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11)
회귀해서 건물주-111화(111/740)
111
“형이 이 가게 하는 것도 맞죠?”
“응. 그런데 왜?”
절레절레.
이우진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피식.
현성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젓는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우진이 현성의 미소에 답변이라도 하는 듯 바로 말을 이었다.
“고2인데 장사를 한단 말이지…….”
말끝을 흐리며 불신의 의중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는 이우진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꽤나 자연스러웠다.
‘애늙은이?’
순간적으로 현성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말이었다.
어이가 없어 저절로 미소가 드리워지는 현성이었다.
그때 이우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형, 장사는 처음이지?”
“어? 어, 그래.”
맹랑한 녀석이었다. 그렇다고 거기다 대고 20년을 넘게 장사했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어찌 나오는지 다음 말이 궁금해졌다.
“형, 너무 걱정하지 마.”
알아서 한다고 하더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말까지 놓는 이우진이었다.
현성은 피식 웃으며 그 이유를 물었다.
“왜, 우진이가 도와줄 거야?”
“당연하지. 대신 가끔 라면이나 한 그릇씩 주면 돼. 우리 할머니가 공짜로 받으면 안 된다고 했거든. 내가 영업은 알아서 할게.”
“영업?”
“이래 봬도 내가 친구들 중에선 대장이야. 형 나 무시하면 안 돼.”
“내가 왜 우진이를 무시해. 그럼 잘 부탁해, 우리 영업 부장님. 하하하…….”
현성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이우진도 알았다며 현성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계약은 그렇게 장난처럼 이루어졌다.
이때까지는 현성은 몰랐다.
이우진의 영업력을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두 사람의 인연도 그렇게 장난처럼 시작됐다는 것을 말이다.
***
이우진을 보내고 현성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돈 들인 보람이 있었다.
주방을 둘러본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눈에 봐도 널찍한 주방이 맘에 들었다.
네 사람이 주방에서 동시에 움직여도 충분할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홀은 공간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그건 안채를 사용하는 거로 대체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엔 화덕 앞으로 다가갔다.
주방의 공간 못지않게 특히 신경을 썼던 곳이 화덕이었다. 아무래도 한꺼번에 많은 수량을 끓이기 위해서는 화덕의 개수가 중요했다.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 6구 자리 화덕이었다.
처음엔 10구도 생각했지만 조리하는 음식이 면이라는 특성상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무리라는 계산이었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자칫하면 면이 불어버리기 때문이다.
“화덕도 끝냈고…….”
이제 주방에서 남은 건 선반과 싱크대 작업이다. 이것도 이틀 정도면 끝날 것이고……, 이런 식이라면 이달 말일쯤이면 모든 준비가 끝날 것이다.
처음부터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기에 서두르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을 더 안 쓰고 설비업자 유민철이 혼자서 작업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어차피 영업은 신라면이 출시되어야만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음……, 좋아.”
일단 처음 계획대로 진행되는 탓에 현성으로선 큰 걱정은 없었다.
홀을 지나 입구 쪽으로 막 걸어갈 때였다.
드르륵.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두 명이었다.
한 명은 오상철이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말 안 해도 알 듯싶었다. 바로 오상철을 따라다닌다는 최민성일 것이다.
당연히 현성으로선 두 사람 다 반가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불만을 얘기할 순 없었다.
일단, 조용히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지나가다가 불이 켜져 있길래…….”
개소리다.
지나가던 길이면 그냥 갈 것이지, 남의 가게에 불이 켜져 있다고 해서 들어올 일은 없다. 더군다나 서로 감정도 안 좋은 상태에서 말이다.
들어온 목적이야 굳이 묻지 않아도 빤할 것이다.
호기심과 궁금증.
어린놈이 가게를 한다고 하니 당연히 호기심이 발동했을 것이고, 그에 못지않게 궁금했을 것이다.
어차피 숨길 일도 아니기에 현성은 이 두 사람이 어찌 나오나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이곳저곳을 살피던 오상철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가게가 예전하고 많이 바뀌었네.”
“그렇습니까?”
현성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상철이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현성의 머릿속에 오상철은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이정우를 생각해서라도 그저 밟아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건물주라고 갑질하는 오상철을 그저 두고 볼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그에게 밀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더 말에 힘이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반면 오상철의 생각은 현성과 또 달랐다.
그저 가소롭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오상철은 피식 웃고 말았다.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허세는…….”
“지금 허세라 그러셨습니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네만…….”
쩝.
현성은 입맛을 다셨다.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굳이 저도 그런 거 가지고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 그저 제 방식대로 영업할 테니까요.”
“자신만만하군?”
“…….”
더는 대꾸도 하기 싫었다.
현성이 아무 대답을 안 하자 오상철이 다시 물었다.
“하나만 물어보지.”
“…….”
현성은 대답 대신 오상철을 슬쩍 바라봤다.
“간판에 말이야, 신라면이 도대체 뭔가?”
피식.
현성은 가볍게 웃었다. 그리곤 말했다.
“라면 이름이요.”
“라면 이름?”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갑갑한 건 오상철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라면이란 라면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그저 매운 라면을 일컫는 것이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현성의 말대로라면 그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오상철의 궁금증이 점점 더 커지려는 찰나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 달에 나옵니다.”
“뭐라? 다음 달에…….”
