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29
– 430화 –
MS의 방문 이후.
준성은 그 사실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비록 [스타벅스], [대영]과 전쟁을 진행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이었지만… 평생을 저 둘과 씨름하며 살 수도 없는 노릇 아니던가? 그렇기에 디움에도 추후 있을 IT 전쟁을 대비해 약간의 씨앗을 심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 씨앗이라는 게 엄청난 건 아니었고…
그저 언론에 MS와의 만남을 알리는 게 전부였다.
‘MS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대기업이자, 팽의 등장 이전까지는 누구도 감히 도전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미국 시총 1위 기업이다.’
팽(FAANG).
회귀 이전 기준, 2010년대 중반의 신조어로서…
무섭게 성장하는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을 뜻하는 말이었다. 추후 2010년대 후반으로 가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로 인해 상황이 역전.
IT 산업의 선두주자가 메가(MAGA)인 [MS]-[아마존]-[구글]-[애플]로 다시금 바뀌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직 10년 이상 남은 미래에 불과했을 뿐.
MS는 현시점에서 패왕이자 제왕이었다.
물론, 그래 봐야 준성의 회귀 이후인 지금은 [SNS], [스마트폰], [검색 포털], [스트리밍]까지 모두 잡은 디움의 추후 IT 산업의 유일왕이 될 테지만…
적어도 지금은 MS가 그 철왕좌를 꽈-악 쥐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근데 그 패왕이 안개에 가려진 강자 디움을 찾아온 얘기를 실수인 척 언론에 살짝 흘려 버린다면?
당연히 언론은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대중과 경쟁자들에게 디움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준성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수신인이야 뭐 언제나 그랬듯…
…
경기도 화성시.
대영 반도체 공장 앞에는 약 100명쯤 되는 노동자들이 한 대 뭉쳐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 노동자는 소모품이 아니다!
– 노동자 사지로 몰아넣는 대영, 반성하라!
– 백혈병 유발하는 위험 물질 노출 금지하라!
– 우리가 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야 하는가!
모두가 붉은색 조끼에 붉은색 머리띠를 맨 채,
노조원들이 공장 앞에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동시에 대영 측의 고용인으로 추정되는 용역들이 그런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었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대기하고 있던 경찰 병력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 가운데 이번 대영 반도체 공장에 생긴 노조원들의 구원자이자, 항상 약자를 돕는 정의의 사도. 정선이 맨 앞으로 나서며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그 모습에서 격동의 80년대에 학생운동 좀 하던 솜씨가 여실히 묻어났다.
– 노동자들은 그저 안전하게 일을 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우리가 왜 위험한 곳에서 일해야 합니까! 우리도 살고 싶습니다! 당신들처럼! 여느 사람처럼! 생존권 보장해 주십시오!
꼭 [성난 정의]라는 말이 형태를 가지면 이럴까?
평소에는 장난 좋아하는 옆집 아저씨처럼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허허실실 웃는 그였지만, 유독 노동쟁의 현장에만 서면 사람이 확 변해버리는 정선이었다.
우동민 역시 그걸 보며 ‘허허허- 정 아저씨 박력 하나는 진짜 죽인다니까’ 하며 카메라를 움직이기 있기도 잠시.
띠로리리- 띠로리리- 띠로리리-
기이한 벨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동민이 혹여라도 전화를 못 받을까 싶어 준성의 번호만 소리를 다르게 저장해 놓은 것이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됐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전화를 받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예 – ! 여보세요 – !”
– 여보세… 어우, 지금 어디세요?
“화성입니다-! 대영 반도체 공장 노동쟁의 중이에요-! 지금 촬영 중이라 통화 오래는 못 할 것 같습니다-!”
– 항상 수고가 많네요. 그럼 바로 본론으로 가겠습니다. 어제 MS가 디움에 왔었습니다. 20조 원에 인수를 희망하더군요. 공식적인 방문이 아니라서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적어도 MS가 언론에 이 정보를 풀기 전까지는.
그 순간 동민의 머리가 새하얘졌다.
MS가 디움을 20조 원에 인수 시도했다?
사실상 한국 기업 M&A 상 최대 규모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며, 디움이 97년에 창립됐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최단기간 조 단위 규모의 회사를 만들었다는 뜻이 된다.
뉴스 내는 순간 특종은 떼놓은 당상이고, 거의 2~3일 동안 신문과 방송을 이 뉴스로 도배해도 될 정도의 커다란 건이었다. 근데 이걸 우동민에게만 알려준다? 단독으로?
무조건 잡아야 하는 건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안타깝게도 동민의 몸이 하나라는 사실이었다.
‘… 내가 지금 빠져 버리면 여기는?’
그 역시 기자인지라 특종 역시 중요했지만, 동시에 대영 백혈병 사건의 취재 역시 사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일이었다. 까닭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이를 꽉 깨물었다.
게다가 지금 홀랑 빠져서 제 이름으로 디움에 관련된 특종을 터트려 버리면, 정선이 바보도 아니고… 동민에게 ND그룹과 강력한 연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터.
