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31
– 432화 –
뉴스가 나가고 사흘 뒤.
ND 빌딩 앞에는 기자들이 가득했다.
20조 가치의 초특급 IT 비상장 기업의 등장과 더불어, 후끈 달아오른 여파를 타고 다들 한 줄이라도 더 기사를 쓰기 위함이었다. 그걸 증명하듯…
– 국내 최초로 10조 이상 비상장 IT 기업을 키워내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한 말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 MS가 20조라는 인수 대금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인수를 거절하신 이유는요!?
– 일각에서는 디움이 이뤄낸 이러한 성공이 모두 현 집권여당의 강력한 IT 드라이브 덕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답 부탁드립니다!
오늘 아침. 권영이 영국으로의 출장을 마친 뒤 출근하자마자 기자들이 무슨 벌떼처럼 달려들었고, 그 덕에 권영은 거의 도망치듯 ND빌딩 안으로 들어왔다.
그나마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던 보안 요원들이 밀려드는 기자들을 막아내려 했지만, 막무가내였기 때문일까?
그들은 온갖 거친 말과 몸짓으로 경비를 밀어내고 ND 빌딩 로비까지 진입. 이후 집요한 취재 요청은 권영이 제 키카드를 찍고 본격적인 업무 공간에 들어가기까지 계속됐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권영이 한 말이라고는…
“나중에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가 전부였다.
덤으로 권영만 저런 일을 겪은 건 아니었다.
네스트가 디움의 모회사라는 사실 이미 익히 알려진 정보다. 까닭에 재민 역시 오늘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정말 농담 안 하고 기자들이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밀려들었다.
심지어 그 와중에 재민의 귀를 촬영용 카메라가 아예 덮어버릴 정도로 초근접 1cm 접사가 이뤄졌음은 물론, 입 한 번 잘못 열었다가 입에 마이크가 쑤셔박힐 것만 같았다.
– 디움의 가치가 20조가 된 소감이 어떠십니까!?
– 네스트가 디움을 인수할 때만 해도, 말도 안 되는 비관련 다각화라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그런 발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현재 디움 지분의 70%가량이 네스트의 소유라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디움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또한, 한국 2위 부자가 되실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상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재민은 죄다 무시하고 지나가려다가, [한국 1위] 부자라는 말에 잠시 멈칫거렸다. 이유인즉슨… 김재민은 네스트 지분의 약 8%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한국 부자 1위?
네스트 역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디움 못지않은 가치를 가진 게 사실이긴 했다마는… 그럼에도 8% 가지고 한국 부자 1위는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대표님하고 나하고 헷갈렸구만.’
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준성은 사업 극 초기를 제외하고는 제 정체를 극단적으로 숨겼지만, 반면 재민은 네스트 홍보를 위해 언론 노출을 포함해 온갖 대외활동을 벌여댔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네스트의 주인] = [김재민]이라고 보일 법도 했다. 특히 이번 특종에 ND 그룹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파리처럼 들러붙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재민 역시 기자들에게 간단히 대답했다.
“네스트가 분명 디움의 지분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경영권 보장을 약속했습니다. 그렇기에 디움의 의사결정은 모두 디움 내부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저희 네스트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렇게 재민이 담백하게 밝히고 떠나려고 할 무렵.
만난 김에 다른 기사라도 건지게 싶었는지 어느 기자가 불쑥 ‘남자 신데렐라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신데, 지금은 그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말이다.
이에 재민은 픽 미소를 짓곤 대답해줬다.
“경영자가 수완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유명해지는 것 자체가 퍽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솔직히 나쁜 별명이라고는 생각 안 합니다. 동화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요.”
그 대답에 기자들은 얼쑤 좋거니 바로 그와 관련된 질문들을 던져댔지만, 재민은 그저 미소만 지은 채 사라졌다.
덤으로 준성 역시 정문을 통해 출근했는데…
아무래도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준성을 알아본 것 같은 기자 한 명이 다가왔지만…
“어? 네? 저요? 저는 네스트 재무팀 이준수 대리입니다만, 저라도 괜찮으면 인터뷰해드릴까요? 와, 저 TV 나오는 거예요? 멋지게 찍어 주세요. 사장님이 보셨으면 좋겠네요. 헤~ 동료들한테 자랑도 할 수 있겠고요!”
