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88
– 489화 –
시간이 훌쩍훌쩍 잘 흘러 2006년 7월 말.
맥카페의 영구 가격 할인에 맞춰 준성 역시 스타벅스를 압박할 카드를 여러 개 준비하고 있기도 잠시. 문득 노크 소리와 함께 장민우 사장이 나타났다.
“대표님, [제1회 네스트 로드컵]이 성황리에 종료됐습니다. 이에 대한 보고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 말에 준성은 들고 있던 서류와 만년필을 내려놓고는 좋은 소식을 건네 듣기라도 한 양 웃음을 머금었다.
‘안 그래도 마침 시간이 나서 유니드어스 쪽 일을 처리할까 했는데, 잘 됐어. 좋은 타이밍이야.’
“김재민 사장님께 로드컵이 끝났다는 말을 건네 듣긴 했습니다만, 이제야 자료 정리가 끝난 모양이군요. 어차피 유니드어스에 드릴 말씀도 있었으니, 바로 가시죠.”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김재민 사장님께도 말씀드리고 가도 될까요?”
안 될 게 뭐 있으랴. 애초에 이번 [제1회 네스트 로드컵]를 도맡아서 진행한 게 김재민이었거니와, 어차피 자세한 결과 보고를 위해서는 그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준성은 가볍게 ‘네. 같이 가시죠’했고,
이후 둘은 흔쾌히 걸음을 옮기기도 잠시.
바로 옆에 있던 재민의 사무실에 도착하자…
– 저희도 마음 같아서는 최대한 물량 확보해서 건네 드리고 싶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우주 커피]가 네스트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물건이잖습니까…
– 이번에 [우주 커피]를 런칭한 네스트 프리미엄 로스터리의 매출이 기존 대비 20%가량 늘어났다는 결과가 나와서, 네프로 쪽에서도 물량 좀 더 달라고 성화입니다. 게다가 3주 마다 한정적으로 생산해서 VIP 예약만 거의 90일까지 밀려 있어서 저희도 재고 만들기가 어려워요.
– 하… 예. 네… 예. 압니다, 장인어른. 네스트와 동남이 어디 보통 관계입니까? 그래서 네스트도 기존의 파트너쉽을 생각해 유일하게 동남에게만 우주 커피를 드린 거고요… 저도 드리고 싶은데 정말 원두가 없습니다.
재민이 전화기를 붙잡은 채 씨름을 하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훔쳐 듣게 된 내용으로 추정하건대, 상대는 동남그룹의 류충재 부회장(류수연 父)이리라.
여태까지는 윤일남이 동남과의 우주 커피 납품을 도맡아 처리했지만, 그가 팀 홀튼즈 문제로 캐나다로 향하며 이 업무는 자연스레 재민에게 인수인계가 됐고…
류충재 부회장은 제 사위가 담당자로 앉았으니, ‘가족 사이에 그러면 안 된다’라는 요지로 감성에 호소했으리라.
비록 공적으로는 서로 함께하는 파트너일지는 몰라도, 당장 데릴사위인 재민 입장에서는 퇴근하면 얼굴을 봐야 하는 장인(현재 류수연이 워킹맘이라, 육아 문제로 김재민이 아예 그쪽 집안에 들어가 버렸다)이다.
회사와 집.
두 공간에서 번갈아가며 무슨 원두 로스팅하듯 들들 볶아대니 재민 입장에서는 정말 진땀이 빠질 수밖에.
제아무리 한국 커피 산업의 신화 소리 듣는 경영자이자, 준성이 정성 들여 키운 투계인 재민이었지만… 장인어른 앞에선 여전히 병아리가 되는 게 정상이리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었기에,
준성은 가볍게 재민에게 눈인사를 건네고는…
뽁- 끼익- 끼익- 끼익-
– 제 핑계 대세요. 제가 커버해드릴게요.
사무실 한쪽에 놓인 거치형 화이트보드에 큼지막한 글자를 써서 보여줬다. 이에 재민 역시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눈을 다시 전화기로 돌렸다.
– 장인어른,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모두 총수님의 뜻입니다. 제 마음 같아서는 다음에 생산되는 우주 커피 전량을 동남에 가져다 드리고 싶은데… 최근 [스페이스 X] 측이 새로운 추진체를 개발한다며 실험 일정을 수정한지라 원두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 그 덕에 네스트 내부에서도 [우주 커피]를 프리미엄 원두로 포장해 시즌제로 운영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요.
