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12)
회귀해서 건물주-112화(112/740)
112
툭툭.
신명순은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자책하기에 바빴다.
현성은 그런 신명순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네, 그래요. 어머니 이제부턴 우리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지고 기대감으로 살자고요.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그래, 이 아줌마가 실수, 참! 그건 그렇고 아까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그러지 않았니?”
신명순은 그제야 현성이 처음 들어오면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제가 말할 건 두 가지입니다.”
“두 가지?”
“하나는 어머니에 대한 급여 문제입니다.”
급여란 말에 신명순의 눈빛이 반짝였다. 솔직히 그동안 궁금했던 것이 그 문제였다. 그렇다고 대놓고 묻기에는 또 낯 뜨거운 면이 있었기에 물을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신명순이 빙긋 웃으며 물었다.
“현성이가 얼마나 줄지 궁금하네.”
“혹시 생각하시는 금액이 있으신지요?”
“글쎄, 갑자기 돈 문제가 나오니까 어색하긴 한데 그래도 현실적인 문제라 처음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게 낫겠지?”
맞는 말이다.
처음에 확실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머리 아픈 게 돈 문제다. 특히 아는 사람일 경우에는 더더욱.
현성이 신명순을 보며 다시 말했다.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그럼……, 염치없지만 15만 원은 돼야…….”
신명순은 말끝을 흐렸다. 역시 돈 문제다 보니 나름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명순의 말을 받았다.
“20만 원 드리겠습니다.”
“안 돼.”
“안 되다니요?”
현성은 순간적으로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줄인 것도 아니고 더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안 된다니…….
쉽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급한 마음에 현성이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장사해보면 알겠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아. 더군다나 라면만 팔아서 원가랑 이것저것 빼고 나면 얼마나 남을 거 같아?”
“물론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현성은 중간에서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신명순의 단호한 답변 때문이었다.
“내 말 들어! 주려거든 나중에 장사 잘되면 그때 더 챙겨줘.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 네 그러죠.”
현성은 신명순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고집 피울 게 아니란 판단이었다. 어쩌면 신명순의 말에 틀린 게 하나도 없다. 말이 대박이지 아직 모든 게 미지수다.
전생에서도 이곳이 대박이 났던 시기는 5, 6개월이 지난 후였다. 그 말은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모른다는 얘기다.
신명순의 말처럼 나중에 챙겨줘도 된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닐 테니 말이다.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나중에 제가 알아서 하죠.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건, 한 사람을 더 구해야 하는데 혹시 아는 사람 있어요?”
“한 사람을 더?”
“네, 아무래도 안채까지 손님을 받으려면 어머니 혼자서는 안 되니까요.”
“하긴, 안채까지 손님을 받는다고 하니…….”
신명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안채가 없다면 혼자서도 어느 정도는 감당이 되겠지만 안채를 사용할 경우는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이다.
더군다나 라면이라는 특성상 조금만 지나도 면발이 붇기 때문이다.
잠깐 생각하던 신명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는 동생이 있는데 한 번 만나 볼 텐가?”
“네, 그러죠. 제가 수업 끝나고 와야 하니까 그 시간으로 맞춰서 약속 시간 잡아 주세요.”
“그래 그건 내가 약속 잡아서 알려줄게.”
“그럼 이제 준비는 거의 다 됐네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리다 말았는데, 어머니한테는 월급 이외에 전체 수익에 비례해서 더 드릴 겁니다.”
현성의 말에 신명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례해서……?’
지금 현성의 말대로라면 수익이 많으면 많을수록 금액은 많아진다는 얘기가 아닌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신명순은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단순히 종업원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 말은…….”
“저랑 공동으로 운영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당연히 수익도 나눠드리는 거고요.”
신명순은 다시 한 번 놀랐다.
말이 종업원이지 이건 주인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건 아니다.
사람이 양심이 있지 준다고 해서 잘못된 걸 알면서도 넙죽 넙죽 다 받으면 그건 안 되는 거다.
현성이 아무래도 아직은 어린 마음에 순진한 탓일 것이다.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들 정우을 봐서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막 말을 하려 할 때였다.
현성의 말이 한발 빨랐다.
“어차피 처음부터 시작은 어머니 때문이었습니다. 만약에라도 그런 일이 없었다면 당연히 지금 제가 가게를 한다고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이건…….”
“다른 말씀 하지 마세요. 제가 철이 없어서 아무 것도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절대로 그런 거 아닙니다.”
신명순은 무슨 말을 하려다 속으로 삼켰다.
어려서 순진한 마음에 그런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명순이었다.
그때 현성이 다시 말했다.
“어머니 가게라 생각하시고 운영해 주십시오. 그래 주실 수 있죠?”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감사합니다. 저도 수업 끝나고 열심히 돕겠습니다. 처음엔 그런 마음 없었는데 막상 시작한다고 생각하니까 이젠 솔직히 욕심이 납니다.”
솔직한 심정이었다.
처음 시작은 이정우 때문이었다. 만약 이정우와 연관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다 보니 욕심이 났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장사를 처음 하는 것도 아니다. 업종만 달랐지 이미 전생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해봤다.
물론 똑같지는 않겠지만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장사다.
더군다나 이제 곧 TV에서 신라면 광고가 나오기 시작하면 시선은 당연히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맛?
물론 그 또한 자신 있다.
단순하게 맛뿐만이 아니다. 광풍처럼 불어 닥칠 매운맛의 유행에도 당연히 편승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곳에서는 그 매운맛의 열풍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이거요, 어머니.”
