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35
– 436화 –
언제나 그랬듯, 준성은 조용히 제 방에 앉아 공책과 필기구. 그리고 ND 그룹에 속한 기업들의 프로젝트가 간략한 차트가 나타난 자료를 꺼낸 뒤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복기와 함께 개괄적 전략 수립을 시작했다.
사각-사각-사각-
[과거] – 97년 초 회귀. 지난 시간 9년.– 여러 분야에 많은 씨앗을 심어 둠.
– 네스트와 디움을 글로벌 기업으로 만듦.
‘… 벌써 회귀 후 9년인가.’
참 시간 빠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꽤 오랜 세월을 살고 회귀해 27살이 됐거늘,
그나마도 벌써 9년이라 흘러 36살이 되어 버렸다.
분명 두 번째로 사는 인생이었지만,
시간의 흐름은 언제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매일매일을 바쁘게 살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두 번 살아 퍽 익숙해져서 그런 것인지,
어째 시간은 가면 갈수록 빨라진다고만 느꼈다.
아마 더 느려질 일 없이 계속 빨라지기만 하겠지.
여태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항상.
마치 지난날들을 소중히 하고,
현재에 충실하라는 것처럼.
하지만 뭐 어떠랴.
시간은 원래 흐르는 법.
돌아봐서 만족스러웠다면,
그저 그걸로 만족하면 된 것이다.
덤으로 준성은 슬쩍 거울을 쳐다봤다.
생기와 패기 둘 다 넘치던 20대 후반의 준성은 이제 9년이지나 생기를 조금 잃었지만, 대신 날카롭게 벼려진 노련함을 얻은 30대 후반의 준성이 되어 있었다.
‘나쁘지 않네. 아직은.’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고는,
다시 필기구를 움직여 [현재]를 점검했다.
사각- 사각- 사각-
[현재 상황] – 현재 디움 세계 시장 점유율 2위.– 현재 네스트 세계 시장 점유율 4위.
– 현재 유니드어스 한국 시장 점유율 2위.
– 현재 빅셀 스마트폰 혁신 준비 중. [현재 기업 내에서 진행 중인 전략] – 디움 : 하달된 전략 없이 곽권영이 팽창 통솔 중.
– 네스트 : [우주 커피], [AFF], [로드컵] 대기 중.
– 유니드어스 : 현재 모든 전략 완료, 소화 작업 중.
– 빅셀 : 스마트폰 혁신 막바지, 우동민과 연계.
– 유튜브 및 기타 계열사 : 각 사장 통솔 아래 팽창 중. [현재 기업 외적으로 진행 중인 전략] – 박상진 : 중소기업청장으로서 정치권 입문.
– 오태희 : 디움 특투실에서 직접 투자 중.
– 우동민 : 대영 백혈병 사건 취재 중. [현재 ND그룹 조직도] 총수 – 이준성
명목 지주회사 – 네스트
네스트 자회사 – 쟈르뎅, 네프로, 디움.
(소속 인물 : 김재민 사장, 윤일남 경영자문, 네프로 신칠익 사장)
그룹 내 최고 실적 회사 : 디움.
디움 자회사 – 미니랩, 빅셀, 유니드어스, 유튜브
(소속 인물 : 곽권영 사장, 부가서비스 본부장 사울, 빅셀 허진택 사장, 미니랩 박동석 사장, 유튜브의 두 창업자)
기타.
최고 잠재 가치 회사 – 빅셀.
이번 연도 최고 성장 회사 – 유니드어스.
준성은 딱 거기까지만 적고는 펜을 내려놓았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였지만, 해마다 회사가 계속해서 커져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준성은 회귀라는 엄청난 일을 통해 미래 정보를 가지고 있거니와, 그 외에도 본인의 수완 역시 뛰어난 사람이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저게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적어놓고 보지 않는 이상,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커져 버렸다. 이는 곧 내가 없는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야.’
실제로도 슬슬 ND 그룹 내에서도 이런저런 자잘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당장 최근에 [코워킹 스페이스] 사업을 진행하는 미니랩만 봐도 그랬는데…
지난 5월.
