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33
– 434화 –
“곧. 자네가 신흥 재벌이 된다는 얘기지.”
그 말에 성희는 기쁜 일이라는 듯 얼굴에 미소를 드리웠지만, 반면 신창호 회장과 준성은 그렇지 않았다.
창호는 어딘가 오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준성은 복잡한 표정으로 뭔가 골똘히 생각했다.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기업집단이 재벌로 지정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좋은 점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한국에 있어 재벌이 된다는 것은 곧 막강한 권위를 얻는다는 것과 같다. 애초에 경제경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행정적 편의를 위해 기업들을 집단으로 엮어 놓은 게 [재계서열]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재벌은 국가가 인증한 대기업이란 얘기다.
그렇기에 재벌이 되자마자 협력업체들에게 엄청난 신뢰도를 얻음과 동시에 경쟁자들에게는 공포감을 불어 넣는다.
이걸 굳이 거창하게 설명할 것 없이, [대영], [현룡], [동남], [보교]라는 이름이 가진 힘을 생각하면 편했다.
[대영맨]이라는 말이 왜 나오고, [푸른 혈맹]이라는 왜 말이 나오겠는가? 바로 선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주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투자자들 역시 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긍정적인 일이다.
‘… 하지만 문제는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다는 거다. 오히려 재벌이라는 명패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해.’
준성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뿐이랴? 단점은 저게 전부가 아니다.
제일 먼저 위에 언급된 장점 중 네스트와 디움에게 적용될 만한 게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애초에 둘 다 비상장기업에 투자는 개뿔 채권조차 잘 발행하지 않는 기업인데, 그깟 신뢰도 따위 필요할 리가.
게다가 상대하는 적들 역시 [대영], [스타벅스],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 더 나아가 적어도 한 사업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정점을 찍은 기업들이다. 근데 그 와중에 공포감?
그딴 건 자기보다 덩치가 현저히 작은 기업들과 하청업체를 쥐어짤 때나 필요하지… 자기보다 더 큰 상대. 특히 외국에 있는 기업들에게는 있으나 없으나 똑같았다.
‘오히려 외국 기업들 입장에서 네스트와 디움이 재벌이라는 이름으로 국가 주요 관리 대상 집단이 됐다는 걸 알면, 경쟁 전에 준비를 더욱 단단히 할 거다.’
게다가 문제는 저뿐만이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재벌은 애초에 그 태생부터가 국가가 [관련 산업에 문제 생겼을 때 1순위로 조져야 할 놈]이라고 딱지를 붙여 놓은 것에 가깝다.
실제로도 경제 관련 대통령 면담 당시, 재계서열 순서대로 의전이 진행되는 것이 공식(물론, 잘 지켜지진 않고 총수들 나이 및 영향력 순서대로 진행되기에 형식상의 절차에 가깝긴 하다)이었고 말이다.
그 덕에 극단적인 친-재벌적 노선을 타는 권력자 혹은 정경유착을 좋아하는 부패한 정치인이 아니고서야, 안 좋은 점이 더 많을 수밖에. 그걸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첫 번째로, 동일인.
곧 우리가 흔히 아는 [총수]가 되는 순간…
국가는 [법인]이라는 이름으로 지정된 하나의 인격체를, 자연인(사람)인 총수와 동일한 존재로 취급한다. 그리고 이 간단한 문장 하나가 무슨 무서운 일을 불러오냐면…
기업에 대한 준성의 책임이 무한으로 지고,
문제가 터졌을 때 말 그대로 탈탈 털리게 된다.
기업에서 사회적 물의가 터졌을 때 괜히 총수들이 퍼포먼스 하듯 기자회견 열고 제 정수리가 보일 정도로 그 꼿꼿한 허리를 푹-푹- 숙여대는 게 아니었다.
두 번째로, 상호출자 금지.
한국에서 어느 기업집단이 재벌이 되는 순간 [상호출자 금지]라는 족쇄가 걸리게 된다. 이는 쉽게 얘기해서 계열사들이 각자의 지분을 나눠 갖는 것으로, 예를 들자면…
– 준성은 [네스트]를 지배함.
– [네스트]가 [디움]을 지배함.
– [디움]이 [유니드어스]를 지배함.
– [유니드어스]가 [네스트]를 지배함.
– [네스트], [디움], [유니드어스] 다 내 것.
한 마디로 계열사 간의 지분을 서로서로 나눠 원형으로 연결한 뒤… 하나의 회사를 통해 모든 계열사를 지배하는 방법이 바로 [순환출자]였다.
물론, ND 그룹은 모든 회사가 비상장기업이고 모든 지분이 준성에게 몰려있기에, 사실상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이상 경영권 박탈이 불가능하기에 딱히 저런 구조를 할 필요가 없긴 했지만…
‘… 선택지 하나를 잃었다. 이는 전략의 유연성이 감소했다는 거고, 위기 상황을 회피할 수단이 줄었다는 거다.’
