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555
– 556화 –
한창 남영에 대한 여론이 들끓으며 슬슬 [갑질]이라는 현상이 밝혀지고 사회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을 무렵.
서울시 이태원 승사원. 마광위가 마창수와 함께 남영에 대한 케이스를 살펴보며 광기 섞인 미소를 드리웠다.
“이번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 공격을 막아낸 수준이 아니라, 아예 함정을 파서 남영을 재기불능으로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뛰어납니다.”
“그리고?”
“아무리 마예라가 [카제인나트륨]이란 실마리를 줬다고 한들, 기이할 정도로 빠른 의사결정 속도입니다. 특히 이번 공격의 대상이 네스트가 아닌 동남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더더욱요. 이러한 속도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광위는 배울 점을 직접 짚어내는 창수를 흡족하게 쳐다보며 고개를 까닥거리는가 싶더니 재촉하듯 다시 물었다.
“그게 전부는 아닐 텐데? 더 말해 보아라.”
“이번 케이스에 대한 전략과는 별개로, 저는 이번 ND 그룹의 대응을 보며 지배자의 덕목과 주변을 아우르는 카리스마에 대한 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어떠한?”
“이준성이 이끄는 ND 그룹은 기본적으로 지속 가능한 윤리 경영을 중요시하는 기업입니다.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내세우는 이미지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준성 총수는 제 동맹이 공격받자마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제넘은 공격자를 짓밟았습니다. 그 결과 이번 사건을 통해 동남과 네스트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정답이었다.
하지만 살짝 부족한 게 보였기에,
마광위는 곰방대 연기를 내뿜으며 덧붙였다.
“그에 더해 선례를 남긴 거다. 사실 이번 공격은 류충재 회장이 직접 뛰어들어 사실상 마무리가 된 것임에도, 이준성 그놈은 아주 착실하게 남영에게 보복했지. 이는 시장 전체에 대고 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ND 그룹과 그 동맹을 건드는 존재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거라고 말이다.”
거기까진 생각 못 했던 걸까?
마창수는 아- 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숙였다.
확실히 전략에 대해서는 잘 아는 창수였지만, 그걸 제외한 대외 상황이나 시장에 대한 통찰력.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를 끌어내는 능력이 조금 부족했던 까닭이다.
하지만 광위는 창수의 그런 점은 딱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창수에게 그룹을 넘겨줄 때 즈음이 된다면 준성을 굴복시켜 보좌관으로 둘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만약 그런 미래라면 대영은 이미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한국의 자타공인 최강자가 되어 있을 테니, 다른 기업들과의 상호작용 따윈 필요 없을 게 분명했다.
‘지배자는 절대로 허락을 구하지 않는 법이지. 그러니 창수에게는 굳이 패배자처럼 남의 눈치를 보고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비굴함 따윈 필요 없다. 아무렴. 누구 핏줄인데.’
광위는 딱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이번 복기를 마치며 창수에게 당부했다.
“너도 알다시피 지금 이 공격은 어디까지나 이준성 그놈의 역량을 측정하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하다. 보아하니 저 녀석 역시 꽤 성장을 이룬 것 같으니, 조금 더 신중하게 사냥하거라. 안 그러면 사냥감에게 상처를 입게 되는 굴욕을 겪을 수도 있을 테니까.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래. 그래서 다음 공격으로는 뭘 할 생각하더냐?”
“ND그룹의 지주회사인 [네스트]를 노려볼 생각입니다.”
“오호라. 본진을 노려보겠다? 어떻게?”
“저번에 회장님께서 주신 전략을 바탕에 제 역량을 조금 섞어 독자적으로 진행해볼까 합니다. 혹 제 능력이 아직 부족하시다고 생각하신다면, 주신 전략 그대로 행하겠습니다.”
허락을 구하는 말에 광위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쏠 화살은 차고 넘친다. 일의 진척도 공유는 피승원이 알아서 할 테니, 굳이 보고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마음껏 날뛰어 보아라. 그럼 나는 그사이 이준성 그놈의 외가인 [보교그룹]을 공략하마.”
“알겠습니다. 저 역시 피승원을 통해 회장님이 펼칠 전략을 속속들이 보며 배워나가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광위는 그렇게 제 말을 잘 듣는 아들을 보며 실로 오래간만에 기쁜 미소를 짓기도 잠시.
