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84
– 485화 –
준성을 포함한 네스트의 핵심 인력들이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시카고로 향하고 있을 무렵.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본사에서는 하워드 슐츠가 짜증 섞인 숨을 내뱉고 있었다.
그 이유야 뭐 말할 것도 없이…
스타벅스가 팀 홀튼즈 인수에 실패했고,
나아가 네스트에게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분명 나릴 홀튼은 인수 회의 당시 하워드가 마치 이번 한 번만 찾아와서 인수 제안을 한 것처럼 얘기했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하워드는 네스트가 본격적인 M&A를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릴 홀튼을 주기적으로 찾았고, 그에게 팀 홀튼즈를 판매하라며 회유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릴은…
– 이보게, 하워드. 사람이 나이가 들면 내려놓는 것을 잘해야 한다고들 하지. 나 역시 그걸 느꼈다네. 그래서 경영에서 손을 떼곤 니아 그 녀석에게 모든 권한을 양도했지.
– 하지만 동시에 말이야 긴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게 하나 더 있다네. 바로 인생엔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되는 것 역시 존재한다는 거지. 내게 있어선 그게 바로 자네일세, 하워드.
– 평생을 2등으로 산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아는가? 그 어떠한 노력을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목표가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가슴 미어지는 일인지를 아는가? 자네는 모르겠지. 암, 분명 모를 거야. 항상 1등이었으니까.
– 하지만 지금 자네 모습을 보게.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커피의 제왕이 지금 이 은퇴한 늙은이에게 찾아와 무려 ‘부탁’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 모습이 참 즐겁기 그지없군.
– 분명 나의 싸움은 이제 끝났어. 하지만 팀 홀튼즈의 싸움은 아니지. 새로운 마음으로 네 녀석을 끝까지 추격해서, 끝끝내 네 심장에 칼날을 박아넣게 될 게야. 그때 기억하게. 자네가 누구에게 졌는지. 누가 세운 기업에게 패배했는지!
– 나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기다려진다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 그저 이 춥디추운 곳에서 곰과 늑대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느긋이 기다리면 될 테니까. 그러다가 문득 뉴스나 신문에 자네의 왕국이 무너졌다는 얘기가 들려온다면…
– 그때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칠 게다. ‘드디어 내가 이겼다!’라고 말이지. 얘기를 들어보니 이번 싸움에 맥도날드가 끼었다지? 그러니 자네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공포에 떨게나. 아주 느긋느긋, 하루하루 말라가며 말이야.
– 그런 자네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이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자연 속의 생활도 매우 달콤하게만 느껴질 테지. 자, 이게 내 대답일세. 몇 번을 찾아와도 변하지 않는 내 대답.
하워드는 나릴에게 들었던 말을 곱씹고는,
마치 더러운 것 치우듯 퉤 하고 침을 뱉어냈다.
‘빌어먹을 늙은이. 끝까지 희망을 놓지 못하는군. 패배자에 안주했으면 그냥 그렇게 살다 갈 것을.’
비록 그렇게 생각하진 했지만,
가히 폐부 깊숙이 꽂히는 일격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그가 여태까지 봐 온 네스트는 M&A를 주력으로 삼는 기업이 아니었다. 그나마 한다고 해봐야 수직적 합병일 뿐. 본인들이 최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모두 믿음직한 협력업체에게 넘겨버리는 형태의 경영을 선호했다.
하지만 그런 네스트가 갑자기 팀 홀튼즈를 인수한다?
‘분명 짐 스키너의 작품이겠지. 뱀 같은 새끼.’
짐 스키너.
햄버거 속에 숨은 뱀.
분명 스타벅스와 맥도날드의 전면전이 길어진다고 느껴, 네스트를 회유해 후방을 교란하고 싶은 것이었으리라.
맥도날드 입장에선 본인에게 덤벼오는 스타벅스와 공존하는 것보단, 네스트라는 말 잘 듣는 녀석을 시장 선두주자로 세우는 게 전황에 유리했을 테니 말이다.