세 번째로, 국가의 감시.
재벌이 되는 순간 사실상 해당 산업의 지배적 기업이 됐을 가능성이 높기에, 국가의 감시가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일감 몰아주기]나, [불공정 거래] 등의 행위가 일체 불가능해진다. 특히 이 부분이 뼈아프지 않을 수 없었는데…
준성은 여태까지 제 기업 간의 수혈을 [내부 거래], [채권 발행], [주식 판매] 등의 방법으로 진행했다.
그 예시를 간단히 들어 보자면…
– 결과적으로 자금은 [네스트] = > [네스트 베트남] = > [디움] 순으로 흘러들어 가게 됨. 결과적으로 증여가 아니므로 비교적 적은 세금으로 자금 수혈이 가능해짐. [채권] – [네스트]가 [디움]에게 100억 원의 채권을 발행.
– [디움]은 채권의 대금으로 100억을 건넴. 네스트는 이로써 100억의 긴급 자금을 수혈받음. (설명을 위한 것임으로, 복잡한 과정 및 이자 등의 변수는 모조리 생략했음)
– [네스트]는 추후 그 금액을 유용하게 사용한 뒤, [디움]에게 수혈이 필요할 때 해당 채권을 회수함. [주식] – ND 그룹의 모든 계열사는 비상장 회사임.
– 주식거래는 개인 간의 자유의지로 인한 것이므로, 가격 책정은 이해관계자의 의지에 따라 마음대로 책정 가능.
– [네스트]가 [디움]에게 자사의 주식을 비싼 가격으로 판매. 급히 돈을 수혈받은 뒤, 추후 비슷하거나 할인된 가격으로 재구매하는 형식으로 자금의 흐름을 만듦.
– 이는 [통정매매]라고 불리며, 네스트처럼 일반 투자자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비상장기업은 대규모가 아닌 한 딱히 큰 문제가 없으나… 상장 기업의 경우 주가조작이 가능해지기에 불법임. 발각 시 강력한 처벌을 받음.
… 대충 이랬다.
위의 세 가지 예시는 모두 설명을 위해 간략화한 것이며,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한 방법을 통해 기업 간의 큰 규모의 돈을 주고받았었다.
‘하지만 공정위가 ND 그룹을 재벌로 지정하는 순간, 감시가 빡빡해져서 기업 간의 수혈에 제동이 걸리거나 과징금이 날아올 수 있다.’
까짓거 과징금은 내버리고, 문제가 될만한 것은 법무팀 될만해서 막아버리면 그만이긴 했다마는… 문제는 그 과정에서 소음이 생기는 것과 더불어 행동이 굼떠진다는 거였다.
여담으로 불공정 거래 등의 불법은 어차피 안 할 예정이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었기에 딱히 큰 문제는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유명세.
공정위가 준성을 총수로 지정하는 순간 준성은 일반 기업가가 아닌 국가가 인정한 ‘경제인’이 된다. 이는 곧 준성이 맘먹고 숨어봐야 숨을 수 없다는 것을 뜻했고…
문제가 터질 때마다 청문회 불려 나가는 건 기본이오, 정책 자문 관련으로 대통령이나 정부 관계자에게 호출을 당할 수도 있게 된다.
이렇듯 재벌이 된다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괜히 수도 없이 많은 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넘어갈 때마다 싫다고 엎어져서 떼를 쓰거나, 심하게는 편법을 써서라도 중소기업 내지는 중견기업으로 남으려고 하는 피터펜 콤플렉스에 걸리는 것만 봐도 그랬다.
물론, 준성은 제 회사들이 무섭게 성장하는 것을 보며 언젠가는 재벌이 될 거라고 내심 짐작하긴 했다마는… 그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중소기업(05년 시점에선 중견기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음)으로 남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던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준성은 올 게 왔다는 표정으로 담담하게 대답하자,
신창호 회장은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되물었다.
“대답에 뜸을 들였던 것을 보아하니, 재벌이 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아는 것 같은데… 담담하군 그래.”
“어차피 계속 일을 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그저 휘둘리는 것보단 빠르게 대응책을 준비하는 게 최선이고요.”
창호는 그 대답이 퍽 마음에 들었다.
준성은 재벌이라는 이름과 타이틀에 휘둘려 단순히 기뻐한다기보다는, 앞으로 있을 파도부터 걱정했다. 이는 회사를 책임지는 경영자로서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었기에.
“그래. 비상장 재벌로서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묻게. 내 손 닿는 곳까지 모두 알려줄 테니 말이야.”
참고로 보교그룹 역시 비상장 재벌에 속했다. 이는 금융과 산업 자본을 떼어 놓는 [금산분리 정책] 때문인데…
[보교문고]는 서적을 판매하는 [소매업]이다.
이렇듯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이 혼용된 형태다.
