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557
– 558화 –
이후 허진택의 시간이 이어졌다.
준성이 실사용 예시를 보여주며 마케팅에 집중된 발표를 했다면, 진택은 디폰에 어떤 기술이 사용됐는지. 그리고 사양은 어떤지 같은 생산과 관련된 부분을 설명해 나갔다.
그렇게 30분 정도 흐른 뒤….
미국과 한국에 약 8,000대의 디폰 프로토타입이 이번 발표 현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주어졌고, 추후 [5월]에 본격적으로 런칭된다는 얘기를 남긴 채 마무리됐다.
…
약 3시간 뒤.
그렇게 모든 일이 끝난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니랩 실리콘밸리 지점.
진택은 발표가 끝난 뒤 한 번에 몰려오는 긴장감에 반쯤 녹초가 되어 있었다. 준성은 그런 그를 마치 업무를 잘해낸 제자를 쳐다보는 스승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기도 잠시.
이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수고했습니다. 뛰어난 발표였어요.”
이에 진택은 복잡한 표정으로 올려다봤고 말이다.
“… 감사합니다. 하지만 확실히 세계 무대에 서 보니까 알겠네요. 저는 아직 한참 부족합니다.”
“하하,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 이번 발표는 빅셀과 디움의 미래가 결정되는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그렇기에 저 역시 분명 최선을 다했지만, 끝나고 나니 제 자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특히 대표님의 발표를 복기해 보니 더더욱요.”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애초에 준성은 이번 삶이 두 번째인 사람이었거니와, 평생을 경영 전략만 만지며 살아온 사람이며, 네스트와 디움을 동시에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 낸 기적의 경영자다.
근데 그런 준성과 진택이 어찌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으랴. 애초에 투자한 노력과 시간이 달랐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준성은 보기 드문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풀이 죽은 진택을 북돋웠다.
“본인도 한 회사를 책임지는 경영자시니 아시겠지마는. 원래 이런 자리에서는 마케팅적인 측면이 돋보이기 마련입니다. 제품의 자세한 사양이나 기술 혹은 특허 같은 생산적인 측면은 빛을 바라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고요.”
“… 예, 그건 저도 압니다.”
“근데 왜 풀이 죽어 계십니까? 제조업에 있어 생산 없는 마케팅은 총알 없는 총과 같습니다. 하지만 마케팅 없는 생산은 가늠자가 없을 뿐 나가기는 하죠. 그러니 허진택 사장은 이미 큰일을 해낸 겁니다. 디폰을 만든 사람이니까.”
맞는 말이었다.
실제로도 이번 발표를 통해 세계 언론은 디움의 핵심 인력 중 하나로 급부상한 [빅셀의 허진택]에 집중하지 않았던가?
분명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맨 처음 나온 준성과 권영을 디폰의 개발자라고 생각하기 쉬울 수 있지만… 이는 조금만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준성은 어디까지나 전략을 짜는 사람이고,
권영도 서비스 기업을 운영하던 사람이었으며,
심지어 사울은 소프트웨어 개발만 담당한 CTO다.
저 중 제조업에 통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
실질적인 개발자는 사실상 허진택이라고 해야 옳다.
물론.
그에게 준성의 전략이 주어지지 않고,
권영의 믿음직한 백업과 서포트가 없었으며,
사울의 영혼이 담긴 소프트웨어를 얻지 못했다면,
지금의 디폰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는 반대 역시 똑같았으니, 굳이 그중 누가 더 뛰어나고 모자란다는 것을 따질 필요 따윈 없었다.
덤으로 준성은 진택이 왜 저러는지 알고 있었다.
‘… 아마 연구실에서 개발만 하고 있을 땐 보이지 않던 벽이 이번에 훅 가까이 다가온 것처럼 보였겠지.’
참고로 허진택은 21세기의 몰락귀족으로서, 로테 그룹의 방계 혈족이었지만 시게미쓰 회장의 배신으로 인해 아버지를 포함해 이름을 제외한 모든 것을 잃었다.
까닭에 여태까지 그는 오로지 로테를 무너뜨리겠다는 일념 하나로만 움직여 왔었지만, 이번 [스마트폰 혁신 발표]를 통해 어느 정도 고개를 내민 뒤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으리라.
생애 처음으로 커다란 무대에 선 순간,
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 순간,
그는 뭔가 먹먹한 기분을 느꼈겠지.
분명 드디어 제 실력을 세계에서 입증받고, 명예 역시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그는 아직도 ‘경험 부족한 경영자’에 준하지 않는다.
근데 이미 완성된 경영자인 준성과 한 자리에 섰으니 비교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리라. 또한, 그를 먹먹하게 하는 건 저게 전부가 아니었다.
분노에 휩싸인 채 그저 [로테를 무너뜨리겠다!]라는 일념 하나로 전진했을 때는 로테가 얼마나 커다란 왕국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으리라.
