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83
– 84화 –
눈 깜짝할 새에 다시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이화여대 앞에 뉴월드의 스타벅스 1호점이 공사를 마치고 개점했다. 애초에 포지셔닝이 ‘작은 사치’였으니, 어느 정도 사치 수요가 있는 곳을 먼저 공략한 것이리라.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정성 들여 시장을 조사한 만큼, 그들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 이야,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스타벅스가 들어왔네?
– 역시 스타벅스! 다른 곳이랑은 다르다니까?
여대생들은 스타벅스의 등장을 반기는 눈치였다.
특히 한국은 매우 높은 학구열로 인해 10대 학생들 대부분이 거의 학대에 가까울 정도로 학업을 강요받는다. 까닭에 그 반작용으로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되기 십상이었다. 특히 홀로서기를 시작한 초년생은 더더욱.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었지만…
보통 남자가 [게임], [술], [이성] 등에 빠진다면,
여자는 [외모], [음식], [사치] 등에 빠지기 일쑤였다.
스타벅스는 저러한 여성들. 특히 그중에서도 [음식]과 [사치]에 빠진 사람들을 목표 고객층으로 잡았다. 그렇게 스타벅스는 20대 초반에 작게나마 허영과 사치를 부리고 싶어 하는 여대생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곳이 되어갔다.
물론, 그게 모두에게 좋게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특히 스타벅스는 약간 사치스럽게 포지셔닝을 한 만큼, 일반적으로 경쟁자보다 약간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편. 그걸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 역시 생겨났다.
– 쯧쯧쯧, 머리에 허영만 그득그득 들어서는…
– 스타벅스 커피 마시면 뉴요커라도 된 기분이냐? 쯧.
하지만 이러한 점은 스타벅스 역시 감안한 듯,
계속해서 사치스러운 포지셔닝을 고수했다. 어차피 사업을 하다 보면 저런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당장 네스트가 런칭했을 때도 똑같지 않았던가?
몇몇 사람들은 IMF 중에 무슨 로스팅 커피냐며 네스트를 비난했다. 그러니 스타벅스에 대한 저항감 역시 사회가 변해가는 일환 중 하나일 뿐이리라.
…
스타벅스 다음으로 CK의 [핸썸 플레이스] 역시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5개 점을 동시에 오픈했다.
그들은 스타벅스가 ‘세계적인 외국 브랜드’이자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고급화 전략을 꾀했다면, 핸썸 플레이스는 조금 방향을 다르게 잡았다.
– 우와… 여기 뭐야? 완전 섹시하다!
– 인테리어 장난 아닌데…?
그들은 인테리어에 힘을 바싹 줬다.
전체적으로 모던한 인상을 주면서도 검정 베이스에 갈색을 조합해 벽돌집 내지는 통나무집 같은 느낌을 줬고, 동시에 약간 무겁고 어두운 조명을 유지해 대화가 세어나가지 않을 것 같은 안정감을 심어줬다.
준성은 그걸 훑고는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마예라 작품이군.’
예상컨대 그녀는 네스트를 벤치마킹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에 전체적으로 갈색 베이스의 통나무집 같은 인상인 네스트를 모방하면서도, 그녀의 천부적인 센스가 첨가되어 매우 높은 수준의 인테리어를 이룩했다.
다만 가격에서 발목을 잡혔을 게 분명했지만…
어차피 재벌 가문. 상쇄할 수단은 넘쳐났으리라.
‘인테리어 쪽은 핸썸 플레이스가 압승인가.’
게다가 핸썸 플레이스엔 강점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디저트로 내놓은 케이크였다.
– 대박! 완전 맛있어! 이거 먹어 봐!
– 와… 여기 케이크 최곤데?
그걸 증명하듯 시장 조사차 나온 준성의 옆자리에 앉은 커플이 생크림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활짝 웃고 있었다.
‘보나 마나 같은 계열사인 또르뵈-쥬레에서 가져온 걸 거다. 사실상 파리 브레드의 존재감이 워낙 세서 그렇지, 또르뵈-쥬레 역시 강력한 제빵 프렌차이즈다.’
실제로 한 입 먹어보니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현재 물가 대비 매우 비싼 가격 정도였으나, 아마 인테리어의 강점으로 인해 상쇄되리라.
‘이제부터 핸썸 플레이스와의 디저트 경쟁은 사실상 [파리 브레드]와 [또르뵈-쥬레]를 이용한 대리전이 되겠군.’