이내 손을 휘적거리며 축객령을 내리고는,
곰방대에 새로운 담뱃잎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바스락- 취익- 화르르륵-
스읍- 파스스- 후우-
‘류충재. 고 녀석 참 재미있는 잔머리를 썼어.’
사실 이번 사건을 그저 제삼자의 시선으로만 보면, 그저 동남그룹의 회장이 정신 나간 짓을 한 것처럼만 보인다. 하지만 마광위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제 조카사위가 네트스의 사장을 맡고 있거니와, 동남 입장에서도 글로벌 기업인 네스트와의 파트너쉽이 소중했겠지.’
네스트는 글로벌 기업이다. 동남은 그런 네스트의 인스턴트 커피를 만들어 주는 OEM 업체였고 말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동남은 네스트가 진입한 국가에 한해,
시장 개척이나 별다른 마케팅 노력 없이,
후광 효과만으로도 판매가 보장된다는 얘기다.
그에 더해 동남은 [인스턴트 커피]뿐만이 아니라 [캡슐 커피]의 생산까지 도맡아 하지 않았던가?
‘류충재 입장에서는 네스트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싶었을 게야. 비록 제 조카사위가 네스트 CEO지만, 혈족이 아니기에 언제든지 끊어질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을 테고. 그러니 이준성의 마음에 부채감을 얹어 놓을 필요가 있었겠지.’
그 계산의 결과가 바로 왕의 출전이다.
굳이 다른 사람에게 시켜도 될 것을 굳이 본인이 직접 전장으로 향했고, 사회의 시선을 한눈에 받으며 [동남의 영향력 증명]과 [네스트와의 관계 재정립] 그리고 [이준성에게 부채감 안겨 주기]라는 세 마리 토끼를 죄다 잡았다.
‘기품은 없지만, 효과는 뛰어났다. 인정해주마.’
광위는 끌끌- 소리를 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면 비슷한 일이 하나 있었지.’
바로 한산(한국화산)그룹의 ‘보복 폭행 사건’이다.
때는 2006년. 한산 그룹 회장의 아들이 클럽에서 종원에게 집단으로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격노한 한산 그룹 회장은 상당히 충격적인 일을 벌이는데…
아는 음지 인력들을 이용.
아들을 폭행 당사자들을 노래방으로 호출.
경호원들이 그들을 산으로 납치(!) 후 폭행해 버린다.
권력을 가진 회장이 직접 주먹을 휘두르며 폭행을 저질러대자, 이에 못 이긴 클럽 직원들은 결국 본인이 한 일이 아니라며 실토를 하게 됐고…
회장은 격노한 채 경호원들을 데리고 클럽을 습격.
쇠파이프와 전기 충격기로 간단히 직원들을 제압.
이후 사건의 진범을 룸으로 데려가 폭행하고는.
그 자리에서 아들에게 ‘맞은 만큼 때려라’지시.
아들은 명령대로 해당 진범을 폭행한다.
일이 끝난 뒤 테이블에 ‘술값’이라며,
100만 원 툭 던져 놓는다.
… 라는 엄청난 일을 벌인 것이다. 당장 짧게 요약했음에도 [조직 폭력배 동원], [납치], [고문], [폭행], [특수 폭행], [협박]이라는 어마어마한 범죄가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사회가 난리가 난 것은 물론이오,
일이 과하게 번지자 정치권까지 동원됐을 정도였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상태에서 한산그룹의 회장은 재판을 받았고. 모든 범죄 사실을 부인하다가, 정치권이 낄 기미를 보이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이렇게 대답했다.
– 예, 제가 한 일 맞습니다. 제가 시켰습니다.
– 하지만 조직 폭력배를 동원한 건 어디까지나 제 아들을 폭행한 녀석들을 노래방으로 끌어내기 위함이었고, 쇠파이프나 전기 충격기 같은 물건도 그냥 위협용이었습니다.
– 근데 말입니다. 솔직히 아들이 밖에서 맞고 돌아왔는데 어떻게 아버지로서 가만히 있을 수 있습니까? 심지어 8명이 제 아들을 팼다고 합니다.
– 저는 그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비록 사회적으로는 옳지 않지만, 아버지로서는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에 사회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렸다.
나발이고 깡패짓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과,
옳지 않아도 아버지로서는 맞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후 한산그룹의 회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이후 2심에서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처분을 받게 되며 이 시끌시끌한 사건이 끝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사건에 있어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면. 분명 경영자들은 그 성향에 따라서 온갖 일들을 저질러 댄다는 것이었다.