마치 어렸을 적에는 본인이 나중에 당연하다는 듯이 서울대에 합격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고3이 되고 나면 본인이 얼마나 큰 꿈을 꿨었는지 깨닫는 것처럼.
혹은 좋은 대학만 가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말에 꾸-욱 참고 지옥 같은 고등학교 시절을 견뎌 입시에 성공하지만, 정작 입학하고 나서는 광활한 자유에 뭘 해야 할지도 몰라 이상하게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것처럼.
‘… 아마 허진택도 똑같을 거다.’
특히나 이번 스마트폰은 비밀 유지가 중요했기에, 준성은 진택에게 단 한 번도 외부 구경을 시켜주지 않았다.
그러니 진택은 사실상 이제야 알에서 깨고 나와 처음으로 광활한 세상을 보게 됐다고 해야 옳았다.
까닭에 잠시 놀라서 주춤거리는 것뿐이었을 테고 말이다. 아마 조금만 자세를 잡아주면 이후 알아서 잘 일어날 터였기에, 준성은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허진택 사장님. 목표를 생각하세요. 이제 그게 시작됐습니다. 본인을 무시했던 이들의 콧대를 꺾고, 당신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증명해야 할 거예요. 근데 벌써 그렇게 지치시면 안 되죠. 내가 허락 안 해요.”
살짝 도발하는 것 같은 말투 때문이었을까?
이내 늘어져 있던 진택이 눈을 불태우며 말했다.
“당연하죠. 큰일이 끝나고 잠시 약해졌을 뿐입니다. 그러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맡은 임무는 잘해낼 테니.”
“그래요. 그럼 됐습니다. 대신, 너무 과하게 열심히 하다가 다리 부러먹진 마세요. 그 뒷감당은 내가 해야 하니까.”
복수를 위해 망명을 온 몰락귀족과,
그를 받아 준 왕이 시선을 교환하기도 잠시.
이내 둘이 있던 방 안에 노크 소리와 함께 미니랩 실리콘밸리 지점장이 긴장을 가득 머금은 채 나타났다.
“디, 디, 디움 본사와 화상회의 연결 끝났습니다.”
사실 별것도 아닌 얘기에 뭐 저리 긴장을 하냐 싶을 수도 있었다마는… 아무래도 준성이라는 사람 자체가 이젠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우라를 뿜어내기 때문이리라.
덤으로 준성 역시 이제는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같은 말을 해봐야 역효과만 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딱히 별다른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미니랩 화상회의실은 좁다는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다.
아무래도 미니랩이라는 기업 자체가 [코워킹 스페이스] 기업이기 때문에 공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거기다가 실리콘밸리는 무슨 거리마다 유전이 터졌나 싶을 정도로 지대(임대료)가 비쌌기에 더더욱 협소한 공간을 자르고 나눠서 써야 했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굳이 준성이 여기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미국 디움 법인 앞에는 방금 있던 발표 때문에 기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뤄댔기 때문이었다. 까닭에 경호 인력이 비교적 부족한 디움 법인은 무슨 공성전이라도 하는 것마냥 입구에서 기자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
그러니 괜히 거친 일할 것 없이 여기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거였다. 덤으로 미니랩 실리콘밸리 지점이 디움 미국 법인보다 조금 더 가깝기도 했고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준성과 진택. 그리고 미니랩 미국 법인장이 자리에 앉아 있기도 잠시. 얼마 후 화상회의가 연결되며 활짝 웃고 있는 권영과 사울의 모습이 나타났다.
“다들 표정이 좋아 보이네요. 결과는 어떻습니까?”
뭐 말해 뭣하랴.
당연히 대성공이었다.
비록 준성만큼의 프레젠테이션을 해내지는 못했지만, 아무리 썩어도 준치라 했던가?
권영 역시 글로벌 기업의 CEO답게 좋은 수준의 발표를 진행. 거기다가 사울의 위트까지 얹어져 한국 발표 역시 좋게 마무리됐다. 물론, 그렇다고 완벽했던 건 아니었는데…
화면 너머로 권영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 중간에 잠시 통신 장애가 있긴 했었습니다. 처음 준비했던 것처럼 디폰의 사용법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연결이 끊기더군요. WCDMA(Wideband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광대역 코드 분할 다중 접속, 쉽게 말해 우리가 잘 아는 그 3G) 장애였습니다.
– 까닭에 급한 대로 WLAN(Wireless Local Area Net-work, 무선 근거리 통신망. 쉽게 말해 와이파이)으로 전환해서 진행했습니다. 오히려 근거리 통신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했고요.
– 그 외에도 현재 원인을 분석 중이지만, 추측건대 대영 쪽에서 손을 쓴 것 같습니다. 아마 전파장애를 일으켰겠죠.
