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14)
회귀해서 건물주-114화(114/740)
114
“야, 얼마 나왔어?”
“148이여. 근데 이거 믿을 게 못 된다면서요.”
“물론 그렇기야 하지만, 그래도 무시는 못 하지. 너 지난번 1학기 기말고사에서 몇 등 했어?”
“25등이요. 그건 왜요?”
‘요놈 봐라.’
현성은 입안의 혀를 천천히 돌렸다. 뭔가를 생각할 때면 나오는 버릇이다.
잠깐 생각하던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 공부 안 하고 시험 봤지?”
“시험 보기 전날에 잠깐…….”
잠깐 봤는데 25등이란다. 역시 타고난 머리는 못 속인다는 얘기다.
현성이 이번엔 한명수를 보며 물었다.
“너는?”
“그런 걸 또 왜 아침부터 묻고 그럽니까? 쪽팔리게…….”
현성이 인상을 쓰자 한명수가 바로 입을 열었다.
“58등이요.”
“58등? 총 몇 명인데?”
“60명이요.”
“장하네, 그래도 뒤로 2명씩이나 있고.”
현성이 놀리자 한명수는 입을 우물거리며 눈알을 굴렸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피식 웃으며 김태진을 불렀다.
“김태진!”
“넵.”
“잘 들어. 조건이 바뀌었다.”
김태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성한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린지…….”
“넌 이번 시험에서 10등 안에 들어라. 그게 바뀐 조건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유 불문이다.”
“아니, 갑자기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인생은 원래 갑자기 변하는 거다. 분명히 말하는데, 잊지 마라. 10등 안에 못 들면 우리가 얘기했던 모든 조건은 무효다.”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정문에서 사라졌다.
“뭐야?”
김태진은 사라진 현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명수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푸하하…….”
“지금 웃음이 나오냐? 그리고 거기서 아이큐 얘기가 왜 나오는데?”
“나야 인마 자랑하려고 그랬던 거지, 그렇다고 10등 안에 들라고 그럴 줄이야 누가 알았냐?”
“아! 진짜 더럽고, 치사해서 못 해 먹겠네. 뭐 저런 놈이 다 있냐?”
김태진은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25등 하던 사람한테 갑자기 10등 안에 들라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그런데 황당한 건 이 억울한 사정을 어느 누구한테도 하소연할 때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멀어지는 현성을 노려보는 게 다였다.
김태진은 이때까지도 몰랐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이 상황으로 인해 자신의 미래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정문을 벗어난 현성은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 도착하자 김일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왔다.
“나랑 얘기 좀 해.”
그 말과 함께 김일수는 복도로 나갔다. 현성도 어쩔 수 없이 김일수의 뒤를 따랐다.
복도로 나온 현성은 김일수를 보며 말했다.
“야, 무슨 얘긴데 복도까지 사람을 불러내고 그래?”
“그게 말이야…….”
김일수는 고민을 토로했다.
어젯밤 내내 답장을 쓰기 위해 고민해봤지만 단 한 문장도 쓰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막상 쓰려고 이름 하나 쓰고 나면 그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피식 웃었다.
그러자 김일수가 다시 말했다.
“야, 난 심각하단 말이야.”
“뭐가 그렇게 심각한데?”
“처음으로 고백을 받았는데 너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겠냐?”
현성은 김일수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덩치는 곰같이 커다란 녀석이 어쩔 줄 모르고 볼까지 빨개지면서 당황하는 모습이 마치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 같았다.
현성은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저번 날에 얼핏 봐서는 김일수의 시선은 서인혜한테 꽂혀 있었다. 그래서 놀리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지금 편지를 준 것은 서인혜가 아니라 동생 김지연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은 어제 편지를 전해주며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김일수가 편지를 받자마자 너무 좋아하며 집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현성은 김일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야, 김일수, 하나만 묻자.”
“어? 뭔데?”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
“그러니까 뭐냐니깐?”
현성은 잠깐 고민을 하다 다시 말했다.
“너 서인혜 좋아했던 거 아냐?”
현성은 물으면서도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동생과 연관이 없었다면 그런 유치한 질문 같은 건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어린 나이들이라 해도 최소한 그 정도는 동생 김지연을 위해서는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에 김일수가 양다리라도 거칠 생각이라면 아무리 친구라 해도 그 다리를 확 찢어놓을 생각이었다.
현성의 질문에 김일수는 나름 심각한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어.”
“뭐야 그 대답은?”
“그저 남들이 다들 예쁘다고 하니까 호기심에 잠깐 관심이 갔던 거 같아.”
“단순한 호기심이었다는 거야?”
김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좀 단순하잖아. 솔직히 서인혜가 예쁜 건 사실인데, 뭐라 할까……, 그냥 인형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하여간에 이성으로써 다른 감정은 안 들더라고.”
“그 말 확실하지?”
