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39
– 440화 –
1월 하순.
모두가 한창 바쁘게 움직이던 와중에,
좋은 소식이 도착했다. 그게 뭔고 하니…
– 토니 페르난데스입니다. 전세기 보냈습니다. 아마 남한 현지 시각으로 오전 10시쯤 김포 공항에 도착할 겁니다. 이전에 합의된 대로 [여객기]와 [화물기]를 각 1대씩 보냈고, 기장과 승무원 둘 다 남한 출신으로 선정했습니다.
– 그리고 격납고는 김포 공항에 있는 대안항공의 것을 사용했고, 유지보수 인력 역시 김포 공항에 대기시켜 놨습니다. 부디 두 항공기가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바로 이전에 요청했던 전세기가 도착한 것이었다.
이에 준성을 포함한 ND 그룹의 요직과 핵심 요인들. 소위 말하는 누구보다도 짙은 [갈색 혈맹]의 일원들이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김포 공항으로 향했다.
마치 새로운 요새를 확인하고자 행차하는 왕과 그 뒤를 뒤따르는 영주들의 행렬이 이러할까?
곧 총수가 될 준성으로 시작,
커피 업계의 투계가 된 김재민,
과자로 만든 늙은 호랑이 윤일남,
이제는 꿈을 좇는 청년이 된 곽권영,
역사에 이을 남기고 싶어 하는 개발자 사울,
언제 봐도 막내처럼 느껴지는 겜돌이 장민우,
그 외에도 여러 계열사 사장들까지 모두가 함께했다.
여담으로 빅셀의 허진택과 유튜브의 두 창립자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싶었는지, 본인 대신 각각 부사장과 비서를 대리 역할로 보냈고 말이다.
그렇게 의전 때 사용되는 법인 명의의 검은색 고급 세단들이 일렬로 길게 늘어져 이동하길 약 30분. 공항에 도착하자 5명의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대안항공 국내항공영업팀장 채영태 부장입니다. 저희 대안항공 측과의 동행을 선택해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오늘 하루 성실히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에어 아시아 기장 나권식입니다. 앞으로 NEE-001 항공기를 책임지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에어 아시아 기장 남궁-예입니다. 성은 남궁, 이름은 예 외자입니다. NEE-002 화물기 기장입니다.”
그 외에도 각각 사무장(최선임 객실 승무원)으로 추정되는 사람 둘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참고로 한 사람은 남자, 다른 한쪽은 동남아계 혼혈로 추정되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중년 여성이었는데…
독특하게도 화물기 쪽 사무장이 여자였다.
얘기를 들어보니 원래 여군 출신으로, 그걸 증명하듯 꽤나 덩치 있는 몸에 딱 봐도 든든해 보이는 사람이었기에. 준성은 마음에 든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얼마 후.
일행은 안내를 받아 김포 공항 구석에 마련된 격납고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네스트 측에 양도된 전세기 2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케팅을 위한 도색 대신, 에어 아시아의 기본 도색을 바탕으로 하되 꼬리날개 쪽에 자그마하게 [네스트]라 적힌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준성은 아직도 자체적인 비행기를 굴리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했다.
주판을 두드려 봤을 때. 이제 갓 재벌에 올라왔음은 물론이오, 아직도 수익 중 대부분을 투자로 돌려버리기에 유동성 자체가 낮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숫자로만 생각했을 때 얘기고…
‘… 전세기인가. 확실히 나쁘지 않네.’
예쁘게 격납고에 주기(駐機)되어 있는 항공기를 보고 있자니, 현실감과 더불어 만족감이 확 살아났기 때문이었다.
이게 옳은 비유일지는 모르겠다마는…
꼭 새로운 장난감을 얻은 기분이 이러할까?
본디 남자. 더 나아가 수컷은 모름지기 [크고], [멋지고], [강하며], [빠른] 무언가에 열광하는 법이다.
당장 역사상으로 봤을 때 여러 왕들이 심심하면 큼지막한 궁궐을 지어댔던 것만 봐도 그렇고, 굳이 멀리 갈 것 없이 유명 기업가들이 본사를 큼지막하게 짓는 것만 봐도 그랬다.
실제로도 이전에 뉴욕에서 제일 높은 빌딩을 만들고자 기업 3개가 치고받았던 [마천루 경주]에 대해서 언급했을 때도 그러지 않았던가?
게다가 굳이 국가나 기업 단위까지 갈 것도 없이, 남자들에게 있어 [차량]이 가지는 의미 역시 비슷했다. 멋진 차는 곧 본인의 능력과도 같았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준성 역시 눈앞에 놓인 항공기를 보자 슬쩍 기분이 좋아졌고, 이는 비단 준성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공식적인 자리라 경거망동하지만 않았을 뿐. 다들 광대나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어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햐- 좋네요, 좋아요. 내 살다 살다 법인 명의로 비행기도 빌려 보네요. 덕분에 앞으로 참 편해지겠어요. 안 그렇습니까, 신칠익 사장님?”
