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53
– 53화 –
그 말에 사무실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었다.
3년간 검색 엔진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는 곧 구글이 자신의 핵심 우위를 공짜로 준 것과 다름없었다. 준성조차도 이 상황이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 이게 무슨 소리야?’
처음 구글에 투자하러 간 목적은 어디까지나 그 2억을 통해 ‘검색 엔진을 빌릴 기회’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도 그럴 게 애초에 구글의 두 창립자가 투자자에게 원체 방어적인 성격이기도 했거니와, 돈에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외골수였기 때문이다.
근데 그 정도가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2년 전. 스탠퍼드 대학 연구실 구석에 있는 두 대학원생에게 한 남자가 찾아왔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던 낯선 나라에서 온 사람이었죠. 그 사람은 한낱 대학원생에 불과한 청년들에게 선뜻 2억을 내줬고…”
세르게이 브린의 목소리에 그리움이 가득 묻어났다.
“그 덕에 모두에게 희망이 없다며 무시당하던 그 대학원생이 실리콘밸리에서 최고 주가를 달리는 포털 사이트의 CEO가 됐죠. 이게 전부 당신 덕입니다, 이준성 씨.”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품 안에서 작은 상자.
정확하게는 그 안에 있던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바로 휴지였다.
– 1997년 6월 9일.
– 남한의 이준성은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의 검색 기술 및 미래에 세울 기업, 구골(Googol, 10의 100 제곱. 구글의 초창기 이름)에 20만 달러를 투자했음을 밝힘.
그리고 그 아래에 붉은 펜으로,
준성과 구글의 두 창업자의 서명이 추가되어 있었다.
사실 저건 세르게이 브린이 워낙 뭔가를 남기고 싶어 해서 반쯤 장난으로 남겨준 메모. 근데 구글의 두 창업자는 그 메모를 코팅까지 해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당신이 사용할 구글의 검색 엔진 대금은 이미 2년 전에 모두 완납되었습니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받으십시오.”
세르게이 브린은 그 말이 끝나고 나서야 마음속에 있던 큰 짐을 내려놓았다는 듯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
‘… 당신이 2년 전에 줬던 그 가능성. 이제야 갚았어.’
반면 준성은 어이가 없어져서 허탈하게 웃었다.
여태까지 제 이익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경영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에서 살았고, 또한 그런 경영자만 만나왔었거늘… 이런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
“하… 그걸 가지고 있었습니까?”
“예. 당신을 기억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2년 전에 제가 받았던 그 믿음에 응답하기 위해서였기도 하고요. 고마웠습니다. 이제야 빚을 갚는군요.”
세르게이 브린은 그 말을 끝낸 뒤,
다시 스탠퍼드 대학원생에서 구글의 CEO로 돌아왔다.
“그 외에도 저와 동행한 Senior Engineer 사울을 6개월 동안 디움에 파견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엔진을 굴리려면 이것저것 손 봐야 할 게 많으니까요.”
“… 배려 감사드립니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받는군요.”
준성의 감사에 세르게이가 웃음을 머금었다.
“아뇨.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더 많이 받았으니까. 그리고 구글의 배려는 이게 끝입니다. 디움이 만약 성공해서 세계로 진출한다면… 구글의 경쟁자가 되겠군요. 먼저 가서 기다리죠. 그때 한 번 제대로 붙어 봅시다.”
구글.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검색 사이트이자,
아예 인터넷 검색이라는 말 자체를 ‘구글링’이란 고유명사로 바꿔 버렸을 정도로 강력한 기업.
비록 지금은 디움이 구글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때가 되면 구글 역시 디움의 경쟁자가 되리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
그러니 경쟁은 미래를 위해 아껴두기로 했다.
적어도 지금은 친구로 남아있어도 됐으니까 말이다.
“남은 일은 사울이 모두 처리해줄 겁니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본사에서 추가적인 인력을 투입해도 되고요.”
세르게이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악수를 권했고,
“사업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이에 준성이 그 손을 꽉 마주 잡았다.
