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70
– 71화 –
야후와 대영의 그린비가 협력했다는 말 때문일까?
회의실 안에 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특히 그 중 곽권영은 최악의 외통수라도 맞은 듯 안색이 창백해졌다.
– 대영이라고? 대영이 왜 포털 사업을…? 뭐야. 수익성 없다고 포기하고 독립시키려던 거 아니었어? 말이 안 되잖아!
– 아직 제대로 파도를 타지도 못했는데…
– 그린비랑 야후라니…
비단 곽권영뿐만 아니라 회의실에 있던 팀장급 직원들 역시 꽤 충격적인 소식이었는지, 작게 웅성거렸다.
이런 와중에 회의를 더 진행해 봐야 의미가 없을 게 분명했기에, 준성은 일단 빠르게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번 주간 회의는 여기서 마치죠. 어차피 대영까지 나타났으니 미리 밝히겠습니다. 머지않아 포털 전쟁이 시작될 겁니다. 마음 단단히 먹으시고, 각자 업무에 집중하세요.”
준성은 그 말을 끝내곤,
웅성거리는 팀장들을 무시한 채,
권영에게 따라오라는 턱짓과 함께 사울에게로 향했다.
“사울,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린비랑 야후가 협력하다니? 그린비는 생긴 지 아직 한 달도 안 된 신생 기업이잖아?”
“아직 정확한 증거는 없는데, 심증으로는 100%에요.”
권영의 물음에 사울은 바로 야후에 접속.
최근 지식인에서 제일 조회 수가 높은 [지하철 화장실]에 관련된 단어를 접속했다. 그러자…
– [검색 결과], 디움 지식人 : 개찰구 안에 화장실 …
아니나 다를까 바로 디움의 지식인이 검색됐다.
그 사실에 권영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양 하얗게 질렸다.
“도, 도대체 어떻게? 야후 검색 봇(Bot)에 대한 방어는 완벽했는데…?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검색 안 됐잖아!?”
“그러니까요. 직접 봐요. 이번엔 그린비 검색 결과에요.”
사울은 이후 아무런 기능 없이 현재로써는 검색만 달랑 있는 허허벌판인 그린비에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자…
– [검색 결과], 디움 지식人 : 개찰구 안에 화장실 …
이번에도 야후처럼 지식인이 제일 먼저 검색됐다.
“보나 마나 그린비에서 검색 엔진 제공한 겁니다. 어느 정도까지 포용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야후에는 그린비의 검색 시스템이 섞여 있어요.”
그 모습을 보던 준성은 얼굴을 찌푸렸다.
‘… 마광위. 역시나 날카로운 공격을 해대는군.’
생각해보면 ‘검색 사이트에서 다른 사이트 검색되는 게 별다른 문제가 있나? 당연한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는데…
디움 입장에서는 꽤 큰 한 방을 맞은 거였다.
현대에서야 다른 포털의 자료가 검색되는 게 딱히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1999년. 더 나아가 포털 전쟁이 한창일 때만 하더라도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는 [프레이밍] 전략으로 사용자를 제 포털 안에 가두려고 하기에, 본인의 [키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타사 검색 엔진에 걸리지 않게끔 막아둔다.
당장 어디 한 번 생각해보자.
만약 지식인의 정보가 타 포털에서도 검색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디움으로 갈 필요 없이,
평소 이용하는 포털에서 정보만 검색하면 그만이었다.
이는 곧 점유율 싸움에서 엄청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고, 야후와 그린비는 디움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지식인 서비스에 무임승차하는 것과 진배없었다.
‘괜히 2005년에 그린비가 구글의 등장에 바싹 긴장하며, 구글 검색으로 자기네 지식人 서비스 검색이 안 되게 막은 게 아니야. 그만큼 점유율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타격이다.’
실제로 당장 스마트폰으로 구글과 그린비에 [라면 지식인]으로 검색해 보면 더 정확한데, 구글의 검색 엔진은 그린비의 지식인 서비스를 잘 찾아내지 못하는 편이었다.
“하… 미치겠네… 이걸 어떡하지…?”
“어떡하긴요. 막아야죠.”
“누가 그걸 몰라!? 근데 그게 쉬운 게 아니잖아! 검색 막으려면 그린비 엔진 뜯어서 변수 파악하고, 그거 역산해야 하는데… 거기에만 매달려도 최소 3개월이야! 그 시간이면 그린비나 야후가 우리 서비스 베끼기에 충분하다고!”