이는 이번 [카제인나트륨 공포 마케팅 사건] 역시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지. 이에 마광위는 재밌는 구경을 했다는 듯 웃었고 말이다.
‘상황을 보아하니 류충재 회장은 벌금형 정도 받겠군. 정부가 법조계 개혁을 단행하고 있어서 시선이 좀 쏠릴 수도 있긴 하겠지만, 큰 범죄는 아니니까 말이지. 이후에 남영과 동남의 법무팀끼리 붙겠지만, 그거야 내 알 바 아니고.’
그렇게 곰방대를 얼마나 뻐끔거렸을까?
이내 전통 양식으로 된 미닫이문 너머로 사람 그림자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회장님, [그것]이 도착했습니다.
“아-아- 그래, 몇 명이니?”
– 4명입니다.
마광위는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제 비서를 따라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러면서도 곧 있을 ND그룹을 향한 다음 공격을 생각하며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게 끝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말거라, 준성아. 싸움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니 말이다. 내 손수 최악의 악몽을 선사해 주마. 너는 과연 얼마나 버틸까? 3개월? 6개월? 일 년?’
그 날. 고요한 승사원 복도에,
미친 왕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그렇게 남영과 동남의 싸움이 마무리됐을 무렵.
디움과 빅셀. 정확하게는 [스마트폰 혁신]을 준비 중인 모든 사람들은 훌쩍 다가온 발표의 순간에 극도의 긴장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서울시 강남구 인근 곽권영의 자택.
권영은 늦은 새벽에도 잠을 자지 못한 채,
제 서재에 틀어박혀 여러 생각을 정리했다.
‘… 곧 스마트폰이 세계에 발표된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분명 준성을 따라 최선을 다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뭐,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당장 준성이 회귀하기 전을 기준. [아이폰]이 발표됐을 때만 하더라도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으니까.
– 뭐야, 결국 PDA 아니야.
– 애들 말장난이네. 애플도 한물갔어.
– 또 다른 얼리어답터들의 장난감이군.
심지어 많은 경영자들 역시 스마트폰이 잠깐 반짝하고 끝나는 어른들의 장난감이라고만 생각했었고 말이다.
이를 증명하듯 준성이 회귀 전을 기준으로, HG 역시 맥킨지의 [스마트폰은 미래 가치가 없다, 피처폰에 집중하라]는 컨설팅을 철석같이 믿고 스마트폰에 참전하지 않았으며…
노키아를 시작으로 여러 피처폰의 강자가 애플의 아이폰을 그저 지나가는 자그마한 바람 정도만 생각한 채 본인들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렇듯 모두가 고개를 저은 게 바로,
초창기의 스마트폰 기술이었다.
그나마 준성이야 회귀를 통해 미래를 알고 있으니 강철같은 믿음으로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지만, 미래를 모르는 권영은 그저 불안하기만 할 수밖에.
당장 디움이 스마트폰 혁신을 위해 쏟아부은 돈이 얼마란 말인가? 그에 더해 스마트폰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태희가 선을 넘으며 심어 놓은 지뢰는 또 얼마나 많단 말인가?
그렇기에 실패하는 순간 어마어마한 적자가 디움의 숨을 짓누를 게 분명했기에, 권영이 긴장되는 것도 당연했다.
특히 그는 IT 기업의 경영자로서,
실패한 혁신가들이 어떻게 되는지를,
그 누구보다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고민도 잠시.
이내 권영은 고개를 저으며 불안을 털어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대표님을 믿는 거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대한 판단 역시 내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하는 거고. 디움은 언제나 미래를 향해 달려왔으니, 거기에만 집중하자.’
딱 다짐을 했을 무렵. 문득 노크 소리와 함께 한 여자가 나타났다. 바로 권영의 부인이었다.
“여보, 괜찮아? 요즘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아서…”
그 말에 권영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응,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었거든. 근데 괜찮아. 이제 좀 개운해졌어. 그러니까 걱정 안 해줘도 돼.”
“저번에 말한 그 큰 건 때문에 그런 거야? 말을 안 해줘서 잘은 모르겠지만… 잘 될 거야. 항상 잘 됐었잖아.”
“응. 잘 돼야지. 우리를 위해. 디움을 위해.”
그렇게 권영은 제 소중한 가족과 회사를 생각하며,
잡생각을 떨쳐내기로 했다.
…
역시나 비슷한 시각.
