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10)
회귀해서 건물주-110화(110/740)
110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탄 김일수.
후우!
맨 뒷자리에 앉은 김일수는 호흡부터 챙겼다.
툭툭.
김일수는 껴안은 가방을 가볍게 두드렸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현성이 건네준 편지를 읽어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왠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볼 것만 같은 부끄러움에 그럴 수 없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멀게 느껴지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할머니!”
집으로 돌아온 김일수는 마당에 들어서면서 할머니 신유복을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신유복이 밖으로 나오며 김일수를 맞았다.
“아이구 내 새끼, 이제 오는구나. 그런데 무슨 좋은 일 있어?”
“아니, 그냥…….”
“그냥이 아닌데, 얼굴에 아주 웃음꽃이 활짝 폈어.”
“헤헤, 그래 보여?”
평상시답지 않게 웃음까지 흘리는 김일수였다.
그러자 신유복은 고개를 갸웃하며 이상하다는 듯 김일수를 바라봤다. 이렇게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구나?”
“아니야 할머니, 할머니 보니까 좋아서 그러지잉~.”
이젠 애교까지 부리는 김일수였다.
“호호, 별일일세. 잠깐만 기다려 밥 다 돼 가니까.”
“응, 할머니 천천히 해. 나 잠깐 방에 좀…….”
“어? 어 그래, 그러려무나.”
신유복은 부엌으로 들어가며 한 번 더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일수는 자신의 방으로 후다닥 들어왔다. 평상시 같으면 부엌으로 바로 들어가 할머니를 도와줬을 김일수였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딸각.
방으로 들어온 김일수는 문고리부터 잠갔다. 김일수가 자신의 방문을 잠그기는 태어나서 처음일 것이다. 지금 김일수의 심정이 그랬다.
후우!
심호흡을 한 김일수는 가방에서 살포시 편지를 꺼내 들었다.
행여 주름이라도 잡힐까 봐 편지를 만지는 손이 조심스러웠다.
자세히 보니 편지 봉투 무늬가 하트 모양이었다. 처음엔 그저 꽃무늬인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편지를 조심스럽게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책상 서랍에서 칼을 끄집어냈다.
30cm 자도 끄집어냈다.
왼손엔 자를 잡고 오른손엔 칼날을 밀어 올렸다.
누가 보면 마치 외과 의사가 집도라도 하는 줄 알 정도로 김일수의 표정은 심각했다.
스윽.
김일수의 오른손이 움직이자 편지 봉투 끝부분이 잘려나가며 살짝 열렸다.
팔랑.
편지지 느낌이 좋았다.
김일수는 편지지를 양손으로 들고 읽기 시작했다.
“오빠에게…….”
첫 줄을 읽은 김일수의 눈빛이 반짝였다.
편지를 읽는 동안 김일수는 호흡이라도 멈춘 듯 방 안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 시각.
또 다른 두 사람의 분위기도 만만치 않았다.
“못 찾았다는 거죠?”
현성이 박희철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박희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권 사장이 준 메모지에는 그럴 만한 사람이 없었네.”
“혹시 그 사장님이 다 기억을 못 하는 건 아닐까요?”
“아니야, 그럴 일은 없을 걸세. 틀림없이 네 팀이라고 그랬거든.”
현성은 다시 메모지를 확인했다. 틀림없이 8명이었다.
쩝.
현성이 포기한 채 메모지를 다시 박희철에게 돌려줄 때였다.
“그런데 말이야…….”
박희철이 고개를 저으며 뭔가 이상하다는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왜요? 뭐 다른 게 또 있어요?”
“조금 전에 내가 이상한 장면을 목격해서 말이야. 그게 영 찜찜하긴 한데, 확실한 물증이 없으니 뭐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고…….”
박희철의 모호한 태도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뭔데요?”
“그게 말이야…….”
박희철은 아까 정문에서 오상철과 최민성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희철의 얘기를 듣던 현성의 표정도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박희철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런데, 그 최민성이란 아저씨는 또 누굽니까?”
“우리보다 5년 후밴데 특별히 하는 일은 없고 그냥 오상철이 심부름이나 해주면서 그렇게 사는 친구야.”
“아, 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네요. 그 두 사람이 왜 저를 보고 있었을까요?”
얼핏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다 큰 어른이 학생이 뺑뺑이 도는 걸 구경을 한다?
더군다나 모르는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운동하는 거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광경을 몰래 숨어서 본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만약에…….’
현성은 가설을 하나 세웠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현성이 술을 먹었다는 것을 오상철이 알았다면 어떻게 될까?
못 본 체 그냥 넘어가 줄까?
절레절레.
현성의 고개가 천천히 좌우로 움직였다.
그건 아닐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얼마 전에 현성 자신이 라면 가게를 운영한다고 할 때부터 눈빛이 이상했었다. 일부러 오픈 할 가게까지 쫓아가서 직접 확인까지 한 인간이다.
