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02)
회귀해서 건물주-102화(102/740)
102
그리고 재미있는 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알고 보니 현성도 똑같이 윤지수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때 윤지수의 나이가 40세였다. 당연히 가정을 가졌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윤지수 또한 솔로였던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오해를 풀면서 만나게 됐다.
어이가 없었지만 두 사람은 그날 서로가 솔로인 것을 확인한 날이 된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현성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건 윤지수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사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거기서부터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성이 가게를 처음으로 오픈하던 스물아홉, 그리고 윤지수가 서른여섯일 때 두 사람은 처음 만난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4년 동안이나 서로를 유부남 유부녀로 알고 그동안 서로를 소 닭 쳐다보듯 했던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두 사람은 비로 인해 만났고 비와 연관된 일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기억은 회귀하기 얼마 전 새벽에 바다에 갔던 일이 생각났다.
주르륵주르륵.
비가 내리는 새벽이었다.
“자?”
아내 윤지수가 갑자기 물었다.
당연히 안 자고 있었다. 빗소리 때문이었다. 집이 3층인데 자다가도 비가 오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빗소리를 듣기 위함이었다.
드르륵.
창문을 열자 비 내리는 광경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이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는 언제 봐도 황홀할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현성이 침대에 앉으며 물었다.
“어때?”
“좋지!”
두 사람은 긴말이 필요 없었다.
그 말 한마디로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을 나온 두 사람은 바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1톤 포터에 올라탄 현성은 바로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주차장을 나오자 차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시원하게 들렸다.
귀 호강이 따로 없었다.
앞 유리로 세차게 내리치는 빗줄기는 오히려 두 사람의 기분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목적지?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어디를 가는지 두 사람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지금 달려가는 곳은 휴게소다. 시화호 방파제 끝자락에 자리 잡은 시화나래휴게소.
부평에서 출발하면 40분이 채 안 걸린다.
운이 좋아 신호등만 안 걸리면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두 사람이 여기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거 없다. 바다와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바닷속으로 더 들어가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10분쯤 달렸을까.
아내 윤지수가 자연스럽게 음악을 틀었다.
전주가 흘러나왔다.
자연스럽게 현성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비만 오면 잊지 않고 듣는 음악이다.
<부활의 ‘희야’>
스윽.
현성은 볼륨을 높였다. 어느새 두 사람은 말없이 음악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두 사람은 눈을 마주했다.
그때 반주가 끝나면서 이승철의 첫 소절이 흘러나왔다.
“희야~~! 날 좀 바라봐~~!”
그리고 잠시 뒤 차 안에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는 나를 좋아했잖아~ 너는 비록 싫다고 말해도~ 나는 너의 마음 알아~~!”
그렇게 열심히 노래를 부르다 보면 차는 어느새 시화호 방파제를 달리게 된다. 그 노래는 무한 반복으로 재생된다.
카세트테이프 앞뒤로 그 노래만 녹음되어 있기 때문이다.
휴게소에 도착하게 되면 음악을 끈다.
조용히 바다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주차를 한 다음 바다를 내려다본다. 천국이 있다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진다.
바다로 떨어지는 빗방울!
그리고 다시 튀어 오르는 빗방울!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렇게 조용히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테이프를 손으로 밀어 넣으면 다시 이승철의 목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우게 된다.
이때는 절대 따라 부르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며 귀로 듣기만 한다.
그렇게 잠시 음악을 듣다가 차를 돌려 부평으로 다시 돌아온다.
차에서 내리지는 않는다.
비 맞는 건 두 사람 다 싫어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만의 비 오는 날 새벽을 즐기는 방법이었다.
“참 좋았는데…….”
그래봤자 회귀하기 바로 전이었으니 시간으로 따지자면 많은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지금 그녀는 없다는 것이다.
드르륵.
현성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오빠, 여기서 뭐 해?”
동생 김지연이었다.
“어? 그냥 비 구경……, 너는 이 시간에 왜 나왔어?”
“나도 그냥…….”
쭈뼛거리는 김지연의 표정에서 왠지 무슨 할 말이 있는 듯했다.
“무슨 일이야?”“무슨 일은, 아무 일도 없어. 그냥 나왔다니까…….”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이 빙긋 웃으며 다시 말했다.
“커피 한잔할까?”
“이 시간에?”
“비도 오고 좋잖아. 이런 날은 또 커피 한잔 정도는 마셔줘야 분위기가 살지.”