물론, 알아봐야 그렇게까지 큰 타격은 없을 것 같긴 했다마는… 정선의 올곧고 타협 없는 외골수적인 면을 생각했을 때, 굳이 그런 도박을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죄송한데요-! 여기에 이틀은 꼬박 붙어있어야 할 것 같아요-! 급한 건이라면 다른 사람 써주세요-! 일단 저는 지금 이 건에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믿음직한 사람 소개시켜 드릴게요-!”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기도 잠시. 갑자기 대영 측에서 고용된 사람들이 뛰어나와 정선을 제지하려 했고, 그와 동시에 시위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이에 동민은 급히 당황하며 어깨와 얼굴로 핸드폰을 고정한 채 카메라를 돌리고 있기도 잠시. 그의 카메라에 기이한 장면이 포착됐는데…
시위에 참여했던 어느 젊은 여자 한 명이,
대치와 동시에 품에서 렌치를 꺼내,
대영 측 사람의 어깨를 찍었다.
뻐 – 억 – !
섬뜩한 소리와 함께 대영 측 용역이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고, 서로 엉겨 붙어있던 사람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 가운데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은 정선이 퍼뜩 정신을 차리곤…
– 왜 폭력을 휘두릅니까! 뭐해요! 저 사람 잡아요!
– 우리가 잡아서 폭력시위 아니라고 어필해야 됩니다!
상황이 격화되기 전에 폭력을 휘두른 노조원. 아니, 쁘락치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입이 맞춰져 있기라도 했던 걸까?
– 야! 씨*, 쳤냐!? 쳤어!? 야! 봐주지 마! 제압해!
대영 측 용역들이 일순간에 노동자들을 덮쳤고, 그와 동시에 경찰들 역시 상황을 제지하기 위해 끼어들었다.
그저 쁘락치가 렌치 한 번 휘둘렀을 뿐이거늘… 그로 인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시위가 한국 최고의 기업 대영을 박살 내기 위한 폭도들의 몸부림으로 변해버렸다.
이에 정선은 미친 듯이 달려드는 용역들과 경찰에게 제압되면서 ‘아, 씨* 진짜!’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동민 역시 인상을 팍 쓴 채 짜증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하지만 화를 낸다고 상황이 변하지도 않을 건 당연지사. 일단 동민은 준성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죄송합니다! 여기 상황이 좀 변했어요! 나중에 연락 드릴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
전화가 끊긴 뒤. 준성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과격한 싸움 소리 통해 시위 현장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깨닫곤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분명 피승원 작품이다. 빌어먹을 놈.’
참으로 악독한 방법이었다.
노조원 사이에 쁘락치를 섞어 그들의 신념에 불순물을 섞고, 중요한 순간에 폭력을 휘둘러 생존을 위한 노조의 절규를 이기적인 노동자들의 탐욕스러운 담합으로 만든다.
그렇기에 제3자 입장에서는 저런 행위로 인해 회사가 성장에 타격을 받는다고 보이기 충분했고 말이다.
‘… 대영, 확실히 그냥 맞진 않겠다는 건가.’
당장 우동민에게 미행을 붙이는 것을 시작으로, 마치 다음 수를 훤히 알고 있다는 듯 함정을 파 놓는다.
하긴. 애초에 독재 정권에서 정부 밑에 붙어 온갖 특혜를 몰아받음으로써 성장한 이들이 바로 지금의 재벌이다. 그러니 이런 공작에는 도가 텄겠지.
물론, 그걸 마냥 덮어놓고 욕할 생각은 없다.
본디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곳이었고, 그들의 눈부신 성장이 지금의 한국을 만든 것 역시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회귀 전의 준성 역시 저 대영의 편에 가담해 [대영의 법칙]이란 이름으로 온갖 편법을 다 써본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저 입장의 차이만 있을 뿐.
적어도 준성은 그들을 욕할 순 없었다.
욕을 할 생각도 없었고 말이다.
그저, 지금은 대영이 본인의 적이었기에…
어떤 방식으로 박살을 내줄까 고민했다.
‘정선과 우동민이 직접 이끈 노조 공격은 막혔다. 인정하지. 이번 전투는 대영 너희의 승리다. 하지만 나 역시 그 반격을 마냥 맞아주고만 있을 생각 따윈 없어.’
준성은 핸드폰을 열어 동민에게 문자를 전송했다.
…
약 1시간 후.
대영 화성 공장 반도체 노조가 제압당했다.
그중 몇몇은 대영 측에 매수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자들이 셔터를 눌러대는 타이밍에 맞춰 경찰 측에 연행됐고, 대부분은 용역들의 매서운 주먹에 실컷 두들겨 맞았다.
마치 패잔병이 이러할까?
오늘 이 자리에 모일 때만 하더라도 대영에게 본인들의 목소리를 높여 회사를 바꾸리라고 다짐했던 영웅들은, 무자비한 폭력 앞에 굴복해 고개를 숙여버렸다.
