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88
– 89화 –
전술핵 투하 D-13.
부대로 복귀 중인 장재진은 피로에 짓눌려 있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사회에 있다는 것 자체가 활력소였기에 2시간만 자도 쌩쌩했으나, 자대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온갖 피로가 다 들러붙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아… 씨*… 가기 싫다.”
발권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기도 잠시.
재진은 이대로 있다간 버스에서 깊게 잠들어 내릴 곳을 놓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안 되겠다. 커피라도 한 잔 마시자.’
이후 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네스트 남부터미널 점.
그 안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단순히 고향에 내려가거나, 출장을 가는 사람들부터 여행을 앞둔 채 까르르 웃는 사람들까지. 재진은 그런 사람들을 하염없이 부럽게 쳐다보기도 잠시.
이내 입구 주변에 있던 여대생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는 황급히 눈을 피했다.
그저 눈이 마주친 것뿐인데도 말이다. 사실 그도 원래 이렇게 여자들을 어려워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 오빠, 미안해. 우리 헤어져. 나 다른 남자 생겼어. 솔직히 나도 계속 기다리려고 했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게 아니더라? 나 졸업하고 나서도 오빠는 계속 학생일 텐데… 잘 모르겠어. 계속 만날 용기가 안 나.
자대 배치되고 얼마 안 됐을 무렵.
여자 친구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부터 시작해서…
– 남자들 군대 다녀오는 거 진짜 편한 거 아니야?
– 여자들은 대학생 때 쉬지도 못하고 계속 학교 다니고 바로 취업해야 하는데… 남자들은 군대 가서 2년 쉬다 올 수 있잖아. 나도 쉬고 싶은데…
휴가 때 만난 여자 동기의 개소리가 얹어지고…
– 아, 군바리 냄새난다 진짜. 버스나 지하철 탈 때 군바리는 좀 따로 넣어두면 안 돼나…? 같이 타기 싫은데…
– 야, 목소리 너무 크잖아! 들리면 어쩌려고!
– 들리면 지가 어쩔 건데? 아, 짜증나. 눈 마주쳤어.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이상한 사람까지.
이런저런 일을 겪다 보니 점점 더 위축되어만 갔다.
사실 재진도 본인이 유별나게 저런 일을 많이 겪었다는 건 알았다. 마치 악운 로또라도 당첨된 것 마냥 말이다. 그 외에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렇지 않다는 점도 알았다.
하지만 오늘처럼 부대로 돌아가기 싫은 날이 올 때면…
가끔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럴 때마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듯 ‘씨발…’이라고 중얼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나도 여행 다니면서 리프레쉬하고 싶었는데…’
‘나도 대학 계속 다녀서 취직하고 싶었는데…’
‘나도 군대 가고 싶어서 간 거 아닌데…’
‘나도 연애하고 싶었는데…’
꼭 인생에서 2년을 강탈당한 기분이 이럴까?
제일 찬란하고 밝게 빛나야 할 20대 초반이었거늘, 정작 군대에 가서 얻은 거라곤 부조리에 순응하는 법과 흡연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법 같은 부정적인 것들뿐이었다. 그나마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올랐다는 장점이 있긴 했지만…
‘… 그건 굳이 군대가 아니어도 얻을 수 있잖아.’
“에휴…”
재진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어차피 본인 혼자 한탄해 봐야 세상은 변하지 않음을 알았기에. 그냥 순응하는 게 편한 길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 됐다, 그만하자. 우울증 걸리겠다.’
그는 잡생각을 떨쳐내곤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그리곤 계산을 위해 지갑을 뒤적거리고 있자니…
“넣어 둬, 군인은 공짜야.”
아버지뻘쯤 되는 점주가 푸근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아들도 군대에 가 있거든. 군 생활 많이 힘들지? 그래도 뭐 어쩌나. 견디고, 견디고, 견뎌야지. 근데… 그 힘든 와중에 공짜 커피 한 잔 같은 좋은 일 한번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안 그래도 힘든 군 생활인데 말이야.”
점주는 그렇게 말하곤 ‘고생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재진은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어찌 보면 그냥 공짜 커피 한 잔일 뿐인데.
그냥 오지랖 넓은 점주의 한 마디일 뿐인데.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냥 남자니까 모두가 가야 한다고.
