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24
– 425화 –
D-Star 3일 차.
유니드어스 부스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아무래도 D-Star의 개최자인 동시에 [던전 앤 워리어]와 [로드 오브 레전드]라는 메가 히트작을 연달아 냈기 때문일까?
업계 관계자는 뭔가 사소한 노하우 하나라도 배우거나 훔쳐 가기 위해 눈을 번뜩였고, 리뷰어나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소재거리를 찾기 위해 어슬렁거렸으며, 게이머들은 신작 발표라는 말에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기다렸다.
그 가운데 준성과 권영은 맨 앞에 있는 VIP 관계자 석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얼마나 나누고 있었을까?
무대 위로 장민우 사장이 올라왔고,
그와 동시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 와아아아아 – ! 장민우! 장민우!
– 게임 열사 장민우 화이팅!
아무래도 저번 D-Star 개최 당시 눈물을 보이며 인터넷에서 여러 번 회자됐기 대문일까? 그에 더해 손을 대는 족족 대박을 터트리며 그는 사실상 하나의 믿어도 되는 게임 개발자라는 일종의 심볼이 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기업 역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경영자의 능력이 월등히 좋으면, 그 이름이 알려지듯… 민우 역시 한국 게임계에서는 소위 말하는 ‘네임드’가 된 것이다.
‘아마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장민우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유니드어스의 신뢰의 상징이 될 테고, 이는 곧 유저들을 끌어모으는 선순환을 낳겠지. 나쁘지 않아.’
덤으로 ND 그룹 내에서 유명해진 사람은 비단 장민우뿐만이 아니다. 당장 김재민 역시 네스트의 사장으로 알려지며 커피 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거니와, 한때 ‘남자 신데렐라’로 불리며 카메라 마사지를 잔-뜩 받았으며…
디움의 곽권영이야 청와대 초청을 받은 건 물론이오, 한국 내에서보다 외국에서 훨씬 더 유명한지라 세계 유명 잡지에서 인터뷰를 여러 번 진행했다.
심지어는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유명 IT 기업에서 어마어마한 거금을 제시하기까지 했었지만… 당장 디움 지분의 32%가 곽권영 몫이었기에 갈 리가 만무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장민우가 활짝 웃는 얼굴로 발표를 시작했다.
– 하하하, 제 이름을 아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과분한 사랑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를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유니드어스의 장민우 사장입니다.
– 그리고 오늘 이 자리는 유니드어스의 차기작과 더불어, 새로운 플랫폼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 말에 게이머들은 꼭 본인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라도 본 양 목이 터지게 함성을 외쳐댔다. 그런 충성도 높은 모습에 권영은 매우 낯설다는 듯 난처한 웃음을 지었고 말이다.
“대단한 기세인데요. 1회 때도 이랬었나요?”
“예. 뭐… 비슷했습니다.”
“확실히 소비자 중심의 행사 내지는 축제라 그런가 박력 자체가 다르네요. 이런 점은 참 부러워요.”
“하하. 디움이라는 거대 회사의 사장님께서 그런 말 하시면 안 되죠. 곽권영 사장님은 이제 혁신의 아이콘 그 자체잖아요. 이런 분위기 원하시면 [SNS를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같은 토크 콘서트 같은 거 열어 보시죠?”
만약에라도 정말 열게 된다면,
농담 안 하게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리라.
하지만 권영은 상상만 해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휴, 됐어요. 괜히 얘기해 봐야 전략이나 핵심역량만 노출되고 좋을 거 하나도 없잖아요. 그냥 조용히 있겠습니다.”
“이미 조용히 있다고 하기엔 너무 유명해지지 않았나요? 저번에 하이테크 관련 경영 잡지에서 곽권영 사장님이 또 언급됐던데요. 요즘도 계속 스크랩하고 계시면 아주 그냥 스크랩 북이 뚱뚱한 걸 넘어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원시시대의 비너스라 불리는 조각상, 풍만함을 상징)가 됐겠는데요?”
그 말에 권영은 애써 겸손한 척 ‘하하, 사실 요즘 애가 밥을 하도 잘 먹어서 풍채가 좋아지긴 했네요’했다.
그렇게 둘이 잡담을 하고 있자니,
장민우 사장이 발표를 이어나갔다.
– 현재 저희가 발표할 작품은 [마이닝 크래프트]입니다. 일단 트레일러 먼저 보시겠습니다. 즐겁게 관람해 주세요.
그 말과 함께 유니드어스 부스 주변의 불이 소등됐고, 편안한 분위기의 음악과 함께 인게임 영상 위주로 편집된 트레일러가 나타났다.
고전 게임 같은 도트 그래픽에,
마치 레고처럼 생긴 듯 사각형의 캐릭터들.
처음 그 모습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관객들 사이에서 복잡-미묘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 또트다 또트(또 도트).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냐?
