 있던데, 그쪽 연락해 보니까 아니라더군. 잠깐 쉬기라도 하는 모양이지?”
“… 이주일 째 자택에 칩거 중이십니다.”
마창수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뭐? 그렇게 오래? 집에? 왜?”
“물갈이 과정에서 과격한 방법을 목격하신 것에 충격을 받으셔서 요양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추측을 얹자면, 동시에 회장님께 대한 항의를 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솔직히 어딘가 위태위태해 보이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얼굴이 안 보일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하긴 했다마는… 창수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 상태가 안 좋아 보이긴 했었지. 지금 어떤데?”
“담당 비서의 말로는 최근 한 성형외과에 다니며, 수면 마취에 사용되는 향정신성 의약품. 프로포폴을 투약받으셨다고 하십니다. 최근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것으로 봤을 때,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시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프로포폴(Propofol).
가장 널리 사용되는 수면 마취제의 일종으로, 하얀색이 특징인지라 소위 [우유 주사]라는 은어로 불리는 물건이었다.
2005년 현시점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물밑으로 많은 연예인들이 투약받고 있는 약품이었고…
추후 연예인들의 상습 투약이 확인되며 미래에는 마약으로 분류되는 약품이었다.
창수 역시 한때 호텔로 불러들여 만났던 여자 연예인 중 하나가 언급한 적이 있어 알고 있는 약품이었고 말이다.
그 말에 창수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단순히 충격을 좀 받은 정도인 줄 알았는데, 제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 회장님께서는 이 사실을 아시나?”
“…”
“아시냐고 물었어.”
“…”
“대답해, 이 새끼야!”
“… 모르십니다. 아직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회장님께선 지금 내부 물갈이 및 저번 공격에 참가한 정치인들에게 보복을 하시느라 심적 여유가 없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적어도 마창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광위가 이 사실을 안다면 격노하며 안 그래도 불안정한 마예라를 더욱 극한으로 몰아넣을 게 분명했으니까.
과거에 마병수를 망가뜨렸을 때처럼 말이다.
비록 마창수가 마예라와 대영그룹의 승계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경쟁자였지만, 그걸 너머 둘은 남매고 가족이었다. 그렇기에 창수는 예라가 망가지는 것을 원치 않았고…
“차 대기해. 당장 예라한테 간다. 그리고 ND 그룹과의 전쟁이고 나발이고 일단 전부 정지시켜.”
“회장님이 좋아하지 않으실 텐데요.”
“회장님. 아니. 아버지께서 불쾌해하신들 상관없어. 나는 내 동생이 먼저다. 잃은 가족은 한 명으로 충분하니까.”
“지금 이 행동은 회장님께 보고드릴 겁니다.”
“네가 감히 지금 누구를 협박하는지 알고 그 주둥이를 나불대는 거냐? 나는 미래에 대영그룹의 지배자가 될 사람이고, 나아가 네가 섬겨야 할 사람이다.”
“아뇨. 저는 귀하도 대영도 아닌 오로지 마광위 회장님만을 섬깁니다. 그건 마창수 상무님께서도 총수가 되셨을 때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창수는 더 대화해 봐야 얻을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직접 제 차 키를 들고는 밖으로 나갔다. 이후 피승원은 홀로 사무실에 남겨지자… 보기 드문 한숨을 내뱉었다.
“… 후.”
…
약 20분 후.
마창수는 마예라의 자택으로 향했다.
하지만 꽤 특이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제일 먼저 마창수는 오른손에 붕대를 감았고,
운전 중인 비서의 입술엔 피딱지가 얹혀 있었다.
그 이유인즉슨… 마창수는 피승원이 협조하지 않자 즉시 비서실로 돌진. 이후 마예라를 담당하는 비서팀장을 호출했고, 이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 이 개**들아! 씨* 문제 터졌으면 보고를 해야 할 거 아니야! 너희의 존재 이유가 뭔데!? 이 버러지 같은 새끼들!
창수는 정말 농담 안 하고 복날에 개 패듯 주먹을 휘둘렀고, 그 과정에서 주먹에 가벼운 부상을 입어 손에 붕대를 감았다. 덤으로 실컷 얻어터진 비서는 어쩔 수 없이 창수를 데리고 마예라의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고 말이다.
얼마나 이동했을까?
창수는 비서의 안내를 따라 마예라의 자택에 들어갔고, 얼마 후 초췌해 보이는 마예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덤으로 이젠 집에서도 프로포폴을 투약받은 것인지… 가까운 휴지통에 딱 봐도 의약품으로 보이는 빈 병이 보였다. 창수는 그 병을 집어 들고는 한숨을 푹-쉬며 물었다.
“… 예라야.”
“아… 오빠 왔어?”
“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
“… 그건 대영전자의 상무 마창수로서야, 아니면 내 오빠인 마창수로서야? 전자라면 되도록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대답해. 나한텐 중요해.”
“… 그래. 다 내려놓자. 오빠 왔어.”