“네스트, 맥도날드. 기억해 둬라. 그 불안정한 혼합물 같은 알량한 동맹 따윈 얼마 가지 못할 거다. 그러니 마음껏 덤벼 봐라. 어차피 끝끝내 이기는 건 내가 될 테니.”
하워드는 조용히 주빌로스트를 호출했고,
이후 중국에 관련된 얘기를 몇 개 전달했다.
이에 주빌로스트는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알겠다는 대답을 건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얼마 후.
준성을 포함한 네스트의 핵심 인력이 캐나다 해밀턴에서 약 800km 정도 떨어진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도착했다.
언제나 그렇듯 911테러 이후 매우 불친절해진 미국의 입국심사원을 지나기도 잠시. 게이트를 건너자 자그마한 공항 플랫폼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맥도날드의 고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깡 마른 인상 탓에 언제 봐도 구렁이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남자, 바로 짐 스키너였다. 바쁜 일정에도 공항까지 찾아와 준 것을 봤을 때 참 어지간히 기대됐던 모양이다.
이에 준성 역시 피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맥도날드의 고향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샌버너디노’ 아니었습니까?”
샌버너디노.
맥도날드 형제가 직접 만든 맥도날드의 1호점이 있는 곳이자, 지금에 와서는 맥도날드 박물관이 있는 곳이었다.
덤으로 시카고는 창업주인 레이 크록이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경영권을 강탈하면서 만든 본사가 있는 곳이었고 말이다.
꽤 민감한 화제였기 때문일까?
짐 스키너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예, 그곳 역시 맥도날드의 고향이지요. 하지만 지금의 맥도날드는 기업화 이후로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요. 많이들 헷갈려 하십니다.”
“아-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어디서 귀동냥을 잘못한 모양이네요. 일단 가시죠. 서로 할 얘기가 많으니.”
그렇게 안내를 따라 이동하는 길.
준성은 스키너를 훑고는 픽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뱀 같은 사람이다. 속을 알 수 없어.’
덤으로 동맹 관계였음에도, 준성이 굳이 맥도날드 측에 실례가 될 법한 얘기를 꺼낸 이유는 간단했다.
떠보기 위함이었다.
으레 경영자는 언행에 그 성향이 묻어 나오기 마련. 근데 짐 스키너는 그런 게 전혀 없었기에 돌발 상황이라도 만들어 보자는 심보로 슬쩍 돌을 던져 봤거늘…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누가 맥도날드 쯤 되는 회사의 CEO 아니랄까 봐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보이는 그였다.
이에 준성 역시 슬쩍 거리를 둔 채 짐 스키너에게 휘둘리지 않게끔 주의하기로 마음먹었고 말이다.
분명 지금은 동맹 관계지만,
언젠가는 적이 될 상대였기에.
…
맥도날드의 본사는 우람했다.
마치 하늘을 뚫고 올라갈 정도로 높은 시카고의 마천루들 사이에서도 유독 높은 곳에 있었고, 그게 꼭 여타 다른 기업들에게 힘의 차이를 보여주는 듯 위압적으로만 보였다.
이에 재민 역시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에 살짝 긴장을 머금었지만, 그것도 잠시. 이는 거꾸로 그 맥도날드가 이제 잠시나마라도 네스트의 동맹이 된다는 것과도 같았기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
이후 준성과 재민을 포함한 네스트 직원들이 회의실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맥도날드 측의 직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간단히 인사를 주고받았고…
기다릴 것 없이 바로 회의가 진행됐다.
“네스트는 오너인 나릴 홀튼에게 대다수의 주식을 구매함으로써 팀 홀튼즈 인수에 성공했음을 밝힙니다. 또한, 현재 네스트의 COO인 윤일남이 팀 홀튼즈 측에 남아 후처리를 진행 중입니다.”
“신속하고 깔끔한 일처리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제부터 스타벅스의 몰락까지 맥도날드와의 동맹이 시작되겠군요.”