하지만 딱히 질 것 같진 않았다.
대한민국 제빵의 제왕인 팔립의 기술과 티아라의 호랑이 윤일남의 전략이 합쳐진 파리 브레드다. 게다가 현재 준성 역시 그 파리 브레드의 지분을 가진 상황 아니던가?
‘앞으로 재밌는 싸움이 되겠군.’
준성은 그렇게 생각하곤,
핸썸 플레이스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전화기를 들어 김재민에게 연락했다.
“예, 접니다. 허니 브레드 투입하세요. 한 달 동안 오픈 기념 이벤트도 같이 하시고요.”
…
– 접니다. 허니 브레드 투입하세요. 한 달 동안 오픈 기념 이벤트도 같이 하시고요.
김재민은 심장이 거세게 뛰는 것을 느꼈다.
꼭 격전지에 뛰어들기 전 병사의 심정이 이럴까?
그는 바로 제 사무실에서 나가며 커다랗게 외쳤다.
“허니 브레드 판매 시작한다! 시범 점포 한정으로 내일부터 발매하고, 공문에 적힌 대로 이벤트 진행하라고 전달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점포관리팀이 전투에 돌입한 전사들처럼 우르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재민은 앞으로의 상황이 기대된다는 듯 미소 지었다.
허니 브레드는 꾸준히 준비해온 작품.
이미 신제품 개발은 물론, 스타벅스와 핸썸 플레이스와 가까운 점포들 한정으로 이미 발매 준비가 완료되어 있었다. 그저 상대방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
그리고 경쟁자가 이제야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고,
재민은 크레모아 격발 스위치를 누르듯 주먹을 쥐었다.
*
다음 날.
스타벅스, 핸썸 플레이스와 인접한 네스트에 일괄적으로 [허니 브레드]가 출시됐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 허니 브레드, 신제품 출시! 달콤 쌉싸름한 디저트와 함께하세요! 한 달간 아메리카노 구입 고객에 한해 900원!
– (작은 글씨로) 본 세트 가격은 한 테이블당 한 번만 적용 가능하며, 추가 주문 시 원가(2,500원)로 적용됩니다.
안 그래도 가격대비 양이 많아 가성비가 좋은 허니 브레드에 할인 프로모션까지 들어갔다. 이에 많은 스타벅스와 핸썸 플레이스를 찾던 많은 사람들을 환기시켰다.
– 어? 야! 저기 봐봐, 네스트 신제품 나왔다네?
– 하이고, 경쟁자 나타나서 똥줄 타나 보네? 킥킥.
– 뭐 어때! 가서 허니 브레드? 저거나 조질래?
– 콜!
– 어? 네스트에 디저트 나왔네? 가격 완전 착하다!
– 에이, 그래도 네스트는 너무 저렴한 이미지 아닌가?
–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로 저렴하지. 커피도 싸고.
– 근데 우리 오늘 스타벅스 가려고 했잖아.
– 그렇긴 한데… 그래도 900원은 진짜 싸지 않아? 이번 한 달만 한다는데. 그리고 나 이번에 용돈 없단 말이야. 옷 산다고 너무 많이 썼어~ 응? 윤정~ 윤정~ 절루 가자? 응?
– 이 년아 그러게 좀 아껴 쓰지! 에휴, 가자. 나도 스타벅스는 좀 부담되는 가격이긴 하네. 우린 만년 네스트인가?
– 아무래도 가격이 싸니까. 어쩔 수 없지 뭐.
– 어? 대리님. 네스트에 신제품 나왔네요?
– 뭐고? 저거 지집아(지지배)들이나 먹는 거 아이가?
– 예, 뭐. 보통 여자들이 좋아하긴 하죠. 근데 대리님 커피 좋아하시잖아요. 쌀쌀한데 가서 커피랑 같이 드시죠.
– 마, 사내 자슥이 저런 거 처묵고 그라면 안 돼!
–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먹을 것만 시킬 테니까, 대리님은 아메리카노 드세요. 알겠죠?
– 하, 쓰애끼… 삐짓나?
– 삐지긴요. 아닌데요?
– 됐다. 가자.
젊은 남자와 여대생 그리고 직장인들까지.
스타벅스나 핸썸 플레이스를 찾던 고객 중 일부가 신메뉴를 보고는 호기심에 네스트로 찾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별 기대하지 않는다거나, 싼값에 먹는다는 심정으로 주문.