“우리 오빠 그러고 보면 참 많이 변했어. 얼마 전까지도 완전 까무잡잡한 게 시골 소년이었는데, 요즘 보면 얼굴도 그렇고 완전 서울 사람 같아.”
“뭐, 서울사람? 하하, 하하하…….”
현성은 김지연의 말에 웃음밖에 안 나왔다.
자신이 생각해도 예전과 비교해보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 산삼에 미백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이 하얘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어떤 때는 거울을 보다가도 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방으로 들어온 현성은 커피포트에 전원을 켰다.
“커피 많이 마시지 마. 그거 몸에 안 좋대.”
“왜, 오빠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그거야 당연하지, 우리 오빠가 어떤 오빤데?”
현성은 그런 김지연을 슬쩍 바라봤다. 분명히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예전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저 예쁘고,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은 그런 마음뿐이었다.
예전엔 그저 서로 싸우기 바빴던 두 사람이었다.
“자, 마셔.”
현성은 커피잔을 김지연에게 내밀었다.
“히히, 고마워. 비 오는 날 이렇게 오빠하고 커피도 마시고 참 좋네. 솔직히 예전엔 오빠가 싫었거든. 그래서 언니 있는 친구들이 제일 부러웠어.”
“그래? 그럼 지금은 어떤데?”
“전혀……, 아니, 오히려 오빠 있는 게 훨씬 좋아. 다른 친구들 얘기 들어보니까 언니들 하는 짓이 아주 가관이더라고. 글쎄 말이야…….”
김지연은 친구한테 얘기하듯 조잘조잘 친구들의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물론 현성의 리액션도 수준급이었다.
예전에 아내 윤지수가 가르쳐준 대화의 기술이었다.
여자들은 말을 할 때, 그냥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남자들이 제일 많이 착각하는 게 이 부분이라고 했다.
남자들은 이상하게 무슨 얘기를 들으면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습성이 있다고 했다.
그건 솔직히 현성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자신도 그런 생각을 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자의 심리는 다르다고 했다.
얘기를 한다고 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말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상대가 들어주면 고마울 뿐이지 다른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얘기하면서 스스로 풀린다는 것이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됐다.
그런데 그걸 동생 김지연한테 써먹을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한참 얘기하던 김지연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오빠, 근데 그거 알아?”
“갑자기 말을 하다말고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지금 너무 편해. 꼭 내 친구들하고 얘기하고 있는 거 같아. 오빠하고 이렇게 편하게 대화가 된다는 게 신기하네.”
현성은 그저 피식 웃었다.
역시 여자는 이해하지 말고 외우라고 했던 윤지수의 말이 이해가 갔다. 당연히 감성이 다른데 그걸 이해하려니 힘들다는 것이었다.
현성은 그런 김지연을 보며 물었다.
“이제 말해봐.”
“뭘?”
“아까 말하려고 했던 거 말이야. 너 아까 방에서 나왔을 때 표정으로 말하던 거 말이야.”
“와! 우리 오빠 섬세하네.”
김지연은 신기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오빠 동물원 원숭이 아니니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고 편하게 말해 봐. 뭐 정 힘들면 굳이 얘기 안 해도 되고.”
“호호, 이 오빠 봐라. 그렇게 말하니까 더 말하고 싶잖아.”
역시 누구나 청개구리 심리는 다 있는가 보다.
말 안 해도 된다고 하자 김지연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왔다.
김지연이 현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사실 나 요즘 여기가 좀 이상해. 자꾸 아픈 거 같아.”
쿵쿵.
김지연은 말을 하며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살짝 두드렸다.
순간 현성은 깜짝 놀랐다.
그래서인지 현성의 손이 자연스럽게 김지연의 가슴 쪽으로 다가갔다.
툭!
“오빠 미쳤어? 어딜…….”
“어? 왜…….”
순간 김지연의 냉소한 태도에 황당한 현성이었다.
그때 김지연이 인상을 쓰며 말을 바로 이었다.
“그 손이 왜 이리로 오는데?”
“이상하다며? 아프다며? 그래서 난…….”
“그게 다야?”
“김지연,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너 설마 내가 지금…….”
짝.
현성은 김지연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그러자 김지연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지? 우리 오빠가 그런 사람은 아니지?”
“너 자꾸 까불래?”“까부는 게 아니라, 그 상항에서는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서 그런 거지. 그렇다고 그렇게 갑자기……, 하여간 오빠도 이럴 때 보면 참 순진해.”
“뭐 순진……,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