오상철은 어이가 없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10월 2일이다. 대한민국 라면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을 제품이 출시되는 날.
그것을 알 리 없는 오상철로서는 현성의 말에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현성을 바라보는 눈빛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한다는 듯 바라보는 오상철이었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현성.
그저 입가에 미소가 번질 뿐이었다.
미래를 알고 있는 현성이기에 가능한 미소였다.
현성의 가게를 나온 오상철과 최민성.
최민성이 오상철을 보며 먼저 물었다.
“형님, 저 자식 주방 보셨습니까?”
“봤지.”
“아니, 무슨 라면 장사한다는 놈의 주방이 저리도 넓답니까?”
“내 말이 그 말이네. 하여간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이라니까. 그리고 뭐, 신라면이 다음 달에 나온다고? 하여간 어린놈이 벌써부터…… 쯧쯧.”
현성이 회귀했다는 것을 모르는 두 사람의 눈에는 그저 미친놈이자 딱한 존재였던 것이다.
그 시각.
현성은 이정우네 분식 가게로 향했다. 이정우 어머니 신명순에게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르륵.
현성이 들어가자 신명순이 현성을 반갑게 맞이했다.
“현성아, 어서 오너라. 그렇지 않아도 할 말도 있었는데 잘 왔다.”
“저한테요?”
“그래, 이쪽으로 앉아보렴.”
마주 앉은 두 사람.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
“낮에 건물주가 왔다 갔는데…….”
“그 인간이 또 왜요?”
“아무래도 이번 달 내로 가게를 비워줘야 할 거 같은데, 혹시 여기 집기 중에서 뭐 필요한 거 없는가 싶어서 말이야?”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번 말씀으로는…….”
건물주가 얄미워서 장사는 그만두더라도 만기까지 가게를 안 비워주겠다는 신명순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번 달에 비워줘야 한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그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다.
“글쎄, 그 인간이…….”
신명순의 설명이 이어졌다. 신명순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현성의 표정도 점점 변해가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런 개…….”
현성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다 말았다.
어쩌면 인간이 그럴 수 있나 싶었다. 쫓아내는 것도 모자라 이젠 원상복구라는 단서 조항을 이용해 마지막 떠나는 사람의 가슴에 대못까지 서슴없이 박아버리는 오상철의 인간성에 치가 떨리는 순간이었다.
그건 신명순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진짜 아까 같아서는 너무 얄미워서 소리 안 나는 총이라도 있었으면 확 쏴버리고 싶더라니.”
“그런데 도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래요?”
“그건 나도 모르겠어. 며칠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은 아예 작정을 하듯 사람을 구석으로 모는데, 그나마 미운 정까지도 다 떨어지더라니까.”
“그 양반도 진짜 이상하네요.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얼핏 생각해도 현성으로선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었다.
여유가 없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다고 당장 이 가게를 오픈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오상철이 지금 이러는 이유는 현성의 뒤에 박희철이 있어서 그렇다는 걸 모르는 현성으로선 오상철의 행동이 그저 이해가 안 갈 뿐이었다.
잠깐 생각하던 현성은 다시 말했다.
“어머니,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마음 편하게 생각하세요. 생각 같아서는 오기로라도 끝까지 버티고 싶은데, 원상복구 비용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정신적으로 어머니가 힘들어질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지나온 10년이란 시간이 아쉽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하루라도 빨리 그런 인간한테서 벗어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자고요.”
“그러게 말이다. 10년 동안 뼈 빠지게 일했는데 마지막에 이게 뭔가 싶다. 생각하면 할수록 분통이 나서, 어휴……, 내가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한숨만 길게 내쉬는 신명순이었다.
그런 신명순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어머니, 억울하면 출세하라잖아요. 이럴 수록에 우리 더욱더 분발해서 가게 열심히 키워보자고요. 그게 저런 인간한테 복수하는 겁니다.”
“그래, 그래야 하는데…….”
여전히 불안한 신명순이었다.
그 심정을 모를 리 없는 현성이었다.
“아직도 불안하신 거군요?”
“이제 나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도 잘 아는데……, 솔직히 아직까지는 좀 그렇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한 게 당연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 시점에서 아무리 무슨 말을 한다 하더라도 신명순의 불안감을 불식시킬 방법은 없다.
어차피 필요한 건 시간일 터.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솔직히 말했다.
“어머니 마음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억지로 믿어달라고 하지도 않겠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신라면은 분명히 10월 2일에 나올 겁니다.”
“그것도 솔직히 지금으로선…….”
“네, 어차피 시간이 가야 해결될 문제입니다. 그래봤자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으니 조금만 더 두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왕이면 이렇게 된 이상 너무 걱정만 하지 마시고 조금이라도 저를 믿으시고 희망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까지 무슨 소리를 하고 자빠졌는지 모르겠다. 이래선 안 되는 건데…….”
신명순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만약에라도 현성이 없었다면 자신은 오도 가도 못 하고 길거리에 나 앉을 판이었다. 속된 말로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싼 격이 아닌가 말이다.
그것도 아들의 친구한테 말이다.
정신을 차린 신명순이 다시 말을 이었다.
“미안해 현성아. 이 아줌마가 잠깐……, 너는 어떡하든 해보려고 하는데 주책없이 내가 자꾸 재수 없는 말만 골라서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