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34
– 435화 –
신창호 회장과의 만남 이후.
준성은 성희와의 결혼을 서두르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머지않아 준성이 총수로 지정됨과 동시에 언론의 관심이 쏠릴 것은 당연지사였고, 그와 동시에 이미 반쯤 연예인이 된 성희가 연인이라는 게 밝혀진다면…
보나 마나 영 껄끄러운 일이 발생하리라.
준성과 성희 둘 다 서로의 배경보다는 사람을 보고 만났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둘만 아는 사실일 뿐. 남들이 보기에는 조금 다르게 비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당장 연예인이 기업가와 결혼을 할 때만 하더라도 주변 반응이 대부분 이렇지 않던가?
– 돈 보고 결혼했네.
– 쯧쯧쯧, 돈이 그렇게 좋대?
– 연예인들 맨날 그렇더라, 얼굴 알리고 돈 많은 기업가랑 결혼. 이제는 질린다 질려. 얘도 그냥 똑같네.
당장 일반 연예인마저도 결혼은 개뿔, 스캔들이 터지자마자 그와 관련된 상품들을 파괴하며 분노를 내뿜거나, 심하게는 극심한 안티로 돌아서는 일이 허다했다.
사실 준성이야 언론을 다루는 법과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깔끔하게 무시하는 게 익숙하다지만… 성희는 아닐 터.
그러니 이 결혼이 그녀에게 극심한 타격을 주고, 더 나아가 분노한 여론에 의해 직업을 잃을 수도 있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었다.
동시에 성희 역시 그런 마음을 알아준 걸까?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준성에게,
애써 웃으며 말을 건네왔다.
“오빠, 나는 진짜 괜찮아. 결혼 빨리할 수 있으니까 더 좋아. 오히려 내 유명세 때문에 오빠한테 피해를 준 것 같아서 미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러려고 예능 출현한 거 아닌데, 조금은 서글프네’라며 어딘가 씁쓸한 말을 내뱉었다.
“아냐. 괜찮아. 그런 표정 짓지 마. 네 말대로 어차피 언젠가 할 결혼을 조금 더 일찍 당겼을 뿐이잖아? 그러니까 이제부터 열심히 준비하자. 결혼식장도 알아보고, 우리 신혼집도 구하고, 혼수도 뭐 할지 결정하자.”
성희는 잠시 기분이 좋아진 듯 얼굴에 웃음을 머금었지만, 이내 다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 근데 오빠 한창 바쁜 데 시간 뺏는 것 같아서 미안해. 그러니까, 최대한 나 혼자 많이 알아보고 오빠는 결정만 할 수 있게 할게!”
“아냐. 같이 알아봐야지. 같이 하는 결혼이잖아.”
그 말에 성희는 그것만은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굳건한 표정으로 준성을 쳐다봤다.
“안 돼. 오빠는 일해. 솔직히 내가 아나테이너 한다면서 예능 출현만 안 했어도 이렇게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었잖아. 그러니까 오빠한테 피해 주기 싫어. 그러니까 내 말 들어.”
평소 살짝 수동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던 그녀였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듯 입술을 꽉 다물었다.
준성은 그런 배려가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했기에… 그냥 못 이기는 척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알겠어.”
“응!”
성희는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는지,
준성의 손을 붙잡고는 다음 약속 장소.
2년 전 둘이 처음 만났던 그 호텔로 향했다.
…
시간은 훌쩍훌쩍 잘 흘러갔다.
준성은 언제나 그렇듯 연말에는 시간을 비워 가족, 연인과 함께했다. 아무래도 평소에 워낙 바쁘게 지내기에 이렇게 억지로라도 시간을 빼지 않으면 만나기 힘들었기에.
덤으로 그 휴식 사이에 상견례 역시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상견례는 결혼 날짜를 잡아놓고 느긋하게 진행하는 게 보통이었으나, 아무래도 준성의 총수 지정과 더불어 성희의 스캔들이 우려됐기 때문일까? 신창호 회장의 강력한 주장 아래에 그 날짜가 조금 앞당겨졌다.
게다가 준성 역시 더 미루다간 [대영]-[스타벅스]-[구글]과의 전쟁에 치여 과장 조금 섞어 영원히 결혼하지 못할 것 같았기에 서두르고 싶었고 말이다.