능구렁이와 너구리를 반씩 섞은 표정으로 실없게 헤실헤실 웃고 있자니, 기자가 ‘어… 아닌가?’ 하는 표정을 짓고는 ‘죄송합니다, 실례했습니다!’ 하고는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준성은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괜히 기자들에게 둘러싸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꾸-욱 참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네스트 안은 조금 시끌시끌해져 있었다.
아무래도 네스트와 디움이 별개의 회사거니와, 재무나 회계 혹은 기획 관련 부서가 아닌 이상에야… 일반 직원 입장에선 디움이 저렇게까지 성장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를 의식했는지, 재민은 아침 댓바람부터 팀장급 직원들을 모아 놓은 채 사기고취 겸 주의점을 전달하고 있었다.
– 최근 디움 관련 문제로 뒤숭숭한 거 아는데, 어차피 우리랑은 상관없는 얘기야. 괜히 밖에 나가서 기자들한테 괜한 말 하지 말고, 지금은 스타벅스와의 전쟁에 집중해.
– 그리고 몇몇 직원들은 모회사보다 자회사가 커졌네, 뭐네 하는 얘기 하는 모양인데.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디움은 디움이고 네스트는 네스트야. 우리 자리를 지키며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알겠어?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준성은 괜히 분위기 망칠 것 없이 못 본 척 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언제나처럼 경영지원본부 측에서 잘 정리해서 올려놓은 국내-외 신물들과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유료 정보. 그 외에도 기타 시장 분석 자료들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그렇게 약 30분쯤 읽고 있었을까?
우으으응- 우으으응-
준성의 개인용 핸드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누군가 싶어 슬쩍 살펴보자…
“어, 성희야.”
– 오빠, 지금 바빠?
“아니. 괜찮아. 왜 그래?”
아무래도 평소에 배려하고 싶었기 때문인지 업무 시간에는 잘 연락하지 않던 성희였다. 근데 굳이 이 이른 시간에 전화를 했다는 건 아마 뭔가 일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 음… 있잖아, 미안한데… 크리스마스 이브 때 아버지랑 좀 같이 볼 수 있을까? 솔직히 크리스마스가 우리한테 중요한 순간인 건 아는데… 아빠가 꼭 좀 같이 보자고 하셔서.
안 될 게 뭐 있으랴.
솔직히 아직 자주 보진 못해서 퍽 어려운 장인이었지만, 어차피 추후 가족이 될 사이 아니던가? 게다가 보교와 ND 둘 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줄 수도 있으니, 아마 앞으로 생각 이상으로 자주 마주치게 될 터.
굳이 피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응. 괜찮아.”
– 미안해… 우리 항공권도 다 취소해야겠네… 저번 크리스마스 때 같이 못 있어서 오빠가 오래간만에 휴가까지 뺀 건데… 힝… 아쉽다…
“에이, 미안할 게 뭐 있어. 아버님 뵈러 가는 건데. 그리고 저번에는 내가 일한다고 일방적으로 펑크냈잖아? 그러니까 하나도 안 미안해해도 돼. 그리고 장소도 상관없어. 너랑 같이 있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그 말에 성희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살짝 톤이 높아진 목소리로 이런저런 얘기를 꺼냈다. 이번에 예능에서 재밌는 장면을 만들어서 기분 좋았다는 등, 방송국에서 준성에 대한 이런저런 화제가 돌아다닌다는 등.
분명 시시콜콜한 얘기였지만, 화자가 성희였기에 준성은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듣고 있길 약 2분.
– 아, 오빠 일하는 중이지… 얘기 더 하고 싶은데… 방해하면 안 되니까 이제 끊을 게… 대신 우리 크리스마스 이브에 약속 시각보다 일찍 만나자. 나 오빠랑 오래 있고 싶어!
“그래, 알겠어. 더 일찍 보자. 약속. 그리고 전화 더 해도 되는데? 어차피 나도 그냥 모니터링 중이었어.”
– 안 돼. 나 그러면 막 오빠 퇴근할 때까지 붙잡고 있을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참을 거야…
성희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고,
준성 역시 5분 남짓했던 즐거운 시간을 마무리했다.
