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553
– 554화 –
“도, 동남이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 뭐!?”
사장실 분위기가 갑작스레 얼어붙기도 잠시.
홍구영은 이내 뭐가 문제냐는 듯 되물었다.
“그래서?”
애초에 이건 전쟁 아니던가?
남영이 더러운 수를 통해 선전포고 없이 기습을 감행했으니, 동남 역시 허수아비가 아닌 이상에야 반격해야 정상이다.
애초에 그 반격에 힘을 빼려고 카제인나트륨을 이용한 공포 마케팅을 물밑으로 깔아둔 거였고 말이다.
비서 역시 그걸 알았기에 우물쭈물하기도 잠시.
이내 조용히 들고 있던 결재서류에서 웬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거기에는 어느 유튜브의 페이지가 캡처되어 있었고, 그 동영상의 제목인즉슨…
– 동남식품 카제인나트륨 TV 광고 30s Ver
… 되시겠다. 덤으로 동영상 안에는 동남그룹의 류충재 회장과 그의 손자가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고 말이다.
그룹의 우두머리가 제 혈족과 직접 나타난 흔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일까? 게다가 30초짜리 광고라니? 구영은 뭔가 섬뜩한 기분을 느꼈고, 이내 비서에게 신경질적으로 되물었다.
“이거 언제 올라왔어!? 그리고 조회 수는 또 왜 이래!?”
“어, 어제저녁입니다. 그리고 KBC, SBC, MBS 등 공중파 3파와 케이블 채널에 동시 편성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엽기’ 코드와 잘 맞아서 그런지, 여러 커뮤니티와 유머 사이트들에 계속 업로드되고 있어서 조회수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치 폐부에 칼날이 박힌 기분이 이러할까?
홍구영은 기습으로 인해 동남이 버벅대는 사이 시장에 빠르게 침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게 다 뭐란 말인가?
‘… 동남의 반응이 기이할 정도로 빠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이미 동남 측은 공격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반격 준비를 끝내놓은 거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홍구영의 얼굴이 삽시간에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어떻게든 공포 마케팅으로 동남을 끌어내려야만 동등한 승부가 될까 말까 한 상황에… 오히려 상대방이 함정을 파악하고 역습을 해온다니?
‘저, 절대 못 이긴다… 막아야 돼…!’
마치 급히 약을 찾는 환자처럼. 홍구영은 비서에게 지시해 해당 유튜브 페이지를 방문했고, 이후 그 광고를 조용히 관람하는가 싶더니…
쾅 – ! 쾅 – ! 쾅쾅 – !
“이런 씨*! 개 *같은! 으아아아아!”
이성을 잃은 채 제 키보드를 주먹으로 미친 듯이 내려쳤다. 그 과정에서 살갗이 까져 핏방울이 튀고, 힘을 이기지 못해 박살 난 자판들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마치 폭죽이라도 터지듯 예-쁘-게 말이다.
…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남영 비서가 말했던 것처럼 TV에 반격을 위한 동남의 광고가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한 거였다.
어찌 보면 당연했던 게, 동남은 이 비열한 공격에 이미 꼭지가 돌아버렸고. 심지어 남영은 간접적으로나마 ‘김재민’이라는 동남의 오너 혈족까지 건드리게 된 상황.
이에 류충재가 시장 방어를 위한 전쟁이 아닌,
제 가족을 지키기 위한 돌격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걸 증명하듯 류충재 회장은 ‘아주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겠어!’라며 아주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고 말이다.
– [KBC 황금 시간에 편성된 동남의 광고]
– (소비자 환기를 위해 하얀 화면에 달랑 뜬 동남식품의 심볼이 잠시 스쳐 지나감.)
– (화면 전환. 검은 화면에 양복을 입은 류충재 회장과 그 옆에는 그의 손자가 의자에 앉아 있음. 협탁에는 동남의 커피와 카제인나트륨의 핵심인 프림이 놓여 있음.)
– (류충재, 따뜻한 물에 커피를 타며) : 반갑습니다, 소비자 여러분. 저는 동남 식품의 회장 류충재입니다. 요즘 [카제인나트륨]이 시끄럽지요? 그러면서 남영이 마치 카제인나트륨이 꼭 독이라도 되는 양 광고를 편성했더군요. 허허허.
– (이후 류충재 회장, 커피를 호로록 원샷하고는 맛있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까닥거리며) : 저희 동남 만든 이 [막심 커피]는 우리가 가족이 먹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매우 안전합니다. 저도 매일 한 잔씩 마시고 있고요. 만약 해롭다면 제 건강에 제일 먼저 적신호가 켜졌겠지요.