스키너의 말에 준성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그리고 그 동행에 대한 자세한 사안들을 정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찾아온 거고요. 일단 본격적인 전략 공유에 앞서, 전략 수립의 원활함을 위해 인수 후 네스트와 팀 홀튼즈의 노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참고로 맥도날드는 어디까지나 ‘팀 홀튼즈를 인수했으면 좋겠다, 그 대금은 우리가 지원해 주겠다’라는 스탠스만 고수했을 뿐. 그 방법이나 후처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이전에 짐 스키너가 말했던 것처럼 맥도날드에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 숙달된 인력이 없기에 네스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일 수도, 혹은 다른 꿍꿍이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상대방의 속내를 모른다고 마냥 이쪽도 수를 숨겼다간 동맹이 체결되지 않을 게 분명했기에, 준성은 본인이 결정한 의사결정과 그 이유에 대한 내용을 공유했다.
물론, 핵심은 제외하고 말이다.
뚜벅- 뚜벅- 뚜벅-
스륵- 슥- 사락- 사각-
네스트 경영지원본부장이 맥도날드 측에 관련 서류를 건네주고 난 것을 확인한 뒤. 준성이 가볍게 입을 뗐다.
“일단 네스트는 팀 홀튼즈를 [합병]이 아닌 [인수]의 형태로 거둬들였습니다.”
저번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네스트는 홀튼즈를 [흡수]하는 게 아니라,
구입한 뒤 자회사로 [편입]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런 선택을 한 대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합병을 추진할 경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M&A 당시 참가했던 맥도날드 측 CFO님께서도 보셨듯, 스타벅스는 팀 홀튼즈에게 웃돈을 얹어 강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에 스키너는 슬쩍 CFO를 쳐다봤고,
CFO 역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이는 곧 스타벅스 역시 이번 인수를 굉장히 껄끄러워한다는 증거이며, 나아가 강탈에 실패한 이상 나름대로 방비를 준비하리라 판단됐기 때문입니다. 까닭에 팀 홀튼즈를 소화하느라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간접적인 지배만 굳힌 채 바로 몰아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현재 네스트는 맥도날드와 손을 잡고 스타벅스를 기습하는 상황. 그러니 굳이 꾸무적거리며 시간을 줌으로써 적이 대비할 틈을 줄 필요는 없었다.
“좋군요. 네스트 내부 효율보다 우리의 동맹. 더 나아가 스타벅스에게 피해를 주는 데 집중하신 점에 감사드립니다.”
스키너 역시 이 부분에 있어서는 만족한다는 듯. 처음으로 속내를 깔-끔하게 드러내 보이며 웃었고 말이다.
이에 준성은 가볍게 고개를 까닥이고는 말을 이었다.
“두 번째로, 팀 홀튼즈는 매우 건실한 기업이었습니다. 비록 핵심 역량이 점유율 방어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그와 별개로 굳이 네스트가 손을 대야 할 만큼 비효율이 나지 않다고 판단. 간접적인 지배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였습니다.”
애초에 팀 홀튼즈 역시 오너가 은퇴하기 위해 판매했을 뿐. 문제가 생겼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 굳이 네스트가 입맛대로 뜯어고치기보다는, 그들을 존중하는 게 좋았다.
비록 준성이 조금 더 뛰어난 경영자였기에 직접 손을 대면 더 나아질 부분이 분명 보이긴 했다마는…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좋기도 했고, 세상에는 간혹 ‘안 하느니 못한 일’도 존재하는 법이었으니 말이다.
“네스트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그게 맞는 길일 겁니다.”
짐 스키너 역시 그 판단을 존중한다는 듯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팀 홀튼즈와 네스트의 포지셔닝 차이입니다. 서로 비중을 두는 핵심 가치가 판이해, 섣불리 흡수하면 기업의 색이 옅어질 가능성이 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네스트는 앞으로 [네스트]와 [팀 홀튼즈] 이렇게 쌍각(雙角) 형태로 시장을 공략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