– 네. 예. 그럼요, 예.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예. 예. 그럼 이제 전화 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민은 딱 거기까지 말하곤 수화기를 내려놓았고, 약 2초 정도 있다가 깊은 한숨을 뱉었다. 그걸 본 준성은 푸흐흐 웃음을 터트린 건 덤이었고 말이다.
“완전 기 빨리신 것 같은데요?”
“… 하아, 드디어 살았네요. 감사합니다.”
“집이랑 회사에서 동시에 볶이셨나 봐요?”
“예. 이탈리안 로스팅이 될 정도로요.”
이탈리안 로스팅. 국가인 그 ‘이탈리아’ 맞으며, 원두가 갈색이 아닌 거의 검게 탈 정도로 강하게 볶는 로스팅을 뜻했다. 아마 그 정도로 힘들었다는 그만의 표현이리라.
“아무래도 가족이랑 일로 엮이면 힘들죠.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자니 효율이 떨어지고, 효율만 좇자니 서로 감정이 상하고. 중간이 제일 어려워요. 그렇죠?”
참고로 준성은 저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남이 떠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남과의 협력 업무는 죄-애-다 윤일남에게 맡겼었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가 사라졌기에, 이제 그걸 감당해야 하는 재민 입장에선 정말 몽둥이로 두들겨 맞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버거웠으리라.
“… 윤 이사님의 빈자리가 참 크게 느껴지네요.”
갑자기 훅- 들어온 재민의 씁쓸한 말에,
준성 역시 그리운 미소로 대답을 건넸다.
“예. 티가 잘 나지 않고, 돋보이지도 않는 장소였지만, 네스트 내부에서 윤 이사님께서 처리하던 일이 정말 많았으니까요. 아마 앞으로 계속 크게 느껴질 겁니다.”
“… 그렇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기가 죽으면 안 됩니다, 김재민 사장님. 윤 이사님의 빈자리가 큰 만큼 저희가 더 노력해야 하니까.”
그 말에 재민 역시 동의했는지, 슬퍼할 시간 따윈 없다는 듯 몸에 힘을 가득 주며 일어났다.
“그나저나 장 사장님과 함께 계신 것을 보니… 로드컵 관련해서 보고가 진행될 예정인가 보네요. 마침 저도 자료 준비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잘됐네요. 같이 가시죠.”
재민은 이후 내선 전화로 각 담당자에게 연락을 돌린 뒤, 네스트의 사장답게 허리를 쫙 편 채 이동했다. 이에 준성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 유니드어스로 향했고 말이다.
…
ND 빌딩 2층 유니드어스 본사.
언제 와도 네스트나 디움과는 분위기가 퍽 달라, 마치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넘어간 기분이 드는 준성이었다.
하지만 그 미묘한 온도 차이와 자유로움 역시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에 준성을 포함한 네스트의 인력들은 익숙한 몸놀림으로 각자 제 자리를 잡았고…
이후 장민우 사장과 함께 [로드 오브 레전드]의 총괄 디렉터인 김우현 부사장(보교 김우현 비서실장과는 동명이인)이 본격적인 보고를 시작했다.
– 커흠, 커흠. 장민우입니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 지난 6월 말.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제1회 네스트 로드컵]이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 중복 집계 포함 동원 관객 수는 총 21만 명이었으며, TV 중계방송 역시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평균 1.2%의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보였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각각 9%와 0.8%로 굉장히 높은 수치였습니다.
– 또한, [디움]과 [유튜브]를 통해 진행한 인터넷 생중계 역시 순간 최고 시청자 수 185만 명. 평균 시청자 수 10만 명을 유지했습니다.
굉장히 성공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
아무래도 첫 대회다 보니 32강부터 차례로 진행했기에 응원하는 팀이 갈려 현장 관람객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음에도 저 정도 관객을 동원했다는 건…
‘… 예측치보다 파장이 크군. 예상을 웃도는 성공이야.’
덤으로 TV 중계 역시 엄청나기 그지없었는데…
본진인 한국이야 뭐 말할 것도 없었고, 중국은 채널이 워낙 많아 조금 성공했다 싶은 예능 시청률이 ‘1%’에 초대박 예능이 ‘3%’인 정신 나간 국가였다. 근데 그 와중에 평균 시청률 0.8%? 사실상 미친 수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워낙 바쁜 일들이 많아서 잠시 시선을 못 주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커진 건가. 사실상 현존하는 온라인 게임 중 제일 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어.’
