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37
– 438화 –
오후 3시 48분.
ND 빌딩 앞으로 고급 세단 한 대가 도착했고,
그 안에서 익숙한 얼굴. [엘런 머스크]가 나타났다.
마치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은색 양복에 셔츠 대신 V넥 티셔츠를 입은 그는, 마치 보물이라도 다루듯 조심스럽게 큼지막한 가방을 든 채 차량에서 하차했다.
확실히 일남이 기자들 관리 열심히 하라며 주의했기 때문일까? ND 그룹이 유명해지기 시작하며, 소위 말하는 새끼 기자(말단 기자로, 주로 특종이 있을 법한 장소에 대기하는 업무를 봄)들이 대기하는 일이 잦았지만…
유독 오늘만은 단 한 명도 없이 깔끔하기만 했다. 아마 시큐리티 측에서 온갖 노력을 기울여 시선을 돌린 것이리라.
그렇게 깔끔한 ND 빌딩 앞.
엘런 머스크는 기쁜 표정으로 빌딩을 올려다봤다.
‘여기가 바로 네스트와 디움의 본진인가.’
솔직히 말해서 퍽 작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당장 얼마 전 MS 측에서 20조를 제안한 디움뿐만이 아니라, 최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커피 계의 초신성 네스트의 컨트롤 타워까지 있는 곳 아니던가?
하지만 엘런 머스크 역시 회사의 크기와 회사의 가치가 마냥 정비례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딱히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
얼마 후, ND빌딩 6층 네스트 본사.
준성과 재민 그리고 일남을 포함한 의사결정자와 이번 미팅에서 실무를 맡을 팀장급들이 엘런 머스크를 맞이했다.
“아, 오셨습니까?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저번에는 이준성 대표님이 와주셨었으니, 이번에는 당연히 제가 와야죠. 그나저나 회사 입지가 참 좋네요. 공항하고도 가깝고, 딱 필요한 것만 있다는 느낌이에요.”
소위 ‘경영의 언어’를 적용하자면, 규모에 비해 회사가 과하게 작아 비효율이 예상된다는 초반 기선제압용 비꼬기처럼 들릴 수도 있는 내용이었으나…
엘런 머스크의 직선적인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런 의미보다는 말 그대로 느낀 점을 있는 그대로 얘기한 것이리라. 준성 역시 이를 알았기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회사 커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까, 자꾸 사옥이 작아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그렇다고 이사가 쉬운 것도 아니고요. 다음에는 더 큰 곳으로 옮기려고요.”
“예, 급격히 팽창하는 회사가 다 그렇죠.”
그렇게 웃음기 가득한 인사를 주고받으며 걷길 약 3분, 일행은 회의실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의 새벽부터 의전 준비를 했기 때문인지 흠 잡힐 것 하나 없는 완벽한 준비 사이로 엘런 머스크가 조용히 제 자리에 앉아 테이블 위로 가방을 올려놓았다.
스윽- 쿠웅 – !
삑-삑-삑- 까락- 깍-
얼핏 소리만 들어 봐도 꽤나 무거워 보이는 물건.
이에 엘런 머스크는 가방에 달린 복잡한 잠금장치를 해제하며, 서론 따윈 건너뛰고 바로 본론을 시작했다.
“일단 남한 시간으로 새벽에 갑자기 연락해서 미안합니다. 그때 딱 물건이 완성됐거든요. 그리고 아이디어라는 건 휘발성이 강해서, 되도록 제 머릿속에 생생해 살아있을 때 얘기하고 싶어서 좀 서둘렀습니다.”
그 말에 재민은 살짝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반면 엘런 머스크에 대해 잘 아는 준성과 일남은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애초에 눈앞에 있는 건,
21C IT 분야 최고의 천재이자,
우주 개척을 진심으로 꿈꾸는 야망가이다.
그러니 남들이 정해 놓은 규칙이나 규율보다는 일을 처리하기 위한 효율 그 자체를 선호하는 것이리라.
“괜찮습니다. 저희도 스타벅스에게 유효타를 날리고 싶어서 오매불망 기다리고만 있었거든요. 오히려 이렇게 바로 연락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는 사이.