근데 그 와중에 보교문고가 상장 당시, 국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산업이므로 예외를 인정한다] 라고 말하며 상장을 허가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자…
[금산분리 정책에 따라 일반 투자자의 보호를 위하여 보교 생명은 상장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상장한 보교문고의 경우 문제 삼지 않겠다]라며 말을 바꿔버린 것.
보교 입장에선 제대로 빅엿을 먹은 것이었으나, 뭐 법이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결국, 보교그룹은 이 문제에 발목이 잡혀 상장을 포기. ND그룹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최대의 비상장 회사이자 비상장 재벌이었다.
그러니 신창호 역시 비상장 그룹의 재벌으로써 이런저런 노하우를 제 예비 사위인 준성에게 알려주려는 것이리라.
“감사합니다. 처음 가는 길이라 당황스러울 것 같았는데, 아버님의 도움이 있다니 든든합니다.”
그 말에 신창호는 뭐 당연한 거 아니겠냐는 듯 허허허- 웃기도 잠시. 이내 눈이 날카로워졌다.
애초에 공정위에서 준성을 ND 그룹의 총수로 지정하려는 정보를 전달하고자 했다면, 전화 내지는 비서를 통해 전했어도 됐다. 굳이 성희와 함께 볼 필요는 없었을 터.
준성 역시 이를 알았기에, 신창호의 눈을 보며 이제 슬슬 본론이 튀어나오겠다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살짝 무거워진 공기가 몇 초쯤 흘렀을까?
“그래서 결혼식은 언제 올릴 생각이더냐?”
본론으로 추정되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ND 그룹이 공정위에 의해 재벌로 지정되고, 그 총수로 네가 지목되면 언론의 관심이 쏟아질 거다. 그러면 너와 성희의 결혼식 역시 마찬가지로 세관의 관심이 쏠리겠지.”
그 말에 성희는 그제야 ‘아!’ 소리를 내며 뭔가 깨달은 듯 놀란 표정을 지었고, 준성 역시 창호의 말에 망치로 한 대 맞기라도 한 듯 그래도 굳어버렸다.
실책이었다.
여태까지 일만 보고 달렸고, 결혼에 대해서는 당연히 할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전혀 상상치 못했던 점이었다.
당장 [남자 신데렐라]인 김재민부터가 동남그룹과의 결혼 이후, 그의 절친한 친구부터 시작해서 부모 심지어는 얼굴 별로 보지도 않은 동창들까지 기자들에게 시달렸지 않았던가?
“너도 알다시피 성희는 아나운서다. 그리고 이제는 아나테이너? 아나탤런트? 흠… 어쨌든 그렇게 불리며 거의 연예인과 같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더구나. 분명 파장이 클 거다. 그 과정에서 성희가 피해를 볼 확률이 높겠지.”
신창호는 그렇게 말하고는,
제 잔에 직접 술을 따라 마신 뒤,
준성에게 살짝 훈계하듯 말을 이었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기자들의 욕심이 합쳐지면, 부풀어진 악의가 되기 마련이다. ‘알 권리’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되어, 유명하고 재산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생활을 모조리 밝혀 버리지. 마치 사람들 앞에서 옷을 강제로 벗겨버리는 것처럼. 그러니 서두르는 게 좋을 거다. 자네야 딱히 큰 문제가 없겠지만, 성희에게는 큰일이 될 수도 있어. 자칫 잘못하면 일을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
어투 자체는 꽤 강했지만, 그 안에는 제 딸과 사위가 될 준성을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아마 창호 역시 공정위에 관련된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전하기 위해서 오늘 자리를 마련한 것이리라.
“… 죄송합니다.”
“아니, 사과할 거 없다. 아직 문제는 터지지도 않았고, 일어나기 전에 파악했으니까. 그리고 원래 남자가 뭔가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것을 쳐다보지 못할 수도 있는 법이지. 그리고 너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그래서. 너희 생각은?”
그 말에 준성과 성희가 서로를 마주 봤고,
성희는 어딘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속삭이듯 말했다.
– 나는 괜찮아. 이것저것 준비하고 싶은 건 많긴 했는데, 그래도 그런 것보다는 오빠랑 결혼한다는 게 중요하니까.
준성은 미안한 눈빛을 가득 담아 대답했다.
– 미안해… 내가 일에 정신 팔려서 공정위 쪽을 생각 못 했어… 정말 중요한 일인데… 내 생각이 짧았네…
그 말에 성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아냐… 오히려 내가 연예인처럼 되어 버려서 생긴 일이잖아. 그러니까 오빠가 사과할 거 없어. 괜찮아. 그리고 나 좋은걸? 오빠랑 조금 더 빨리 결혼할 수 있으니까.
얘기는 딱 거기까지였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기에,
준성과 성희는 서로의 손을 마주 잡은 채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버님.”
“아버지 말씀대로 조금 서두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