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559
– 560화 –
구윤모가 곧 있을 스마트폰 혁신이 어떻게 흘러가든 간에 최대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무렵.
대영전자 본사에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일과 중 대부분을 승사원에 있는 마광위가,
직접 대영전자에 행차했기 때문이었다.
그 까닭이었을까?
그저 회의실 상석에 마광위가 앉아있을 뿐임에도 부회장인 마창수만 있을 때와 달리 분위기가 퍽 무거워졌다. 그에 더해 소위 푸른 혈맹이라 불리는 존재들 역시 제 주인의 등장에 귀기를 내뿜으며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고 말이다.
“회의 시작하지.”
마치 폭군이라는 단어가 형상을 취하면 이러할까 싶은 마광위의 말에 직원 한 명이 무언가를 꺼내 회의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그 정체인즉슨…
바로 스마트폰 혁신 당시 디움이 청중들에게 나눠줬던 디폰 프로토타입이었다. 아마 발표회에 사람을 심어 확보했거나, 아니면 다른 루트를 통해 얻은 것이리라.
– 해당 제품이 디움이 준비한 혁신의 결과물입니다.
– 분명 형태 자체는 현재 대영이 출시한 [PDA] 그리고 [팜톱]과 매우 유사하지만, 그 포지셔닝이 확연히 다릅니다. 디움이 인터넷 서비스에 핵심 역량이 있는 만큼, 소비자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가려고 시도했습니다.
– 내부 검토 결과 캐즘(Chasm, IT 산업의 수요 절벽 구간. 주로 얼리어답터와 조기 다수 수용자로 넘어갈 때 발생함)을 디움의 브랜드 이미지 후광 효과를 이용해 쉽게 넘어갈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과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제품입니다.
매우 솔직 담백한 발표였다.
게다가 현재 전쟁 중인 디움을 높게 평가하는 내용이었음에도 발표자는 그 어떠한 눈치도 보지 않았고, 광위 역시 그런 발표자를 나무라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도 그럴 게…
마광위가 패왕으로 군림하긴 했지만,
그 역시 결국 경영자였기 때문이다.
전쟁에 있어 장군이 직언한 참모의 목을 쉽게 자르지 않듯. 광위 역시 본인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할 메신저가 얼마나 귀한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광위는 본인이 뛰어난 만큼 제 부족한 점이 뭔지 역시 너무나도 잘 아는 경영자였다. 그렇기에 그 부분을 보완해 줄 최고의 직원들. 곧 푸른 혈맹을 만든 거였고 말이다.
“뛰어나다? 어느 정도로?”
– 대영이 준비한 팜톱인 [옴닉스]를 이대로 출시한다면, 이길 수 있는 승산은 없다고 판단됩니다. 적어도 현재 대영 경제 연구소의 싱크탱크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그럼 디움이 녀석들이 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팜톱]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리-포지셔닝을 한다면?”
– 마케팅 적인 변수를 추가해도 승산은 없습니다. 적어도 대영의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한국 시장에서 디폰을 몰아낼 순 있겠지만, 세계 시장에는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혁신을 추적하려는 행동 없이는 의미 없는 견제라고 생각합니다.
광위는 제 턱을 쓸고는 흠- 소리를 냈다.
솔직히 빈정 상하는 말이긴 했지만, 본인이 직접 키운 부하가 저런 말까지 할 정도라면 진실이겠지.
“그래? 그럼 상세 사양부터 읊어 봐라.”
– 예, 현재 안에 들어간 제품 들로는 … … …
이후 광위의 명령에 부하 직원이 거의 해부 수준으로 하나하나 일일이 뜯어내 만든 제품 제원 분석이 이어졌고, 광위 역시 그걸 매의 눈으로 살피며 흥미롭단 미소를 지었다.
‘… 호오? 이것 봐라?’
솔직히 감탄했다.
대영이라는 기업은 본디 제조업으로 시작해 제조업을 통해 정점에 오른 기업이다. 분명 IT 산업 역시 다루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제조업을 베이스로 한 재벌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그 회장인 마광위 역시 본인이 제조업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가장 뛰어나다 자부하고 있었고…
까닭에 디움이라는 서비스 기업이 준비 중이라는 혁신을 은연중에 무시하고 있었다. 딱 5분 전까지만. 근데 제품 제원을 들여보자 생각이 확 달라졌다.