그 가운데 최연장자인 일남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자 슬쩍 농을 건네자, 역시나 나이 지긋한 네프로 신칠익 사장이 허허허 웃으며 그 위에 농을 추가로 얹었다.
“그러게요. 외국 나갈 때마다 곡소리가 났었는데, 이제는 좀 덜하겠어요. 전세기에 대한 내용을 제안해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윤일남 이사님. 그리고 전세기를 마련한다는 큰 결정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누가 노장 아니랄까 봐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며, 동시에 준성에게 공을 돌리는 능숙함까지 발휘하는 그였다.
이에 기껏 토스해 준 공을 그대로 흘려버리자니, 칠익이 무안해질 것 같았기에 준성 역시 픽 웃으며 그걸 받았다.
“앞으로 해외 일정 시 항공기 문제로 발목 잡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마련했습니다. 비록 2대밖에 없긴 하지만, 요긴하게 잘 사용되었으면 합니다. 자. 그러면 얘기는 이쯤 하고, 어디 하면 시승 한 번 해볼까요?”
그 말에 모두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각각 여객기와 화물기에 나눠 자리에 올랐다.
덤으로 준성은 본인이 제일 먼저 나서서 화물기에 타겠다고 얘기했는데…
“아, 저는 화물기 탈일 거의 없을 것 같아서 고른 겁니다. 그러니까 괜히 눈치 보지 말고 타고 싶은 곳에 타세요. 아, 물론 혼자 타긴 외로울 것 같으니. 김재민 사장님은 저랑 함께 탑시다. 아무래도 네스트가 화물기 운용 제일 많이 할 것 같으니까요.”
그 덕에 화물기에는 준성과 재민 그리고 민우가 탑승.
나머지 인원은 물을 것도 없이 여객기에 탑승했다.
그다음부터는 파일럿과 승무원들의 시간이었다.
그들은 훈련받은 대로 매우 능숙하게 ND 그룹의 요직들을 항공기 안으로 안내했고, 이후 뛰어나기 그지없는 실력으로 사람들을 케어했다.
그 가운데 일남은 칠익과 함께 일등석에 나란히 앉아 허허허- 웃는 얼굴로 편하게 자리에 앉았다.
“허허허- 좋구나, 좋아.”
마치 일남이 안락의자에 앉은 노인처럼 얘기하자, 칠익 역시 얇은 바람 소리 같은 웃음을 흘리고는 대답했다.
“확실히 좋긴 좋네요, 형님.”
본래대로라면 윤일남은 어디까지나 [경영 자문]이었고, 신칠익은 [네프로의 사장]이었기에 공식 석상에서는 상호 존대가 원칙이었지만…
아무래도 일등석 간 사이가 살짝 벌어져 얘기가 새어나갈 가능성도 적었기 때문일까? 일남과 칠익은 서로 편하게 말을 주고받았다.
“그러고 보면 예전엔 이런 비행기 갖고 싶었는데.”
“예, 그러셨었죠. 예전에 일본을 자주 오다니셨잖아요. 그때마다 부산에 배 타러 왔다 갔다 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그래. 좋아졌지. 그리고 더 빠르게 좋아지고 있고. 하지만 그럴수록 내 자리가 점점 더 옅어지는 것 같기도 해. 내 영광의 시절이 모두 흘러가 버렸으니 말이야.”
그 말에 칠익은 어딘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춘추가 있으시니까요. 그리고 저도 늙었고요.”
“그래. 늙었지. 이제 한창때가 아니야. 지금은 최대한 힘을 내서 따라가고 있긴 하다만, 언젠가는 내 길 역시 끝나겠지.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새로운 인재들에게 내 자리 역시 내어줘야 할 테고.”
“예. 저 역시 똑같습니다. 하지만…”
둘은 묘-한 미소를 지은 채,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 전까지는 최대한 내 할 일을 해야겠지.”
“은퇴 전까지는 제 몸을 불살라 일해야지요.”
오랜 세월 동안 수없이 많은 전장을 겪어 온 사이였던 탓일까? 두 노장은 마음이 통한 것에 허허허- 웃고는 조용히 승무원을 불러 와인을 한 잔 주문했다.
그러자 딱 봐도 듬직해 보이는 승무원이 익숙한 손길로 와인 글라스를 가져다줬고, 이에 일남과 칠익은 가볍게 홀짝이며 다시금 대화를 주고받았다.
“근데 승무원이 다 남자네요?”
“아, 그거? 이준성 대표가 그렇게 주문했어.”
그 말에 칠익은 잠시 생각을 하기도 잠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네스트가 항공기 한 번 띄웠다 하면 엄청 과격한 스케쥴을 제시하니, 체력적으로 남자가 좋겠네요. 그리고 괜한 연정 때문에 시끄러운 일 생길 것도 없고요. 하지만…”
칠익은 들릴 듯 말 듯 ‘그래도 비행기의 꽃은 승무원인데… 허허…’라며 살짝 서운한(?) 듯한 말을 내뱉었다.