모두가 하니까 너도 응당 그래야 한다고.
그 누구에게도 감사받지 못하고,
그 누구에게도 보상받지 못했다.
근데 그 와중에 겨우 공짜 커피 한 잔.
나라 지켜줘서 고맙다고. 고생한다고.
그 말이 너무나도 사무쳤다.
“…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고맙긴 뭘. 내가 고맙지. 나라 지키느라 고생하는데.”
재진은 그렇게 커피를 받고는 버스에 올랐다.
매번 부대로 복귀할 때마다 어깨가 무거웠지만, 오늘은 커피를 마셨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일 때문일까?
괜스레 몸이 가벼운 듯한 기분이 들었다.
‘… 그래. 힘내야지. 아무리 느려도 시간은 흐르니까.’
재진은 네스트 종이컵을 손에 꽉 쥐었다.
…
전술핵 투하 D-8.
KBC 보도국 경제팀.
우동민 기자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얼마 전 들은 얘기 때문이었다.
– 야, 이번에 대영 건 누가 할 것 같냐?
이에 우동민은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묻자,
동기는 아차 싶었는지 슬쩍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
– 아… 너 이번에 메일 못 받았구나?
– 대영 그렇게 안 봤는데 생각보다 쪼잔하네…
대충 캐물어 보자, 대영 홍보팀 측에서 경제부에게 이렇게 기사를 만들어주십사 보도자료를 보냈는데…
그 수신인에 우동민이 빠져있었다.
“… 아휴, 씨.”
그렇게 짜증을 부리기도 잠시.
옆에 있던 선배가 곁눈질로 보고는 쯧 소리를 냈다.
“야, 우동. 내가 뭐랬냐? 라인 잘 타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어? 인터뷰 가는 길에도 내가 말렸잖아. 그거 똥이니까 찍어 먹지 말라고. 다 네 업보다.”
“… 알아요.”
“괜찮아, 새끼야. 뭐 범 대영가 쪽에서 준 일 빼면 1/3이 날아가긴 하는데, 까짓거 뭐 어때. 딴 건에 집중하면 되지. 이참에 아예 그냥 그쪽으로 길 잡고 달려. 뭐 어쩌겠냐.”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는 분명 말렸다~’라며 마지막까지 우동민의 속을 한 번 좌-악 긁고 내려갔다.
그렇게 한숨을 푹 쉬고 있기도 잠시.
뚜르르르- 뚜르르르-
액정을 보니 ‘네스트 이준성’라고 적혀 있었다.
“아~ 예, 네스트 이준성 대표님. 예? 아, 예… 술이요?”
그 말에 선배 기자가 슬쩍 쳐다보고는 입을 뻥긋거렸다.
– 가, 새끼야. 컨셉 잡았으며 확실하게 가라.
그 말에 동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옷을 챙겼다.
“예.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
전술핵 투하 D-3.
각 점포에 대한 가맹비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졌다.
명목상으로는 ‘폭발적인 팽창에 따른 상황 변화로 인한 각 점포의 재정 안정성 확보’였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앞으로 1분기는 매출이 소폭이나마 감소할 거다.’
점주들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었다.
분명 원래 프렌차이즈는 본사가 갑이었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고통분담을 강요할 수는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악수가 분명했기에, 이번 전술핵으로 인한 피해는 본사가 감당하고자 마음먹었다.
‘갑질은 나보다 강한 놈한테 해야지. 약한 사람한테 하는 갑질은 착취다.’
게다가 아무리 프랜차이즈에 있어 본사가 ‘갑’이라지만,
그렇다고 점주가 무조건적인 ‘을’은 아니었다.
을에게는 절대적인 카드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가맹 탈퇴’다.
‘아무리 계약이라지만, 신뢰관계다. 방패막이 역할을 해줘야 할 본사가 이익을 위해 점주들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순간, 신뢰가 깨어지기 시작한다. 최악이야.’
그렇기에 준성은 이번 기회에 가맹비를 낮췄다. 기존에 매출대비 %도 낮췄고, 고정 가맹비 역시 소폭 하락시켰다.
마치 지하 깊숙한 곳에 벙커를 만들 듯.
네스트는 마지막에 충격에 대비했다.
이제 남은 건 전술핵이 꽂히는 것뿐이리라.