– 얘네 게임은 왜 그래픽이 가면 갈수록 퇴화해?
– 또 도트야? 무슨 도트성애자도 아니고…
– 하… 좋게 쳐줘도 이건 아닌데…
제일 먼저 게이머들은 2005년이라기엔 너무나도 투박해 보이는 그래픽에 실망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유니드어스의 게임들이 모두 그래픽 쪽에 강점이 있진 않은 편이었기에 어느 정도는 감내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포장마차 가서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듯, 도트 명가에서 그래픽을 기대하진 않은 것이리라. 반면…
– 아예 그래픽을 깔끔하게 포기했네. 세계 시장 노리나? 지금 유니드어스 정도면 제3 세계의 컴퓨터 사양을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너무 간 얘기긴 하지만…
– [던워]랑 [롤] 봤을 때 속단하긴 일러. 저 두 게임 모두 발표 당시에는 전부 다 망할 거라고 얘기했는데, 정작 결과 까보니까 메가 히트였잖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아직 트레일러가 끝나지도 않았잖아?
게임 업계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 역시 실망했다는 반응이었으나, 쉬이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애초에 유니드어스라는 기업 자체가 일종의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회사인지라… 겉으로 드러나는 면이 아닌 게임의 본질 그 자체를 보려는 것이리라.
그렇게 약 1분 정도 기본적인 인게임 영상이 나오기도 잠시. 그다음부터는 마이닝 크래프트가 자랑하는 시스템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무를 캐서 아이템을 만들고, 맵에 있는 모든 블록을 파내 본인이 원하는 대로 재배치해 마을을 만들며, 더 나아가서는 방어벽과 멋들어진 성까지.
꼭 인류의 역사를 요약해 놓은 모습이 이러할까?
아무것도 없는 맨손으로 시작해서 집을 짓고 수렵이나 채집을 통해 배를 채우고, 더 나아가 정착해 농경을 시작하고, 철을 제련해 무기를 만드는 그 모습은 인류가 여태까지 걸어온 발자취와 퍽 닮아 있었고… 이는 게이머들의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트레일러 마지막에 [당신이 꿈꾸는 판타지 라이프는 무엇인가요? 마이닝 크래프트에서 이뤄내세요!]라는 문구가 나왔을 때쯤에는…
– 자유도 실화냐!? 당장 내 돈 가져가라!
– 와아아아아아! 끝내준다! 저게 다 된다고!?
– … 역시 유니드어스다. 이번에도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방향의 게임을 내놓네. 무섭다, 무서워. 도트는 함정이었네.
관람하던 사람들 모두가 환호를 내뱉었다. 실망이 환호와 환희로 바뀌기까지 걸린 시간. 겨우 3분 남짓이었다.
부스가 함성으로 떠내려갈 듯 어마어마한 반응도 잠시.
이내 장민우가 다시 나타나 마이크를 잡았고, 이후 기본적인 마이닝 크래프트의 시스템에 대해 언급했다.
– 저희는 항상 궁금증을 가졌습니다. 왜 게임 속 세계는 항상 고정되어 있을까? 라고 말입니다. 저는 그게 불만이었고, 그래서 이번에는 [유저가 마음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봤습니다.
– 보다시피 마이닝 크래프트는 게임 내 모든 지형지물을 유저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흙을 파내서 집을 지을 수도, 모래를 파서 참호를 만들 수도, 물을 떠서 호수를 만들 수도 있죠. 모든 게 압도적인 자유도를 바탕으로 가능합니다.
– 이 마이닝 크래프트의 세계에서 여러분들은 한 사람의 신이자, 한 사람의 생존자 혹은 한 무리의 구성원으로써… 낮에는 열심히 물건을 만들고 정비하고, 밤에는 어두운 곳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들에게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렇게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아이처럼 기대하는 게이머들 사이로, 장민우는 그 누구보다도 밝게 빛나며 본인이 만든 게임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마치 걸작을 자랑하는 예술가처럼 말이다.
–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게임 내 모든 지형지물을 변경할 수 있다면, 악의적인 플레이로 인해 선량한 게이머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지형으로 인해 [지도]를 만들기가 불가능해 플레이에 애로가 생길 수도 있고요.
– 이에 저희는 이런 문제점에 착안. 해당 게임을 [하나의 서버를 사용하는 대규모 온라인 게임]이 아닌 [개인 서버 방식의 멀티플레이 게임]으로 기획했습니다. 곧, 유저들이 각자 본인만의 세상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죠.
회의장 안에 낯선 침묵이 내려앉았다.
방금 장민우가 내뱉은 말은 곧 저 게임이 유저들이 기대하던 [온라인 게임]이 아닌, [싱글 게임]에 가까웠다는 얘기였으니까.