“꽃? 있잖나. 화물기 쪽에.”
“… 형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늙은 꽃은 꽃이 아니더냐? 너 그러면 안 된다.”
“그런 뜻 아니라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쁜 사람 보고 싶다 이겁니다. 여자라고 일 못 하는 거 아니잖아요? 요즘은 그 뭐냐… 유니섹스(Unisex, 패션 산업에서 쓰는 단어. 남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을 뜻함) 시대라고 하던데. 그런 거 역차별입니다?”
“말은 아주 청산유수지. 허허허.”
…
그렇게 노장 둘이 꽃(?) 얘기에 한창일 무렵.
화물기에는 준성과 재민 그리고 민우가 탑승했다.
“안녕하십니까, NEE-002번 항공기 시범 운항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객실승무원 오-가브리엘라 사무장입니다. 편하게 ‘가비’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본인을 가비라 소개한 중년 여성 사무장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이내 양해를 구하듯 재차 물었다.
“이번 시범 운항은 말 그대로 실전과 똑같이 진행하고자 하는데, 본 항공기는 화물기인지라 여객기와는 약간 다룰 수 있습니다. 혹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그 말에 준성은 전혀 문제없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실제 상황 그대로] 행동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가비는 화물기 여객실 맨 앞에 서서, 제 든든한 풍채에서 뿜어져 나온 우렁찬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 곧 이륙 절차에 들어갑니다! 모든 탑승 인원은 착석하신 뒤 안전띠를 매십시오! 또한, 이륙 절차 시 절대 자리에서 일어나지 마시고 화물기 특성상 흔들림이 잦을 수 있으니 이동을 자제하십시오!
마치 쩌렁-쩌렁- 울린다는 말이 딱 이럴까?
꼭 군대 조교 같은 칼 같은 울림에 준성은 ‘허허허-’하고 웃음을 흘렸고, 재민과 민우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 와, 정말 든든하네요.”
“예, 동감입니다.”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승무원]하면 딱 생각나는 이미지가…
– 비교적 젊은 나이.
– 키가 크고 예쁜 얼굴.
– 정갈하고 깔끔한 유니폼.
– 망을 사용해 단아하게 묶은 머리카락.
– 유사시 사용할 수 있게끔 목에 묶은 스카프.
… 아마 대충 이랬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도 한국 항공사의 승무원들 역시 대부분 저렇고 말이다. 반면 서양 쪽 항공사는 얘기가 조금 달랐다.
한국의 항공사는 그 역사가 짧고, 극단적인 사치재로 시작해 [최상의 서비스]를 중요시한다면… 서양의 항공사는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 항목에 둔다.
게다가 하이재킹(hijacking, 항공기 납치) 같은 일이 비교적 자주 일어남과 동시에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해, 승무원들의 체력을 매우 중요시하는데… 까닭에 서양 국적기를 타보면 살짝 재밌는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절대 농담으로라도 ‘말랐다’라 할 수 없는 든든한 중년 여성 승무원이 쩌렁-쩌렁-하고 얼핏 보기엔 위압적으로도 보일 수 있는 목소리로 승객들을 통솔하는 장면이다.
이러한 일은 ‘서비스’를 중시하는 한국의 항공 문화는 달라 한국인 입장에서는 매우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반면 서양 사람들은 저런 승무원을 보며 안정감을 느낀다.
도리어 젊고 약해 보이는 승무원을 보며 ‘괜찮을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고 말이다.
이렇듯 항공사 역시 본인이 속한 환경에 따라 이런저런 다른 사내 문화를 형성했고… 아마 오 사무장 역시 외항사 출신으로 안전을 최우선하는 스타일의 승무원이리라.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NEE-002번 화물기가 하늘 위로 날아올랐고,
살짝 흔들리는 와중에 준성이 민우에게 물었다.
“근데 장민우 사장님은 왜 여기 타셨어요? 해외 나갈 일 자주 없으셔서, 여객기에 타는 게 더 좋으셨을 텐데요.”
그 말에 민우는 생각보다 크게 흔들리는 항공기에 살짝 걱정됐는지, 제 의자를 꽉 붙든 채 대답했다.
“여, 여객기는 자주 탈 수 있는데… 화, 화, 화물기는 지금 아니면 타지 못할 것 같아서요. 급하게 서버 들여올 때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거기에 제가 타진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나중에 게임 개발할 때 소재로 쓰, 쓰려고요.”
“괜찮아요? 좀 많이 떠시는 것 같은데.”
“아, 안 괜찮은 것 같아요.”
준성은 그런 민우를 보며 파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ND그룹 전세기는 첫 번째 시범 운행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뒤, 김포 공항 격납고에서 언제든지 뜰 수 있게끔 스탠바이했다. 이로써 아마 급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항공권 발권 없이 빠르게 해외를 오갈 수 있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