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16)
회귀해서 건물주-116화(116/740)
116
며칠 후.
화장실 공사비 모금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여학생들의 반응은 남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얼마나 돼요?”
현성이 총무인 신미선에게 물었다.
“잠깐만 ……, 어디 보자.”
신미선은 남은 동전까지 다 센 후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많은데, 정확히 315,320원이야.”
전교생이 600명이 조금 안 되는 상황에서 이 정도면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시골인 만큼 용돈도 특별히 없는 조건이었다.
보통 이웃돕기 성금을 모을 때만 하더라도 십만 원이 채 안 넘는 거에 비하면 상당한 액수였다.
그때 부회장인 이은영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쌀자루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것도 팔면 이만 원은 넘겠는데.”
현금이 없는 친구들이 가져온 쌀이었다. 그나마 이번엔 계란은 없었다. 다른 때에는 현금이나 쌀 대신 계란으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곤 했었다.
스윽.
그때 회장인 나민수가 주머니에서 봉투 몇 개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교장 선생님, 이건 교감 선생님, 그리고 이건 다른 선생님들이 모아서 준 거고, 나도 아직 안 세어 봤는데 꽤 되는 거 같더라고.”
옆에 있던 총무 신미선이 제일 먼저 교장 선생이 준 봉투를 확인했다.
“와우!”
신미선은 놀랍다는 듯 손가락 열 개를 펼쳤다.
“십만 원?”
현성을 포함해 같이 있던 두 사람도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교장 선생의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 당시에 십만 원이란 금액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머지 봉투를 확인해 본 결과 십삼만 원이었다.
“그럼 총 얼마냐?”
회장인 나민수가 묻자 총무인 신미선이 계산이 끝난 듯 말했다.
“쌀까지 포함해서 565,320원인데, 와, 생각보다 많이 걷혔는데…….”
이렇게 해서 화장실 공사비 모금은 성공리에 마쳤다. 이제 다음 주에 먹거리만 팔면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할 건 다 하는 셈이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자 회장인 나민수가 말했다.
“가자, 다들 고생했으니 점심이라도 먹어야지?”
***
선배들과 점심을 먹은 후 현성은 원주행 버스에 올라탔다.
농심 대리점으로 가기 위함이다. 며칠 전에 대리점 소장과는 이미 통화를 마친 상태였다.
하교 시간이 이미 지나서인지 버스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현성이 버스 뒷좌석으로 걸음을 막 옮길 때였다.
“어디 가냐?”
담임 신민호였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담임 옆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말했다.
“원주에 있는 농심 대리점에요.”
“거긴 왜?”
“오픈 준비해야지요.”
그제야 담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참, 그렇지. 미안하다, 내가 요즘 어머니 때문에 정신이 없다 보니……, 그래, 오픈 준비는 잘되고 있는 거지?”
“네, 가게 내부는 이미 끝냈고, 다음 주에 안채 마무리만 좀 더 손보면 됩니다. 그리고 집기만 들이면 어느 정도는 끝납니다.”
“참! 생각할수록 신기하단 말이야.”
담임 신민호는 고개를 살짝 가로저으며 현성을 힐긋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눈으로 봐서는 아무리 봐도 학생이 맞는데 하는 짓을 봐서는 애늙은이가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라면 가게라 해도 엄연히 사업장이다. 그 사업장을 오픈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말이다.
그런데도 이 녀석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척척 해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경험이 없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인데 말이다.
“어머니는 좀 어떠세요?”
이제 2주도 채 안 남았다. 그렇다고 그 사실을 말할 수도 없는 현성의 입장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휴우!
현성이 묻자 신민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남양주는 다녀오셨어요?”
남양주에는 신민호의 아버지 산소가 있다고 했다. 신민호의 어머니가 그토록 가보고 싶다고 했던 곳이다.
현성은 지금 그걸 묻고 있는 것이다.
“응, 지난주에 네 말대로 다녀왔어.”
“어머니가 좋아하셨겠네요?”
“뭐랄까……, 마지막 숙제하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마무리를 했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건 사람이 살면서 마무리를 잘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깨달은 현성이었다.
그때 신민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고맙다고 하시더라.”
“어머니가요?”
“아니.”
현성은 신민호를 바라봤다.
그러자 신민호가 씩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꿈을 꿨어.”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한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말을 이었다.
“아버님이 오셨다 가셨군요?”
“활짝 웃으며 내 앞에 나타나시더라. 그러더니 내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맙다고…….”
“…….”
현성은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버스가 원주에 도착할 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장시간 얘기를 하면서도 전혀 부담감이 없다는 것이었다.