디움 내 개인 사무실. 사울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스마트폰 발표일이 적힌 달력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2월 16일은 역사에 적힐 날이 될 거야. 스마트폰의 발표는 인류의 삶을 바꿔 놓을 거고, 디움이 그 세상의 중심에 있게 될 거라고. 그리고 그 가운데… 내가 서 있게 되겠지.’
사울은 스마트폰의 혁신자로서,
역사에 이름이 남을 것을 생각하자,
참을 수 없는 짜릿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렸단 말인가?
여태까지 사울은 오로지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업적을 남기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만 달려온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안정된 구글이라는 직장을 포기하고 당시 미완성이었던 디움을 선택했으며, 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마어마한 격무 역시 꾹 참고 버텨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바꿀 알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에 사울은 과연 그 알 안에 들어있는 게 뭐가 될지, 꼭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세르게이, 래리. 기다려. 비록 내가 직접 회사를 창립하진 못했지만, 나 역시 이 낯선 남한 땅에서 세상을 바꿀 준비를 끝냈으니까. 나 역시 너희들처럼 될 거야. 그리고 스마트폰이 성공한다면, 디움은 구글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IT 서비스 기업의 핵심이 되겠지.’
물론, 그렇다고 승리 후 세르게이와 래리를 무시할 생각 따윈 없었다. 사울 역시 꿈을 향해 달려가는 혁신가였기에, 저 둘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너희가 항상 디움에게 그랬었지. [정점에서 기다리겠다]고. 곧 그 정점에 우리가 도착하게 될 거야. 그때 제대로 붙어보자. 누가 더 강한지. 누가 더 뛰어난지.’
사울은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다.
…
역시나 비슷한 시각.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
허진택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보드카를 홀짝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 조금 있으면 내 복수의 첫 단계가 시작된다.’
로테에서 버림받고 쫓겨난 뒤.
허진택의 목표는 항상 하나였다.
바로 복수다.
그는 누명을 쓴 채 죽은 아버지의 결백함을 밝혀야만 했고, 권력에 눈이 멀어 혈족을 살해한 시게미쓰 회장에게 그에 합당한 벌을 내려야만 했다.
물론, 그게 쉬울 거라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실제로도 미친 듯이 어려웠고 말이다.
끈 떨어진 갓에 관심주는 사람 따윈 없었고, 모든 기반을 잃은 진택은 홀로 일본의 귀족이라 불리는 자이바츠(ざいばつ, 재벌)를 상대로 싸울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이후 그는 어찌저찌 자그마한 회사를 세워 PDA를 만들었으나 실패. 그리고 제 삶을 바꿔 준 은인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이준성이다.
그는 복수에 대한 진택의 열망을 꿰뚫어본 뒤.
본인 밑에서 혁신을 끝내면 로테에 대한 정당한 복수를 지원해 주겠노라 선언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ND그룹은 대영과 한국 최고의 재벌 자리를 놓고 싸우고 있는 상황.
그러니 진택이 이 혁신을 성공으로 이끈다면.
ND그룹이 대영에게 이길 수 있게끔만 만든다면.
준성이 진택에게 기꺼이 병사를 내어 주리라 믿었다.
‘그러니 나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벌컥- 벌컥- 까드득-
도수 높은 보드카가 식도를 넘어갔지만 이미 가슴 속에 분노가 불타고 있었던 까닭일까? 진택은 그 어떠한 화끈거림조차 느끼지 못한 채 이를 꽉 깨물었다.
‘기다려라, 시게미쓰. 내 복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나는 네가 부르짖는 비명을 들으며, 네 왕국과 가족을 차근차근 짓밟아 나갈 거다.’
…
같은 시각. 같은 비행기.
진택이 분노를 태우고 있을 무렵. 준성은 조용히 창밖으로 펼쳐진 껌껌한 밤하늘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제 곧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저번 생에는 그저 멀찍이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 빛나는 황금기의 시작을… 이번 생에는 내 손으로 직접 열 수 있게 된 거다. 내가 바로 인류 역사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되는 거야.’
아마 성공할 수 있다면,
준성이 신세대의 주인공이 되리라.
이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이 얼마나 염원한 일이던가.
준성은 꿈틀거리는 마음을 진정한 채.
눈에는 열망을 가득 담은 채 다짐했다.
‘… 그러니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한다.’
…
그렇게 넷이 각자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오랜 시간 투자했던 초대형 프로젝트.
[스마트폰 혁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