“고맙습니다만, 추후 역전당하실지도 모를 텐데요?”
“하하. 제가 만든 구글은 검색의 정점이 될 겁니다. 실컷 도전하십시오. 당신의 도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니까.”
“좋습니다. 그럼 기다리십시오. 이 작은 나라에서 시작해, 세계를 삼키는 걸 직접 목격하게 되실 겁니다.”
“부디 그러시길.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스케쥴을 쪼개서 온 거라 시간이 촉박하거든요.”
그 말에 준성은 급히 짐을 싸 세르게이 브린을 배웅해주기로 했다. 그래도 2년 전에 느꼈던 부채감을 갚기 위해 큰 건을 물어다 준 까치 아니던가?
“아, 대표님! 저도…”
디움의 사장인 곽권영 역시 따라나서려 했지만,
준성은 가볍게 손짓으로 저지했다.
“아뇨. 곽 사장은 그냥 여기서 검색 엔진 도입 마무리하세요. 당신이 회사를 비우면 일은 누가 합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십시오!”
그렇게 곽권영의 능력을 바탕으로 한 [디움]에,
최강의 검색 엔진인 [구글]을 탑재.
본격적인 포털 사이트 사업 확장이 완료됐다.
…
아무래도 곽권영 사장이 인수 전부터 포털 사이트 확장을 꿈꾸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검색 엔진이 제공되자마자 정말 믿지 못할 속도로 확장을 해나갔다.
특히 그는 자본 문제가 해결되자 주변에 아는 개발자들을 모조리 끌어들이기 시작. 서버 및 기타 자잘한 하드웨어들을 닥치는 대로 구입했다. 그 모습이 꼭 여태까지 돈이 없던 울분을 모조리 풀어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곽권영 사장은 메일링 서비스 시절부터 꼼지락- 꼼지락- 혼자 만들어 놓았던 포털 사이트의 골자를 재활용.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일을 진척시켰다.
그렇게 1998년 12월 셋째 주.
포털 사이트 디움의 첫 문이 열리게 됐다.
외환 위기라는 경제 재난 속에서 기존의 많은 강자들이 무너져 내리던 순간이자, 많은 이들이 뭘 해도 안 될 거라고 부르짖던 위기의 순간. IT의 미래를 열어 재낀 거였다. 그리고 그런 디움의 등장은 신문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 새로운 포털 [디움] 등장? 야후 바싹 긴장!
– 98년 가을 김대중 대통령의 IT 벤처 육성 정책을 발표한 후, 대한민국에는 정보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 … …
– 특히 그중에서도 성장세가 뛰어난 것은 인터넷 포털 분야이다. 한국 통신(KT)이 브로드밴드를 빠른 속도로 보급하며 일반 가정에도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될 거란 전망 때문이다. … … …
– 이를 증명하듯 6월에는 [리니지]라는 새로운 온라인 게임이 발매됐고, PC방을 찾는 젊은이들이 [스타 크래프트]와 함께 매우 사랑하는 전자오락이 됐다.
– 이렇듯 IT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디움]이 야후가 꽉 잡고 있는 포털 시장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물론, 저게 소위 조중동 같은 메이저 언론사 1면에 대문짝만하게 박힌 건 아니었다. 그저 뒤쪽 구석에 아주 자그마한 칼럼으로 실린 게 전부였을 뿐이었다.
‘… 크기나 주목도로 보면 스포츠 신문에 있는 혼성그룹 코요테 데뷔 소식보다도 작군. 뭐, 하지만 상관없어.’
애초에 디움이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신문에 돈을 들이면서까지 광고를 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내년이 오면 [라이코스]를 필두로 온갖 포털들이 시장이 침범하며 포털 전쟁이 시작될 거다. 광고는 그때 실컷 해도 늦지 않아.’
준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신문을 접자,
옆쪽 데스크에 앉아 있던 권영이 슬쩍 물었다.
“뭐라고 적혀 있나요?”
