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44
– 445화 –
2006년 2월 4일.
한미 FTA의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는 동시에, 외환 위기의 신호탄이라 불리는 [한부그룹]의 총수에게 징역 3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이 선고됐고, 이란 핵 개발로 인해 국제 정세가 흉흉해지고 있을 무렵.
준성과 일남, 그리고 일을 처리하기 위한 실무직들이 김포공항에서 NEE-001번 항공기에 오르고 있었다. 그 이유인즉슨, 작년 말에 준성이 쏘아 올린 대-스타벅스용 전략.
바로 [네스트컵] 개최식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덤으로 시범 운항을 제외 첫 실전이었기 때문일까?
NEE-001번 항공기의 기장은 긴장을 바싹 머금은 채 출발 전부터 준성과 일남을 시작. 전 직원에게 깍듯한 인사와 더불어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다.
그에 더해 스튜어드(steward, 남자 승무원)들 역시 제 처녀비행을 잘 마치기 위해서인지 힘을 바짝 준 채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칼 같이 움직였다.
준성은 그걸 물끄러미 보고 있기도 잠시.
이내 기장과 사무장을 불러 가볍게 언질을 줬다.
“안전을 위해 열심히 하시는 건 감사합니다만, 굳이 비행 때마다 이렇게 일일이 인사를 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원래 타 항공사에서도 일등석에 타면 보통 기장과 사무장들이 나와서 인사를 한다는 것은 압니다만… 아무래도 저희 회사 자체가 허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냥 평상시처럼 편하게 하세요. 오히려 그게 안전에 더 좋아 보이니까.”
그 말에 기장은 짧은 찰나 ‘함정인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여기서 잘못 대답하면 바로 말레이시아로 귀환하는 건가?’ 등의 오만가지 생각이 스치기도 잠시.
“뭐 하십니까? 가서 일 보셔야지요.”
그걸 알아챈 일남이 허허허- 웃으며 대화를 끝내주자, 기장은 가볍게 ‘예, 알겠습니다!’하고는 가볍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조종석으로 이동했다.
이에 일남은 슬쩍 고개를 들어 기장과 사무장이 제 업무 공간으로 들어간 걸 확인한 뒤 프흐흐 웃음을 머금었다.
“이럴 걸 겪을 때마다, 네스트가 얼마나 수평적인 기업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군요. 이준성 대표, 가만히 보면 참 생각이 열린 사람이에요. 원래 권력을 가지면 거만하고 오만해지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글쎄요? 저는 생각이 열려서 수평적인 문화를 선호한다기보단, 쓸데없는 허례로 시간이 잡아먹히는 게 싫은 것뿐입니다. 그 시간에 일에 열중하는 게 효율적이니까요.”
그 말에 일남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었다.
“하하- 그러십니까? 차라리 그렇다면 사소한 실수로라도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더 좋았을 텐데요? 공포는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좋은 동기부여니까요.”
덤으로 일남의 말 역시 틀리진 않았다.
실제로도 많은 기업들이 많은 부분에서 이러한 공포를 이용하는 편이었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이러한 ‘공포’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었다. 예컨대…
– 여기서 실패하면 낙오자가 된다…
– 남들보다 뒤처지면 난 패배자가 된다…
– 이거 실적 못 채우면 회사에서 잘린다…
…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는 이미 너무나도 패배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극한의 레이싱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었다.
사회 분위기부터가 가파른 경제 성장으로 인해 앞만 보고 달리라고 외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과거 고등학교 선생들이 ‘좋은 대학 못 가면 인생 망가진다’라며 학생들에게 공포감을 불어넣었던 것만 봐도 그랬고.
불경기와 청년 실업이 겹쳐 스펙의 극단적인 상향-평준화로 인해 극한 취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조금만 나태해지면 ‘이러다가 뒤처지는 게 아닐까’라며 쉬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며 본인을 채찍질해서라도 나아가는 것 역시 그랬다.
이렇듯 [공포]는 사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다.
물론, 그게 마냥 나쁘다는 얘기를 하고 싶진 않다.
공포는 본능이었으니까. 특히 인간처럼 맹수와 비교해 피포식자에 놓여 있던 존재에게는 더더욱.
그렇기에 이러한 공포는 인간을 더욱 조심스럽고 치밀하게 행동하게끔 만들었고… 이러한 공포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전체적으로 인류 전체를 더 윤택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덤으로 자본주의의 최전선을 달리는 기업들 역시 이러한 점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인사 및 조직 관리에 ‘공포’를 자주 활용하는 편이었다.
