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13)
회귀해서 건물주-113화(113/740)
113
휴우…….
쓸데없는 장난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현성은 머리까지 조아리고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훌쩍.
눈물을 닦으며 김지연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오빠 미워!”
“미안, 내가 잠깐 미쳤었나 봐. 다시는 그런 장난 안 칠 테니까 이제 기분 풀어.”
“몰라!”
단단히 토라진 김지연이었다.
그나마 김일수가 그 편지를 받고 상당히 좋아했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겨우 눈물을 그쳤다.
왜 그 순간에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자신의 발등을 찍고 싶은 현성이었다.
돌아선 김지연을 향해 현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신 내가 내일 답장은 꼭 받아올게. 그러니까 이제 그만 화 좀 풀어라. 응? 지연아.”
“…… 진짜지?”
김지연이 고개를 돌리며 겨우 한마디 했다.
그 말에 현성은 큰소리로 다시 말했다.
“당연히 진짜지. 내가 장담한다니까.”
“진짜 일수 오빠가 답장을 써올까?”
“걱정하지 말라니까 그러네, 만약에 안 써왔으면…….”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올라갔다. 그러자 김지연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현성을 째려봤다.
“오빠가 깡패야?”
“아니, 난 그게 아니고…….”
“경고하는데, 만약에라도 우리 일수 오빠한테 주먹질이라도 하는 날에는 알아서 해. 내가 가만히 안 있을 테니까.”
“뭐…….”
우리 일수 오빠란다.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왔다.
성질 같아서는 뭐라 하고 싶었지만 지은 죄가 있어 참을 수밖에 없는 현성이었다.
그때 김지연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현성을 급히 불렀다.
“참! 오빠.”
“왜? 갑자기 무슨 일이야?”
겨우 수그러들던 김지연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자 현성은 깜짝 놀라며 김지연을 바라봤다.
그러자 김지연이 말했다.
“잔디파 얘들 잘 알아?”
“갑자기 잔디파는 왜?”
“알아, 몰라?”
“잘은 아니고 그냥 조금……, 그런데 왜? 혹시 그 자식들이 너한테 뭐라고 그래?”
“이상하네…….”
김지연은 턱을 괴며 고개를 살짝 틀었다.
뭔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듯.
그 모습을 본 현성도 찜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지연의 입에서 잔디파라는 말이 나왔다는 자체가 신경이 쓰였다.
그 말은 그들이 어떤 식으로든 김지연한테 접근을 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현성이 바로 물었다.
“혹시 그 자식들이 뭐라 그러든?”
“사실은 요 며칠 교실로 계속 찾아오더라고.”
“뭐?”
현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렇게 놀랄 건 없어. 내가 그 놈들한테 당할 것도 아니고.”
현성의 놀람과는 대조적으로 김지연의 태도는 너무나 느긋했다. 오히려 놀란 현성이 머쓱할 정도였다.
급한 마음에 현성이 다시 물었다.
“그 자식들이 너를 왜?”
“오빠 얘기를 하던데…….”
김지연의 말은 현성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 자식들이 내 얘기를 했다고?”
“응, 오빠가 허락했다고 하던데?”
이건 또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허락을 했다니…….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현성으로선 갑갑할 뿐이었다.
“내가? 도대체 내가 무엇을 허락했다는 거야?”
“공부.”
“공부?”
“응.”
현성은 그제야 며칠 전에 한명수와 김태진이 교문에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처음엔 현성 자신보고 공부를 가르쳐달라고 했었다. 당연히 거절했다. 잔디파와는 더 이상 어떤 식으로든 엮이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때 김태진이 차선이라며 한 말이 있었다.
– 누구를 선택하든 현성이 허락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고민할 것도 없이 허락했었다. 그거까지야 뭐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김지연의 말대로라면 그들이 선택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여동생인 김지연이라는 얘기가 된다.
“허!”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뒤통수를 맞아도 아주 제대로 맞았다. 그 선택의 대상이 동생 김지연일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 했었다.
어쩐지 그때 김태진의 웃는 표정이 이상하긴 했었다.
‘요것들 봐라.’
이 자식들은 처음부터 현성이 거절할 거라는 걸 미리 알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미리 그런 말을 했던 것이고.
생각할수록 기가 차고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
현성은 김지연을 똑바로 쳐다봤다.
이제 궁금한 건 하나다. 김지연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그래서?”
현성은 짧게 물었다. 그러자 김지연이 머리를 살짝 긁으며 말했다.
“오빠도 알잖아.”
“뭘?”
“내 꿈이 뭔지.”
“꿈……?”
현성은 갑자기 뒷목을 잡았다.
동생 김지연의 꿈은 선생이 되는 거였다.
‘혹시……?’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김지연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이번 주 주말부터 하기로 했어. 선생이 학생을 가려서 가르칠 수는 없는 거잖아. 그리고 나중에라도 이런 녀석들을 가르쳤다는 게 도움이 될 거 같기도 하고 말이야.”
“…….”
뭐라 할 말이 없는 현성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제 와서 그 물을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지금 동생 김지연이 하는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는 거다.