한 입 떠먹어 보고는 그 생각을 고쳐먹었다.
– 의외로 괜찮은데? 식빵에 크림만 발랐는데도 맛있다.
– 우와… 완전 맛있다… 근데 살찌는 맛이야, 힝…
맛이 있을 수밖에.
애초에 허니 브레드는 밀리언 셀러였기도 했거니와…
그에 더해 파리 브레드의 실력과 일남의 수완, 그에 더해 준성의 전략적인 관점을 섞어 재창조한 제품이었다. 정성을 가득 넣은 만큼 그만한 값어치를 해냈다.
그 결과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과 함께 많은 고객들이 네스트로 몰려들었고, 핸썸 플레이스와 스타벅스는 네스트의 공격에 맥없이 두드려 맞으며 고전했다.
*
한창 네스트가 신제품 전략 성공으로 들떠있을 무렵.
핸썸 플레이스 팀장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첫날 괜찮은 매출을 올려 마맹덕 총수와 함께 회식까지 했었거늘… 겨우 일주일 만에 상황이 뒤집혔기 때문이었다.
네스트는 마치 자로 재기라도 한 듯,
핸썸 플레이스 오픈과 동시에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 결과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건 당연지사.
팀장은 마치 누군가에게 목이라도 졸리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그 절박감은 부하 직원에 대한 공격성으로 표출됐다.
“주, 주간 보고서입니다. 현재 5개 점포 모두 첫날의 매출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저트 매출의 경우 네스트 허니 브레드가 너무 강력해서 첫날의 1/5 수준으로…”
보고 중이던 재무부장의 얼굴에,
팀장이 있는 힘껏 던진 보고서와 함께,
짜증 가득 섞인 욕설이 찰지게 날아왔다.
파앙 – !
“나도 알아, 안다고 이 새*야! 지금 여기서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너 나 지금 맥이는 거냐? 그러려고 굳이 매출 조졌다는 얘기를 내 대가리에 다시금 박아 넣는 거지?”
“아, 아뇨 그게…”
“알면 이딴 보고 말고 방법을 찾으란 말이야! 방법을!”
“… 알겠습니다.”
재무부장은 바닥에 어질러진 서류를 주섬주섬 챙겨 퇴장했다. 이에 핸썸 팀장은 의자를 돌린 채 담배를 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 후 인기척과 함께 누군가가 나타났다.
“나 지금 얘기할 기분 아니니까 나가.”
“죄송합니다 팀장님. 다음에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그러자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정체는 영업부(회)장인 마예라였다. 이에 팀장은 마치 저승사자라도 만난 것처럼 화들짝 놀리며 의자를 돌렸고, 채 세 번도 빨지 못한 담배를 바로 비벼 껐다.
“아, 아닙니… 아니. 아니야. 괜찮아. 지금 보자고.”
그는 반사적으로 나오는 존댓말을 삼키고는 최대한 공손과 비굴 중간 그 어디쯤 있는 태도로 마예라를 대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매출 때문에 지금…”
“그, 그럼! 괜찮고말고! 직장인이 일을 해야지! 자기감정 하나 추스르지 못하면 그게 사람인가!? 짐승이지! 미안하네, 내가 좀 욱하는 기질이 있어서 말이야!”
마예라는 썩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제 생각을 적은 서류를 건넸다.
팀장은 그 서류를 읽어내려가기도 잠시.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곤 물었다.
“진심이야?”
“예.”
“… 하, 난 좀 반댄데. 안 그래도 거기 대표 경영 방식이 매우 공격적이라고 소문이 자자해. 이거 자칫 잘못하면 도발하는 제스쳐로 보일 수도 있어.”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그 말에 팀장은 머리를 벅벅 긁기도 잠시.
어차피 마예라는 이미 마맹덕 총수를 등에 얻은 채, 사실상 핸썸 플레이스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상태였다. 그러니 팀장 역시 크리티컬한 것을 제외하곤 함부로 반대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친다는 심정으로 외쳤다.
“하, 몰라. 그럼 한번 해 봐!”
*
다음 날, 네스트 본사.
일을 처리하고 있는 가운데,
재민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찾아왔다.
“… 저기 죄송합니다만, 급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에 준성은 보고 있던 표를 내려놓고는 재민을 쳐다봤다.
“예. 뭐죠?”
“… 핸썸 플레이스의 영업부장, 마예라가 찾아왔습니다.”
끝
ⓒ 김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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