–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싶었는지. 류충재 회장은 카제인나트륨이 주성분인 제품, [프림]을 물에 타서 그걸 제 손자와 함께 나눠마시기 시작함)
– (아무런 배경음 없는 가운데, 벌컥벌컥 거리는 소리가 매우 적나라하게 들려옴)
– (류충재) : 우리 동준이, 맛있니?
– (김동준) : 네! 맛있어요, 할아버지!
– (류충재,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보며) : 카제인나트륨. 제 손자가 직접 먹어도 안전합니다. 그리고 남영 이 (삐–)들아! 느그 분유에도 카제인나트륨 들어 있잖아! 우리한테 기술 특허 빌려 가서 만든 제품이잖아! 그럼 느그들은 애기들 먹는 분유에 독약 섞어 넣는 (삐–)들이가!?
– (류충재, 분노한 목소리로) : 심지어 느그들 15년 전에 카제인나트륨이 우유보다도 몸에 좋은 성분이라며 광고까지 했제!? 근데 갑자기 지네 커피에 카제인나트륨 뺐으니까 건강하다고!? 말이가, 방구가! 앞으로 경영 똑바로 해라! 커피 좀 팔겠다고 선동질 그만하고!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 (류충재, 날숨과 함께 분노를 뱉어내고는 당 떨어진다는 듯 남은 커피를 그대로 원샷함) : 그러니 소비자 여러분들께서는, 안심하시고 커피를 즐겨 주시면 됩니다.
– (다시 화면 전환, 흰 화면에 동남 식품의 심볼 마크가 스쳐 지나가며 폭풍 같았던 광고가 마무리됨)
해당 광고가 나간 후.
소비자의 반응은 크게 3가지로 나뉘었다.
– 와, 동남식품 류충재 회장 상남자네! 아주 그냥 빠꾸 없이 전진이야! 남자답다! 그래, 커피는 원래 [막심]이지!
– 뭐야, 남영이 그렇게나 위험하다고 주장하던 카제인나트륨이 별것도 아니었어? 심지어 애들 먹는 분유에도 들어가 있다고? 이게 뭐야? 그냥 구라친 거네? 에잉, 쯧쯧…
– 남영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네. 가끔 인터넷이나 언론에 대리점 밀어내기 같은 괴소문이 들려도 그냥 지나가는 얘기거니 했는데, 전부 다 진짜였던 거 아니야?
제일 먼저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었고…
– 응, 안 믿어. 응, 안 속아.
– 저건 좀 아니지 않나? 한 그룹의 회장 정도 되는 사람이면 경거망동하지 말고 묵직하게 자리를 지켜야지. 본인이 직접 나와서 욕을 해대다니… 말세다 말세야.
– 동남 회장이 먹은 저게 카제인나트륨이 아니라는 증거가 어디 있는데? 진짜 안전한 거 맞아? 아, 괜히 신경 쓰이네. 그냥 인스턴트 커피 자체를 마시지 말아야 하나.
파격적인 광고에 얼굴을 찌푸린 사람들도 있었으며…
– 응? 카제인나트륨? 뭔 일 있었냐?
– 또 지*이네, 이놈의 나라는 심심하면 저래.
– 야, 괜찮아. 먹어도 안 죽어 임마! 우리 어렸을 때 기왓장에다 삼겹살 먹고 컸는데도 안 죽었잖아! 사카린이네 MSG네 뭐네 위험하다고 한두 번 듣냐? 그냥 무시해.
아예 해당 이슈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또한 있었다.
하지만 굳이 비율을 나눠본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무래도 [유전무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정을 저지른 기업인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상황에서… 류충재가 대놓고 시원하게 욕을 집어 던졌기 때문이리라.
그걸 증명하듯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해당 광고의 유튜브 페이지가 미친 듯이 공유되기 시작. 어마어마한 파장을 몰고 오기까지 했고 말이다.
– 제목 : 동남식품 회장 상남자 클라스.avi
– 내용 : (남영을 겨냥한 동남의 광고 동영상)
– 와, 씨* 동남 회장 클라스 지리네 ㅋㅋㅋ!
– 우리나라도 이제 미국 저리 가라임.
– 나 저거 TV로 보다가 먹던 밥 그대로 뿜고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맞음 ㅋㅋ 진짜 개쩔음 ㅋㅋ
– 캬, 위험성 논란 터지자마자 바로 손자랑 같이 프림 원샷때리는 거 보니까 저 사람은 진짜다.
– 완전 갱스터 스타일이네~ 아예 대놓고 남영이랑 동남 회장이랑 스파링 한 번 뜨자 그래라~ 시청률 폭발하고 방송국도 같이 폭발할 걸~ 재밌겠네~
…
2007년 1월 넷째 주.
그렇게 실시간으로 류충재 회장의 파격적인 수로 인해 순식간에 [카제인나트륨 위험성]에 대한 이슈가 [동남 류충재 회장의 돌발행동]로 묻히고 있을 무렵.