한창 대영과의 전쟁으로 정신이 없었기에 준성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미니랩에 큰 문제가 하나 터졌었다.
미니랩은 본래 [코워킹 스페이스]라는 디움의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시작된 회사로서, 그 기본 골자는 넓은 빌딩 하나를 여러 회사에게 쪼개서 권한을 나눠주는 임대업이다.
이는 곧 좁은 공간에 소수의 인원(3~20명) 정도 되는 소기업들이 꽈직-꽈직-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당연히 서로 살을 부대끼며 온갖 일을 겪게 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기술 유출]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그 와중에 미니랩 강남지점에 있는 [A] 회사의 핵심 아이디어를 등 너머로 보고 들은 [B]라는 회사가 해당 사업 아이템에 욕심을 가지게 됐고…
미니랩 건물 측에서 배출한 파쇄기 파지를 퍼즐 조립하듯이 맞춰 [A]회사의 기밀문서를 획득. 머지않아 본인들이 먼저 사업화해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A] 회사 사장이 망치를 들고 [B] 회사 공간에 찾아가 모조리 죽여 버린다며 난장을 깠고, 이후 그 소란 덕에 미니랩 전체에 기술 유출에 대한 소문이 퍼졌으며, 이를 통해 미니랩의 보안 절차에 대한 강력한 의심이 생겨났다.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여기서 제일 큰 잘못을 한 사람은 [B]다.
가까운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친 거였으니까.
하지만 경영판의 룰을 빡빡하게 놓고 적용한다면…
이 사건에 대한 잘못은 A, B, 미니랩 세 주체 모두에게로 돌아간다. 이유? 간단했다. 경영판에선 일단 문제가 터져 피해를 입으면, 피하지 못한 본인이 잘못이니까.
제일 먼저 [A]는 중요한 아이디어를 회의실이 아닌 공용 공간에서 아무 생각 없이 노출했고, [B]는 훔친 주제에 대놓고 미니랩 안에 남아 있었으며, [미니랩]은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 여기까지가 사건의 개요와 결과다.
그리고 보통 이런 문제가 생기면 이미지에 피해가 가지 않게끔 빠르게 처리하거나, 아니면 절대로 새어나가지 않게끔 완벽하게 덮어 버려야 한다. 하지만…
미니랩의 박동석 사장은 우유부단해,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사건을 키워버렸고,
그 결과 [A]가 [B]에게 망치를 휘두르게 됐다.
그 망치질 한 번이 신뢰의 상징이 되어야만 하는 미니랩에게 흑역사로 남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해당 아이디어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만한 것은 아니었기에 회사가 엎어지거나 하진 않는다마는… 그럼에도 분명 얼척없는 부분에서 문제가 터진 건 사실이다.
이렇듯 이미 ND 그룹은 준성의 인식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팽창해 버렸고, 당장 네스트나 디움 안에서도 자잘한 업무는 준성이 모두 알지 못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나마 핵심 계열사인 [네스트], [디움], [유니드어스], [빅셀]은 믿음직한 의사결정자가 있어 안전하긴 했지만… 아마 앞으로 그룹 내에서 준성 혼자서 커버할 수 있는 범위는 점점 더 작아지게 되리라.
‘어차피 막을 수 없는 일이다. 대영의 마광위가 괜히 총력을 다해 [푸른 혈맹]을 만들었고, 인재들을 등급별로 나눠 칼 같은 의사결정권과 서로 견제할 수 있는 감사권한을 준 게 아니야.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순 없어.’
아마 이제부터는 전략도 전략이지만, [갈색 혈맹]을 키우고 관리하는 것 역시 소홀히 하면 안 되리라.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커져 봐야 그걸 굴릴 사람이 없어지게 되니까.
준성은 딱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다음으로는 [미래]에 대해 점검했다.
‘… 2006년. 딱히 ND 그룹이 신경 쓸 만한 사건이 터진 해는 아니다. 그나마 있다면 한미 FTA 협상 시작 정도인가.’