‘외부 용병들을 이용해 누더기처럼 엮어 만든 제품이지만, 그 조합의 결과는 상품(上品)이다. 이렇게 정교한 조합은 제조업을 직접 다뤄보지 않으면 할 수 없었을 게 분명 하거늘… 도대체 누구 작품이란 말이더냐?’
빅셀의 사장 허진택?
‘아니다. 그 녀석은 너무 어리고 무능해. 게다가 놈이 로테에서 배웠을 지식은 [식품], [유통], [화학], [건설]이다. 절대 제조업이 아니야. 이런 정교한 판은 짤 수 없어. 흉내조차도 내지 못할 거다.’
외국에서 온 제3의 용병?
‘… 이것도 아니야. 만약 높은 수준의 인력이 ND 그룹에 영입됐다면 제일 먼저 내 귀에 소식이 들어왔어야 한다. 밀입국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해.’
디움의 권영 혹은 사울?
‘고려 가치도 없다. 놈들은 제조업이 뭔지도 몰라.’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이준성 본인이다.
‘… 이준성. 네놈이 만들었구나? 그렇지? 이 건 네놈 작품인 게지? 푸하하, 식품이랑 서비스를 다룬다고 무시했던 나를 반성하마. 너 정도라면 내가 반성할 가치가 있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광위의 눈이 광기와 탐욕으로 일렁거렸다.
꽤 오래간만에 등장한 맞수에 피가 끓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어떻게든 망가뜨려 창수 옆에 든든한 지원군으로 놓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호승심도 잠시.
광위는 일단 전쟁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준성을 가지고 노는 것쯤이야,
굴복시킨 다음에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좋은 제품이군. 그래서, 쫓아갈 수 있겠느냐?”
– 예, 있습니다. 6개월이면 스마트폰 프로토타입. 1년이면 상용화가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내겠습니다.
광위는 푸른 혈맹의 대답에 고개를 까닥이고는,
제 아들에게 명령하듯 입을 열었다.
“이 건은 마창수 부회장이 직접 맡아라. 네 능력을 입증하기에 이만큼 좋은 전장도 없을 테니 말이다. 반드시 승리를 가져오거라.”
“알겠습니다, 회장님.”
마창수의 결의에 찬 대답에 광위는 위엄있게 ‘반드시 그래야만 할 게야’ 하고는 다시 회의에 집중했다.
“그래. 일단 혁신 추적은 지금부터 시작해. 하지만 우리가 따라가 봐야 저쪽에서 거리를 벌리면 무의미해. 그럼 그 시간 동안 디움을 동여맬 방법이 필요하겠지. 먼저 [특허] 먼저 짚고 넘어가 보거라. 있느냐?”
– 특허 쪽 방비는 파고든다면 틈이 있긴 하지만 디움의 방어 역시 견고합니다. 소요 시간을 고려하면 해당 전략은 추적 이후 경쟁이 과열됐을 때 꺼내는 게 좋다고 판단됩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좋은 무기는 결정적인 순간에 써야 하는 법.
광위도 동의했기에 바로 다음 수단으로 넘어갔다.
“누더기는 제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누더기에 불과하지. 네트워크 조직에 참여한 용병들을 회유하는 방법은 찾아봤느냐? 더 큰 이익을 준다면 배신할 이가 분명 있을 텐데?”
– 일단 주요 부품 제조사와 연락을 취하긴 했지만, 모두 부정적인 스탠스를 보였습니다. 제조에 관련된 협력업체 모두 디움이라는 후광 효과를 업고 스마트폰이 성공할 거라는 광신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당장 언론부터가 ‘세계를 바꿀 발명품(엄밀히 말하면 발명품은 아니지만, 일단 언론에서는 저렇게 불렀다)’이라며 곧 있을 스마트폰 혁신을 기다리는 상황.
그러니 이에 참가한 업체들 역시 매우 낙관적인 관점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무지몽매한 것들. 지금 디움의 멱 앞에 칼이 들어와 있는 줄도 모르고 곧 있을 축제를 기다리는구나. 너희에게 당도할 미래는 피와 절망만이 가득한 축제가 될 게야.’
특허도 안 되고, 사보타주도 안 된다.
그렇다면 광위가 내릴 답은 하나였다.
“알겠다. 그럼 제품 쪽에선 건들 게 없다면, [디움] 그 자체를 건드려야겠어. 저 멍청한 것들에게 디움이 얼마나 거품으로 가득한 회사인지 보여준다면. 디움이 당장에라도 절벽에 밀려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분명 하나둘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하려는 놈들이 생길 게다.”