권영은 지금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 지, 작은 목소리로 ‘씨발…’ 이라며 중얼거렸다. 그는 현재 준성이 옆에 있다는 것도 잊을 정도로 큰 충격을 맞은 것 같아 보였다.
그 사이 준성은 가볍게 수 계산을 마치곤 입을 열었다.
“사울, 지금 파견 기간 지났죠?”
맞는 말이었다.
사울은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98년 11월에 한국을 찾았고, 검색 엔진 안정화 명목으로 6개월간 파견됐다.
하지만 현재 날짜는 99년 6월.
이미 파견 기한을 약 3주 정도 넘긴 시점이었으나,
세르게이와 사울 둘 다 아무런 말 없이 기다려줬다.
‘… 뭐, 한국도 재밌으니까. 구글은 이미 완성된 기업이야. 하지만 디움은 다르지. 도전하는 맛이 있어.’
“예. 본사도 알아요. 지난 거.”
“솔직히 물어보는 겁니다만, 어쩌고 싶습니까?”
준성의 물음에 사울은 슬쩍 시선을 피했다.
“글쎄요. 전 구글 직원이니까 입장 상으로는 돌아가야 한다고 대답해야 합니다만… 진심은 다를지도 모르죠. 한국 속담도 있잖아요. (어눌한 한국어로) 열 귈 물 쇽은 알라됴, 한 귈 사람 쇽 모르돠.”
“… 사울 너 그 말 어디서 배웠어?”
“여자 친구요.”
“아니, 너 퇴근도 거의 안 하고 매일 개발만 하면서 언제… 설마 회사 사람이야?”
“뭐… 아뇨. 아닌데요? 아니에요.”
권영은 영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지만, 지금은 둘의 꽁트를 보고 있을 시간 따윈 없었기에 가볍게 무시하곤 물었다.
“사울, 짐 챙기세요. 지금부터 같이 구글에 갑니다.”
“제가요? 왜요? 저 쫓겨나는 겁니까?”
“파견 계약 연장해야 할 거 아닙니까. 혹여 불발돼도 똑같습니다. 파견 기간 끝났으니 복귀해야죠.”
그 말에 권영이 급히 놀라며 말렸다.
“대표님! 안 됩니다! 당장 그린비와 야후가 손을 잡고 공격해오는 마당에 미국 출장이라뇨! 정 안 된다면 사울 혼자 미국으로 돌아가도 되지 않습니까!”
“굳이 사울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까 본인 입으로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방어책 세우려면 석 달 꼬박 걸린다고. 그렇다면 간단하죠. 외주를 주면 됩니다.”
“설마 구글에 외주를 주실 생각입니까? 구글은 이미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비용이 만만찮을 텐데요…?”
준성은 충격받은 채 굳어있는 권영에게 대답했다.
“돈은 상관없습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제일 안전하지만 그게 배의 목적이 아니듯, 돈 역시 똑같습니다. 차라리 돈을 잃는 게 질주 중인 디움의 기세가 꺾이는 것보단 낫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준성은 사울에게 말했다.
“구글 측에 사정 설명하는 이메일 보내고, 여권 챙기세요. 이르면 오늘 밤. 늦어도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탈 겁니다. 파견 연장이 틀어져도 짐은 배로 부쳐줄 테니, 중요한 물건만 챙기세요.”
그다음으로 준성은 권영을 쳐다봤다.
“이제부터는 전쟁입니다, 곽권영 사장. 일단 큰 거 한 방 왔으니 한동안은 잠잠할 겁니다. 그래도 방심해선 안 됩니다. 기업은 움직임을 멈추는 순간 침몰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제가 없을 동안 잘 방어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
비슷한 시각.
마광위는 그린비와 야후가 디움에게서 점유율을 뺏어오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에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피 비서가 입을 열었다.
“외람된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해 보아라.”
“이준성이라는 인물이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까지 데려와야 할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까? 원래 독립하려던 그린비를 끌어안고, 심지어 핵심 역량까지 야후에게 무료로 대여해 해줬습니다. 제 짧은 소견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 이해하지 않은 채로 있으면 됐을 텐데, 왜 그걸 묻느냐? 이상하구나.”
“제가 총수님의 뜻을 알아야만 더 편히 모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여쭈었습니다.”
“아부는 됐다. 그리고 별 이유 없다. 그저 내 모자란 자식새끼들에게 붙여 줄 괜찮은 선생 놈 하나 얻을 수 있다면, 애비 된 입장에서 무엇을 못 하겠느냐?”
