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36
– 437화 –
2006년 1월 2일.
마치 새로운 시대를 연다고 발표라도 하듯, 은행에서는 일제히 5,000원짜리 신권을 취급하기 시작했고…
MH 대통령 역시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로 모두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라며 창의적 사고를 강조했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해 다이어트, 금연, 결혼 등의 매년 반복되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사이로…
준성이 새해 첫 출근을 했다.
오전 6시 30분. 아직 해가 뜨기 전의 ND 빌딩 앞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얼마 전 ‘20조 사건’으로 기자들이 넘쳤던 탓인지 그와 비교돼 더더욱 없어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사람들을 구경하러 나온 것도 아니었기에, 준성은 한겨울의 칼바람 사이로 하-아- 하고 제 손을 녹이며 ND빌딩 앞에 도착했다.
드륵- 드르륵- 드륵-
빌딩 로비에는 밤새 쌓인 눈을 경비원이 넉가래로 밀고 있었는데, 준성이 가볍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자 익숙하다는 눈빛으로 하하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수고 많으십니다. 춥지 않으세요?”
“아니에요, 이게 이 빌딩에서 제가 맡은 업무인걸요. 그러니 당연히 해야죠. 그나저나, 새해 첫 업무일인데도 일찍 출근하시네요?”
마치 동네 옆집 사는 동년배 대하는 듯한 태도였으나, 준성 그런 경비원의 인사가 익숙하다는 듯 웃음을 머금었다.
“아무래도 이것저것 살펴야 할 게 많으니까요. 그리고 원래 윗사람이 부지런해야 아랫사람이 덜 고생하거든요.”
준성은 딱 거기까지만 얘기하고는, 가볍게 고개만 까닥거리곤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경비는 넉가래를 계속 움직이며 언제 봐도 신기하다는 듯 웃음을 머금었다.
‘… 진짜 언제 봐도 괜찮은 사람이다.’
현재 ND 빌딩의 경비원은 네스트에서 고용한 정직원으로서 4조 3교대를 도는 전문 인력이었다. 그렇기에 으레 나이 든 노인 경비가 아닌, 한창 30대의 신체 능력 좋은 사람 내지는 40대의 베타랑 경호원 출신 인력을 기용했었다.
그렇기에 나이 차이가 딱히 크지 않아 그냥 거만하게 고개만 까닥거리며 무시해도 아무도 뭐라 못했지만… 그럼에도 준성은 항상 출근 때마다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 덕에 처음만 하더라도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옷 벗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버버- 거렸거늘, 지금에 와서는 가끔 주먹 인사(Fist bump, 서로 주먹을 톡- 가볍게 부딪혀 인사하는 방법)를 나눌 정도로 친근한 사이가 됐다.
덤으로 저 주먹 인사의 시작 역시 퍽 우스웠다.
갓 입사한 20대 후반의 신입이 준성이 악수를 청하자, 너무 긴장해서 ‘가위바위보’할 때 ‘바위’처럼 주먹을 내밀어 버린 것. 이에 준성은 푸하하하 웃고는 거기에 제 주먹을 톡- 하고 가져다 댄 후.
준성은 그 신입을 볼 때마다 장난기가 솟아 무슨 미국 청춘 드라마처럼 주먹을 내밀었고, 경호원들 사이에 ‘나도 한 번 해볼까?’라며 유행이 되며 가끔 주고받게 됐다.
여담으로 그 ‘신입 경호원’이,
지금 넉가래를 든 경비원이었다.
그는 처음 준성을 봤을 때만 해도 무슨 재벌 3세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흔히 부자들은 고압적이고 악랄하다는 생각에 맹수 앞에 놓인 것처럼 굳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생각이 확 달라졌다. 그에 더해 네스트에 입사한 것 역시 엄청난 행운이었다고 느꼈고 말이다.
혹자는 저러한 준성의 행동이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퍼포먼스라며 뒤에서 근거 없는 비난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헛소리지. 그리고 혹여 대표님의 저런 모습이 가짜라고 해도 상관없어.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사람들 무시하고 다니는 것보단, 차라리 퍼포먼스로라도 사람들에게 친절한 게 좋으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휘파람 불며 넉가래를 밀고 있기도 잠시. 이내 주차장에 고급 승용차 2대가 나란히 멈춘 뒤, 그 안에서 재민과 일남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활짝 웃었다.
ND 그룹의 문지기로서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안녕하세요, 사장님! 안녕하세요, 이사님! 두 분 다 엄청 일찍 오셨네요. 오늘 네스트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그 말에 재민은 뭔가 생각이 복잡한지 가볍게 ‘어, 좀 바빠’라고 짧게 대답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일남은 그 모습을 보곤 푸흐흐- 웃음을 흘리곤 잠시 멈춰 섰다.
“자네가 이해해. 오늘 큰일이 생겼거든.”
“아…?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듣지 못했습니다. 바로 다음 교대 근무자에게 스케쥴표 갱신 요청하겠습니다.”