광위는 딱 거기까지 말하고는,
마치 돌격 명령을 내리듯 포효했다.
“잘 들어라! 앞으로 우리 대영전자의 주적은 디움이다! 누구든 디움과 이준성에게 자그마한 피해라도 주는 데 성공한 녀석에게는 그에 합당한 보상을 주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라! 저 버르장머리 없는 놈들에게 대영이 왜 전자 산업의 지배자인지 보여주란 말이다! 알겠느냐!?”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
푸른 귀기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가라! 가서 디움을 물어뜯어라!”
–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제 대영이 [음지 전략]뿐만이 아닌,
전문 분야인 [양지 전략] 역시 쓰기 시작했다.
…
비슷한 시각.
준성은 평소처럼 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네스트는 [스타벅스]와의 멸망전이 진행 중이고,
디움과 빅셀은 [대영]과의 전쟁이 진행 중이며,
유니드어스는 [넥스타]를 소화하는 중에도,
항상 해야 할 일은 넘치도록 많았으니 말이다.
뭐,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였다.
한 국가가 다른 곳과 전쟁을 하고 있다고 한들, 그 국가 전체에서 포탄이 날아다니지는 않으니 말이다. 까닭에 준성 역시 후방에서 보급을 위해 생산 공장이 돌아가듯.
앞으로 있을 전쟁에 더욱 단단하고 강력한 ND 그룹을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까닭에 서류더미에서 파묻혀 있기도 잠시.
뚜르르- 뚜르르- 뚜-
–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디움의 곽권영입니다. 방금 HG 텔레콤 측에서 스마트폰 유통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전화를 받자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왔다.
안 그래도 한국 시장은 대영이 훼방을 놓을 게 분명했기에 움직임을 조심하느라 아직 뚫어 놓지 못한 상황. 근데 그 와중에 HG가 직접 연락을 해 온다?
호재 중의 호재였…
– … 하지만 거기에 걸리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HG 텔레콤 측의 말에 의하면, HG 전자 구윤모 전자통신본부장 역시 함께 온다고 합니다.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 을뻔 했다. 덤으로 권영의 목소리에 복잡함이 묻어 있는 것 역시 준성과 비슷한 이유에서였을 테고 말이다.
‘HG의 구윤모?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사실 대영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현재 대한민국 핸드폰 제조 2위는 HG다. 심지어 가끔 대영을 넘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기업이었고 말이다.
근데 디움이 스마트폰 혁신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HG그룹의 유력한 차기 회장 후계 후보 중 하나인, 구윤모가 디움에 텔레콤 사장을 대동한 채 다가온다?
‘… 구윤모, 왕자의 난을 준비하고 있나 보군. 거기에 스마트폰이 시장을 바꿀 기미가 보이니 올라타려는 거고 말이지. 게다가 이동통신사를 들고 온다는 건 일단 디움과 협력해서 치고 나가겠다는 얘기다.’
솔직히 이 제안에서 구윤모는 잃을 게 하나도 없다.
본인의 협력으로 인해 디움을 키운다 한들 HG 텔레콤 역시 같이 성장해 그 이익을 분배받게 되고…
만약 해당 협력이 실패한다고 한들 텔레콤에만 피해를 입을 뿐. 오히려 본진인 HG 전자는 그 실패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후 혁신 추적이 훨씬 수월해진다.
‘… 미래의 HG 총수다운 선택이군.’
준성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미래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기업이라도, 지금 당장 이익이 있으면 협력하는 저 자세.
게다가 그 어떠한 결과에도 본인은 절대 피해를 받지 않는 전략을 통해 상대에게 이지선다를 강요하는 대담함까지.
항상 공격만 하며 상대방을 농락하던 준성에게 있어서 매우 낯선 제안이 아닐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불쾌함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이유? 간단했다.
HG는 대영의 유일한 라이벌이자,
시대를 두고 싸워 온 숙적이었으니까.
본디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 했으니,
지금은 잠시 손을 잡아도 되리라.
아마도.
‘HG는 잘만 배치하면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마광위를 압박할 수 있는 좋은 카드다. 게다가 구윤모가 직접 나설 정도라면, 어느 정도는 HG의 회장까지 연결되어 있겠지.’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약속 잡으세요. 제가 직접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