더군다나 박희철과 자신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것까지 파악한 오상철이다.
그런 오상철이라면…….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희철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희철이 닫았던 입을 뗐다.
“뭐라도 짚이는 게 있는가?”
“물증은 없는데 정황상 그 아저씨가 맞는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까 그 상황이 설명이 안 됩니다.”
“그건 나도 동감이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시간에 거기 있을 이유가 없으니 말일세. 결국 문제는 물증이라는 건데…….”
두 사람은 그 이후로도 오상철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오상철에 대한 구체적은 물증은 결국 찾을 수가 없었다.
***
박희철과 헤어진 현성은 라면 가게로 향했다.
확인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성이 가게 앞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음……?”
현성은 걸음을 멈췄다. 누군가 가게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내아이였다.
그러고 보니 처음 보는 아이가 아니었다. 계약하기 전에 가게를 보러 왔을 때도 문 앞에서 서성이던 바로 그 아이였다.
그때 안채 방안에서 주운 사진 속에 있던 아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전 주인의 아들일 것이다.
현성은 조심스럽게 아이를 불렀다.
“……거기서 뭐하니?”
현성이 말하자 아이는 깜짝 놀라며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누구 기다리니?”
“…….”
아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지난번처럼 뒤로 슬금슬금 발걸음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이 얼른 지갑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지난번에 안채에서 주운 사진이었다.
현성은 아이에게 사진을 내밀며 천천히 말했다.
“이 아이가 너지?”
아이는 대답 대신 현성이 내미는 사진에 관심을 보이며 쭈뼛쭈뼛 머뭇거렸다. 그러자 현성이 한 발 더 다가가며 다시 물었다.
“여기 잘생긴 애가 너 맞지?”
아이는 그제야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사진을 달라는 얘기였다.
현성은 사진을 건네주며 다시 말을 붙였다.
“이름이 뭐야?”
“……우진, 이우진.”
“우진? 네 이름이 이우진이구나. 이름도 멋있는데.”
이우진은 이름이 멋있다는 말에 마음이 좀 놓였는지 긴장이 풀린 듯한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우진이 몇 학년이야?”
“…… 3학년.”
“3학년?”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얼핏 보기에는 잘 돼야 1학년이나 됐을까 하는 체구였기 때문이다. 나이에 비해 그만큼 왜소하다는 얘기였다.
현성은 이우진을 보며 다시 물었다.
“우진이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
“누구 기다린 거야?”
이우진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누군가를 기다린 건 아닌 듯했다. 그 말은 그저 습관처럼 온다는 얘긴데…….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문 닫은 지는 2년이 지났다. 즉, 이우진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됐다는 얘기다.
그때는 이우진이 8살이었을 테고…….
굳이 이우진의 얘기를 안 들어도 어떤 상황인지 대충은 짐작이 갈 듯싶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그렇다고 그걸 또 묻기엔 조심스러운 상황이었다.
궁금하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물을 순 없었기 때문이다.
현성이 잠깐 생각하는 동안 이우진은 조금 전에 받아든 사진을 자신의 옷에 닦은 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깐.
“…… 혀엉.”
이우진이 조심스럽게 현성을 불렀다.
그러자 현성이 이우진을 바라보며 바로 말했다.
“그래, 우진아. 무슨 할 말 있어?”
“사진…….”
“사진? 아 그래, 저번에 안채 방안에서 주웠는데 그동안 줄 기회가 없었어. 늦게 줘서 미안해.”
“…… 고마워요. 우리 엄마예요.”
이우진은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현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우진이가 누굴 닮아서 이렇게 잘 생겼나 했더니 엄마를 닮아서 그랬구나.”“우리 엄마 예쁘죠?”
“응, 아주 많이…….”
“히히…….”
어느새 이우진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있었다. 현성은 그런 이우진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말했다.
“우진아, 앞으로 형한테는 그렇게 꼬박꼬박 존댓말 안 써도 되니까 편하게 그냥 말해도 돼.”
“그건 안 돼요. 우리 할머니가 무조건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는 존댓말 써야 한다고 그랬어요. 그렇지 않으면 못된 사람이래요.”
할머니의 교육방침인 듯했다.
엄마 없이 키운다고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를 듣는 게 싫었을 것이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랬어? 그럼 우진이가 좋을 대로 해. 난 또 그것 때문에 불편할까 봐서 그랬지.”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적당히 알아서 할게요.”
“뭐 적당히? 하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이우진도 멋쩍은 듯 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씩 웃더니 다시 물었다.
“형, 뭐 좀 물어봐도 돼요?”
“뭔데?”
“지금 몇 학년이에요?”
“나? 2학년, 근데 갑자기 그건 왜?”
이우진은 현성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다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