“아니, 아니. 신경 쓰지 말게. 모르는 게 정상이니까. 새벽에 갑자기 미국에서 연락이 왔거든. 그러니 오늘 외국인들 자주 출입할 거니까 알아두고, 대외비로 진행되는 일이니까 기자들 얼씬도 못 하게 신경 좀 써주게.”
“알겠습니다!”
…
얼마 후 준성의 사무실.
원래대로라면 일이 많아 야근을 했거나, 급한 일이 있어 일찍 온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어야 정상이었지만…
똑똑똑-
웬일로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재민과 일남이 등장했다. 그 이유인즉슨…
“스페이스 X에서 연락이 왔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지금 엘런 머스크가 전용기를 타고 한국으로 오고 있다고요?”
작년 말에 미국에서 심어 둔 [우주 커피]의 씨앗이, 엘런 머스크라는 창의력 가득한 농부의 손에서 첫 번째 싹을 틔웠기 때문이었다.
비록 아직은 완벽한 전략이 아닌지라 저 싹이 그대로 쓰일 수 있을지는 몰랐으나, 적어도 엘런 머스크와 함께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아, 예. 엄청 일찍 오셨네요? 제가 문자 보낸 게 아마 새벽 2시였던 것 같은데… 잠 안 주무셨어요?”
그 말에 재민은…
“진동 듣고 깬 뒤 한숨도 못 잤습니다. 그래서 대표님 출근 시간에 맞춰서 바로 출근한 거고요.”
반면 일남은…
“원래 나이가 들면 잠이 적어지지요. 삶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잠자는 시간조차 아까우니까요. 새벽에 산보나 다녀올까 싶었던 찰나, 문자 보고 그냥 일찍 출근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준성이 슬쩍 미안한 티를 내자, 재민과 일남은 괜찮다는 제스쳐를 보이곤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한국 도착 예정 시각이 오후 3시 김포공항이군요.”
“예. 머스크 측에선 원래 항공기 하기와 함께 헬기를 타고 오려고 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ND 빌딩에 헬리포트가 없어서 육로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그걸 고려한다면, 4시쯤 도착하겠군요. 일단 개괄적인 준비는 제가 하고 있었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의전과 협상을 위한 준비는 제가 직접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오호- 그럼 저는 유료 채널과 컨설팅펌 쪽에 연락해 최근 스페이스 X의 협상 전략 파악 및 대금 규모를 파악해 보도록 하지요. 바쁘겠네요. 그럼 바로 움직일까요?”
마치 전진 신호를 기다리는 듯한 물음이었기에,
주성은 두 갈색 장군에게 흔쾌히 명령을 내렸다.
“그러시죠.”
…
시간은 바쁘게 흘러갔다.
제일 먼저 재민은 개괄적인 뼈대를 짠 뒤, 비상 연락망을 통해 직원들을 급히 회사로 소환. 이후 직원들을 소집해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게 손님맞이를 준비해나갔다.
비록 엘런 머스크가 [화성 개척]이라는 꿈을 공유함으로써 네스트와 협력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직 구두로만 합의됐고, 페이퍼 역시 간략하게만 오갔을 뿐.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가격에 대한 얘기가 오갈 게 분명했기에, 재민은 네스트의 사장으로서 그 가격을 최대한 합당한 수준으로까지 줄일 필요가 있었다.
“빠르게 움직여! 낭비할 시간 없어! 그리고 여기 대표님께서 주신 엘런 머스크 대표의 취향에 대한 정보니까, 의전은 조금 독특하더라도 거기에 맞춰!”
게다가 네스트의 사장으로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 역시 재민의 배포와 역량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러니 제아무리 급히 일정이 잡혔다고 한들 대충대충 넘어갈 순 없다.
이에 재민의 연락을 받은 영업팀이 가히 빛의 속도로 날아왔고, 그와 동시에 영업팀장이 엘런 머스크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편의점과 세계 과자 취급점을 돌며 독일의 유명 제과기업. [하리보]의 젤리를 찾으려 애썼다.
그뿐이랴?
재민은 네스트가 우주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과 동시에 우주 덕후(?)인 엘런 머스크를 위해 회사 곳곳에 비치할 우주 관련 잡지까지 구해오라 지시.
그 덕에 영업팀 직원들은 아침부터 정말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뛰어다니며 온갖 잡지들을 구해서 돌아왔다.
– 젤리 사 왔습니다!
– 탕비실에 비치해 두고, 언제든지 내갈 수 있게 미리 준비해 둬!
– 우주 관련 잡지 구해왔습니다!
– 사무실 문 열고 들어오자마자 제일 잘 보이는 곳에 한 권 비치하고, [점포관리팀]이랑 [마케팅팀] 쪽 중앙 데스크에 자주 열어본 듯이 올려놔!
마치 폭풍이 이러할까?
간혹 준성이 필드에 나와서 진두지휘할 때 가끔 ‘폭풍’을 연상시키듯 잽싸게 움직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재민 역시 준성에게 일을 배웠기 때문인지 그 모습이 비슷해 보였다.
물론, 아직 자연재해에 가까운 준성처럼 되기엔 살짝 부족해 보였지만, 뭐 어떠랴. 재민은 아직도 성장 중이었다. 아마 조금만 더 크면 본인만의 진짜 폭풍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
한창 재민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기 있을 무렵.