덤으로 그 과정에서 준성의 어머니께서는 아무래도 상대 집안이 집안이다 보니 여러 가지로 걱정을 하시는 듯했지만, 준성이 옆에서 균형을 잘 잡아줬다.
– 괜히 가서 큰일 나는 건 아니겠지?
– 에이, 큰일은요. 그냥 인사드리는 건데요 뭘. 이제 저랑 성희랑 결혼하면 가족이 되는 거잖아요.
– 그래두… 보교그룹이 사돈이라니… 하이고… 좋긴 한데… 정말 좋긴 한데… 내가 괜히 짐이 될까 봐 자꾸…
– 어머니. 아니, 엄마. 엄마가 잘 키운 아들이 곧 대한민국의 재벌 총수가 돼. 짐은 무슨. 그런 말 하지 마.
– 이, 있잖아. 옷은 어떻게 입는 게 좋을까?
– 편한 대로 입으시면 될 것 같아요. 이참에 그냥 저랑 같이 옷 사러 갈까요? 제가 옷 봐 드릴게요.
– 그쪽 가족분들은 몇 분이나 오신다고 하시니?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은 너랑 나밖에 없으니까…
– 간단히 장인어른과 장모님 그리고 처남(형님)이 오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도 제 사정 전부 알고 계시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렇게 급하게 잡힌 상견례긴 했지만,
이미 준성과 성희의 마음이 정해졌기 때문일까?
별다른 문제나 사건 없이 훈훈하게 잘 진행됐다.
특히 신창호 회장과 그 부인은 성격 자체가 권위적이지 않고 온화했기 때문인지, 준성과 업무와 관련해서 만났을 때와 달리 연일 부드러운 어조로 상황을 이끌었고…
성희의 오빠이자 준성의 처남인 보교생명 신용희 전무 역시 화사한 웃음으로 둘의 결혼을 축하해줬다.
어머니 역시 처음에는 긴장하셨으나, 이내 분위기에 적응이 되셨는지 얼굴에 미소를 만개하시며 예비 사돈과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았다.
…
이후 남은 연말 시간을 이용해 준성은 성희와 함께 결혼식에 대한 준비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조력자가 나타났다. 그 정체는 바로…
– 오호홍~ 축하드려요~ 드디어 두 분 사랑이 결실을 맺었네요. 이 좋은 일에 제가 빠질 수 없죠.
– 소문 들어보니까 결혼 준비하신다고요? 근데 시간이 많이 없으시다고요? 괜찮아요, 나 정 마담이 있으니까요.
– 원하시는 거 다 말씀만 하세요. 이래 봬도 제가 여러 재벌가 자제분들의 결혼식을 도와드린 몸이랍니다~?
바로 한때 준성을 노리던 날카로운 매이자,
지저분한 분홍색을 연상시키는 마담뚜이며,
동시에 준성과 성희를 연결 시켜준 존재.
상류층 중매 전문가, 정 마담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정보를 입수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정 마담은 준성이 예식장을 알아보려고 컴퓨터를 켠 순간 전화를 걸어왔다.
아마 예상컨대, 한창 일적으로 물이 올라 바쁜 성희와 준성을 모두 고려해 장모님께서 연락한 것이리라. 당장 성희에게 정 마담을 붙인 것 역시 그녀였으니 말이다.
솔직히 한때나마 사냥감(??)의 입장에 놓여 있던 준성은 개인적으로 정 마담이 퍽 불편했다마는… 그녀는 제 말마따나 결혼의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던가?
“오빠, 음… 우리 정 마담님께 맡길까? 솔직히 우리보다 저분이 훨씬 더 잘 아시잖아. 대신 내가 이것저것 중간중간 확인 잘해볼게.”
게다가 성희도 슬쩍 맡기자는 말을 꺼냈기에,
준성 역시 못 이기는 척 맡기기로 했다.
“그래, 그럼 그럴까?”
“응! 대신 알아보는 시간 빼서 나랑 더 같이 있자!”
준성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
2005년 12월 31일.