그게 제일 잘 나타나는 게 바로 ‘실적 압박’이었고, 그 외에도 끊임없이 목표를 갱신시켜 직원들에게 잠시라도 쉬면 쫓겨날 거란 압박감을 주는 형태로 강력한 동기를 부여했다.
페달 밟는 것을 멈추면 끝나게 될 거라며, 여기서 포기하면 당신의 직장 인생도 끝날 거라며, 남들보다 나은 성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승진이 누락된다며 말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네스트와 디움에는 비교적 이런 실적 압박을 포함한 공포를 잘 활용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직원들을 마냥 풀어주는 건 아니었다만… 타 기업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이유? 간단했다.
“공포 정치. 예, 분명 효과적이죠. CEO 맡아서 단기 실적 채운 뒤, 스톡(주식) 털고 나갈 때 한해서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공포는 직원들을 병들게 만듭니다. 공포는 강력한 효과를 낳는 만큼, 직원의 애사심도 잡아먹어 버리니까요.”
그 누구든 똑같다. 언제든지 조금만 실수하면 제 목을 칠 거라 기세등등하게 외치는 상대를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래서 저는 수평적인 걸 선호합니다. 그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원을 더 효율적으로 부릴 수 있는 길이니까요.”
일남은 딱 거기까지 듣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있잖습니까, 이준성 대표.”
“예.”
“유대인 우화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어느 욕심 많은 상인 이야기죠. 근데 어느 날 그 상인이 제 직원들이 삐쩍 곯아서 짐 상하차를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며 화를 냈습니다.”
– 저 망할 임금 노예(Wage Slave, 노동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들이 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 밥을 못 처먹어서 그런 게로구만! 안 돼! 그럼 우리 회사 능률이 떨어져!
“이후 그날부로 상인은 직원들의 일급을 2배로 올리고, 질 좋은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그 결과 직원들이 밥을 잘 먹게 됐고, 일을 열심히 해서 상단이 더 잘 돌아갈 수 있었죠. 근데 그럼에도 욕심 많은 상인은 짜증이 났습니다.”
– 저 멍청한 임금 노예들! 대가리에 든 게 없어서, 글자와 숫자를 읽을 줄도 모르다니! 일을 제대로 시킬 수가 없잖아! 대학에 보내서 똑똑하게 만들어야겠어!
– 하, 가족이 아파서 일을 못 하겠다고? 간병을 가야 한다고? 개소리 집어치워! 모든 임금 노예들은 상단에서 일해야 해! 그러니 가족의 병 따윈 상단이 책임지겠다!
– 뭐? 아이를 키워야 돼? 웃기지 마! 임금 노예가 잘도 혓바닥을 나불거리는구나! 네 주제를 알아야지! 네 녀석의 아이는 우리 상단이 키울 거다! 좋은 빵, 좋은 물 먹여다가 잘 키울 거야! 그 핏속에 우리 상단의 이름이 흐르게끔!
– 그렇게 자란 아이는 커서 우리 상단에 입단하겠지! 그렇게 임금 노예들의 아들, 손자 나아가서 증손자까지 우리 상단에서 일할 거야! 너희는 영원히 내 노예야! 크하하하하! 절대 도망가지 못해! 그러니 평생 일만 하다 죽어라!
“… 라며 탐욕스러운 웃음을 흘렸다는 얘기입니다.”
준성은 얘기를 듣길 약 5분. 그 사이 스튜어드가 세팅해준 스테이크로 된 기내식을 포크로 콕- 찍은 뒤 물었다.
“좋은 얘기네요. 근데 갑자기 그건 왜요?”
“있잖습니까. 저 우화에 나온 상인은 좋은 경영자일까요? 나쁜 경영자일까요? 비록 의도는 나빴지만, 그로 인해 직원들의 복지는 좋아졌고 상단의 능률 역시 올랐습니다.”
이에 준성은 일남이 대충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눈치를 챘지만, 괜히 모르는 척. 입에 스테이크를 넣으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가 좋은 경영자인지 아닌지는 결과가 결정할 뿐입니다. 재무제표 까 봐야죠. 그 전에는 아무것도 장담 못 합니다.”
이에 일남도 이쯤 되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거 참, 말은 청산유수네. 좋은 얘기할 땐 그냥 ‘예’하고 넘어가면 되지, 굳이 그렇게 오리발을 내밀어야겠습니까?”