ND 빌딩에 있던 준성은 그 광고를 일남-재민과 함께 보고는 정말 농담 하나 안 하고 청명하기 그지없는 폭소를 터트렸다. 일남 역시 크흡 하고 웃음을 흘렸고 말이다.
그렇게 기운차고 점잖은 웃음이 얼마나 교차했을까?
“… 재밌으십니까? 저는 죽을 맛인데요.”
이내 재민이 끙- 소리를 내며 물었다.
“아, 크흡- 흠! 미안합니다. 워낙 드문 일이라서요.”
“예에- 드문 일이지요. 같이 일할 때도 느꼈지만, 류 회장 참 직선적인 사람이네요. 음습한 기교는 정수로 받는다? 파격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분명 효과적인 전략이지요.”
“… 윤 이사님, 비꼬시는 거 아니죠?”
“그럴 리가요, 김재민 사장님. 진심입니다.”
지금 분위기가 워낙 가벼워서 그랬지,
분명 곰곰이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누군가가 그러지 않았던가?
이슈는 이슈로 덮어야 한다고.
특히 지금처럼 공포에 기반을 둔 이슈 같은 경우.
그게 소비자들 사이에 전염병처럼 퍼지는 것을 기다리기보다는 지금처럼 초장에 소비자를 환기시켜 그 불을 꺼버리는 것 역시 분명 유효한 반격 수단 중 하나였다.
물론, 과거 이러한 공포 마케팅 사례 중 [맥도날드 지렁이 버거]와 [맥주 산화취 사건]를 언급했을 경우.
괜히 조잡한 반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그 사건을 더 인식시킬 필요 없이 조용히 법적인 대응을 하거나 침묵하는 게 훌륭한 방어 방법이라고 얘기를 했었고, 저게 실제로도 식품 기업의 바이블과도 같은 전략이 맞긴 했다마는…
지금처럼 적이 돌출된 상황에서는 다르다.
위의 두 사례가 모두 [괴담] 형태를 띠었다면,
지금은 [남영]이라는 괴담 유포자가 있지 않던가?
그러니 괜히 조용히 맞고 있기보다는 지금처럼 헛소리를 지껄이는 기업의 주둥이에 정면으로 펀치를 꽂아 넣는 게 오히려 좋았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 두 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마음이 놓이긴 합니다만. 제가 아직 경험이 적어서 여쭙습니다. 분위기를 보니까 상황이 시끌시끌한데, 뒷감당은 어떻게 해야 하죠?”
재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말투가 꼭 걱정된다기보다는 혹여라도 네스트가 이런 일을 당했을 때를 대비해 알아 두기 위한 것처럼 보였고 말이다.
뒷감당.
뭐, 솔직히 말해서 골치 아픈 문제다.
특히나 한국은 침묵과 겸손이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 풍토가 있어서, 기업인이 물의를 일으키면 보통 정수리가 보일 정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기 마련이니까.
이에 준성과 일남이 서로 누가 대답하겠냐는 듯 시선을 교환하기도 잠시. 이내 일남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기에, 준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해야죠.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 간단히 놓고 생각해 보도록 하죠. [공포 마케팅으로 인한 시장 침식]과 [사과]. 둘 중 뭐가 더 좋은 선택일까요? 그리고 쉽고 빠를까요?”
뭐 굳이 대답할 필요가 있으랴.
당연히 후자다. 사과는 공짜니까.
“그런 의미에서 류충재 회장님께선 현명한 선택을 하신 겁니다. 동시에 남영을 대놓고 타격한 만큼, 시장에 있는 다른 경영자들에게 과시하는 효과 역시 생기겠죠. 인스턴트 시장의 왕은 동남이라고. 침략해 오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강력한 보복을 하겠다며 말입니다.”
재민은 ‘아-’ 소리를 내며 제 손바닥을 이마에 가져다 댔다. 아마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리라.
“예, 이준성 대표의 말이 맞습니다. 얼핏 경솔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류충재 회장도 아마 저걸 모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건수가 좋게 잡혔다며 제대로 각 잡고 들어갔겠죠. 거기에 네스트에게 자그마한 빚 역시 남겨줄 수 있으니 추후 거기서 이익을 가져오면 그만이고요.”
일남이 말을 얹자 재민은 다시금 곰곰이 생각하기도 잠시. 뭔가 상황이 어귀에 착-착- 붙는다는 느낌이 들자, 머리 위에 느낌표를 강하게 띄우며 ‘하-!’ 소리를 냈다.
준성과 일남은 그걸 보며 미소를 머금었고 말이다.
“이준성 대표, 우리가 동맹 하나는 잘 둔 것 같지요?”
“아무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