현성은 신명순에게 열쇠를 하나 내밀었다.
열쇠를 바라보는 신명순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건……?”
“네, 가게 열쇠입니다.”
가게 열쇠를 준다는 의미를 모를 리 없는 신명순이 언뜻 현성이 내미는 열쇠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전에 가게를 맡아달라는 말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기를 잠깐.
스윽.
현성이 내민 열쇠를 받아든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받으마. 열심히 해보자.”
“네, 어머니!”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주방은 확실히 해결됐다.
물론 이것으로 신명순의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 전보다는 마음가짐에 있어서 상당부분 달라질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오늘 현성이 이곳에 들른 주목적이었다.
장사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처음 시작할 때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항상 마음에 걸렸던 것이 신명순의 불안한 마음이었다.
물론 현성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신명순의 입장에서는 모든 게 불안할 것이다.
그래서 고민했었다.
불안한 마음마저 극복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결국, 찾은 방법이 이 방법이다.
수익에 비례한 인센티브.
일종의 성과급이다.
수익을 많이 내면 많이 낼수록 신명순이 가져가는 몫도 많아질 것이다.
고상한 어떤 미사여구보다도 확실할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
분식 가게를 나온 현성은 집으로 향했다.
“왜 그랬을까?”
한 가지 의문이 여전히 현성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오상철.
‘이 인간 도대체 뭐냐?’
처음엔 그저 우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우연이라는 게 왠지 찝찝하게만 느껴졌다.
그를 처음 본 건 이정우네 분식 가게였었다. 그저 건물주 중에 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특별히 얽힐 게 없으니 처음엔 무심히 그냥 넘어갔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면 가게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나서게 됐다.
“그때부턴가…….”
그날 오상철이 라면 가게로 찾아와 현성과 박희철의 관계를 알았다고 했다. 그거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맥주 한 잔 먹었다는 이유로 학교에 항의 민원이 들어왔다.
누가 봐도 악의적인 행동이었다.
그래서 누구인지 알아보려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다만, 박희철로부터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정문에서 오상철이 현성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충분히 정황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오상철은 어제 미소식당에 없었다는 것이다.
꿰맞추기엔 앞뒤가 안 맞는다.
그러던 와중에 조금 전 분식 가게에서 신명순으로 하여금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다음 달이면 만기임에도 불구하고 단서 조항을 빌미로 한 달 먼저 나가게 생겼다는 것이다.
굳이 왜?
그렇게까지 무리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잠기 생각하던 현성은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쩝.
아무리 생각해도 오상철의 행동이 이상하긴 한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니 그저 갑갑할 뿐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자꾸 걸리적거린다는 거다.
“좀 더 지켜보자.”
현성이 내린 결론이었다.
30분쯤 자전거를 타고 달리자 삼거리가 나왔다.
오른쪽으로 가면 집이고, 왼쪽으로 가면 박희철로부터 받은 땅이 있는 곳이다.
현성은 핸들을 왼쪽으로 틀었다.
잠시 후.
산 중턱에 올라간 현성은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서 있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가로 어둠이 막 내려앉기 시작했다.
“좋네!”
다시 봐도 경관 하나만큼은 가히 예술이라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러니 훗날에 이곳이 그 난리를 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생에서는 2층으로 대형 고깃집이 들어섰던 자리다. 물론 박희철이 죽으면서 이 땅을 누군가가 사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그 사람은 군 의원 중의 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이름까지는 못 들었다.
어찌 됐건 그 사람은 난 사람이었다. 이곳에다 식당을 할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일반인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행동이었다.
현성은 전생에서 봤던 그 2층으로 운영했던 고깃집의 기억을 떠올렸다.
잠시 후.
“고깃집이라…….”
현성은 혼자 중얼거렸다.
못 할 것도 없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게다가 한두 푼으로 벌릴 규모도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가만히 놔둬도 땅값은 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88올림픽이 끝나고 그다음 해부터 이쪽 도로 확장 공사가 시작되면 최소 지금보다 20배 이상은 뛸 것이다.
두면 둘수록 금싸라기 땅이 될 자리란 얘기다.
박희철은 이곳에다 노후에 집을 짓고 사는 게 꿈이라고 했다. 선산까지도 포기하면서 여기만큼은 끝가지 지키고자 했던 박희철이다.
그러고 보면 박희철의 안목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찌 됐건 기본은 박희철이 깔아줬다. 이제부터 이곳에 뿌리를 내리는 건 현성의 몫이다. 뿌리를 내릴 거라면 최소 5년 내에는 이곳에 첫 삽을 떠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5년이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현성은 멀리 마을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긴 듯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오빠! 이제 와?”
집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현성을 반긴 건 동생 김지연이었다.
“뭐야? 나 기다린 거야?”
“당연하지, 우리 집 기둥인데…….”
현성은 김지연을 보며 씩 웃었다. 장난기 섞인 그의 표정은 뭔가를 애타게 갈구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 이유를 모를 리 없는 현성이었다.
분명 어제 건네준 편지에 대한 궁금증일 것이다.
그때 현성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아차!”
현성이 놀라자 김지연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오빠 왜 그래?”
“어쩌지? 깜빡했다.”
김지연의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현성을 바라봤다.
“……아니지?”
김지연의 눈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듯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순간적으로 고민이 생겼다.
이대로 뒀다가는 동생의 눈에서는 금방 눈물이 흐르고 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눈물이 많은 녀석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장난이라고 말하기엔 분위기가…….
그때였다.
“야! 김현성!”
아뿔싸!
김지연의 성격이 터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