딱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자니,
이번에는 네스트 경영지원본부장이 마이크를 켰다.
– 추가 자료 덧붙이겠습니다.
– 이번 로드컵은 원래 183억 정도의 적자가 날 것으로 추정됐던 것과 달리, 생각보다 뜨거운 반응에 경기장 티켓 판매 및 TV 광고 그리고 송출권 판매 대금 등을 통해 2,531만 원이라는 아슬아슬한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 이는 어디까지나 네스트에 국한된 자료이고,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E-Sports 대회를 개최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과 로드 오브 레전드가 얻을 대규모 홍보 효과. 그에 더해 유튜브 측의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테스트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사실상 대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 이상입니다. 발표 계속해 주십시오.
그 말에 장민우는 덧붙여 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이후 유니드어스 부사장이자, 로드 오브 레전드 총괄 디렉터인 김우현이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 예, 맞습니다. 네스트 경영지원본부장님의 말씀처럼 이번 대회로 로드 오브 레전드의 이용자 수가 급증했습니다.
– 특히 신규 유저들의 유입이 활발해졌다는 것에서 매우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으며, 이로 인해 게임의 전체적인 수명이 훨씬 더 길게 늘어났습니다. 내부 예측 결과로는 적어도 앞으로 5년은 거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대성공 그 자체였기에,
다음으로는 대회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 넘어갔다.
– 경기 결과 이번 우승은 프랑스의 르노가 스폰한 [윈터즈]가 차지했으며, 준우승은 디움 프로 게임팀 [D-Storm]이 차지했습니다. 다음이 시상식 사진입니다.
김우현이 가볍게 리모콘을 조작하자,
백인들로 구성된 5인 팀이 네스트의 상징과 로드 오브 레전드의 상징이 적절하게 섞인 트로피와 더불어 총상금 액수가 적힌 패널을 들고 서 있는 사진이 나타났다.
덤으로 옆에 있는 D-Storm은 무려 준우승이나 했음에도 마치 죄인들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상금 액수가 적힌 패널을 마치 쇠사슬(?)처럼 들고 있었고 말이다.
이에 준성이 잠시 보고를 끊으며 물었다.
“디움 측 선수들 표정 왜 저래요?”
그 물음에 준성에게 직접 보고한 적이 거의 없던 우현이 버벅거렸기에, 장민우가 바로 끼어들어 대신 대답했다.
– 디움의 모회사인 네스트가 개최한 대회에서 본인들이 우승하지 못해 속상해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까? 다른 요인은 없었고요?”
– 예. 디움은 건강한 E-Sports 문화 정립을 위해 선수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선수를 몰아넣는 행위는 일절 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프로게이머였기에 승리에 대한 집착을 지울 순 없겠지만요. 다만…
“다만?”
장민우는 이걸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기도 잠시. 괜히 어물쩍 넘겼다가 모회사인 디움에 폭풍이 몰아닥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 아시다시피 현재 롤 대회는 유럽에서 만들어졌다고 해서 [EU 스타일]이라 불리는 전략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데… D-Strom 측에서는 게임이 만들어진 건 한국인데 왜 유럽 방식이 주류로 쓰이냐는 말이 나왔던 모양입니다.
– 그래서 결승에서 본인들 방식대로 이겨 보겠다고, 안정적인 EU 스타일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카운터를 치려고 시도했었습니다.
– 근데 르노 윈터즈 측에서 그걸 예상했는지, 바로 포지션 체인지해서 처참히 져버렸고… 그 이후로 기세에서 눌려버려 아쉽게 패배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준성은 다행이라는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을 반씩 섞어 허허허- 하고 웃음을 흘리고는, 조만간 D-Storm에 사기고취 차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 거면 다행이네요. 제가 못 본 사이에 혹여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걱정됐거든요. 아시다시피 D-Storm은 제가 직접 만든 팀이라 애착이 있기도 하고요. 아, 미안합니다. 얘기가 잠깐 새어 버렸네요. 다시 보고 시작하시죠 ”
– 예. 다음으로 이번 대회로 인한 추후 로드 오브 레전드의 스토리 전개 및 기타 진행 방향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