그 모습이 꼭 상장을 기다리는 어린애 같아 보였다.
준성은 피식 웃으며 신문을 건네줬다.
“별 얘기 없습니다. 그냥 정보화 시대로 향하는 흐름에 대한 칼럼에 디움에 대한 얘기가 섞여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딱 저 정도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권영은 자기가 만든 포털이 신문에 나왔다는 게 기분 좋았는지 가위를 들고는 그 면을 오려내기 시작했다.
아마 스크랩을 하려는 모양이다.
사각- 사각- 사각-
“가끔 보면 참 재밌는 사람이에요, 곽 사장.”
“예? 왜 그러세요?”
솔직히 곽권영이 인수 때문에 처음에 굽히고 들어와서 그렇지, 메일을 무료로 풀어서 시장을 장악했던 사람이었다.
비록 준성이 인수 과정에서 가격 협상을 위해 그 메일링 서비스를 ‘수익성 없는 허상’이라며 깎아내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한 시장의 지배했던 사람이다.
직장인들의 명함에 이메일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도 딱 이 무렵인데, 기자들을 포함한 온갖 직장인들의 명함에 디움 메일이 박혀 들어갔다. 게다가 어디 그뿐이랴?
기업들 역시 정보화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 이메일로 이것저것 보내 주기 시작하는데… 그 메일을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디움 메일만 사용해야 할 정도였다.
왜냐면…
디움을 제외한 다른 메일들은 싹 다 유료라서,
기업들이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10만, 50만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기업들은 더더욱 말이다.
근데 그런 사람이 신문에 자기 회사 이름 나왔다고 그걸 정성스레 오려서 스크랩 북에 붙여대고 있었다.
“누가 보면 디움이 신문에 처음 나온 줄 알겠네요.”
“하하 여러 번 나오긴 했죠. 근데 그래도 제 꿈이 가득 묻어있는 회사잖아요. 신문에서 언급되면 꼭 내가 키운 자식이 어디 가서 상 받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이렇게 모아뒀다가, 힘들 때마다 다시 한 번 열어서 마음을 되뇌거든요.”
그 말에 준성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땐 그랬었지.’
애초에 자기 꿈을 향해서만 달려가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너무 좋아만 하진 마십시오. 아마 기존 포털 사이트들이 디움의 시장 침범을 확인했을 겁니다.”
“… 예, 아무래도 그렇겠죠. 특히 야후 코리아는 범세계적인 기업인 만큼 이런 경우도 많이 겪었을 테고요. 하지만 검색 엔진은 우리가 더 좋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다만 현실에 적용하기 조금 어려웠을 뿐.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에게는 일종의 ‘관성’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었다. 실제로 익숙한 것이 더 좋아 보이기도 하거니와, 웬만큼 성능 혹은 서비스가 차이 나지 않는 이상은 기존에 자기가 쓰던 것을 잘 버리지 않는다.
“아마 이쪽 계통이니 잘 아실 것 같습니다만, 당장 키보드도 그렇지 않습니까? 실제 성능과 타자 효율은 DVORAK(드보락)이 훨씬 좋았습니다만, 우리가 쓰는 건 정작 QWERY(쿼티)죠. 소비자들은 절대로 성능 하나만 보지 않습니다.”
그 말에 곽권영이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전략이라도 있으신가요?”
이에 준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 근데 왜 말씀은 안 해주십니까?”
“달력을 보세요. 곧 연말 아닙니까?”
“그래서요?”
“제가 전략 말씀드리면 바로 일 시작할 거잖아요. 그냥 쉬세요. 연말이잖아요. 친구들도 만나시고, 결혼 준비도 서두르시며 일 년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이제 시작인데, 너무 안일하지 않을까요?”
그 말에 준성은 그런 권영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내년에는 정말 토할 정도로 일이 쏟아져 내릴 테니까요.”
왠지 모르게 섬뜩함이 느껴지는 권영이었다.
끝
ⓒ 김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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