선생이 학생을 가린다는 건 당연히 말도 안 된다. 그리고 동생의 말처럼 이렇게 거친 녀석들을 가르쳐보는 경험도 미래를 위해서는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어찌 됐건 일이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건 분명했다.
현성이 아무 말이 없자 김지연이 물었다.
“왜, 말이 없어? 혹시 내가 뭐 잘못한 거야?”
“어? 아,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알았어. 그럼 나 열심히 해볼게. 그런데 하나 궁금한 건 갑자기 잔디파 얘들이 왜 공부를 하겠다고 하는 거야? 혹시 오빠는 그 이유를 알아?”
“그, 그게…….”
현성의 입장에서는 뭐라 대답하기엔 난감한 질문이었다.
자신이 내세운 조건이긴 한데, 그렇다고 그걸 또 동생한테 일일이 설명하기엔 너무 유치할뿐더러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끝까지 말할 수 없었다.
이래저래 중간에서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린 현성이었다.
어떡하든 잔디파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행동이었는데, 어째 분위기가 자꾸 역으로 엮인다는 기분이 드는 건 단순히 기분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중심에 하필 동생 김지연이 있을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말이다.
뭐라 말도 못 하고 혼자 속으로 애만 태우는 현성이었다.
현성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결국,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 현성이었다.
이제 모든 건 동생 김지연한테 달렸다.
한 달 새에 잔디파의 실력을 끌어올린다면 현성으로선 빼도 박도 못하고 잔디파를 책임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반대라면 깔끔하게 잔디파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물론, 현성이 바라는 바는 당연히 후자인 거고.
그래서일까.
김지연을 바라보는 현성의 눈빛이 평상시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김지연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아니, 그냥…… 얘들한테 살살하라고…….”
지금으로선 현성이 할 말은 이게 다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만 두라고 하고 싶은데, 야속하게도 그럴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김지연이 주먹을 쥐며 말을 이었다.
“오빠, 나 몰라?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이제 잔디파 자식들 다 주거쓰!”
“…….”
할 말이 없는 현성이었다.
다음 날.
학교 정문에 도착한 현성의 눈에 두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잔디파의 한명수와 김태진이었다.
현성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침부터 뭐야?”
“보고 드릴 게 있어서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보고?”
“네, 선배님.”
김태진이 고개를 깍듯이 숙이며 말했다.
‘요것들 봐라.’
현성의 눈매가 가늘어지는 순간이었다.
무슨 내용인지 대충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이 자식들은 분명히 어제 동생 김지연이 얘기했던 부분에 관해서 얘기하려 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를 가르쳐 줄 선생님을 구했습니다.”
현성이 묻기도 전에 김태진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피식.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옅게 드리워졌다.
김태진이 이러는 이유를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자기들 간에는 현성한테 빅엿을 먹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은근 자랑삼아 ‘보고’라는 말로 포장해서 말하고 있는 것일 테고.
물론, 어제 동생 김지연으로부터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땐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별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한두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30명이다. 그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가르쳐서 5등씩이나 끌어올린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할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현성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모르는 척 김태진에게 물었다.
“그게 누군데?”
“어? 정말 모르십니까?”
김태진의 고개가 모로 돌아갔다.
‘어? 이게 아닌데…….’
당연히 김지연이 오빠인 현성한테 얘기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현성의 반응을 봐서는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 말은 김지연이 현성한테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후!
김태진은 짧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모르고 있다면 이제라도 알려 주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흠흠….”
자신감인지, 김태진은 헛기침부터 남발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은 속으로 웃으며 다시 물었다.
“누군데 그렇게 뜸을 들여?”
“지연이입니다.”
“누구?”
현성은 모르는 척 다시 물었다.
그러자 김태진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애써 참으려는 그의 표정이 나름 귀여웠다.
그때 옆에 있던 한명수가 보란 듯이 동생의 이름을 또박또박 불렀다.
“김지연입니다. 선배님의 여동생 말입니다.”
“…….”
현성은 일부러 말을 아꼈다. 나름 놀라움의 표현이었다.
그러자 한명수와 김태진은 서로 눈을 마주하며 미소를 지었다. 나름 만족한다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현성은 씩 웃었다.
그리곤 김태진을 보며 물었다.
“네 작품이냐?”
“헤헤, 어쩌다 보니…….”
‘어쩌다 보니?’
가증스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또 티를 낼 현성도 아니었다.
“김태진, 네가 혹시 잔디파의 머리냐?”
“머리요?”
“그래, 인마. 머리 쓰는 거 말이야. 이번 일도 네 머리에서 나온 거 맞지?”
현성의 질문에 이제야 알겠다는 듯 김태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거창하게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저는 그저 잔디파가 잘 되기만을 바라는 일념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뿐입니다.”
“어찌 됐건 네 머리에서 나온 거잖아. 여기 한명수 머리는 아니잖아?”
현성은 그 말과 함께 옆에 있는 한명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한명수도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 자식 아이큐가 140이 넘습니다.”
“진짜야?”
몰랐던 사실이다.
아이큐가 보통 135가 넘으면 아이큐가 높다고 한다. 그 정도면 노력 여하에 따라 그 결과는 많이 다르게 나타난다.
현성은 김태진을 보며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