솔직히 아무리 전쟁 중이라도 대영쯤 되는 대기업이 저런 치졸한 수까지 쓰나 싶을 수 있는데… 아예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었다. 실제로 저런 짓을 벌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2004년에 있던 [유료 도로 무정차 결제 시스템 전파 방해 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한인 2세가 경영하던 어느 미국 회사가 위의 시스템을 개발. 한국 시장을 뚫기 위해 협력 파트너로 대영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강력한 기업이었으니 말이다.
근데 대영 측은 갑자기 거의 ‘한국에선 대영을 끼지 않고는 사업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그냥 기술을 통째로 내놓으라’며 반쯤 협박에 가까운 제안을 하고, 이에 해당 미국 기업은 어이가 없어서 ‘이건 세계 전체에 퍼질 기술이다’라며 거절.
끝내 다른 파트너를 찾아 한국도로공사에 입찰하고, 그 과정에서 대영이 부랴부랴 대체품을 찾아다가 경쟁 입찰을 시도. 결국, 한국도로공사는 어쩔 수 없이 두 기업 중 더 뛰어난 기술을 쓰기 위해 테스트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잘 되던 기술이 갑자기 먹통이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에 사장이 뭔가 기이함을 느껴 주변에 있던 차량을 급히 쫓아가자, 어이없는 일이 밝혀지게 된다.
바로 대영이 적외선 방해 전파 장치를 쓴 것이다.
이로 인해 법정 공방이 벌어지며 한국의 [무정차 결제 시스템] 사업 도입이 늘어지게 됐고… 결과적으로 전파 방해 장치를 쓴 직원들은 징역을 살며 마무리됐다.
솔직히 얘기만 놓고 보면 이게 뭔 애들 장난도 아니고, 저딴 짓거리까지 하나 싶다만… 이렇듯 대영은 경쟁에 있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향이 강했다.
준성 역시 그걸 너무나도 잘 알았고 말이다.
“아마 맞을 겁니다. 보통 두 그룹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졌을 때,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게 우연으로 끝날 확률은 매우 드무니까요.”
그 말에 권영은 의심이 확신으로 변했는지 슬쩍 짜증을 머금었고, 사울 역시 작게 S자로 시작하는 욕설을 중얼거리며 제 분노를 살짝 흘려냈다.
“하지만 어찌 됐든 발표가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게 중요하겠죠. 해당 전파 방해 사건은 일단 직원들 풀어서 조사하세요. 실마리만 잡으면 역공이 가능하니까.”
–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자그마한 헤프닝을 넘어간 뒤.
준성은 본격적인 발표 복기를 시작했다.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발표 후 한국 언론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이동통신사 쪽을 못 뚫어서 저항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데 말이죠.”
– 아직 별다른 반응은 없습니다. 일단 공중파 3사에 뉴스가 나긴 했지만, 모두 부정적이게 해석되기에 충분한 워딩이 껴 있더군요. 메이저 언론 3사 역시 비슷할 것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확실히 한국 시장의 경우.
[핸드폰 제조 산업]은 대영과 HG가 워낙 세게 시장을 붙잡고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데다가, [이동통신사] 역시 공기업(아직 민영화 안 됨)인 코리아나 텔레콤과 SD 그리고 HG의 ‘이통3사’가 꽉 잡고 있는 실정이다.
근데 그 와중에 자칫 잘못하면 시장이 통째로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디폰이 공개됐다? 중세 시대처럼 혈족으로 묶인 재계 입장에서는 시장을 흔드는 것으로 보일 테고…
당연히 되도록 막거나 늦추려고 할 테지.
이를 아는 준성이 괜히 본진인 한국이 아니라 미국 발표에 더 힘을 쓴 게 아니었고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쪽도 쉽게 포기해줄 생각 따윈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외신 반응을 정리해서 보도자료 준비하시고, 우동민 기자와 채널 연결해 드릴 테니 언론에 산탄 뿌리세요. 이제 스마트폰이라는 세상에 개념이 밝혀졌으니, 혁신을 따라오려는 [대영]과의 싸움은 당연하고. 거기에 얹어 [시장을 방어하려는 세력들]과 마케팅 전쟁을 벌여야 할 겁니다. 이 부분은 곽권영 사장님께 맡기겠습니다.”
그 말에 권영은 반드시 만족스러운 승리를 가져다주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사울과 진택 역시 런칭과 함께 디폰을 최대한 갈고 닦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좋네요! 저는 그럼 이번 발표회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디폰 프로토타입]의 데이터를 확보해서 베타 테스트 진행한 뒤에 버그 잡아낼게요. 아무리 하드웨어가 좋아도 안에 있는 소프트웨어가 망가지면 안 되니까 말이죠.
“저 역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런칭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생산 공장들을 돌아보며 실사를 진행하고, 여러 국가들의 유통 채널 역시 빠르게 확장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곧 벌어질 파괴적 혁신이자 인류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꿀 스마트폰 전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듯 주먹을 꽉 쥔 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