그 외에 사행성 오락이자 도박인 [바다 이야기]가 등장해 사회 문제로 대두 됐다. 사실 이거 하나만 딱 놓고 보면 ‘아 도박 바람이 불었구나’할 수도 있는데…
이걸 여태까지 한국이 지나온 굵직굵직한 사건과 엮어서 다시 살펴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 97년, 외환 위기로 인해 서민 경제 작살.
– 99년, IT 버블로 코스닥 시장이 폭주, 사람들이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주식에 털어 넣기 시작함. 광기의 시대.
– 00년, IT 버블의 붕괴. 없는 돈을 불리기 위해 죄다 밀어 넣었던 투자자들이 주가가 폭락하며 알거지가 됨.
– 02년, 정부가 외환 위기로 얼어붙은 소비를 녹이기 위해 신용카드 관련 규제를 풀어버림. 이로 인해 사람들이 빚을 빚으로 막는 [카드 돌려막기]를 시작. 신용불량자 대거 탄생.
– 05년, 시대의 흐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잃었음. 희망은 사라지고, 신용불량자가 됨. 그리고 05년 말에 그들 앞에 [일확천금]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사행성 게임기 [바다 이야기]가 등장함.
… 대충 이런 흐름이었다.
절망에 물든 사람일수록 ‘한 방’에 더욱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 바다 이야기가 그런 사람들의 욕망을 귀신같이 파고들어 버린 거였다.
게다가 신불자의 늪에 빠져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쉽게 현금을 불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도박에 빠져들었고, 이게 사회 문제로 나타났다.
이 어두운 얘기를 굳이 짚고 넘어가는 이유는 간단했다.
‘아… 아… 그래. 저것과 관련해 재밌는 일이 몇 개 있었지. 잘만 엮으면 재미 좀 볼 수 있겠어.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잘 이용해야겠다.’
준성은 그 사건 아래로 [게임계]와 [유니드어스] 그리고 [정치권]이라는 각주를 덧붙였다.
다음으로 06년 들어 바뀐 게 있다면… 기존의 지폐가 신권으로 교환되고, 초록색 뚱뚱한 번호판이 서양처럼 가로로 날렵한 흰색 번호판으로 바뀐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저 2개가 바뀐다고, 해봐야 ND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자, 대충 06년의 사건과 변경점은 이 정도인가.’
이제 [과거], [현재], [미래] 복기가 끝났기에,
그걸 바탕으로 06년에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전략 – [우주 커피], [AFF컵], [로드컵]. [디움] 목표 – 구글, 야후와의 포털 멸망전 시작.
부가 목표 – 경영 효율화를 위한 조직 혁신.
전략 – [웹툰, 웹소설 등 문화 산업 시작], [유튜브를 통한 수익 공유와 스트리밍 서비스 시작],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부가서비스를 자회사 형태로 독립], [추가 플랫폼 비즈니스 확보] 등. [유니드어스] 목표 – 한국 게임 산업 1위 달성.
전략 – [시대 변수를 이용한 전략], [유니허브 정착] [빅셀] 목표 – 스마트폰 혁신 및 수성전 시작.
전략 – [스마트폰 혁신 및 PT 준비] [그 외] 이준성의 목표 – 결혼, 대영과의 전쟁 마무리.
우동민의 목표 – 대영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건 폭로.
‘… 06년에 할 일은 이 정도인가.’
준성은 적어놓은 자료를 보며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06년도 05년에 못지않은 바쁜 나날이 될 것 같다. 이제 커피의 [스타벅스], 나의 적 [대영], 스마트폰의 [애플]-[노키아]-[블랙베리]-[모토로라], 게임의 [넥스타]-[넷센드]-[ND소프트]라는 여러 회사와 동시에 싸움이 진행된다.’
솔직히 절대 쉬운 싸움은 아니리라.
하지만 포기할 생각 따윈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준성은 답을 찾아 나아가고,
끝끝내 승리를 쟁취해내는 것뿐.
마치 세상을 향해 선전포고라도 하듯,
준성은 호승심 넘치는 표정으로 가슴을 쫙 폈다.
‘이번 한해도 열심히 달려보자.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