하지만 이는 기획 초기부터 누누이 언급됐던 단점이었던 만큼, 장민우를 포함한 준성과 권영. 그 누구도 흔들리지 않은 채 발표가 계속됐다.
– 저희는 이러한 단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 그렇기에 오늘 이 자리를 통해. 그 치명적인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플랫폼이자, 유니드어스의 통합 런처가 될 플랫폼. 바로 [유니허브]를 발표하고자 합니다.
장민우가 리모콘을 클릭하자, 큼지막한 스크린에 큼지막한 주황색 나뭇잎 위로 알파벳 ‘U’ 옆에 눈을 붙여 만든 유니드어스의 심볼이 박힌 상징이 등장. 그 옆으로 예쁜 타이포그래피의 [유니허브]라 적힌 글자가 나타났다.
– 이 [유니허브]는 디움과 연계가 가능한 편리한 플랫폼이며, 유저들은 기존처럼 멀티플레이를 위한 번거로운 행동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 IP를 파악하거나, 근거리 통신을 위한 유선 장비를 확보하는 행위 말입니다.
– 그저 이 유니허브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본인이 서버(방)를 만들면… 원하는 사람들과만 교류할 수도, 아니면 공개적으로 열 수도 있습니다.
딱 거기까지 얘기하자, 싱글 게임이라며 실망했던 게이머들의 표정이 다시금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미 2005년의 게이머들은 스타 크래프트나 디아블로 등의 게임과 ‘배틀넷’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이러한 ‘로비형 멀티플레이’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들 모두 유니허브를 ‘디움 판 배틀넷’ 정도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유니허브는 저 배틀넷과는 약간 다른 특이점이 하나 있었는데…
– 멀티플레이 지원은 그저 유니 허브의 한 가지 기능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희 유니드어스는 디움과의 합작을 통해, 유니 허브를 [게임 ESD]로 만들고자 마음먹었습니다.
– 이는 전자 결제를 통해 싱글 게임을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창구와도 같으며, 더 나아가 각 게임의 멀티플레이를 도와주고, 심지어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유저의 세이브 데이터가 모두 인터넷상에 저장됩니다.
– 그렇기에 유니허브만 깔려 있다면 PC가 달라져도 유저는 집에서 하던 게임을 그대로 이어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이제는 사장되기 시작한 패키지 게임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민우는 딱 거기까지 얘기하고는…
어딘가 살짝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 지금은 온라인 게임의 시대입니다.
– 정보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집에서 친구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죠. 하지만 그 여파였을까요? 싱글 게임 시장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 꿈을 안고 도전했던 많은 사람들이 시장의 변화에 밀려 뼈아픈 실패를 맛봤고, 심지어는 본인의 자식 같은 제작물을 파기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닐 겁니다.
– 저희 유니드어스는 한국 게임 시장. 아니, 세계 게임 시장을 대표에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게임의 다양성]을 지키겠다고. [한 장르의 지배]를 타파하겠다고 말입니다.
– 마이닝 크래프트는 그 시작일 뿐입니다. 현재 유니드어스는 이제는 절판되어 구할 수도 없는 명작 게임들을 전자 유통이라는 형태로 되살릴 것이며, 외국 게임들을 한국 시장에 편리하게 들여올 것이며, 한국 게임들 역시 해외에 손쉽게 배포할 것입니다.
– 그게 바로… 유니허브. 아니, 유니드어스의 최종 목표입니다. 저희와 함께 가주시겠습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발표가 끝났다.
이후 약 5초 정도의 침묵이 흘렀을까?
– 와아아아아아!
– 유니허브! 유니허브! 유니허브!
– 역시 게임 열사다! 유니드어스 만세!
게이머, 게임 기자, 게임 제작자. 그 누구 할 것 없이 목소리를 외쳐댔으며, 게임을 위해 온몸을 불사지를 기세로 나아가는 장민우를 영웅으로 추대했다.
그렇게 디움의 네 번째 플랫폼 비즈니스이자, 미래에 게임 유통 시장을 지배하게 될 엄청난 씨앗 [유니허브]가 모두의 환호 속에서 세상으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준성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말이다.
‘조금씩 디움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로 넓히고,
[항공권 검색]을 통해 본격화하며,
지금에 와서는 [게임 유통 시장]까지.
저들 모두가 미래 기준으로 하나하나가 각각 엄청나게 거대해질 사업들이었다. 그리고 벌써 디움은 그런 것을 4개나 확보했고 말이다. 하지만…
준성은 여전히 배가 고팠다.
‘게임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양지화시키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디움은 추후 [숙박], [택시], [만화], [영화], [소설] 등. 모조리 잡아먹어 버릴 거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로 한때 준성이 말했던 것처럼…
모든 정보의 시작과 끝이 디움에서 이루어지리라.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디움은 그 목표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