*
전술핵 투하 D-Day. 오후 11시.
준성은 오래간만에 집 소파에 앉아 조용히 TV를 틀었다. 마치 핵실험을 멀찍이서 구경하는 장군처럼 말이다.
–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진실! 추적 90분!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외환위기로 인해 많은 가장이 실직하며, 자영업 창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인기를 끄는 업종이 있습니다. 커피입니다.
– (진행자가 커피를 한 입 마심) 맛있군요. 저도 일하면서 자주 마시는 로스팅 커피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 취재진은 이 커피 산업의 가격에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 최근 많은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커피 시장에 뛰어들며 커피 가격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습니다. 한 잔에 약 3,000원에서 비싸게는 5,000원까지. 오늘은 그 가격에 대한 비밀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후 화면이 전환되며 자영업에 몰린 사람들을 한 번 비췄고, 이후 본격적인 ‘커피 원가’에 대한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 커피 가공에 들어가는 원재료, 바로 원두입니다.
–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이 원두의 가격은 1kg에 15,000원 상당. 업계인에 따르면 한 잔에 사용되는 원두량이 20g 정도라고 하니, 50잔 정도가 나옵니다. 그 결과… 원가는 약 300원 정도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그다음으로는 원재료 대비 이익률을 정리한 도표가 좌르르 나오며 본격적인 비교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커피 시장의 대표적인 브랜드들을 [S사], [H사], [N사], [R사] 등으로 분류하여 이익률을 계산.
다음으로 기타 자영업과 이익률을 비교했는데… 그중 오로지 N사(네스트)만이 합리적인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 [N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커피 프랜차이즈 사가 어마어마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저기에 임대료와 유통비 그리고 직원들의 인건비를 제외하고, 그 외 잡비를 제외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업계 관계자의 인터뷰를 들어 보시겠습니다.
– (모자이크된 마예라) : 저희 커피숍은 고객들게 최고의 효용을 드리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뿐입니다.
– (PD가 출근 중인 마예라를 집요하게 따라가며 질문을 던짐) : 그럼에도 잔당 50% 이상이라는 이익률은 조금 과해 보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마예라가 대답하지 않고 승강기에 탑승함)
그 부분을 보며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아냈다.
‘아예 대놓고 저쪽을 악당으로 잡았군.’
참고로 준성은 제작에는 일절 관여를 하지 않았다.
아마 PD입장에서는 더 극명한 비교를 위해 핸썸 플레이스와 스타벅스의 사치스러운 면을 부각시켰으리라.
– 외국계 기업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습니다.
– (스타벅스 한국 지부장) : 가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명품에는 합당한 가격이 책정되는 법이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스타벅스 역시 추적 90분의 타겟이 되어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맞을 정도로 타작을 당했다.
그리고 누가 시사 고발 프로그램 아니랄까 봐, 대기업이 아주 욕심에 눈이 멀어버린 이들로 프레임을 짜 놨다.
덤으로 네스트 인터뷰 역시 아주 짧게나마 지나갔다.
– (인터뷰어) : 최근 비싼 가격을 고수하는 가운데, 왜 [N]사만 낮은 가격을 고수하는 겁니까?
– (김재민) : 낮은 가격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현재 가격이 올바른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가격을 높여 이익을 추구할 수 있었지만, 자사 비전과는 달랐기에 그러지 않았습니다.
– (화면 전환), (다시 진행자) : 이렇듯. 커피 가격 구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어떠한 산업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순 없지만…
– 적어도 양심적인 가격을 고수해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커피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모든 사람이 마실 커피이기에 더더욱요. 이상 추적 90분이었습니다.
준성은 시청을 마치고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사실 저 프로그램 자체가 ‘모두까기 인형’과 비슷해서, 네스트에도 어느 정도 데미지가 들어올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프로그램이 잘 뽑혔다.’
애초에 네스트가 가격에서는 꿀릴 게 없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PD가 준성의 눈치를 본 것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뭐 어떠랴.
중요한 건 결과가 좋다는 거였다.
준성은 전술핵이 상대 본진에 꽂힌 걸 확인하고는,
아주 상쾌한 표정으로 침대로 향했다.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저 핵폭탄에 잠을 못 잘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그 양반들 사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