그 말이 피 비서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이강건 대리를 사장으로 앉힌 건 조금 의외였습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개발자지, 의사경정자로서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경험도 없고, 무모하기까지 하더군요. 허수아비로 세워 두실 생각입니까?”
“아니. 이강건은 쓰고 버릴 사냥개다. 원래 맹수를 잡을 땐 힘을 뺄 요량으로 사냥개 한 두어 마리 던져주지 않더냐? 애초에 그 녀석은 그렇게 쓰고 버릴 그릇밖에 되지 않아 보였다. 뭐, 그게 아니라면 제 능력으로 내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겠지.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디움과 관련된 보고를 하겠습니다.”
마광위는 벌써 기대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준성, 어떻게 행동하나 보자. 그때 부렸던 오만이 허세는 아니었던 게 좋을 게야.’
*
역시나 비슷한 시각. 야후 한국 지부장인 졸탄은 점유율 보고서를 보며 신묘하다는 듯 턱을 쓸었다.
‘그린비. 나쁘지 않은 엔진이다. 아무리 작은 나라에도 좋은 인재가 있었군. 아니, 정확하게는 대영의 힘인가.’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얼마 전 그린비가 일개 프로젝트에서 마광위를 등에 업고 순식간에 회사로 성장했을 무렵. 그 수장인 이강건이 야후를 찾아왔다.
– 제게 지식인을 상쇄할 카드가 있습니다.
– 현재 디움은 구글 검색 엔진으로 최강의 창을 손에 넣은 상태지만, 방어에는 그닥 소질이 없죠. 물론, 그쪽에 있는 곽권영도 좋은 개발자긴 합니다만… 아쉽게도 저만큼은 아니거든요. 어떻습니까? 저랑 손을 잡겠습니까?
그린비의 이강건 대표는 무료로 그린비의 검색 시스템을 빌려주겠노라 제안했다. 이에 졸탄은 과하게 좋은 조건에 함정이라고 생각. 이유를 묻자…
– 디움은 위험한 기업입니다. 메일링 서비스 선점 효과를 통해 이미 성공적인 포털로 자리 잡았고, 머지않아 계속해서 성장할 겁니다. 저는 그걸 막고 싶습니다. 그리고 적의 적은 친구라 하지 않습니까? 저는 야후와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 그러니 디움을 박살 낼 수 있는 검색 시스템을 조건으로, 야후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습니다. 아쉽게도 저희는 아직 신생 기업이거든요. 어떻습니까? 서로 윈윈일 텐데요?
말 그대로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특히 현재 야후는 본사 정책에 발이 묶여 말 그대로 두들겨 맞고만 있던 상황. 만약 그린비를 받아들인다면 디움의 가장 큰 한 방인 지식인을 상쇄시킬 수 있었다.
고민은 짧았고,
졸탄과 강건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다시 현재. 야후는 그린비의 검색 엔진을 통해 디움에게 뺏겼던 점유율을 어느 정도 되찾아 올 수 있었다.
‘그린비, 네놈의 속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네 힘이 필요하니 어울려주마. 하지만 본사의 고집이 끝나는 날 디움과 그린비 너희 둘 다 야후의 독주를 위한 희생양이 될 거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제 부하 직원에게 지시했다.
“검색 시스템 조사 시작해. 코드 하나하나 전부 뜯어 봐. 보니까 그린비의 검색 엔진은 봇 중심이다. 빠른 시간 안에 흡수해서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
그렇게 [대영 그린비], [디움], [야후] 이렇게 셋이 서로를 경계하고 있을 무렵. 준성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 항공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AS9392번 항공기입니다. 부디 즐거운 비행 되시길 바랍니다.
준성은 좌석에 앉아 조용히 수 계산을 시작했다.
‘일단 대영과 야후가 손을 맞잡고 디움을 계속해서 압박해 올 거란 건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리고 야후 역시 최대한 빨리 본사의 족쇄를 풀려고 노력할 거야. 그때부터는 분명 난타전이 되겠지. 그 전에 적어도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아마 이번 공격은 구글을 이용한다면 빠르게 수습할 수 있을 터. 그러니 그 다음 수를 계산해야만 했다.
그렇게 머리가 복잡한 사이,
항공기가 인천 공항의 밤을 가르며 날아올랐다.
끝
ⓒ 김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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