…
시간이 훌쩍- 훌쩍- 흘러 12월 24일.
2005년도 벌써 막바지에 들어섰고, 거리에는 유명한 캐롤이 울리며 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 가운데 시청역. 준성이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얼마 후 성희가 지하철역에서 올라왔다.
보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검은색 웨이브 진 머리에, 상의로는 검은색 터틀넥을 입었으며, 그 위로는 성냥팔이 소녀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숄. 하의로는 검은색 스키니진에, 구두는 앞굽이 있는 펌프스 힐까지.
‘… 항상 볼 때마다 참 현실감 없다.’
꼭 연예인이 화보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 그리고 실제로도 저게 꼭 틀린 말은 아니었던 게…
– 어? 신성희 아니야?
– 맞는 것 같은데? 대박사건… 완전 예뻐…
– 와, 씨*. 방금 그 여자 봤냐? *나 쩐다.
– 저거 신성희 아니냐? 맞는 것 같은데?
– 신성희가 왜 지하철역에서 나와? 아니겠지.
당장 준성 옆을 스쳐 지나간 여고생 두 명이 바로 성희를 알아봤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긴. 최근 가장 핫한 아나테이너로 떠올라 TV를 틀 때마다 심심하면 그녀의 예능이 재방송 되고 있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게 오히려 이상하리라.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성희는 언제나 그렇듯 준성을 발견하자마자 오도도- 뛰어와선 그대로 포-옥- 안겨 버렸다.
“헤- 좋다- 보고 싶었어.”
준성은 마치 강아지처럼 제 품에 안겨 올려다보는 성희가 퍽 귀여웠으나, 그와 별개로 주변 시선이 한순간 확 쏠린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얼굴과 등이 동시에 쫄깃해지는 기분이 이럴까? 아마 고개를 휙 돌리면 최소 2~4 사람과 눈을 마주칠 수 있으리라.
“응? 오빠 왜 그래? 나 안 보고 싶었어?”
“아? 아니. 잠깐 다른 생각 좀 하느라.”
“뭔데?”
“… 스캔들 터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 말에 성희는 씨익- 웃는가 싶더니, 그런 거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그대로 까치발을 들고는 준성의 입에 쪽- 하고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괜찮아~ 어차피 결혼할 건데 뭐. 가자~”
이후 그녀가 먼저 팔짱을 끼고 이끌었기에,
준성 역시 그냥 픽 웃고 흘려 버리기로 했다.
‘… 어떻게 보면 유명해지는 건 숙명 같은 걸지도.’
이는 비단 성희에게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었다.
특히 이번 [디움 20조 인수 사건]으로 더더욱 느꼈지만, 이제 마냥 뒤에서 전략만 짤 수는 없어질 게 분명했다.
특종을 원하는 기자들은 분명 네스트와 디움의 뒷조사를 시작할 테고, 거기에 세금 관련 정보까지 손에 넣는다면…
아마 ND그룹의 소유 대부분이 준성의 것이라는 게 까발려질 터. 그 순간부터 준성은 가려진 사람이 아닌, 유명한 기업가가 될 게 분명했다.
솔직히 달갑지 않은 상황이긴 했다.
준성은 제 유명세를 통해 기업을 홍보하고, 기업 활동의 최전선을 달리며 직원들을 직접 이끄는 선봉장보다는… 뒤에서 판을 짜고 방향을 제시하는 책사에 가까운 사람이다.
까닭에 경쟁사와 더불어 전략을 주고받아야 할 CEO의 정보를 습관적으로 숙지해 놓는데… 준성이 유명해진다는 건 곧 적들 역시 그럴 수 있다는 뜻과도 같으리라.
변수가 늘어날 건 당연지사요,
때에 따라서는 카운터를 맞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함정을 밟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뭐 어쩌랴.
언제까지나 마냥 숨어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더 숨기에는 준성의 덩치가 이제 너무 커졌기도 했고.
‘뭐, 어차피 유명해진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오히려 내가 유명해진다면 그걸 역으로 이용하면 그만이야.’
준성은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고는,
이제는 성희와의 데이트에 집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