전생에서는 어떡하든 피하고 싶던 담임 신민호였는데 말이다.
이 또한 변화라면 변화였다.
신민호와 헤어진 현성은 터미널을 빠져나와 단계 사거리 쪽으로 걸어갔다.
20분쯤 걸었을까.
대리점 소장이 얘기했던 건물이 나왔고 모퉁이를 돌자 1층에 농심 대리점 사무실이 나왔다.
현성이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자 입구 쪽에 앉아 있던 여직원이 현성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소장님은 어디 가셨나 봅니다.”
“잠깐 나가셨는데, 금방 오실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딱 보기에도 현성이 학생으로 보이자 여직원의 눈빛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예리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학생이 찾아올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장님과는 이미 통화를 마친 상태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경계 안 하셔도 됩니다.”
현성은 여직원의 경계심을 풀어주기 위해 일부러 소장을 언급했다.
역시 효과가 있었는지 그제야 살짝 미소를 짓는 여직원이었다.
“아, 네…… 뭐 음료수라도 드릴까요?”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때 소장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러자 여직원이 바로 말했다.
“소장님, 여기 손님이…….”
종업원이 현성을 가리키며 말을 하자 소장은 현성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유성일입니다. 전화주신 분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김현성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현성은 얼른 손을 내밀어 유성일 소장의 손을 잡았다.
“앉으시죠. 미스 최 여기 시원한 음료수 좀 부탁해요.”
유성일 소장은 시원시원한 성격에 나이는 대략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전화 목소리로는 꽤 나이가 들어 보이는 목소리였는데 실제로 보니 그보다 더 젊어 보였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기 바쁘게 여직원이 음료수를 현성과 유성일 소장 앞에 내려놓았다.
“고맙습니다.”
현성은 여직원을 보며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유성일 소장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실례지만 혹시 나이가……?”
사실 통화할 때는 나이를 밝히지 않았었다. 나이를 안 밝힌 이유는 간단했다. 혹시라도 어리다는 이유로 만남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자세한 내용은 일단 만나서 얘기하기로 미리 얘기를 한 상태였다.
툭.
현성은 가져온 서류부터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사업자 등록증입니다. 일단 한번 보시죠?”
현성이 내민 사업자 등록증을 살피던 유성일 소장은 현성을 힐긋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69년생이면 지금 고2……, 맞습니까?”
“네, 보다시피 그렇습니다. 서류상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거래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겁니다.”
쩝.
유성일 소장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요지는 라면 가게를 오픈하는데 라면을 직접 납품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망설여지는 건 당연했다. 그때 상대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 바로 신제품에 관한 얘기였다.
당연히 호기심이 발동했다.
물론 신제품에 대한 얘기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대외비라 자신도 통보를 받은 건 며칠 전이었다.
사실은 그 문제 때문에 머리가 아픈 상태였는데 그때 귀신같이 전화를 한 것이다.
머리 아픈 이유야 뻔했다.
실적 때문이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회사 차원에서는 모든 역량이 신제품에 쏠리는 건 당연했다. 3개월 내에 어느 정도의 실적을 올리느냐에 따라 회사의 입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업자 등록증을 내려놓으며 유성일 소장은 턱을 쓸었다.
솔직히 실망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쉬운 입장이라지만 고2 학생과 뭔가를 얘기한다는 자체가 왠지 꺼림칙한 건 사실이었다.
현성이 유성일 소장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먼저 말을 꺼냈다.
“왜, 막상 보니까 너무 어려서 이상하십니까?”
“흠흠, 꼭 그렇다기보다는 솔직히 조금…….”
현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통화할 때 나이를 밝히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고.
“그럼 제가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현성의 말에 유성일 소장이 현성을 바라봤다.
궁금하긴 했다.
과연 이 어린 친구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신라면 얘기부터 시작할까요?”
“잠깐!”
유성일 소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이 친구는 분명히 ‘신라면’이라고 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는 본사에서도 각 부서의 장 이외에는 알 수 없는 내부 정보다. 자신 또한 차기 신제품 이름은 어제 아침에서야 직접 팩스로 받은 상태였다.
심지어 경리를 보는 미스 최조차도 알지 못하는 기밀 정보다.
일단 현성의 입을 막은 유성일 소장은 여직원을 보며 말했다.
“미스 최, 이제 그만 퇴근해.”
“네? 아니, 아직 소장님도…….”
“난 여기 손님 만나고 퇴근할 테니까 먼저 퇴근해. 월요일에 보자고.”
“아, 네. 그럼 전.”