“인마, 네 눈엔 내가 그런 거 가지고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이냐? 내가 그동안에 많은 얘들을 괴롭힌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사람 감정으로는 장난 같은 거 못 친다.”
“오케이, 거기까지.”
일단 양다리가 아님은 확인됐다.
그걸로 현성의 목적은 이룬 셈이었다.
그때 김일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야…….”
김일수가 끝말을 흐렸다.
그러자 현성이 또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너 답지 않게 무슨 말을 하다 말아?”
“솔직히 어제 편지 받고 좋기는 한데 그게 어떤 감정인지는 뭐라고 말로 표현은 못 하겠다. 그냥 여기가 간질간질 한 거 같기도 하고, 하여간 이상해.”
김일수는 자신의 가슴을 몇 번 두드렸다.
그 모습은 바라본 현성은 씩 웃었다.
50을 넘게 살아봤는데 그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그렇다고 특별히 뭐라 할 말도 없었다. 어차피 시간이 약일 테니 말이다.
현성이 아무 말이 없자 김일수가 약간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난 솔직히 네가 가장 반대할 줄 알았어.”
“내가 왜?”
“보다시피 내가 부족한 게 많잖아. 공부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집에는 할머니만 계시고, 뭐 하나 내세울 게 없잖아.”
“이런 미친놈이……!”
갑작스러운 현성의 욕설에 김일수가 현성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너 뭐 하는 새끼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야, 지금 네가 무슨 선보냐? 누가 약혼이라도 하재? 호적에 잉크도 안 마른 놈이 조건을 왜 따지고 지랄이야. 너 인마 이제 겨우 고2야. 다른 생각 할 게 뭐 있어?”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김일수의 황당한 답변에 잠시 할 말이 없는 현성이었다.
벅벅.
김일수는 멋쩍은 나머지 머리만 벅벅 긁으며 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현성의 말이 맞는 듯했다. 너무 앞서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 모든 게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뭐가 그래도야?”
김일수는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뱃살을 양손으로 쥐어뜯기까지 했다.
피식.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야, 그게 그렇게 걸리냐?”
“내가 봐도 이건 아니야. 부모님 안 계신 거야 내 잘못이 아니지만 이건 도저히…….”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김일수의 말처럼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현성은 김일수를 보며 말했다.
“그럼 답은 나왔네.”
“그지? 아무래도 이 모습으론 지연이한테 민폐겠지?”
그렇게 대답한 김일수는 뭔가를 결심이라도 한 듯 주먹을 쥐며 현성을 바라봤다. 마치 어린아이가 새로운 각오로 다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김일수의 어깨를 툭 쳤다.
“잘해 봐.”
“두고 봐, 한 달 안에 10kg은 뺄 테니까.”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아니, 지금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았는데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 당장 오늘 저녁 7시 이후부터는 아무것도 안 먹을 거야.”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한가 보다.
천하의 김일수가 먹는 걸 포기하겠다고 한다. 물론 두고 봐야 알겠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듯했다.
어찌 됐건 김일수의 속마음은 확인했다.
물론 애들 장난일 수도 있겠지만 오빠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다.
그때 김일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답장은 뭐라고 쓰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냥 지금 너의 솔직한 마음만 전하면 되지.”
“그런데 그게 잘 안 돼.”
현성은 생각할수록 웃음밖에 안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에서 나쁜 짓은 다 하고 돌아다니던 녀석이다. 그러던 녀석이 지금은 여학생으로부터 편지를 받고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찌 됐건 김일수로서는 꽤나 심각한 듯 오만가지 인상을 다 쓰고 있었다.
땡땡.
그때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점심시간.
점심을 다 먹은 현성은 교장실로 향했다.
똑똑.
“어서 오게.”
교장 박상현은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로 현성을 반갑게 맞았다.
“식사는 잘하셨습니까?”
“일찍 먹고 기다리고 있었네. 커피 한잔 할 텐가?”
“주시면 감사하죠.”
어느새 교장 박상현과도 많이 친해진 현성이었다. 오늘 박상현을 찾아온 이유는 저번에 말했던 화장실 문제 때문이다.
처음엔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전혀 방법이 없는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후룩.
교장 박상현이 내민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현성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제 생각에는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는 게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선배라면, 학교 동문을 얘기하는 것인가?”
“네, 교장 선생님.”
다음 주면 추석이다. 시골이다 보니 추석이면 외지에 나갔던 사람들이 대부분 시골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때 총동문회도 열린다.
다행히도 서명 고등학교의 경우 총동문회가 활성화되어 있기에 학교를 졸업한 많은 졸업생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총동문회에 참석하곤 한다.
전생에서는 현성도 총동문회만큼은 빠지지 않고 참석을 했었다.
한두 사람의 힘으로는 어렵겠지만 많은 사람이 힘을 합친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란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