하지만 그런 슬픔도 잠시.
이내 정선이 대표로 나와 이런 일을 자주 겪어봤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며 노조원들을 다독이기 시작했다.
“좌절할 필요 없습니다! 방금 쁘락치 봤죠!? 용역 봤죠!? 저런 놈들까지 나왔다는 건, 이제 대영도 슬슬 문제가 커진다는 걸 인식한 겁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닿은 거라고요! 근데 왜 다들 고개 푹 숙이고 그러고 있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애초부터 노조가 위협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 대영은 이전처럼 노동자들이 백혈병이 걸리나 마나 깡그리 무시만 했을 뿐. 지금처럼 대응하지 않았으리라.
“저놈들이 더러운 수를 썼다는 건 그만큼 우리를 무서워한다는 겁니다! 잊지 마십시오! 투쟁의 시작은 상대에게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숫자나 도구가 아닌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게 만드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위는 성공한 겁니다! 우리 분노를 보여줬으니까! 일어나요!”
그 말에 사람들의 기운이 되살아난 걸까?
노조위원장이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며, 전국 규모의 노조와 힘을 합쳐 다음에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고. 그와 동시에 노조원들 역시 함성을 내지르며 사기를 되찾았다.
…
그렇게 30분쯤 지난 후.
시위가 마무리되고 모두가 돌아가는 길. 카메라에 저장된 파일을 확인하는 우동민에게 정선이 담배를 문 채 다가왔다.
“쯧. 죽 쒀서 개 줬어. 그치?”
“… 후, 솔직히 좋은 상황은 아니긴 하네요.”
“개뿔. 쁘락치 때문에 폭력시위로 변했고, 결과적으로 대영만 좋게 됐어. 어떻게든 노조 쪽 사기는 살려놓긴 했는데… 이거 자꾸 판이 계속 엎어진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네. 꼭 누가 다 지켜보다가 함정을 파 놓는 느낌이야.”
정선은 담배를 길게 쭈-욱 빨고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꽁초를 집어 던졌다.
“이거 나가리야. 보나 마나 대영에게 매수된 기자들이 오늘이랑 내일 뉴스에 우리 노조 얘기를 잔뜩 쓸 거라고. [대영 반도체 노조, 영업 방해, 재산 손실 몇천만 원] 뭐 이런 식으로 말이지.”
동민 역시 기자로 일했기에 저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특히 대중들에게 노출하기 좋은 자극적인 포인트 역시 여러 번 나왔으니… 두말해서 뭣하랴.
그렇게 둘 다 마른 한숨만 내뱉고 있기도 잠시.
우으으응 –
문득 동민의 핸드폰에 진동이 느껴졌다.
“응? 기자 양반, 문자 왔네.”
정선의 말에 동민은 목걸이로 차 놓은 핸드폰을 열자, 별 쓰잘머리 없는 대출 스팸 문자가 날아와 있었다.
“… 이놈의 대출 스팸은 쉬질 않네요.”
“걔네도 먹고 살자고 그러겠지. 에휴.”
동민은 쯧 소리를 내며 핸드폰을 닫으려는 찰나. 문득 다른 문자가 하나 더 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곤 습관처럼 그걸 넘겨보고는 제 동공을 크게 부풀렸다.
– [발신자 : 이준성 대표님]
– 상황 보아하니 대영 측에서 손을 써서 시위가 물거품이 된 것 같네요. 그리고 다른 기자들이 이번 사건을 큼지막하게 보도해서 노조 측에 피해를 입히겠죠.
– 마침 잘됐네요. 저희한테는 특종 있지 않습니까? 그걸로 덮으세요. 디움 MS 인수 건으로. 관련 자료는 우 기자님 메일에 보내 놨습니다. 아마 이거면 대영 노조 폭력시위 관련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겁니다.
이에 동민은 그제야 머리 위로 느낌표를 띄웠다.
워낙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잊고 있었거늘… 동민은 분명 오늘 일어난 이 참사를 모조리 덮을 수 있는 엄청난 파워의 특종을 제 손안에 들고 있었다.
고민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정 노무사님! 죄송한데, 저 오늘 급한 일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봬요.”
“엉? 밥은? 자네도 고생했잖아.”
“다음에 같이 먹어요. 그땐 제가 살게요.”
“워… 어지간히 바쁜가 보네. 그래. 가 봐. 나는 혼자 쓰린 속 채워야 하니 깡소주나 까야겠어. 다음에 보자고.”
동민은 쓸쓸하게 등을 돌리는 영웅을 보며,
속으로 슬픈 미소와 함께 위로를 건넸다.
‘아뇨, 오늘 소주 드실 필요 없을 거예요.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무도 오늘 사건에 관심을 두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늘 저녁 단독으로 뉴스를 터트려야만 했기에, 동민은 바로 달려나갔다.
‘대영, 너희의 같잖은 장난질을 쓰레기로 만들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