엘런 머스크는 [지문]-[다이얼]-[열쇠]라는 3중 잠금장치를 해제했고, 이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가방이 ‘취이익-’소리를 내며 길게 펼쳐졌다. 그리고 그 안에 든 건…
사람 머리 크기만 한 금속 캡슐이었다.
엘런 머스크는 그 위에 손을 올려놓고는 마치 제 작품을 자랑하는 예술가처럼 씨익 웃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이게 바로 이번에 제가 만든 [X-네스트 캡슐] 프로토타입입니다. 자세한 설명을 위해 간략한 PT를 준비했는데, 잠깐 이 자료 좀 띄워 주시겠어요?”
그 말에 재민이 눈짓하자 영업팀장이 즉시 엘런 머스크에게 USB를 건네받아 회의실 안에 PT 자료를 띄웠고, 그와 동시에 엘런 머스크가 자리에서 일어나 설명을 시작했다.
– 해당 캡슐의 골자 자체는 매우 간단합니다.
– 일반적인 커피 기업들이 자주 사용하는 [드럼형 로스팅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왔습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구성하려고 애썼고요.
엘런 머스크는 이후 도구를 이용해 캡슐을 오픈하자,
꼭 베어링을 연상시키는 2중 구조(◎)가 나타났다.
– 표면 장갑 같은 경우는 대기권 돌파 시 생기는 강력한 플라즈마를 견디기 위해 매우 견고하게 만든 동시에, 그 열이 내부에 전달될 수 있게끔 구상했습니다.
– 동시에 내부 장갑의 경우… [전도열], [대류열], [복사열]을 동시에 전달해야 했음은 물론, 커피가 타지 않게끔 만들기 위해 회전이라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방금 엘런 머스크가 말했던 것처럼, 저 구조는 스타벅스를 필두로 많은 커피 기업들이 사용하는 [드럼형 로스팅기]와 매우 비슷한 구조였다. 그저 조금 다를 게 있다면 그 열원을 플라즈마라는 조금 독특한 것으로 사용했을 뿐.
– 하지만 모양과 기능만 흉내 낸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진 않더군요. 시간, 열원 등의 조절이 필요했으니까요.
– 게다가 채프(바리스타 은어, 로스팅 시 떨어져 나오는 생두의 겉껍질) 역시 배출해야 하고, 온도 조절을 위해 공기 순환 장치도 필요하며, 로스팅이 끝났을 시 커피가 더 익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냉각장치도 필요했죠.
– 솔직히 머리 깨지는 줄 알았습니다.
엘런 머스크는 그렇게 말하며 농담하듯 제 머리를 부여잡고는 아주 작게 ‘악-!’ 소리를 냈고, 이에 준성과 일남은 피식 미소를 머금었다.
– 하지만 저는 그런 산재한 문제들을 모두 극복해 냈습니다. 온라인 모듈을 사용해 세세하게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원거리에서 열원과 로스팅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 또한, 냉각 같은 경우 굳이 내부에 관련 설비를 집어넣어 크기와 비용을 올리는 대신, 대기권 돌파 후 추락 시 발생하는 바람을 통해 자연 냉각하기로 했습니다.
– 그리고 제가 직접 자룟값 넣고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최대한 모방해서 만든 원두가…
발표는 딱 거기까지였다.
엘런 머스크는 중요한 순간에 말을 끊고는 작게 박수를 ‘짝짝-’하고 쳤고, 그와 동시에 그의 흑인 비서가 소도 한 방에 때려잡을 것 같은 듬직한 손으로 밀봉비닐을 가져왔다.
누가 우주 개척을 꿈꾸는 사람 아니랄까 봐, 어째 포장 양식조차 우주에 가져가기 위한 식품 포장처럼 보였다.
“… 바로 이것입니다.”
상상도 하지 못한 선물이 이러할까?
사실 오늘 갑작스러운 미팅이 잡힐 때만 하더라도, 그냥 아이디어 회의 및 견적과 단가 얘기나 조금 주고받을 줄 알았다. 근데 그 와중에 시뮬레이션 결과물까지 들고 왔으니 어찌 놀라지 아니할 수가 있으랴.