준성은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TV를 통해 새해 카운트다운을 지켜봤다. 본래 준성은 성희와 만난 이후 되도록 그녀와 마지막 날을 함께하려 했지만…
대애앵- 대애앵- 대애애앵-
– 이로써 2006년 병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추후 준성의 개입이 없다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함으로써 대통령이 되는 서울시장, MB가 보신각에서 종을 치는 것을 배경으로. 성희가 마이크를 든 채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랬다.
그녀의 직업은 KBC의 아나운서.
아무래도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행사 때마다 여기저기 부르기에 딱 좋은 존재들이었다. 연예인 MC들처럼 너무 가볍지도 않고, 회사 직원이라 맘대로 부리기도 편했으니 말이다.
덤으로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얹자면..
그녀는 현재 가장 유망한 아나테이너로서 A급 연예인에 준하는 인기를 구사하고 있었지만, 정작 벌이는 시원찮았다.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그녀가 촬영한 광고 1편을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수익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녀가 [정직원 아나운서]라는 점 때문인데, 일반적으로 방송국에 고용된 아나운서들은 딱 고정된 월급만 받는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는데…
– 아니, 그럼 예능에 출현하는 출연료는?
타당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다.
정직원 아나운서에게 있어서는 예능 출현 역시 근무의 일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추가근무가 발생했을 시 그만큼의 수당은 주어진다마는… 연예인들처럼 출연료는 받지 못한다. 그나마 비슷한 게 하나 있긴 했는데…
– 출현료? 그런 거 없어~ 대신 ‘자료 수집비’로 한 촬영에 2만 원 수당 나와. 그래도 뭐, 아무것도 못 받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고 있어. 나 막
이렇듯 추가 수익 따윈 없었다.
까닭에 교양 프로그램 PD 입장에서 ‘아나운서’는 거의 무료로 부릴 수 있는 아주 좋은 출연자일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아나운서들이 조금만 유명해진다 싶으면 ‘프리랜서 선언’을 하며 방송국에서 나오는 것 역시 이와 아예 연관이 없지만은 않다.
덤으로 준성 역시 가끔 성희가 아나운서라는 직업 때문에 평소 답답하다는 심정을 토로할 때면, 프리랜서 전향을 하는 게 어떻냐고 물었지만…
– 그러면 벌이가 고정이 아니라서 불안하잖아… 나 그래도 아나운서 일 계속하고 싶거든… 결혼하고 나서 일 쉬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고… 그래서 조금만 더 참아 보려고.
… 라는 대답을 돌려줬다. 어쨌든, 저런 이유로 준성은 오늘 TV를 통해 어머니와 함께 성희를 지켜봤다.
“어머머… 애가 어쩜 저렇게 곱고 단아하니? 나는 아직도 저 아이가 내 며느리가 된다는 게 믿기지 않네. 그리고 네가 재벌 총수가 된다는 것도, 내 사돈이 보교그룹 회장님 내외라는 것도. 진짜 꿈만 꾸는 것 같다니까?”
“아들 잘 키워놓고, 인제 와서 뭘요. 그리고 혹여 제가 총수가 된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어요. 저는 집에서는 계속 어머니 아들 이준성이에요.”
그 말에 어머니께서는 말없이 웃으시고는,
준성의 어깨를 정리하듯 손으로 쓸어주셨다.
“그래… 우리 아들. 가끔 보면 애가 갑자기 확 변해서 그런가, 멀어지기라도 할 것 같아서 겁나는데… 그런 얘기 들으니까 안심되네. 잘 컸네, 내 아들. 고마워. 잘 커 줘서.”
준성은 ‘갑자기 확 변해서’와 ‘멀어지기라도 할 것 같아서’라는 대목에서 살짝 쓴웃음을 지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어머니께선 회귀 때문에 준성이 확 변한 것을 온몸으로 느끼셨으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준성이 다른 사람이 된 건 아니었기에, 그저 있는 그대로 효도하기로 했다.
…
자정이 지난 후.
언제나 그렇듯 준성은 조용히 제 방에 앉아 공책과 필기구. 그리고 ND 그룹에 속한 기업들의 프로젝트가 간략한 차트가 나타난 자료를 꺼내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복기와 개괄적 전략 수립을 시작했다.
‘… 이제 2006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