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648
– 649화 –
네스트의 점유율 1위 달성은,
세계 커피 시장을 들끓게 하기에 충분했다.
···
미국 시애틀. 스타벅스 본사.
중국에서 귀환한 하워드는 조용히 인터넷 뉴스와 경영 관련 잡지 그리고 뉴스들을 모니터링했다. 사실 누가 봐도 전쟁에서 진 게 분명했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차분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한편으로는 달관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스타벅스를 향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내던 언론 자료를 얼마나 살펴봤을까?
똑똑똑 – 스륵 –
뚜벅 – 뚜벅 –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이내 한 남자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들어왔다. 그 정체는 말할 것도 없이 COO인 주빌로스트였고 말이다.
“··· 주간 결과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꼭 패잔병을 이끌고 온 부상당한 장수가 이러할까.
주빌로스트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들끓는 치욕이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지만, 정작 하워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미소를 머금었다.
“아니. 괜찮아. 알고 있어. 이미 네스트의 발표를 통해 시장은 스타벅스가 정점에서 밀려났다는 것을 알고 있잖나? 어차피 언젠가는 밝혀질 일이었어. 그저 시간이 됐을 뿐.”
그 말에 주빌로스트는 억하심정을 담아 물었다.
“··· 설마 포기하신 겁니까?”
“포기라. 그래. 어찌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혹시 그런 거라면 저는 떠나겠습니다. 본인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경영자는 위를 보고 달려야 한다고. 위를 보지 않는 경영자는 죽은 경영자라고 말입니다.”
실제로 저 말은 하워드가 주빌로스트를 최측근으로 앉혀, 스타벅스를 이끌 참모로 키우려고 했을 때 해 준 말이었다.
동시에 두 사람의 좌우명이기도 했고 말이다. 이미 시간의 먼지가 잔뜩 쌓인 옛일이 생각났던 까닭일까? 하워드는 재미있다는 듯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포기인지, 달관인지, 분노인지 모를 웃음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하워드는 조용히 제 헹거칩으로 눈가를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주빌로스트.”
“예.”
“너는 경영자가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의지가 꺾여 위를 바라보지 않을 때입니다. 싸움을 포기하고, 혁신을 등지며, 현상유지만을 바랄 때 말이죠. 한때 [팀 홀튼즈], [글로리아 진즈] 그리고 [블루 보틀]이 그랬을 때처럼 말입니다.”
“맞는 말이야. 경영자는 그럴 때 죽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기업도 빛을 바래 조금씩 먼지처럼 흩어지고 말이지. 그럼 다시금 물으마. 너는 내가 시체처럼 보이더냐?”
주빌로스트는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지금 하는 행동은 분명 평소 알던 하워드가 아니긴 했지만, 정작 그의 눈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밝게 타오르는 호승심과 권력욕이 번들거렸기 때문이었다.
“··· 아뇨.”
“그래. 나도 똑같아. 아니, 오히려 기쁘다.”
“··· 이해할 수 없습니다. 스타벅스는 패배했잖습니까? 우리는 이제 시장 지배자가 아닙니다. 모두가 스타벅스를 지는 별이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고요. 그중 몇몇은 하워드의 오만한 카리스마가 이런 일을 만들었다는 망발까지 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워드 역시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말이다.
“그래. 뭐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야. [과거의 스타벅스]는 진짜 패배했어. 경쟁을 겪은 게 너무나도 오래됐기에, 평화에 익숙해져 내부로부터 썩어 들어간 거지. 하지만 [지금부터의 스타벅스]는 조금 다를 거다.”
그 말에 주빌로스트의 눈에 실망감 대신 이채로움과 희망의 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가 처음 하워드를 만났을 때가 떠오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하워드는 여전히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기업에게 있어 경쟁은 필수 불가결하지. 그래. 스타벅스는 네스트에게 패배했다. 근데 그래서 어쩌라고? 원래 항상 이기기만 하는 경영자는 없는 법이다. 게다가 생각해 봐라. 드디어 스타벅스에게 [맞수] 혹은 [제대로 된 경쟁자]가 생긴 거다. 기쁜 일이 아니더냐? 네스트는 스타벅스가 더욱 강해질 기회를 줄 장애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저기까지 듣자 주빌로스트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제 주인은 모든 것을 포기한 게 아니라, 머리를 짓누르던 무거운 왕관을 내려놓은 채 다시금 도전자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고 말이다!
“영원한 왕은 없는 법이지. 과거의 찬란했던 문명과 왕국도 시간이 지나 역사 속에서만 살아 있을 뿐, 실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지지 않았더냐? 시련은 있지만 실패는 없는 법이다. 이제부터 우린 왕좌에서 내려와, 바닥부터 다시 올라가 왕이 된 네스트에게 도전할 거다. 그리고 원래 내 것이었던 왕좌를 탈환할 거고 말이다. 그게 바로 [스타벅스의 방식]이다.”