‘벌써 결과물이 나왔다고?’
‘… 저 친구 일처리 속도가 빠르구만.’
‘확실히 대표님이 심사숙고해서 고른 협력자답다.’
그렇게 준성과 일남 그리고 재민의 머리 위로 동시에 큼지막한 느낌표가 스쳐 지나가기도 잠시.
고민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재민은 즉시 그 원두를 받아 신제품 연구실로 향했고, 약 20분쯤 후 머그컵에 담긴 [우주 커피 프로젝트]의 프로토타입 커피를 내려왔다.
이후 중요 인물 넷과 더불어 네스트의 직원들 역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바라보고 있기도 잠시.
호로록 –
가볍게 맛을 본 뒤,
다시금 제 머리 위에 느낌표를 띄웠다.
“… 괜찮은데요?”
“예. 나쁘지 않네요.”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점수를 높게 쳐 줘도 [맛있다]라는 감상을 내기 어려운 맛이긴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마케팅적 변수가 들어간다. 그게 뭔고 하니…
디움이 한창 SNS 개발하고 있을 무렵.
[마이크로 블로그]와 [일반 블로그]의 미세한 차이를 비교함과 동시에. 그 얼핏 보기에 ‘미세한 차이’가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져오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유명 미식 만화를 예로 들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 소비자는 [음식]이 아닌 [정보]를 먹는다.
… 라고 말이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절대로 100% 객관적일 수 없기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아주 높은 확률로 주변 정보나 변수 등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그걸 증명하듯 한국의 유명 음식 프랜차이즈 사업가이자, ‘빽주부’라는 별명을 가진 요리연구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 같은 음식이라도 비 오는 날과 화창한 날에 느끼는 맛이 다릅니다. 비 오는 날 파전이 맛있지만, 쨍쨍한 날 파전은 그냥저냥 그렇지요. 그 외에도 소비자의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등의 사소한 것에도 영향을 받아요.
– 그리고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면 사람이 사람을 불러 모으고, 웨이팅을 해서 먹은 사람은 제 기다렸다는 시간을 보람차게 느끼고자 하는 마음에 맛있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이렇듯 사람은 절대로 완벽하게 합리적이고,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가 없다. 그리고 이를 거꾸로 얘기하면, ‘맛’이라는 요소에 ‘마케팅적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된다.
좋은 예로 [루왁 커피]가 있다.
굉장히 논란이 많은 이야기긴 했다만…
기본적으로 커피 관련 종사자들은 루왁 커피를 희귀한 커피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루왁 커피의 맛에 대해서는 그닥 높은 평가를 하지 않는 편이었다. 이유? 간단했다.
맛 자체가 그닥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몇몇 과학 잡지들이 사향고양이가 원두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맛의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고, 혹여 바뀐다고 한들… 터무니없는 가격에 비해 맛이 그닥 뛰어나지 않은 게 사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던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고급 커피]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게 바로 [루왁 커피]다.
그리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그 커피를 마시면, 아주 높은 확률로 ‘흠- 맛있는데?’ 라고 한다.
이유? 간단하다.
위에서도 말했듯…
소비자는 ‘정보’를 먹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고급 커피라고 말했으니까.
실제로도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커피니까.
그러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네스트가 곧 선보일 [우주 커피]에도 똑같이 적용되리라. 그러니 평균 이상만 돼도 충분히 써먹을 수 있다는 뜻. 준성과 재민 그리고 일남 역시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씨익 미소를 머금었다.
솔직히 타지만 않아도 반은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 와중에 평균 이상의 커피를 뽑아낼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대박이었다.
아마 스타벅스에게 유효타를 꽂을 수 있으리라.
“… 예상 외로 엄청난 성과네요. 감사합니다.”
그 말에 엘런 머스크는 씩 웃으며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펴기도 잠시. 이내 더욱 반가운 소식을 하나 더 뽑아 들었다.
“아. 그리고 3월에 미국에서 [재활용 로켓 실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거기에 이 캡슐을 넣어서 실험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