그제야 준성이 멋쩍은 미소를 머금고는 대답했다.
“낯부끄럽잖아요. 우리 그런 스타일 아니기도 하고요.”
…
약 7시간의 비행 후.
준성과 일남이 탄 비행기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착륙했고, 이후 일반 항공기와 다르게 아주 여유롭고 편하게 짐을 정리한 채 하기했다. 그러자 꽤 흥미로운 일 있었는데…
바로 말레이시아의 ‘문체부’에 그나마 가까운 관공서인 청소년체육부(Ministry of Youth and Sports)의 장관이 마중을 나온 거였다.
참고로 관공서명이 ‘청소년체육부’라서 청소년만 관리하는 게 아닐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들은 엄연히 국가 체육의 중요한 일을 관리하는 곳이었다.
까닭에 비행기 계단에 레드카펫과 동시에 자그마한 꽃이 펼쳐져 있었고, 그와 동시에 준성과 일남이 내리자마자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다.
이에 준성은 살짝 당황스러워, 최대한 티를 안 내기 위해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입만 움직여 물었다.
“이거 예정에 있었던 일입니까?”
“… 예-에, 있긴 했는데 생각보다 거창하네요. 입국할 때 [청소년체육부 관계자]가 마중을 나가 있을 거라는 언질을 받긴 했는데… 장관이 직접 올 줄은 몰랐습니다.”
일남 역시 그냥 의례적으로 공무원이 몇 명 오고, 정치 선전용 짧은 감사 인사나 받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무려 장관급이 왔으니 살짝 버벅댈 수밖에.
하지만 네스트 입장에서야 저런 거물이 움직여줘서 나쁠 게 없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반기기로 했다.
“이번 AFF컵 개최를 위한 스폰서 및 말레이시아의 체육 진흥을 위해 찾아와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저는 청소년체육부 장관 다또 림(Dato Lim)입니다.”
아무래도 여러 다인종 국가인 말레이시아였기 때문일까? 중국계로 보이는 장관이 웃으며 환대를 해줬고, 이에 일남이 대신 나서서 그 손을 잡은 채 흔들었다.
사실 의전상으로 오너인 준성이 직접 대응해야 옳은 일이었으나… 애초에 준성은 아직 언론 노출을 꺼리고 있었거니와, 이번 담당자가 일남이었기 때문이었다.
덤으로 AFF 네스트컵 개최 축사 역시 일남이 할 테니, 언론에 노출될 사람은 준성이 아닌 일남이 되어야 짝이 맞았고 말이다.
이후 ‘갑작스럽게 찾아봬서 죄송합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이런저런 양해 및 감사 인사도 잠시.
어차피 청체부 장관 역시 AFF 네스트컵 개최식에 참가할 예정이었기에 그들 역시 준성과 동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이후 정부 관계자가 끼어 있었기 때문인지,
농담 안 하고 거의 하이패스 급으로 입국 심사를 통과.
말레이시아 정부 측이 교통 정체로 네스트컵 개최에 지장이 있을 수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교통 통제가 되어 까-알끔한 도로를 그대로 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신호등 한 번 걸리지 않고 쭈-욱 달리길 30분.
준성 일행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다목적 경기장이자, 세계에서 9번째로 큰 축구 경기장.
바로 [부킷 잘릴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치 거인을 마주한 기분이 이러할까? 압도적인 크기로 인해 꼭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후 준성 일행은 차에서 하차. 동시에 밀려드는 기자들을 청체부 장관 측이 붙여준 무장 경호원들의 도움을 받아 뚫고 경기장 안에 있는 VIP 대기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금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통역 및 잔심부름꾼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에 와선 베트남 부법인장까지 오른 인물.
바로 로켓이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라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법인장까지. 그들 모두가 이번 네스트컵 개최식에 참가하기 위해 모두 모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준성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 준비는 충분하다. 이제 전술핵이 목표 지점에 도착했으니, 남은 건 폭발 스위치를 누르는 것뿐이야.’
준성은 이후 이제 [동남아] 시장에서 스타벅스를 완전히 몰아내고 네스트 독주 체제를 굳히기 위한 전술핵의 스위치를 누르는 심정으로 말했다.
“바쁜 와중에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6년 2월 4일. 오늘부로 동남아 시장은 네스트 1인 독주 체제를 굳히게 될 거고, 여러분께선 그 시작을 목격하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