일남은 제 사무실에서 차분한 표정으로 제 품에서 수첩을 꺼내는가 싶더니, 돋보기안경을 코에 걸치곤 주름진 손으로 전화기 다이얼을 누르기 시작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 안녕하십니까, BM 컨설팅의 김지민 안내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고 많으십니다. 저는 네스트의 경영자문을 맡은 윤일남이라고 합니다. 혹시 박상식 파트너 컨설턴트님 자리에 계시면 전화 연결 좀 가능하겠습니까? 핸드폰으로 연락했는데, 연락처가 바뀌었나 없는 번호라고 뜨는군요.”
전화 너머로 잠시 부자연스런 침묵이 내려앉았다.
참고로 [컨설팅 펌]의 직급체계는 다음과 같다.
– AC(Associate Consultant).
주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말단 직원. 하지만 말이 말단이지 미국 3대 컨설팅 펌 본사 기준 연봉이 80,000달러가 넘음.
– SAC (Senior Associate Consultant).
아직까지도 의사결정은커녕 말단에서 자료 조사하고, 상사가 원하는 자료를 정리하는 단계.
– Consultant.
우리가 아는 그 컨설턴트.
이쯤 오면 슬슬 1인분을 하기 시작함.
– Case Team Leader.
컨설턴트는 보통 팀 단위로 움직이는데, 그 팀의 리더 역할을 하며 본격적으로 회사의 선봉대장이 되는 직책.
– Project Manager와 Principal.
간부.
– Partner.
필드 컨설턴트의 최고봉. 사실상 전문분야에 한해서는 전략의 귀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으며, 아무 산업에다 가져다 놔도 기본 이상은 하는 최고 베테랑.
– Executive.
중역. 필드가 아닌 회사 내부를 관리하는 직책.
저 직급체계 중에서 방금 일남이 입에 담은 직급은 [파트너]였다. 중역 바로 밑이라 한국으로 치면 [부장]쯤 되는 위치인데… 여기에는 약간의 변수가 들어간다.
바로 컨설턴트가 감 떨어지면 바로 은퇴하는,
살벌한 실력 지상주의 세계라는 거였다.
그 와중에 베테랑 파트너 컨설턴트? 임원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필드의 폭군이다. 그러니 말단조차 되지 못한 실무직 입장에서는 퍽 당황스러운 연락일 수밖에.
– 연락처 남겨 주시고,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예. 하지만 조금만 서둘러 주시겠습니까? 조금 급한 건으로 연락드린 거라서요.”
–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진 후. 일남은 금연 대신, 하루에 딱 3개비로 타협한 담배를 물고는 제 수첩을 뒤적거렸다. 혹여 연락이 돌아오지 않을 때를 대비해 플랜 B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약 3분 정도 흘렀을까?
따르르릉- 따르르릉-
“예, 전화 받았습니다. 네스트 윤일남입니다.”
– 아이고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연락처 바뀔 때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정말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 말에 일남은 허허허- 웃고는 물었다.
“됐어, 됐어.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별일 없지?”
– 예! 항상 잘 지내고 있습니다! 티아라에서 나온 뒤 형님 말씀 듣고 컨설팅 펌에 들어가길 잘했지요! 그 뒤로 아주 좋은 일만 가득합니다!
“응, 그래. 좋네. 근데 안부 인사는 나중으로 좀 미루고, 나 부탁 하나만 하자.”
– 예! 말씀하십쇼! 뭐든 하겠습니다!
“보안상 길게는 얘기 못 해주고, 스페이스 X랑 엘런 머스크라는 사람에 대한 자료가 조금 필요해.”
– … 스페이스 X요? 큰 건인가 보네요?
“어. 그렇지.”
– 알겠습니다. 바로 보내겠습니다. 하지만 비공식 채널로 드린 거라서, 몇몇 중요한 데이터는 소거됐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되도록 보시고 바로 파기해 주세요. 원래 안 되는 건데… 형님 없으셨으면, 저도 티아라랑 함께 침몰했을 테니 그 빚 갚겠습니다.
“빚은 무슨. 혼자 멍에 쓰지 마라. 자. 낯부끄러운 얘기는 이쯤 하고. 부탁 좀 하자. 그리고 다음에 술 한잔 하자고.”
– 예! 형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약 25분 정도 흐른 뒤.
일남의 사무실에 있는 팩스를 통해, 자타공인 경영판 최고의 용병 기업의 베테랑 컨설턴트가 보내 준 비공식 정보가 도착했다.
이에 일남은 그 정보를 오늘 피울 두 번째 담배를 피우며 스-윽 훑어본 뒤. 모조리 제 머릿속에 집어넣었다고 판단되자, 양털 쓰레기통에 그 자료를 집어넣고는…
스읍- 후우- 툭-
담배를 그 안에 넣어 자료를 모조리 태워버렸다.
…
그렇게 각자 준비를 마친 뒤.
예측하기 어려운 천재 엘런 머스크가,
스타벅스의 종말을 불러올 모종을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