그제야 마예라는 어딘가 안심했다는 듯,
동시에 울먹이는 표정으로 창수를 쳐다봤다.
“예라야. 늦어서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네가 힘들어한다는 건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우리 얘기 좀 하자.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그리고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이후 창수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내고 싶었는지, 물이라도 꺼낼 생각으로 냉장고 문을 열었고… 그 안에 든 프로포폴 병을 보고는 일순간 제 몸을 굳혔다.
물론, 프로포폴이 중독성이 매우 심한 편에 속하는 약품은 아니었다만… 그렇다고 집에다 두고 투약받아도 될 만큼 안전한 약품은 절대 아니다. 특히 육체적 중독은 없지만, 정신적 중독을 불러올 수 있었기에 더더욱.
하지만 그걸 지금 언급해 봐야 좋을 게 없어 보였기에, 창수는 애써 무시하고는 안에서 복숭아와 물을 꺼냈다.
사각- 사각- 사각-
딸깍- 쪼르르르-
마창수는 서툴게나마 예라가 평소 좋아하던 복숭아를 깎아 식탁 위에 올려놓고는 물었다.
“… 뭐 때문에 그런 건지 물어봐도 될까?”
그 말에 마예라는 마치 상처 입은 들짐승 같은 얼굴로 마창수를 노려봤다.
“몰라서 물어?”
“그래. 짐작은 가는데 모르겠어. 그래서 정확히 알아야겠어. 그래야 내가 뭘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아니까.”
이에 마예라는 고개를 푹 숙이곤 대답했다.
“… 우린 사람을 죽였어.”
올해 6월.
대영과 ND 그룹의 전쟁이 끝난 뒤.
마광위는 제 전략이 내부에서 유출됐다고 판단해, 피승원을 앞세워 마창수와 마예라가 보는 앞에서 칼춤을 췄었다.
그 과정에서 죄 없는 사람 여럿이 잘려나갔고,
그중 몇몇은 이에 저항하고자 했는데…
이에 피승원이 해당 직원의 성접대 비디오를 그대로 해당 직원의 가족에게 전송. 이후 그 직원이 자살을 해버렸다.
이런 일이 일어났음에도 마광위는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는 모습으로 ‘유서에 대영 언급된 거 있나 확인해’라며 냉혈한적인 모습을 보였고, 딱 마예라가 망가지기 시작한 것 역시 이 무렵부터였다.
안 그래도 온실에서 자란 그녀였기에,
여렸던 멘탈이 죄책감이 작살이 난 것이다.
머리에 못을 박는 것 같은 편두통을 시작으로,
이유를 알 수 없이 몰려오는 구역질에,
심하게는 먹은 걸 다 토해내기까지.
그래도 한 3개월 정도는 괜찮았다.
꾸역꾸역 버텼다.
하지만 가을이 올 무렵부터는 그게 심해지기 시작했고, 회사와 관련된 일만 겪어도 시도 때도 없이 구토를 시작. 이후 그녀는 회사에서 도망치듯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방아쇠가 된 일이 있었는데…
“… 나 얼마 전에 그 자살한 사람 가족 찾아갔었어.”
마예라는 그 자살한 직원의 유가족을 찾았다.
사과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그 사람 부인은 나를 보자마자 겁에 질리더라. 마치 저승사자라도 본 것처럼.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전부 다 남편이 한 짓이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아마 임원의 부인이었으니, 어느 정도는 회사 돌아가는 일에 대해 알고 있었을 테고… [대영의 법칙]이 배신자에게 얼마나 가혹하게 적용되는지 또한 얼핏 들었으리라.
“나는 거기다 대고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어… 내 존재 자체가 그 사람한테 트라우마 같은 게 될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냥 나오려고 했거든? 근데 중학생쯤 된 애가 나한테 갑자기 식칼을 집어 던지더라?”
다행히 손잡이 부분에 맞아 크게 다치진 않았다. 그저 칼이 튕겨 나오는 과정에서 살짝 긁힌 게 전부였을 뿐.
이후 그 소녀는 당연히 경호원에게 제압되어 바닥에 쓰러졌고, 그 후 미친 사람처럼 외쳐댔다.
“성접대나 받는 쓰레기 같은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자기 아빠였다고. 그렇게 죽어도 되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회사가 죽인 거라고. 내가 죽인 거라고. 미친 사람처럼 외치더라. 그 와중에 걔 엄마는 가서 걔 입을 틀어막으면서, 애가 뭘 몰라서 그런다고. 제발 좀 살려달라고. 뭐든 하겠다고 했어.”
그 순간 예라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박살 났고,
그녀를 지탱해 주던 마지막 기둥이 무너졌다.
“… 그 날 이후로 잠을 못 잤어. 그 희번덕거리던 여자애의 눈동자랑… 마치 내가 사람이 아닌 무언가처럼 대하던 그 여자의 표정이 잊히질 않았어. 근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졌던 권력이. 나를 사람이 아닌, 사람을 잡아먹는 무언가로 만든다고 말이야.”
그녀는 이후 마른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 나 이제 다 내려놓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