주빌로스트는 제 목이 메어 오는 것을 느꼈다.
저 말을 듣자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작 사기가 꺾인 것은 제 왕이 아니라, 본인이었다고 말이다. 그걸 증명하듯 제 왕은 벌써 피해를 파악하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러니 이제 책사가 할 일은 하나였다.
왕의 뜻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주빌로스트, 다음 전쟁을 준비해라. 하지만 그 전에 이번 전쟁으로 드러난 약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해야겠지. 아마 쉽고 빠른 일은 아닐 거다. 최소 5년. 길면 10년 이상 걸릴 게야. 그럼에도 나와 함께 가겠느냐?”
“··· 당연한 걸 뭘 묻습니까. 애초에 여기서 나가 봐야 맥도날드랑 네스트밖에 갈 곳이 없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제 성격에 당신을 뭉갠 저 두 회사로 가라고요? 연봉은 두둑해도 제 마음이 썩을 것 같아서 사양하고 싶네요.”
이에 참모의 충성을 확인한 하워드는 어딘가 개운하다는 표정으로 창밖을 쳐다봤다.
어제는 비가 와서 흐렸는데,
오늘은 높은 하늘이 보일 정도로 맑다.
경영 역시 똑같으리라. 인간의 삶 역시 같고.
“가자, 새로운 시대를 향해.”
“따르겠습니다. 우리가 열어 갈 새로운 시대를 위해.”
그렇게 한때 커피 시장의 왕이었던 남자는 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다시 도전자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절망하진 않았다. 이유? 뭐 별것 있으랴.
한때 유명한 경영자가 말했듯,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으니까.
그게 바로 경영자란 종족들이었으니까.
여담으로 믿을 만한 정보책을 통해 하워드와 주빌로스트의 재귀 소식을 접한 준성은 미소를 머금으며 생각했다.
‘마음껏 덤벼 보시오, 과거의 갈색빛 왕이여. 나는 당신을 존중했던 만큼 강하게 응대해 줄 터이니.’
아마 다음 싸움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5년? 10년? 혹은 20년?
뭐 아무렴 어떠랴.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주기로 했다.
경영자에게 있어 경쟁이 곧 즐거움이었으니까.
‘좋은 싸움이었습니다, 하워드. 나중에 다시 봅시다. 물론, 그때도 제가 이길 테지만. 그럼 그때까지 안녕하시길.’
···
미국 일리노이 시카고.
맥도날드 본사에는 뱀을 닮은 한 남자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MIS(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 경영 정보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남자의 정체는···
바로 [뱀버거]라 불리는 사람이자,
동시에 [햄버거 속에 숨은 뱀]으로도 불리는 존재.
바로 맥도날드의 CEO인 짐 스키너였다.
틱 – 틱 – 틱 – 틱 –
그는 생각할 때 자주 사용하는 장난감을 손에 올려놓고 쭈물거리기도 잠시. 이내 기대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스트가 스타벅스에게서 승리했다.’
참고로 현재 맺어진 [네스트]-[팀 홀튼즈]-[맥도날드]의 동맹은 어디까지나 스타벅스의 타도를 위한 것이었을 뿐. 분명 피차 이 전쟁이 끝나면 적이 될 건 당연했다.
이런 이유로 스키너 역시 네스트가 쟈르뎅 방화 사건으로 인해 원두 문제가 터졌을 때, 대가 없는 지원이 아닌 유상 공급의 형태로 원두를 공급해 줬고 말이다.
‘이제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 고가 커피는 시장에서 밀려났어. 중저가가 시장을 지배할 거다. 그럼 결과적으로 네스트를 몰아내야 한다는 얘긴데···’
틱 – 틱 – 틱 – 틱 –
사실 오롯이 [승리]라는 관점에서만 놓고 본다면 맥도날드의 승률이 제일 높은 건 지금이다. 그도 그럴 게 네스트는 스타벅스를 몰아내기 위해 엄청난 출혈을 감수했으니 말이다.
까닭에 맥도날드가 조금 더 허리띠를 조여 커피 가격을 내린다면, 네스트 입장에서는 압도적인 군세에 짓눌려 조금씩 말라 죽어가게 되리라.
하지만 네스트 역시 이를 잘 알았던 까닭일까? 전쟁이 끝나기 얼마 전. 짐 스키너는 윤일남 경영자문으로부터 이런 말을 전해 들었다.
– 머지않아 전쟁이 우리의 승리로 끝날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 두 기업 사이에는 미묘한 공기가 흐르게 되겠지요.
– 어떠한 선택을 하시든 간에 존중은 하겠지만, 그 싸움의 결과는 양사의 어마어마한 피해만 남을 거라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네스트 역시 간신히 얻은 승리를 공짜로 내놓을 생각 따윈 추호도 없으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다.
맥도날드야 애초에 그 기반 자체가 [패스트푸드]였기에 커피 시장에서 이익이 아예 제로에 가깝다고 해도 큰 상관이 없긴 했다마는··· 출혈 경쟁이 더 이어진다면 분명 이익률에 커다란 타격이 올 게 분명하리라.
‘당장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도 어닝 쇼크가 터지자마자 이사회의 압박을 받았고, 주주들이 탈출을 감행했다. 그러니 괜히 나도 더 무리를 할 필요는 없겠지.’
까닭에 짐 스키너는 딱히 길게 생각하지 않고는 네스트를 향한 공격을 조금 먼 미래로 미루기로 했다. 전쟁이 끝난 지 이제야 겨우 이틀이 지나지 않았던가?
‘어차피 전쟁은 나중에도 질리도록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은 승리를 만끽하며 가벼워진 금고를 채우는 게 좋겠지. 열심히 싸워 온 직원들에게 전리품도 나눠 줘야 할 테고.’
물론, 그렇다고 아예 네스트와의 동맹을 계속 이어나가 평화의 시기를 만들 생각 따윈 없었다.
원래 경영의 세계의 피아는,
동전의 앞뒤와 같았으니 말이다.
영원한 친구가 없듯 영원한 적도 없기에.
‘네스트, 지금은 그 작은 승리를 만끽해라. 우리 맥도날드가 던킨을 제압하고 난 다음엔 너희가 우리의 목표가 될 테니까. 그럼 추후 네스트는 [커피 기업]이 아닌 [디움의 지주회사] 정도로 전락하게 될 테지. 기다리라고.’
짐 스키너는 딱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전사적 회의를 개최해 다음 사냥감인 던킨과의 전쟁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여담으로 그는 네스트와의 동맹은 파기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협력을 더 해 주지도 않았고 말이다.
말 그대로 미온한 휴전, 딱 그 정도였다.
하지만 싸움을 걸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기에,
준성은 짐 스키너의 스탠스를 보며 픽 웃어넘겼다.
‘짐 스키너, 넌 나중에 다시 보도록 하지.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에 이어 [자본주의의 상징]이 될 회사는 네스트가 될 테니 말이야. 그러니 서로 짧은 휴식을 즐기자고. 그 사이에 나도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
캐나다 온타리오 헤밀턴.
팀 홀튼즈의 본사 옥상에는 한 여성이 북부 여름의 구름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은은한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나릴(팀 홀튼즈의 창립자. 현재 자연 보존을 위해 캐나다 최북부에서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 드디어 승리했습니다. 우리가 이겼어요. 비록 팀 홀튼즈만의 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승리는 달콤하네요.’
그러고 보면 [스타벅스]라는 단어는,
니아 베이커에게 참 미묘한 단어였다.
나릴에게 경영을 배웠을 무렵에는 물론이오, CEO가 된 이후로부터 스타벅스는 그녀의 목표이자 목적지였다. 동시에 무슨 수를 써도 넘을 수 없던 벽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네스트에게 인수된 후 얼마 지나지도 않아 그 벽이 마치 가루가 되는 것처럼 무너져 버렸다. 솔직히 허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으니, 부정적인 감정은 흘려버리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미지의 세상입니다, 나릴. 네스트-홀튼즈는 이제 시장의 선두주자가 됐어요. 그러니 이 시장을 더욱 넓게 만들기 위해 애써야겠죠. 부디 오로라가 뜨는 하늘 아래에서, 우리의 길 앞에 햇볕이 함께하길 빌어 주세요.’
감상은 딱 거기까지였다.
니아 베이커는 이후 담뱃불을 끈 뒤.
제 집무실로 향해 업무를 처리하기로 했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처럼 말이다.
···
베트남 호치민.
로켓은 제 사무실에서 네스트의 1위 공표 사실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짓기도 잠시.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중앙으로 향해 어딘가를 쳐다봤다. 그 시선의 끝에는···
한 순간도 잊지 못한 [그날]을 기록한, 꼭 중세시대 종교 그림을 연상시키는 벽화가 벽면 가득 그려져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그는 다시금 달랏에서 봤던 황금빛 은총을 떠올리며 준성이 했던 말을 곱씹었다.
‘그분께서는 대영과의 전쟁 중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하셨다··· 그러니 나는 응당 그때를 기다려야만 하겠지. 대표님, 언제든지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저는 그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그렇게 스타벅스와의 전쟁이 끝난 후.
시간은 언제나 무럭무럭 흘러,
2007년 7월이 왔다.
그리고 하나의 전쟁이 끝난 게 무색하게끔,
다른 전쟁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바로 대영과의 전쟁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